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125화 (125/217)

〈 125화 〉 대동력 9,994년 5월 36일 (4)

* * *

­ 오후 13시, 대월국 흥원번 흥원성 일대 율도군 주둔지

박윤수 중장은 천제국 기병들을 몰살시킨 후 패잔병들을 소탕하기 위한 약간의 추격부대만을 전장에 남겨둔 채 전군을 흥원으로 복귀시켰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병력들 모두 날랜 기병들, 율도군이 흥원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흥원성 부근에 마련된 주둔지로 복귀한 군사들은 말을 마구간에 데려다 놓은 후 새로 지어진 막사로 들어가 무거운 갑주와 무기를 풀어 놓고 모처럼만에 목욕과 휴식을 즐겼다.

그들이 잠시 천제국군들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흥원에 남아있던 숙련된 공병대에 의해 주둔지의 외형이 거의 다 갖춰졌다.

주둔지 주변으로는 불에 구운 흙벽돌과 철조망으로 된 담벽은 물론 쇠뇌, 대포 등이 놓인 경계탑까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 각종 막사와 군사 시설, 창고들은 물론 식당과 목욕탕,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는 것이 전형적인 율도군의 병영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다.

군사들이 사용하는 막사는 각 제대별로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에 야전에서 쓸 수 있는 나무로 된 2층 침대, 무기 보관대 등이 놓여져 있었다.

사물함, 의자, 책상 등 같은 편의시설만 없다 뿐이지 율도에 있는 원 소속대 병영과 비교해서도 크게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군사들은 막사로 들어가자마자 간만에 무거운 갑주를 모두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전투로 무뎌진 무기를 손보는 이들도 있었고, 적에게 노획한 전리품들을 자신의 부대 행정사관 (현실 세계 우리나라 군의 행정보급관, 주임원사에 해당하는 직책)에게 맡기는 이들도 있었다.

값비싼 전리품을 가지고 있다가 도난당하거나 분실할 염려가 있기에 아예 전쟁터에서는 이를 금고에 넣어두는 것처럼 제대 간부에게 맡겨놓는 것이다.

댕~ 댕~ 댕~

늦은 시간이었지만 식당에서 군사들을 위한 야식이 준비되었다는 종소리가 울렸다.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다시 흥원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말안장에 싣고 간 전투식량만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군사들을 위해 국수와 삶은 계란, 삶은 감자 등 밤찬을 준비한 것이다.

각 제대는 정해진 배식 순서에 따라 오와 열을 맞추어 질서정연하게 식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주둔지로 돌아왔음에도 모두들 전장에서와 같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군사들이 정비를 갖는 와중,

박윤수 중장을 비롯한 율도군 지휘부 무관들은 지휘 막사에 모여 다음 작전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천제가 이끄는 군세는 약 10만, 이틀 후면 대월국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작전 참모의 보고를 들은 박윤수 중장은 지도 위에 손을 대고 대월국의 동쪽 국경과 대월국 국왕이 있는 환강산성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천제가 도착한다 하더라도 쉬지 않고 흥원으로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 환강산성에서 대월국왕을 만나려 할 것이고, 행군으로 지친 병력들에게도 쉴 시간을 주어야 할 테니.”

그의 손가락은 이번엔 서래번 서쪽 경계 일대에서 버티고 있는 천제국군의 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114, 118 포병여단 모두 포진을 펼치고 있는가?”

“네,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윤수 중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의 군세가 환강산성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동안 성가신 두억시니 놈들의 전력을 갉아먹는다. 적 진영을 포위하고 있는 보병 부대들은 모두 현 위치에서 방어 태세 고수하고, 현시간부로 포병 전력만으로 적의 진영을 공격한다.”

“네, 즉시 신호를 올리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작전 참모가 지휘 막사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령에게 눈짓을 보내고,

전령 무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막사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7개의 화살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고,

화살들이 차례대로 밝게 빛나며 어두운 밤하늘 위에서 동쪽 땅을 향해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명화시에 의한 명령 신호였다.

이윽고,

고요한 밤공기 너머로 폭발하는 듯한 포성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펑...! 펑...! 퍼벙...!

저 멀리서 동금의 천제국군을 포위하고 대기하고 있던 율도군들이 명령 신호를 보자 마자 포격을 시작한 것이다.

지휘 막사 안에 있던 무관들이 잠시 포격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중,

용마로 소장이 지도 위에 환강산성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4군단 무사들이 ‘도구’들을 데리고 오늘, 아니면 내일 쯤 이곳에 도착하겠군요.”

박윤수 중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곧 기하께서 계획하신 대로 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동감입니다. 그런데,”

용마로 소장이 서래번과 환강산성 사이에 있는 장의번 일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우리 군과 동행해서 환강산성으로 향하고 있는 흥원공녀는 지금 이곳 장의번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환강산성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만... 그녀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무관에게는 어찌 하라고 전하면 좋겠습니까?”

박윤수 중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겁게 말을 꺼냈다.

