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대동력 9,994년 5월 33일 (2)
* * *
오전 8시, 대월국 서래번 일대
두억시니는 영록을 쓰러뜨리고 달아나려는 모양이었다.
항상 영록의 곁을 지키던 성시우 대위와 군경 여단 무사들은 마침 그와 10보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루한!”
두억시니가 영록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본 성시우 대위가 대경실색해서 권총을 뽑아들며 소리를 질렀다. 다른 군경 여단 무사들도 총과 군도를 빼어들고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두억시니의 도끼는 영록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영록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철편을 머리 위로 비스듬히 들어 올리며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끼리릭!
소름끼치는 쇠 긁히는 소리,
두억시니가 내리친 도끼가 철편에 막히며 미끄러졌다.
“훅!”
영록이 입으로 거세게 날숨을 내쉬었다.
그와 함께 양손에 들고 있던 편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왼손의 철편이 두억시니의 왼쪽 허리를,
오른손의 철편이 두억시니의 왼쪽 머리를 강타했다.
다시 왼손이 도끼를 들고 있는 두억시니의 오른팔을,
오른손이 두억시니의 오른쪽 머리를 타격했다.
너무 순식간에 이어진 공격이라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영록이 두억시니의 어디를 어떻게 몇 대나 때렸는지도 정확히 보지 못할 정도였다.
철편에 얻어맞은 두억시니가 손에 쥔 도끼를 떨어뜨리며 비틀거렸다.
그 때,
“허윽!”
두억시니가 왼손을 뻗어 영록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투구의 넓은 챙이 아니었다면 단박에 그의 머리가 찌그러졌을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영록이 손에 들고 있던 편곤을 놓고 권총을 꺼내 두억시니의 얼굴에 총구를 갖다 댔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약실이 모두 빌 때까지, 영록은 쉬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성시우 대위와 군경 여단 무사들도 달려와 두억시니의 머리와 얼굴에 대고 총을 쏘았다.
탕! 탕! 타당! 탕! 타당! 탕! 탕!
총에 맞은 두억시니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구멍이 뚫려 버렸다.
수십여 개의 구멍에서 피와 뇌수들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육중한 시체 덩어리가 쿵, 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두억시니의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성시우 대위가 영록 앞에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마루한!”
다른 군경 여단 무사들도 모두 땅에 엎드렸다.
그들 모두 마루한이 두억시니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하오나......”
“괜찮습니다. 제가 괜찮으면 된 것입니다.”
영록은 성시우 대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군경 여단 무사들도 하나씩 손을 잡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저는 여러분들을 단 한 번도 나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전쟁에서 저와 함께 생사를 같이 하며 함께 싸우는 동료들입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싸워주신 것에 감사드리려던 중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 앞에 무릎을 꿇어야할 만한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 저와 함께 싸워 주셨으면 합니다.”
영록은 무사들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눈을 마주치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무사들은 어려보이기만 했던 영록의 의외의 말에, 모두 감읍해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루한께서 두억시니를 잡았다! 마루한께서 두억시니를 잡았다!”
율도군 기병 무사들이 이를 보고 함성을 질렀다.
영록은 투구를 벗어 자신에게 환호하는 무사들을 향해 답례하며 웃어 보였다.
갑작스럽게 기습당한 충격이 남아 있는지, 투구를 들고 있는 손이 아직도 살짝 떨리고 있긴 했지만,
이제 그도 점점 담이 커지는 듯, 금세 여유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율도 무수막 고원 남쪽 국경지대
아침 해가 뜬 후에도 파림군은 토성을 향해 공성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포격전을 통해 율도군 토성에 큰 타격을 입히지도 못한 상황에서 병력만 내보냈다가는 어제보다 더 큰 희생만 당할 뿐이란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쌍방 간의 포격전으로 파림군의 포병들은 큰 타격을 입은 듯 했다. 햇빛에 드러난 적의 포진지에는 수백의 병력들이 부서진 포의 잔해를 수거하고 있었다. 멀쩡하게 거치되어 있는 포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뿐이었다.
적의 공격이 주춤한 사이, 최기는 상급 부대로 급히 전령을 보냈다.
수거한 적 포탄을 근거로, 파림군이 천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화포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그의 보고는 금세 44교도사단 본부까지 전해졌다.
사단에서는 즉시 정찰대를 침투시켜 이를 확인해 보겠다고 알려왔다.
그와 함께 다른 부대들의 이동 상황이 전해졌다.
“후방에 있던 13군단과 18군단이 국경을 향해 이동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대원수부에서 아예 국경을 넘어 파림을 짓밟을 계획을 하고 있나 봅니다.”
최기는 태상국이자 전군 대원수 강운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강운예가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사람, 자신의 세력을 먼저 건든 이를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고 그냥 놔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흐른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국가 간의 원한은 반드시 그 이상으로 보복하고 보상까지 받아내고야 만다는 것, 이와 같은 외교정책은 다른 나라들이 감히 율도에 대적할 생각조차 못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파림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었군. 태상국은 앞으로 영원히 파림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망원경으로 보니, 적들이 자신들의 진영 주변에 땅을 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참호를 파고 진지를 만드는 중인 듯 했다.
하지만 최기가 보기에는, 지금 그들이 참호를 파는게 아니라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었다.
