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66화 (66/217)

〈 66화 〉 대동력 9,993년 13월 38일 (6)

* * *

­ 오후 2시, 누리마루 남쪽 숲 일대

구천락의 연락을 받은 성산백 심운보의 본대가 영록과 예린이 붙잡힌 곳에 당도했다. 그들 중에는 정국의 유성금 장검을 빼앗은 추지헌도 포함되어 있었다.

구천락으로부터 마루한과 함께 붙잡힌 여자아이가 율도 태상국 강운예의 친딸이라는 보고를 들은 심운보는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럼, 먼저 붙잡힌 남자아이는 또 누구라 하던가? 설마 태상국의 영식(아들)?”

심운보의 물음에 구천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율도 태상국의 영식이 아니라...... 주나라 황자라고 합니다.”

“주나라 황자? 아니, 율도 태상국의 영애하고 주나라 황자가 대체 왜 여기서 마루한과 같이...... 하아......”

심운보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차피 마루한을 등에 업고 대월국의 왕권을 뒤엎으려면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월국 안에서의 내전도 아니고,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비록 성산번이 대월국 내에서 가장 큰 군사력을 보유 중이라 할지라도, 감히 일국의 군사력과 비교하기엔 분명 크게 모자람이 있었다.

게다가 일이 잘못된다면 대동의 최강국이라는 율도와 서부의 여러 제후국들을 다스리는 패권국 주나라, 이 두 나라가 동시에 전쟁의 상대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율도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인데 주나라까지...... 만일 그리된다면, 성산번은 물론이고 대월국 자체의 존망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과거, 심운보는 계몽 전쟁에 참전해 율도군의 위용을 직접 목격했었다.

당시 성산번의 병력들은 북쪽 거록 두억시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왕명으로 계몽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승지심에 불타던 젊은 시절의 심운보는 당시 번주였던 부친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십여 명의 맹약 무사들만 데리고 전쟁터로 나갔었다.

그때, 그는 현실에서의 지옥을 맛보았다.

심운보는 대월국, 태진, 천제국, 율도 반란 세력 등이 모인 12만 병력의 ‘수호 동맹’군과 함께 당양이라는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이동했다. 당시 동맹군을 저지하기 위해 출진한 강운예의 병력은 2만이 조금 넘는 수였다.

동맹군은 6배에 달하는 병력의 우세를 믿고 당연히 압승을 예상했다.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12만 동맹군은 당양 인근의 이성이란 마을 주변 야산과 벌판에서 3일간 벌어진 전투에서 병력의 2/3를 잃고 참혹하게 패배했다.

당양을 향해 이동하던 동맹군들은 강운예가 직접 이끄는 소수의 병력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그가 단 수천의 기병만으로 12만에 달하는 동맹군의 본대를 공격한 것이다.

이 전투에서 강운예는 율도군의 선두에 서서 가히 만인지적이라 부를 만한 무용을 보여주었다. 온몸을 감싸는 검은색 갑주 위에 붉은색 방풍의 (망토와 유사한 소매 없이 어깨에 걸치는 외투)를 걸친 강운예가 흑마를 타고 다섯 자 (대략 150cm) 길이의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동맹군들의 목은 마치 가을바람에 낙엽 지듯 무수히 떨어져 나갔다.

그의 모습은 본 이들은 모두

‘마루한은 정말 살아 있는 신이였구나. 그중에서 강운예는 분명 전쟁의 신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시간 만에 동맹군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강운예는 기병들을 이끌고 전선을 이탈해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동맹에 참여한 부대들이 각자 전과를 올리기 위해 강운예의 기병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한 부대가 강운예를 사로잡아 공을 세울 욕심에 진영을 뛰쳐나가니 너도나도 따라나섰던 것이다. 이로 인해 동맹군의 대오는 삽시간에 흐트러지고 말았다.

강운예는 미리 계획해 놓은 살상지대 안으로 동맹군들을 유인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강운예가 쳐 놓은 덫 속에 빠져든 수많은 동맹군들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율도군의 야포와 비화포(화차)의 십자포화에 걸려 포탄의 불꽃 속에서 뼈도 못 추리고 사라져 버렸다.

심운보는 바로 이 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대동 천지를 진동하던 포성과 눈부신 폭발의 섬광 속에 수만 병력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 없어졌다. 심운보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함께 참전했던 맹약 무사들 중 살아 있는 이는 단 세 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얼빠진 얼굴로 동맹군 본대로 돌아가기 위해 그곳을 도망쳤다.

그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오자 이번엔 율도군 기병들이 살아남은 자들을 맹렬히 뒤쫓아 왔다. 그들은 마치 동물을 사냥하듯 활과 총으로 도망가는 동맹군들을 하나씩 하나씩 쓰러뜨렸다.