“...기하의 명이 있기 전까지 그녀를 해할 필요는 없다. 무관에게 여정을 최대한 지체시키라 하고, 천제국군이 환강산성 지근거리에 이를 때쯤 연통을 줄 터이니 그 때 공녀를 데리고 다시 흥원을 복귀하라 전하라.”

“네, 알겠습니다.”

용마로 소장은 군단장에게 군례로 답했다.

­ 오후 14시, 대월국 호문번 환강산성 일대

율도 4군단 무사들에 의해 심운보의 본거지 성산성에서 구출된 두억시니들은 벌써 대월국 환강산성 인근의 어느 숲에 이르러 있었다.

4군단 무사들은 이곳까지 오는 도중 두억시니들이 말을 잘 안 듣거나 걸음을 지체해서 예정된 작전이 늦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두억시니들 모두 시키는 대로 말도 잘 따르고 강행군에도 잘 따라오며 예정일보다 하루나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성 안에 있는 도깨비를 죽이면 되는 건가? 어느 놈을 죽이면 되는 건가? 그 놈만 죽여주면 황금을 받고 거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두억시니들은 환강산성에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않고 바로 들이칠 것처럼 씩씩거리고 있었다.

“물론이다. 하지만 기다려. 우선 입고 있는 것부터 갈아입어야 하니까.”

4군단 무사들은 어두운 밤중에도 매와 같은 눈을 번뜩이며 숲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 중 누군가가 칼로 이상한 표식을 새겨 놓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여기다.”

무사들이 나무 주변으로 다가와 그 아래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잠시 후, 땅속에서 천으로 된 커다란 봇짐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천제국 두억시니들이 입는 것과 똑같은 갑주와 투구는 물론, 도끼, 칼, 창 등 무기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 대월국에 잠입해 있던 율도 흑영단원들이 미리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들이었다.

4군단 무관이 두억시니들에게 이것들을 나눠주며 말했다.

“우선 이것들로 갈아입고 잠시 쉬고 있어라. 저 안에는 새벽녘에 들어갈 것이니.”

“무기는? 무기는 언제 주는 것이냐?”

성질 급한 두억시니들이 철편이 가득 붙은 천제국 양식의 갑주를 우락부락한 몸뚱이 위에 대충 대충 걸쳐 입으며 재촉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피곤하지도 않나? 우리가 새벽이 되면 깨워줄 테니 그 때까지 눈이나 좀 붙이고 있으라고. 무기는 그 때 나눠주도록 하겠다.”

지금 두억시니들에게 무기를 나눠주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큰일이다.

4군단 무관은 좋은 말로 두억시니들을 달랜 후, 성 위에서 보이지 않을 숲속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 두억시니들을 재웠다.

그리고 그들도 불침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가면을 취하기로 했다.

그들 역시 두억시니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 오후 14시, 대월국 흥원번 흥원성 일대 율도군 주둔지

율도군을 따라 출전했다가 돌아와 보니 영록의 거처가 흥원성에서 율도군의 주둔지로 옮겨져 있었다.

마루한이 사용하게 될 막사인지라 공병대에서 상당히 신경 써서 준비한 것 같긴 하지만, 화려한 장식과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있던 흥원성의 객실에 비하면 군에서 쓰는 야전침대와 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 투박한 갑주걸이와 수납장이 배치되어 있는 흙벽돌로 만들어진 막사는 심하게 비교될 정도로 조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영록도 흥원성에 있는 것보다는 이곳에 있는 편히 훨씬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곳에 있으면 왠지 흥원공 가족이 살던 집을 빼앗아 쓰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거니와,

사지가 절단되고 눈과 혀가 뽑힌 흥원공 부인의 처참한 모습과,

흥원이 점령되어 있는 동안 당한 욕된 일로 정신이 붕괴된 채 방에 틀어 박혀 매일같이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는 진미령의 어린 동생들 때문에,

도저히 그곳에 계속 머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 때문에 더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바로,

유민이었다.

펑...! 펑...! 콰앙...!

그의 막사에도 어둠 속에 울려 퍼지는 포성과 폭발소리들이 산발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영록은 그 소리에 문득 서래번 일대에서 벌어진 율도군과 천제국군과의 전투 장면이 떠올랐다.

몇 차례의 전투 모두 율도군의 압승이었다.

천제국의 거대한 두억시니나 두두리들은 다른 종족들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괴력에 포악함까지 갖춘 듯 했지만,

오랜 훈련으로 마치 기계처럼 싸우는 율도군 앞에서는 그저 커다란 표적판이 불과해 보였다.

다른 종족보다 훨씬 큰 몸집의 두억시니나 두두리들이 두꺼운 철갑주를 입고 있더라도 잘 훈련된 율도군의 무예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고,

더욱이 그들의 총과 포탄 앞에서는 맥없이 찢기고 터져나가기 일쑤였다.

창과 칼, 도끼를 휘두르며 맞붙는 근접전에서는 그들의 육중한 몸뚱이와 두터운 갑주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몰라도, 역시 총과 포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지금처럼 계속 포를 쏘아대면 그 무지막지하게 생긴 천제국 두억시니들도 두 손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을 거 같아. 천제국도 총이나 포를 가지고 있긴 한 것 같지만 율도의 것들이 훨씬 더 성능이 뛰어난 거 같으니까. 이러다가 이 전쟁 너무 쉽게 끝나버리는 거 아냐?’

