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대동력 9,994년 5월 33일 (3)
* * *
오전 13시, 율도 청북도 일대
덩치 큰 사내놈은 예린의 엉덩이를 잡고 다시 반대로 뒤집었다.
이제 예린은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어올린 채 얼굴과 가슴을 바닥에 대고 꼴사납게 엎드려 있게 되었다.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것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타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놈은 잠시 손으로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더니,
이어서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들고 옆으로 힘껏 벌렸다.
“히, 히긋!”
예린의 목소리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놈은 손으로 엉덩이 사이를 넓게 벌리고는, 그 안에 혀를 깊숙이 집어넣고 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 안 돼, 하, 아, 아아......”
이제 예린은 입 밖으로 혀를 내민 채 헐떡이고 있었다.
사내놈이 혀를 움직이는 대로, 몸도 같이 이리 저리 흔들렸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서 입을 때었는데도, 그녀의 엉덩이는 마치 발정 난 암캐가 꼬리를 흔들듯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놈은 킬킬거리고 웃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철썩!
“하악!”
“이 년 아까까지 도도한 척 하더니 이제는 박아달라고 강아지 마냥 방댕이를 흔들어대네? 그래, 너도 나랑 하고 싶지? 하고 싶어 죽겠지?”
“......”
“하고 싶으면 한번 나한테 애원해봐. 제발 박아달라고, 네 보지에 이 몸의 위대한 좆을 박아달라고, 네 처녀보지에 이 몸의 씨를 뿌려달라고 어디 한번 애원해보란 말이다!”
“......”
예린은 이를 악물고 있었다.
하지만 거칠어진 그녀의 숨결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말 안 해? 쳇, 하기 싫으면 하지 말거라. 어차피 니가 아무 말도 안 해도 나랑 오입질하게 될 팔자니까. 큭큭큭. 자, 그럼 지금부터 나랑 신나게 쿵짝쿵짝 떡이나 쳐볼까?”
놈은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음문에 대고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 하악, 아, 안 돼......!”
예린이 몸을 흔들어대 봤지만 소용없었다.
놈은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꽉 붙들고는 자신의 것을 그녀의 몸속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그 때였다.
빡!
“크헉!”
사내놈의 눈앞에 별이 반짝이고, 온 세상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놈은 자신의 것을 예린에게 꽂아보지도 못하고 한 손으로 머리를 잡고는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어느 틈엔가 정국이 손과 발에 묶인 밧줄을 풀고 사내놈의 뒤로 다가와 머리에 발차기를 날려버린 것이다.
얼마나 거칠게 밧줄을 끊어낸 건지, 밧줄이 묶여져 있던 팔뚝 부위는 살가죽이 다 벗겨져서 피가 뚝뚝 흐를 정도였다.
정국은 쓰러진 사내놈에게 다가갔다.
그는 얼굴은 격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놈의 머리를 꽉 잡고는 그의 얼굴에 팔꿈치를 마구 내리 찍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얼마나 때렸을까,
사내놈의 얼굴은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그러졌다. 코가 있던 자리는 납작해졌고, 이마는 마치 망치에 맞은 것처럼 움푹 움푹 패여 있었다. 입 안 가득 피가 고여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빨도 여럿 깨지고 빠진 것이 틀림없었다.
“예린아!”
정국은 놈의 몸뚱이를 집어던지고, 다급히 그녀의 손발에 묶인 밧줄을 풀어 주었다.
밧줄에서 풀려난 예린이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정국아!”
예린은 울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도망가자...... 자, 어서 나가자.”
정국은 예린의 손을 잡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은 잠겨있었다. 밖에서 빗장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정국은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더니, 문을 향해 달려들어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무에타이의 플라잉 니킥과 같은 동작이었다.
콰직!
빗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나무 문 일부가 부서져 뻥 뚫려버렸다. 정국은 그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빗장을 벗기고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까 그 덩치 큰 사내놈이 모두 쉬라며 다른 곳으로 보내놓은 덕에 이들의 탈출을 막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담을 뛰어넘어 인근에 있는 숲이 우거진 산이 있는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둘 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 상태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오전 14시, 대월국 서래번 서쪽 경계 일대
붉은 갑주를 입고 있는 천제국 도깨비 기병 하나가 서쪽을 향해 급히 말을 달리고 있었다.
백사가 동금이 있는 본대로 보내는 전령이었다.
그가 쏜살같이 말을 달리고 있을 때, 아득히 먼 곳으로부터 바람을 찢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푸슉!
성인의 팔뚝보다 조금 짧은 길이의 화살이 그의 목을 꿰뚫었다.
편전,
통아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 만든 덧살, 편전을 쏘기 위한 보조 도구)에 넣고 활로 쏘거나 쇠뇌를 이용해 발사하는 작은 크기의 화살이었다.
편전에 맞은 천제국 도깨비 전령은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갑자기 주인을 잃은 말은 죽은 주인 곁은 맴돌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도깨비 전령이 쓰러진 곳으로부터 100보 가량 떨어진 숲속에서, 무언가 수풀을 해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검은 갑주를 입은 삼십 여명의 율도군 기병 무사들이었다.
그들 뒤로 십여 명의 도깨비 무사들도 함께 따라 나왔다.
진미령과 흥원번의 무사들이었다.
“어찌 이 먼 거리에서 말을 달리는 상대를 화살 한 대로......”
