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116화 (116/217)

〈 116화 〉 대동력 9,994년 5월 34일 (5)

* * *

­ 오후 11시, 대월국 서래번 달성벌 북동쪽 일대

백사는 귀족들에 의해 갑주와 전포가 모두 벗겨지고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버렸다.

놈들은 그녀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두 손을 묶어 나무에 걸어 놓았다.

“읍, 우웁! 우우우우웁!”

백사가 힘껏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재갈이 물려 있어 소용없는 짓이었다.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놈들을 걷어 차버리고 싶었지만, 부상당한 몸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귀족들은 한 놈씩, 한 놈씩 그녀를 범하기 시작했다.

먼저 염대철이 갑주를 벗고 전포 아랫도리를 내리고는,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양쪽으로 넓게 벌렸다.

“그럼 어디 제국 제일의 무용을 가졌다는 기병 대장의 거기 맛 좀 볼까? 킬킬킬.”

그는 불뚝 솟은 그것을 꺼내 그녀의 다리 사이로 쑤셔 넣었다.

“웁~! 우웁~! 우우웁~!”

백사가 몸부림 쳐봤지만 더 이상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염대철은 그녀의 양쪽 젖가슴을 터트릴 기세로 꽉 부여잡고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애를 낳아본 여자라 그런가? 거기 느낌이 확실히 다르군! 애한테 젖도 물린 적 있어 그런지 가슴도 제법 크고 말이야!”

염대철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대며 말했다.

“제국의 기병 대장 답게 말을 오래 타서 그런가 허벅지랑 다리도 엄청 탄탄하구만.”

“애 낳은 여자 같지 않게 군살도 없고, 이정도면 첩으로 데리고 살아도 괜찮은 몸매 아닌가?”

다른 귀족들이 옆에서 그녀의 벗은 몸을 마구 만지며 낄낄거렸다.

염대철이 다시 일어서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벌써 안에 쌌는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그녀의 하얀 머릿결을 움켜쥐고 귀두에 묻은 하얀 정액 찌꺼기들을 닦아냈다.

“자, 돌아가면서 마음껏 맛보시게들~”

그 다음 순서의 귀족 놈이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백사는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녀의 젖가슴을 손에 쥐고 입으로 빨며 자신의 것을 그녀의 몸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염대철은 간만에 여자의 몸을 맛본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벗어 놓은 바지를 추켜올리고 갑주를 집어 입으려는 중이었다.

함께 있는 귀족들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중년의 도깨비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대장을 죽인 뒤 시신을 그들 가족에게 가져다주는 게 원래 우리 계획 아니었소?”

“그렇소. 지금도 그 계획은 변함없소만?”

“우리가 이렇게 대장을 범하고 나면, 나중 그 가족들이 시신을 받았을 때 공연히 꼬투리 같은 거 잡히는 거 아니겠소?”

“꼬투리? 우리 씨를 잔뜩 받고 임신되는 거 말이오? 실컷 맛만 보고 애가 들어서기도 전에 죽일 건데 무슨 상관이 있겠소?”

“아니, 이렇게 여러 남자들에게 거칠게 돌려진 여자들의 그 부분에는 필히 상처나 흔적 같은 게 남겨지기 마련이거든. 가족들이 시신을 받아 봤을 때, 염하기 전 주의 깊게 보기라도 한다면 충분히 그런 흔적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

“죽기 직전 율도 놈들에게 윤간당한 것 같다고 둘러대면 되지.”

염대철이 별 일 아니니 걱정 말라는 말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차피 거짓말 할 건데 몇 가지 거짓말이 더 들어간다 해서 달라질 게 무어가 있겠소? 행여나 귀공의 말대로 그 흔적들 때문에 우리의 거짓말이 들킬 우려가 있다면, 저 년의 머리나 팔 다리만 베어 가족들에게 가져다주고 몸뚱이는 버리면 되지 않겠소?”

그는 중년 도깨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다른 귀족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들이 백사를 겁탈하는 장면을 즐거운 표정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 오후 12시, 율도 백화 대원수부

강운예의 출정 명령이 떨어진 이후, 1군단, 3군단 등 이번 원정에 동원된 대원수부 직속 부대들은 단 1주일 만에 모든 출정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내일이면 대월국으로의 진군하게 된다.

강운예는 저녁 즈음 미리 평연당에 들러 아내 이소영과 딸 예은에게 다녀오겠다, 인사를 하고 왔다.

이소영은 큰 딸이 가출한 마당에 다인(남편)마저 전쟁으로 잠시 자신의 곁을 떠나있게 되었다는 설움에 감정이 북받쳤던지, 강운예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통곡하며 그를 절대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다소니(아내)를 간신히 달래고 다시 대원수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강운예는 마지막 출정 준비 사항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남부와 서부의 일은 총참모장이 잘 처리해 두겠지.’

그는 이제 무수막 고원 국경지대의 44교도사단이 파림의 두 차례 공격을 모두 완벽하게 격퇴했다는 보고서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이후, 파림은 어쩐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군세를 뒤로 물리지도 않고 있었다.

마치, 남쪽에 있는 율도군들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 두려는 움직임과 같았다.

서쪽 주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파림처럼 직접적으로 율도의 국경을 공격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들 역시 국경 일대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었다.

주나라는 율도처럼 상비군을 많이 두고 운용하지 않는 대신, 필요에 따라 양인과 노비들을 차출해 군사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어떤 나라와도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있는 주나라가 양인과 노비들을 관아로 불러들여 무장을 시키고 율도와의 국경이 있는 제후국으로 계속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강운예가 오늘 들어온 흑영단의 첩보를 읽어보니, 최근까지 주나라 각지에서 징집된 병력들의 수가 무려 12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12만 명의 병력들 중 7만에 이르는 군세가 율도와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제후국, 동주, 위, 연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만은 북주로 향하고 있다고...... 이건 또 왜 그런 거지?’

