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72화 (72/217)

〈 72화 〉 대동력 9,993년 14월 3일 (3)

* * *

­ 오후 10시, 대월국 성산번 성산성

유경패는 영록, 예린, 진효명을 보호하고 있는 검은 옷 무사들의 선두에 서서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날 오후 진효명이 이끄는 왕실 친위대가 성산성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곧장 흑영단 소단주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였다.

사실 소단주는 왕실 친위대의 이동 소식뿐 아니라 다른 번의 번군들도 성산을 향해 이동 중이라는 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소단주는 성산에 잠입해 있던 4군단 소속 제 3 분견대장 주혁과 그의 대원들과 함께 마루한과 영애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대병력이 성산으로 집결하기 시작하자 예정했던 날짜보다 앞서 구출 작전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소단주는 유경패를 주혁의 제 3 분견대에 합류시켰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성산성을 드나들 수 있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산성도 다른 성이나 요새들처럼 비밀 통로가 있어요. 전임 성산백은 이 길을 자신의 애인들을 몰래 성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곤 했지요. 그 덕분에 이 길의 존재가 우리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성산성 본성의 지하로 바로 연결된 이 비밀 통로를 통해, 유경패와 4군단 무사들이 무사히 안으로 잠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빠져나갈 때도 이 길을 통해 나가려는 중이었다.

지금 번군들은 본성 밖에서 아직 살아 있는 왕실 친위대 무사들을 찾아 죽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본성 안쪽과 지하에 도깨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한참을 내려가자 물건들을 쌓아놓은 수납장이 여러 개 붙어있는 창고가 나왔다. 유경패가 손가락으로 그중 한 수납장을 가리키자 4군단 무사들이 다가가 이를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수납장이 스르르 옆으로 밀리며 마치 동굴처럼 생긴 통로가 나타났다.

유경패가 영록에게 말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루한, 혹시 대동으로 오실 때에도 이런 길을 따라오셨나요?”

영록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 물에 빠졌다가 눈 떠보니 대동이었는데요?”

유경패는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영록을 바라보았다.

심운보는 구천락, 여개 등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중이었다.

그들이 4층으로 내려왔을 때, 오른팔이 잘린 채 피투성이가 된 곤마가 계단 아래 쓰러져 있었다. 구천락이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냐! 누가 이런 것이야?!”

구천락이 곤마를 바로 눕히며 소리쳤다. 곤마는 피를 많이 흘렸는지,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부여잡고 간신히 입술을 움직이며 말소리를 내었다.

“검은 옷을 입은 놈들이 갑자기...... 마루한도...... 영애도...... 왕자도...... 비급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심운보가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얼굴로 소리쳤다.

“대체 이 판국에 어떤 놈들이 내 성으로 들어와 마루한과 영애를 데려갔단 말이냐?!”

그가 여개에게 명했다.

“가서 명활성주에게 성에 침입자가 들어와 마루한과 영애를 납치해 갔으니 당장 성문을 걸어 잠그고 성안을 샅샅이 수색하라 전하라!”

여개는 명을 받자마자 본성 밖으로 뛰어나갔다.

­ 오후 12시, 대월국 성산번 번주 직속 영지

성안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마루한과 영애, 7왕자는 물론 침입자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목건주와 번군들은 이제 성산성 주변 영지 내의 마을로 내려가 객잔과 여관 등을 뒤지고 있었다.

비밀 통로를 통해 안전하게 성산성을 빠져나온 일행은 흑영단의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경패의 숙소로 몸을 피해 있었다. 이곳은 여러 가정이 함께 모여 사는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그 중 유경패의 숙소는 밖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맨 위층 3층의 북쪽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4군단 무사 몇몇이 조심스레 창밖의 상황을 감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번군들은 아직 민가까지 뒤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숙소는 제법 널찍한 편이었지만 마루한과 영애, 대월국 7왕자는 물론 십여 명의 4군단 무사들까지 들어오자 금방 꽉 차 버렸다. 무사들은 진효명을 작은 방에 따로 가두어 감시했다. 영록은 무사들과 함께 있었고, 예린은 유경패가 침실로 사용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옷은 탈출할 때 불편할 거예요.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유경패는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옷을 벗어 예린에게 주었다. 옷을 벗으니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예린은 그녀의 몸을 보고는,

‘이 언니, 얼굴도 그렇고, 몸도 되게 야하게 생겼네. 가슴도 우리 엄마만 한 거 같기도 하고.’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월국의 예복을 벗으며 잠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한숨을 지었다.