오전 13시, 율도 청북도 일대
공물론자들은 창고 안과 문 밖에 한 명씩 의자를 두고 앉아 예린과 정국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창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예린은 자신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벗은 몸을 쳐다보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녀는 정국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정국은 자신의 몸으로 예린을 가리고는 혹시 이놈들이 예린에게 허튼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밤새 뜬 눈으로 지새웠다.
“이만 교대하지. 가서 쉬게”
문이 열리고 덩치 크고 간사하게 생긴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벌써 그리 되었나?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
“당원 동지가 잠시 자리를 비웠네. 그 사이 가서 푹 쉬다 오게.”
“고맙네, 괜히 나 생각해주느라 자네가 제대로 못 쉬는 거 같아 미안하구만.”
“미안하긴, 괘념치 마시게.”
지금까지 두 사람을 감시하고 있던 남자가 창고 문을 닫고 나가자, 덩치 큰 사내는 만면에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당원 동지 돌아오기 전까지, 저 년이랑 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가 킬킬거리며 예린이 있는 곳으로 건들거리며 걸어왔다.
“그럼 어디, 율도 높으신 양반 딸년의 보지맛은 어떨지 한 번 따먹어볼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정국이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냐? 밖에 누구 없소? 안에 있는 자가 우리에게 해코지하려 하고 있소!”
하지만 아무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덩치 큰 사내가 문 밖에서 감시해야 하는 사람도 푹 쉬고 오라며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린 것이다.
“사내새끼가 시끄럽기는, 넌 입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
덩치 큰 사내가 정국의 배에 발길질을 했다.
“헉!”
손발이 꽁꽁 묶인 정국은 피하지도 못하고 배를 강하게 걷어차였다. 그는 그 충격으로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이년 봐라? 몸이 제대로 물이 올랐네? 너 몇 살이냐?”
사내는 킬킬거리며 예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디를 만지려고? 저리 안 치워?”
예린이 이를 악물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그럴수록 놈은 입안에 군침이라도 도는 듯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튕기니까 더 귀엽네? 그래, 그렇게 더 튕겨봐.”
그가 갑자기 예린의 머리채 움켜잡았다.
“꺄악!”
놈은 예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그 자리에 엎드리게 만들고는, 그녀의 등 위로 올라타고 앉았다.
사내의 두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이 년 젖통 실한 거 봐라. 너 빨가벗길 때부터 알아봤지만, 진짜 탱탱한 가슴을 가졌구나?”
놈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가슴을 한참동안 주물럭거렸다.
갑자기 그가 예린의 엉덩이 쪽으로 돌아앉았다.
“나만 즐거우면 안 되겠지? 그럼 네년도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주지. 이거 한번 맛보면 넌 이제 끝이야, 큭큭큭.”
사내의 손이 예린의 엉덩이 골을 타고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가락 두개로 그녀의 음문사이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손 때, 이 새끼야! 죽여 버리기 전에 손 때!”
“죽여? 니 년이 날? 이제 조금만 있으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할거다. 뭘로? 내 좆으로 말이지!”
사내의 손이 속도를 내어 격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던 예린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 아학, 뭐, 뭐하는...... 손, 그 손 못 때? 손......”
“니년도 좋아 죽을라고 하면서 왜 아닌 척이냐? 니 황족 애인이 보고 있어서? 큭큭큭.”
“손 치워 미친놈아...... 아, 하악......”
“손으로 쑤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밑이 흥건하니 질질 싸기나 하는 년이 뭐? 니 보지는 좋다고 이렇게 난리 났는데, 아니라는 거냐?”
사내는 자신의 손을 예린의 얼굴에 슥 문질렀다. 그의 손에 묻어 있던 축축한 물기가 그녀의 얼굴에 와 닿았다.
그녀의 호흡은 더욱 가빠지고, 얼굴은 새빨개지고 있었다.
“이 년 몸 달은 것 좀 보게? 남자를 아는 년이었나? 반응이 진짜 빨리도 오네?”
사내는 예린의 몸을 바르게 돌렸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
커다란 덩치에 불룩하게 나온 뱃살.
그 아래 시커먼 성기가 불뚝 솟아 있었다.
놈은 그녀의 배 위에 올라타고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흠, 흐윽!”
예린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의 혀가 예린의 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예린의 입속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예린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사내의 더러운 혀가 들어오지 못하게 이를 악물었다.
놈은 이번에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귓불을 입으로 빨고 혀로 핥았다. 사내의 더러운 숨결이 닿을 때마다, 예린의 교성도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사내의 입술을 그녀의 목과 쇠골을 지나 가슴으로 내려왔다. 놈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그녀의 왼쪽 젖꼭지를 입으로 빨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히읏!”
놈의 혀가 예린의 분홍빛 유두를 희롱할 때마다,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때, 이제 너도 하고 싶지? 그치? 너도 나랑 하고 싶어 미치겠지?”
사내가 예린의 묶여있는 두 다리를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까악!”
그녀의 아랫도리 은밀한 두개의 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직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듯, 두개의 문 모두 깨끗한 연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놈은 혀를 길게 내밀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하, 하아아아악......!”
예린이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지르며 몸을 떨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가엔 침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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