이번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깨우치고 오라고 강운예가 이곳까지 보낸 것이건만,

왠지 이렇게 전쟁이 승리로 돌아가게 된다면 제대로 얻어가는 것도 하나 없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전쟁 중에 성상번군 패잔병들도 잡아보고 두억시니도 직접 죽이기는 했지만... 이걸로 내가 충분히 성장한 걸까...?’

혼자만의 생각이긴 했지만,

스르로를 향한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난 충분히 강해졌는가?

현실세계로 돌아가 유성모, 마선욱, 박광, 전도한 등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는가?

그리고,

자신의 힘만으로 유민을 구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는가...?

...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 영록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누군가를 죽여 본 경험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과,

지금까지 대동에서 쌓은 실력이 현실세계에서 100% 통하리란 보장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전보다는 강해지고 ‘싸우는 방법’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는 건 맞지만,

지금까지 한 것 만으로는 아직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고...

턱없이 부족하기만 한 것 같았다.

‘하아... 관장님 말씀대로 최소 10년은 더 수련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의 10년이 현실 세계에서의 6개월이라고는 하지만... 그럼 난... 10년 동안 수련해 정말로 유민이를 구해낼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또다시 그의 눈앞에 진미령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유민이를 구해낸 다음에... 난 유민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그 생각에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영록의 막사 가운데에 있는 나무 책상 위에는 그를 수행하는 군경여단 무사들이 가져다준 밤찬이 손도 안댄 채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다른 군사들에게 나누어준 것과 같은 국수와 계란, 감자 뿐 아니라,

식당 취사 간부와 조리병들이 마루한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모듬전과 불고기 등 별미들도 곁들여 있었다.

“마루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막사 밖에서 성시우 대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며칠 만에 주둔지로 복귀해서인지 그도 갑주와 무기를 모두 내려놓고 가벼운 전포 차림을 하고 있었다.

“마루한, 식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영록은 애써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오랫동안 말을 타서 그런지 속이 많이 불편해서요.”

“그러셨군요. 그럼 가서 군의를 불러올까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물 좀 마시면서 쉬면 나아질 거예요. 그러실 필요까지 없어요. 그런데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성시우 대위가 손에 들고 있던 봉투 하나를 그에게 전하며 말했다.

“오늘 영매를 통해 원정군 지휘부로 온 서신들 중에 마루한 앞으로 온 서신도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제게 온 서신이라구요? 관장님께서 보내신 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봉투만 받아봐서요.”

성시우 대위는 왜 영록이 태상국 강운예를 두고 계속 관장님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록이 봉투에 든 서신을 꺼내 읽어 보았다.

강운예의 둘째 딸 예은이 보낸 서신이었다.

“예은이 보낸 편지였네요. 위문편지를 써준 건가 봐요.”

“아, 작은 영애께서 보내신 것이로군요?”

“네, 맞아요. 전쟁터에서 잘 지내고 있냐고, 위험하진 않냐고 묻는 편지에요. 근데...”

영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흠~ 예린이가 또 가출을 했다고 하네요? 그것 때문에 관장님하고 영부인께서 걱정하고 계시다고...”

“네? 큰 영애께서 또 집을 뛰셨다구요?!?!”

작년 예린이 주나라 황자와 함께 가출해서 누리마루까지 갔다가 성산번주에게 납치되었던 일은 이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네, 그래서 이번에도 진채연 대위라고, 영부인 경호하는 백영단 무사하고 관장님 직속부대 중에 적영단 무사들하고... 또 군경여단에서 수사관들까지 뽑아서 잡으러 보냈다고 해요. 이번에 관장님이 직접 군을 이끌고 출정하지 않으셨더라면 아마 직접 예린이 잡으러 가셨을 거라고 하네요.”

성시우 대위로 강운예의 성정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이 걔, 4군단으로 실습가기 전에도 짐 싸고 그러던 게 퍽 의심스럽더라니...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고야 마네요.”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큰 영애께서 자중하셨어야 했는데, 몹시 안타까운 일이겠군요.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지만... 쯧.”

“그러게요. 예린이도 예린지만 정국이 걔, 진짜 관장님한테 잡히면 레알 이생망, 이러면서 세상과 바바~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네??? 레알 이생망... 이 무슨 말이죠? 바바~ 는 또 무슨...???”

성시우 대위는 이 알아들을 수 없는 생소한 단어에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에요~ 내가 살던 곳에서 쓰던 은어 같은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아 네... 저, 그럼 식사 안 드시면 치워 드릴까요?”

“네, 식당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도 함께 전해주시겠어요?”

“네, 마루한께서 속이 불편해서 그랬다고 하면 다들 이해할 겁니다. 너무 심려 마십시오.”

성시우 대위는 영록에게 군례를 올린 뒤, 음식이 든 쟁반을 들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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