‘나도 분명 엄마 딸인데, 왜 내 가슴은 엄마처럼 크지 않은 거지?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니, 나보다 어린 예은이도 나보다는 더 큰 거 같던데, 왜.......? 설마, 이게 바로 아빠가 말하던 유전의 힘? 내가 엄마보다는 아빠랑 더 닮아서 그런 거라는.......? 아니, 그건 안 돼! 나도 여자인데 몸은 엄마를 닮아야지, 아빠 닮으면 안 되는데~!’

갑자기 큰 키에 근육질 몸을 가진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린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찡그리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예린이 검은 옷으로 갈아입자, 역시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유경패가 그녀의 머리에 꽂은 장신구들을 빼주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예린의 얼굴과 머릿결을 닦아 주었다.

“잘 훈련된 추격자라면 분과 향유 냄새만으로도 영애의 흔적을 뒤쫓아 올 수 있어요.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세요.”

유경패는 예린의 머리를 정성스레 닦아주고, 다시 빗으로 곱게 빗겨 주었다.

예린이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 아까 물어보려고 했던거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흑영단 맞죠?”

유경패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면 태상국에게 모든 걸 다 들을 테니 더는 숨길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곁에는 대월국의 왕자도 없었다.

“네, 전 흑영단이 맞아요. 하지만 밖에 있는 무사들은 흑영단이 아니라 4군단 무사들이랍니다.”

“아, 아빠가 보내는 죽음의 사자들이요? 그분들까지 우리를 구하러 왔던 거군요. 우와......!”

두 여자는 짧은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예린은 자신도 경무관, 국무관을 졸업하고 무관으로 임관하고 싶고, 4군단이나 흑영단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경패는 자신도 한때 무관이 꿈이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대신 흑영단에 들어오게 되었다며, 영애는 반드시 무관이 되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니, 언니 이름은 뭐예요?”

“흑영단은 자신의 이름이나 나이, 고향, 자신의 신상에 대한 것은 무엇이든 절대 밝히면 안 된답니다. 그게 흑영단의 규율이에요.”

“그래도 언니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요. 여기 대월국에서 활동할 때 쓰는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잠시 망설이던 유경패가 입을 열었다.

“......진채연이라고 해요.”

이 말을 들은 예린이 화들짝 놀랐다.

“그 이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그 이름 가진 사람이 있는데, 혹시 같은 사람은 아니겠죠?”

“영애가 알고 있는 진채연도 무관인가요? 제 나이 정도 되는? 칼보다는 월도나 장병기 쓰는 거 좋아하는?”

“네, 딱 맞아요.”

유경패는 한숨을 내 쉬었다.

“걔, 진채연...... 잘 지내고 있나요?”

“지금 대원수부 백영단에 있어요. 우리 엄마 호위 무사 일을 맡고 있죠. 그러다가 엄마가 시켰는지, 저 찾아서 누리마루까지 오기도 했어요. 내가 도깨비들한테 끌려올 때 그 언니가 정국이랑 같이 나 구하려고 달려와 주었는데...... 그 전에 내가 그 언니한테 잘못한 게 있거든요? 그런데도 그 언니는 날 구하려고 사력을 다해 싸워 주었어요. 그 언니랑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유경패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군요...... 사실, 내가 무관이 되지 못하고 흑영단에 들어오게 된 게 모두 진채연, 바로 그년...... 아니, 걔 때문이었죠. 뭐, 지금 흑영단으로 있는 것도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그때 그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활동할 때 주로 걔 이름을 가명으로 쓰고 있어요. 되도록 더럽고 불편한 일을 해야 할 때 말이죠.”