“율도군은 활로 10수 (활쏘기 1수는 화살 5대 쏘기, 10수면 50대 쏘기) 를 쏘아 누가 더 많이 맞추나 내기를 하면 가장 못 쏘는 자도 45대를 맞춘다던데, 이 말이 허언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도깨비들은 율도군의 활솜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흥원번 무사들과 함께 있는 율도군들은 진미령과 함께 환강산성이 있는 호문으로 이동하던 중, 이 전령을 발견하고 바로 사살해 버린 것이다.
며칠 전, 진미령은 2군단장 박윤수 중장을 찾아가 아버지 흥원공의 생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무사들과 함께 호문의 환강산성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윤수 중장은 흥원으로부터 호문에 이르는 길은 아직 반란군들이 점령하고 있어 위험하다며, 안전한 흥원성에서 좀 더 기다려 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진미령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박윤수 중장은 일단 그녀와 흥원의 무사들이 율도군의 통제를 받아 함께 이동하다가, 호문까지의 길이 안전하다고 확인될 때 그때 호문으로 향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녀와 흥원 무사들은 박윤수 중장이 이끄는 주력군과 따로 움직이며 호문이 있는 동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진미령은 율도군 기병 지휘관과 함께 화살에 맞아 쓰러진 도깨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니 이것은, 반란군이 아니라 천제국으로 넘어간 타깨비가 아니오?”
진미령은 전령이 걸치고 있는 붉은 갑주가 어느 나라 부대의 것인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대월국에 난이 일어난 틈을 이용해 천제국이 영토를 넓힐 생각으로 군대를 보냈다던데, 그들이 벌써 이 부근까지 진출해 있나 봅니다. 호문으로 가는 길의 적정을 다시 살펴야 할 것 같으니, 오늘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기병 지휘관이 주인 잃은 말의 고삐를 잡아 쥐며 말했다.
“천제국의 군대가 대체 언제 우리 대월국으로 들어왔기에 벌써 여기까지 왔단 말이오?”
“우리도 그간 흥원을 안정시키고 반란군들 상대할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군단장께서는 흥원으로 들어오는 반란군을 맞아 싸우러 가셨다 하지 않았소? 반란군에 천제국군까지 상대하려면 벅차지 않겠소?”
“우리는 율도군입니다. 상대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걸어오는 싸움은 절대 피하지 않습니다.”
기병 지휘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조한 말투로 대꾸했다.
율도군 기병 무사들이 죽은 전령의 품을 뒤져 전령서를 찾아 지휘관에게 건넸다.
“무슨 내용인지 나도 알 수 있겠소?”
진미령의 물음에, 지휘관은 전령서를 끝까지 훑어본 후 자신의 갑주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천제국 장수가 반란군에 보내는 글입니다. 양측이 이미 오래전부터 소통하고 있었나 보군요.”
“반란군이 천제국과? 반란군들 따위가 무슨 수로?”
진미령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화살 한대로 천제국 전령을 쏘아 맞춘 율도군 기병 무사가 적이 가지고 있던 갑주와 무기, 말과 마구를 모두 전리품으로 얻었다.
그가 전령이 타고 있던 말에서 안장을 풀어낼 때였다.
이상한 것 하나가 진미령의 눈에 들어왔다.
천제국 전령의 말 안장에는 식량이 든 가죽 주머니 세 개가 달려 있었다.
‘어찌하여 저 주머니에 우리 왕가의 문장이 그려져 있는 거지?’
그 주머니들은 모두 낭아봉과 장자검을 든 두 마리 호랑이, 대월국 왕가의 문장이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이것은 국왕군이 천제국군들에게 지원해준 식량이었다.
오후 15시, 대월국 서래번 동쪽 경계 일대
이제 흥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 다다랐을 때 즈음, 선두의 기병들이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백사는 부대의 이동을 잠시 멈추고 부하들의 안내를 받아 직접 현장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최소 수천 마리 이상의 말들이 분주히 오고간 듯 한 말발굽 자국들이 어지러이 남아 있었고, 철조망을 치기 위해 땅에 박았던 나무 지지대들의 흔적, 거마창 등 장애물들을 만들다 만 것, 심지어 위장된 구덩이 함정 수십 곳과 포를 거치 시켰던 것으로 보이는 진지들도 남아있었다.
“대규모 부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주둔했었던 것도 아니고, 서쪽에서 오는 적을 맞아 매복하고 기다리던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백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지형을 둘러보면 이곳이 얼마나 군대가 매복해서 숨기 안성맞춤의 장소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장애물을 만드는 방식이나 매복을 하는 방식이 두억시니들이 해오던 것들과 너무 다르다. 국왕군이나 반란군 모두 이 근처에 있을 리 없다. 그럼 남은 건 하나 뿐......’
백사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놈들이 이곳에 있다가 간 것이다.”
“놈들이라 하시면?”
“......율도놈들.”
백사는 급히 전령대의 대장을 호출했다.
“......본대로 보낸 전령들은?”
“아직 모두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본대로부터의 전령은?”
“이틀 전부터 우리 부대에 당도한 이는 없습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굳기 시작했다.
“......전군, 현 시간부로 행군 중지.”
“하오면, 본대와 합류하지 않는 겁니까?”
부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진형을 편다. 어린진 (물고기 현태의 진형, 주로 적의 종심을 돌파하거나 적은 수의 부대가 적의 포위를 뚫고 이동할 때 사용한다)이다. 전군, 전투 준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