북주라면 대동 대륙 서북쪽 끝에 위치한 주나라의 제후국으로, 북주 해협 바다 건너의 제후국 진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주나라와의 국경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율도 서부 육군 2군의 총병력은 13만 명에 달한다. 정말로 우리와 대적하려 하는 거라면 주나라 각지에서 간신히 긁어모은 12만 병력 모두를 우리와의 국경 지대로 보냈어야 했을 터. 그런데 왜 5만을 따로 때서 북주로 보냈단 말인가?’

주나라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속부관이 들어왔다.

보통 집무실 밖에는 여무사들이 대기하곤 했지만, 늦은 밤인지라 모두 숙소로 돌려보내고 전속부관만이 남아 그의 수발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부인께서 오셨습니다. 안으로 모실까요?”

작은 부인이라면, 예은의 모친인 소실 한유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강운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여보내게.”

잠시 후, 무릎 위까지 오는 단정한 검은색 치마에 하얀색 비단 상의를 입은 한유리가 검은색 비단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녀는 아직도 20대 시절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전속부관이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너울을 벗고 강운예에게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아리랑 출신답게, 이소영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의 여인이었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거지?”

다소 무뚝뚝한 그의 물음에, 그녀가 애써 태연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내일이면 대월국으로 출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가시면 또 오래도록 당신을 뵙지 못할 거 같아, 용기 내어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워하지 말아주세요.”

“그럴 일 없으니 걱정 마. 업무가 많아 너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없을 거 같아 미안하군.”

그는 그녀가 관심 없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고 다른 보고서를 집어 들고 읽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앞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예나에게 대월국의 왕자님을 짝지어 주실 거라 들었습니다. 오늘 오며 그 점에 대해서도 꼭 당신께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어서......”

“예나와 대월국 7왕자와의 혼인은 결정된 것이 아직 아무것도 없으니, 미리 그런 감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만? 결혼이란 것이 두 사람 모두 좋아야 하는 것이지, 어찌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단 말인가?”

퉁명스럽고 쌀쌀맞은 말투,

평상시 영부인 이소영이나 다른 가족들을 대하던 것과는 분명 다른 태도였다.

한유리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아직...... 그 일로 저를 용서하지 못하고 계신 건가요?”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마라. 예나를 생각해서라도, 나도 그 일은 잊고 살고 있으니.”

한유리가 그녀의 책상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그를 정면에서 한 번 마주 보고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엎드렸다.

“그 일에 대해 다시 용서를 빌라 하신다면, 이 이상의 짓을 해서라도 당신께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시고, 그 일이 있기 전과 같이 대해 주실 수 없을까요?”

“네가 한 짓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숨겨둔 채, 나만 알고 속으로 삭히며 지금까지 살아 왔다.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한 용서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그의 말은 조용하면서도 엄숙했다.

강운예의 책상 앞에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엎드려 벌벌 떨고 있던 한유리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기 시작했다.

“무슨 짓인가?”

강운예가 이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리라도 지르면 밖에 있는 전속부관이나 적영단 무사들이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뛰어 들어왔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될까봐, 차마 목소리를 크게 낼 수도 없었다.

그의 말에도, 그녀는 거침없이 입고 있던 모든 옷을 벗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의자 앞까지, 속옷조차 입지 않고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앞에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무릎 꿇고 엎드리고는, 두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붙잡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영부인처럼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지체 높은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용서를 구하는 방법은 잘 몰라요. 이렇게 부끄럽게 벌거숭이가 되어서라도 제발 당신이 제 진심을 알아주셨으면하는 바람 뿐이에요! 당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이렇게 알몸의 노예로 살라 해도 그리 할께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당신이 제게 주신 모든 것들을 다 내놓고 빈털터리 거지가 되라 하셔도 그리 하겠어요! 당신의 용서를 받기 위해서라면 평생 당신의 하녀로 살아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제발 절 다시......”

“첫째, 내가 만든 율도에서는 노예나 지위, 계급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둘째, 네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빼앗아 갈 생각도 없고, 셋째, 평연당에 일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어. 네가 평연당에 일한다고 하면 영부인이 부담스러워 할뿐이야. 더는 부질없는 소리 하지 마라.”

그의 냉담한 말에도,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럼 부디 이번 원정 가시는 데라도 데리고 가 주세요! 원정길에서라도 하녀처럼 당신을 모실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그렇게라도 제 죄를 씻을 수 있게, 부디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전쟁 나가며 하녀를 데리고 다닐 생각은 없어.”

“저를 처음 거두신 것도 전쟁 중의 막사 안이셨잖아요?”

그녀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에 강운예도 옛 기억이 떠오른 듯 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강운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말했다.

“옷 입어. 집에 가서 바로 짐 싸서 오고.”

한유리는 가슴 벅찬 얼굴로 그의 손에 수없이 입을 맞추었다.

그런 그녀를, 강운예는 아무 감정 없는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다시 그의 책상 앞으로 가 벗어 놓은 옷을 집어 입기 시작했다.

그녀가 옷을 거의 다 입었을 때, 강운예는 밖에 있는 전속부관을 호출했다.

“작은 부인을 댁까지 모셔다 드렸다가 다시 이리로 모셔와 주게나. 그녀가 이리로 가져오는 짐이 많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고. 그리고, 가면서 평연당 집사 좀 이리로 불러주겠나?”

한유리는 강운예에게 여러 번 허리를 조아려 인사한 후, 전속부관을 따라 급히 집무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