그녀가 말을 이어서 하려고 할 때,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유경패는 예린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유경패는 흑영단 소단주와 4군단 제 3 분견대장 주혁과 함께 그녀의 옷들이 가득 걸려 있는 방에 들어가 앞으로의 탈출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소단주가 말했다.

“현재 태상국께서 대원수부 직속 1군단과 3군단 병력들을 친히 이끌고 대월국 성산번 국경 인근에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확전을 원하지는 않으신다 합니다.”

“아니, 왜죠? 태상국이 이끄시는 2개 군단만으로도 대월국쯤은 손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을 텐데요?”

유경패의 물음에, 소단주가 대답했다.

“내 딸과 마루한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이의 아들딸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말씀하셨다네.”

소단주가 주혁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마루한과 영애를 무사히 구출해 온다면, 나머지 문제는 외교적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또, 현재 대월국 내부 반란 조짐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무리한 군사 행동은 피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국께서 어떤 심정이신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율도는 물론 대동 전체에는 아직도 계몽전쟁의 상흔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많은 무사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

검은 복면을 턱 밑까지 내리고 있는 주혁의 얼굴은 수많은 흉터들로 가득했다. 칼과 창에 베인 상처부터 활에 맞아 깊게 파인 것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전투에 참여했는지, 그가 얼마나 치열한 싸움터에서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듯 했다.

소단주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대월국 국경 밖까지는 우리 힘으로 탈출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다른 번의 군대들이 성산으로 몰려들고 있고, 수색 병력이 언제 이 집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니 시일을 허비할 순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대월국 왕자는 따로 이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다 같이 움직이다가는 추적당하기 더 쉬울 테니 말입니다. 믿고 맡길 만한 대원 셋을 붙여 먼저 출발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고 그것 외에도 도깨비들의 눈을 속일만한 것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소단주가 방에 있던 유경패의 모피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옷 선물한 자가 은허의 금아 상단 단주라 했지?”

“네, 맞습니다. 마침 제가 있는 기루 근처 객잔에 머무는 중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왜 오늘 기루에 오지 않냐고 기별을 보냈던데, 내일 초원길을 따라 대동 서부로 장사하러 떠나야 해서 몇 달간 이곳에 못 돌아온다고, 절 보고 가겠다며 말이지요.”

소단주는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를 보고 싶어 성화인데, 그럼 가서 만나 줘야지. 그리고 말이야......”

소단주의 말에, 유경패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 오후 14시, 대월국 성산번 번주 직속 영지

유경패는 금아 상단 단주와 함께 춘일관을 나와 그가 묵고 있는 객잔으로 들어갔다. 이미 단주는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그는 희희낙락거리는 얼굴로 유경패의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교태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갔다.

살을 에는 추위의 성산 거리와는 달리 객잔의 방안은 따스하고 포근했다. 유경패는 방으로 들어가자 입고 있던 모피를 벗었다. 그녀는 속이 비치는 얇은 옷 한 벌만을 입고 있었다. 옷 사이로 그녀의 커다란 가슴과 갈색 유두는 물론 배꼽 아래 음모까지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단주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단주님, 누우세요. 오늘은 제가 해드릴께요~♡”

유경패는 단주의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그가 침대에 눕자 그녀는 천천히 그의 바지를 벗겼다. 그 안에서 손가락 두 개 정도 두께의 육봉이 튀어나왔다. 한참 흥분한 것 같은데, 빳빳하게 세운 것이 겨우 그 정도였다.

유경패가 그의 것을 손으로 붙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으음~!”

단주의 입에서 벌써부터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살살 눈웃음을 치며 그의 육봉을 혀로 살살 핥기 시작했다. 그의 그곳에서는 찔끔찔끔 허연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그의 육봉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그녀의 혀가 육봉을 부드럽게 휘감아 흔들었다.

“아흐어~ 채연아 살살~ 벌써 쌀 것 같구나, 조금만 천천히~!”

입 안쪽이 육봉에 촥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단주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그의 젖꼭지를 가볍게 건드렸다. 단주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손으로 유경패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크고 단단한 가슴은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았다.

“아앙~ 단주님~♡”

유경패는 몸을 일으켜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녀는 다리를 벌리고 그의 육봉을 손으로 붙잡았다.

“아, 아아~”

천천히 그의 육봉을 음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그녀는 마치 그의 것이 들어오느라 아픈 것처럼, 오만상을 찡그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학, 채, 채연아~!”

단주는 한 손으로 그녀의 큰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녀의 허리가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주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녀는 무릎을 세우고 몸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고, 교성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좋아요?”

“좋아, 응 좋아~! 계속, 계속~!”

경패는 단주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엉덩이를 위아래로 계속 흔들고 있었다.

단주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그는 벌써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학, 채연아, 채연아~!”

“단주님, 너무 좋아요~!”

유경패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 그의 입에 혀를 들이밀었다. 그녀의 입맞춤에, 단주는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

“부탁이 있어요.”

잠자리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늙은 단주가 젊고 건강한 채연에게 오래 버티기는 무리였다. 그래도 채연은 그의 품에 안겨 축 처진 성기를 다정스럽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뭔데?”

“나, 이제 기녀 생활도 지긋지긋해...... 맨날 술 취한 남자들 상대하는 것도 힘들고, 억지로 술 먹으면서 손님들 기분 맞춰줘야 하는 것도 싫어졌어...... 나 그냥 여길 뜨고 싶어요. 나 좀 도와줄래요?”

그녀의 표정에는 괴로움과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단주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너 그럼, 내일 나랑 같이 떠나지 않겠느냐? 어차피 대동 서부로 가는데 몇 주, 거기 가서도 몇 달 있어야 하는데, 내가 서부 가면 집을 얻어 줄 테니 거기서 내 색시 노릇 할래?”

“......할래요. 평생 기녀로 사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나아.”

“그래, 그러자꾸나. 내일 아침 9시 되면 떠날 거니까, 오늘 밤 바로 짐 싸서 나한테 와. 이제 나랑 같이 서부 가서 살자......”

단주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유경패도 웃는 얼굴로 그를 끌어안았다.

그가 입술을 떼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내가 누구 좀 데려가려는데, 괜찮죠?”

순간, 단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누굴 데려가는데?”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친척들. 남자 셋에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에요. 그 정도면 괜찮죠?”

“그럼 지금까지 채연이 그 친척들하고 같이 살았던 거야? 뭐 하는 녀석들인데? 그 녀석들은 일도 안 해?”

단주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월국에서 나 같은 아리랑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어요? 가뜩이나 이런 성산 같은 오지에서 말이죠. 다들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했지만 뜻대로 되는 게 하나라도 있었어야죠. 그래서 이참에 나와 함께 여길 떠나서 새 출발 하려 하는 중이에요. 다른 나라라면 그래도 이곳처럼 심한 차별은 받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

“설마...... 그 녀석들 중에 채연이 기둥서방이 있거나 한 건 아니겠지?”

“기둥서방은 무슨...... 내 서방은 이제 당신밖에 없는데.”

유경패는 갖은 아양을 떨며 단주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래도 단주는 여전히 그녀의 말이 못 미더운 눈치였다.

“혹시, 지금 밖에 시끄러운 거하고 관련된 건 아니고?”

“밖에 시끄러운 게 뭔데? 아이, 참~ 남자가 무슨 의심이 그리 많아요? 나 데리고 살고 싶지 않은 거야? 나 그냥 춘일관으로 돌아가요?”

그녀가 정색하며 침대에서 일어서려 하자, 그가 급히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아냐, 아냐, 무슨 소리! 가긴 어딜 가, 나랑 같이 살아야지~!”

단주는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 유경패는 웃는 얼굴로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워져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