그 순간, 심운보는 자기 자신이 사냥꾼에 쫓기는 산짐승이 된 것처럼 비참하게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산짐승보다 더 무력하기 짝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강운예를 쫓아 나간 병력 중 살아 돌아온 이는 불과 수천에 불과했다.

천신만고 끝에 본대가 있었던 곳에 도착한 심운보는 더욱 참담한 광경을 목격했다.

수많은 병력들이 강운예를 쫓아 이탈한 사이, 또 다른 율도국의 기병들이 대오가 흐트러진 동맹군 본대를 급습했던 것이다.

제대로 진영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 동맹군의 본대는 자신들의 1/10도 안 되는 병력을 가진 율도국의 기병들에게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본대가 있던 곳에는 수습되지 않은 수만 구의 시신들이 까마귀에 뜯어 먹히고 있었다.

전사자들의 무기와 갑옷같이 조금이라도 돈이 될 법한 것들을 주우러 다니는 전쟁터의 부랑자들은 마치 죽은 병사들의 원혼처럼 그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만일 율도와 전쟁이 벌어진다면, 대월국의 모든 군사들은 그때 당양에서 보았던 것처럼 모조리 까마귀밥이 될지도 모른다......’

심운보는 옛 기억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지체하고 있을 순 없겠지.”

그가 무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루한을 찾았으니 이제 모두 야전 군영으로 돌아가자. 가서 모든 짐을 챙겨 성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도깨비들은 쇠사슬에 꽁꽁 묶인 영록과 예린을 말 위에 태웠다. 그리고 도망갈 엄두도 못 내도록 그들 주변을 삼엄하게 둘러쌌다.

마루한을 찾았지만 심운보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져 있었다.

다시 군영으로 돌아가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던 성산번의 도깨비들은 어느 샌가부터 전방의 동정이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본대와 거리를 두고 앞장서서 행군하던 전위대가 있는 방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말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쇠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총소리였다.

본대에 있던 도깨비들이 불안에 떨며 웅성거렸다.

“뭐야?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저 멀리 숲속은 그늘진 어둠뿐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도깨비들을 두렵게 만드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본대의 선두에서 행군하던 비호대에서 두 명의 무사가 전위대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말을 달려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다시 돌아올 줄 몰랐다.

알 수 없는 공포가 도깨비 번군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전군 방어 준비! 창병 앞으로! 노병 뒤로! 대오를 갖춰라!”

심운보가 칼을 빼어들고 냉정한 목소리로 번군들을 지휘했다. 무사들이 번군들에게 호통을 치며 지시에 따라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도깨비들은 나무와 수풀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숲을 향해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무기를 겨누고 서 있었다.

심운보는 전방을 주시하며 진형의 중앙으로 말을 몰아 이동했다. 영록과 예린도 그의 곁으로 보내졌다.

“무슨 일이지?”

영록은 의아하다는 듯 예린을 바라보았다.

예린은 살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무언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이 온 거야.”

잠시 후, 전방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멈추었다. 이제 온 사방에 정적만이 흘렀다. 도깨비들의 불안함은 더해만 갔다. 숲속의 적막은 그들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고요함을 깨트리는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 박살 내라!”

세 방향에서 화살과 탄환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갑주를 입지 않고 있던 도깨비들이 땅바닥에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적의 기습이다! 진영을 유지하라!”

“도망가지 말고 자기 자리를 지켜라! 도망가는 놈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무사들이 독려했지만, 번군들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화살을 피해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는 자, 무기를 떨어뜨리고 뒷걸음질 치는 자...... 도깨비들의 진은 순식간에 와해되고 있었다.

“모두 박살 내라!”

“모두 박살 내라!”

율도 무사들이 전투 구호를 외치며 나무숲 사이에서 말을 몰고 뛰쳐나왔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도깨비들의 진영으로 돌격했다.

선두에 있던 성산번 비호대는 율도 무사들의 단 한 번의 돌격으로 우르르 무너져 버렸다. 도깨비들은 율도 무사들의 말에 치이고 편곤에 맞아 다들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장창을 든 무사들은 한꺼번에 두세 명의 도깨비를 꿰어 버리기도 했다.

몇몇 도깨비 무사들이 말을 달려 율도 무사들에게 도전해왔다. 하지만 그들 모두 몇 합 겨루지 못하고 그들의 칼에 몸이 절단되어 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실력 차이 뿐 아니라 철갑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율도 무사들과는 달리 도깨비들 모두 갑주를 입지 않고 있던 탓이 컸다.

백여 명의 성산번 비호대 번군들은 불과 서른 명의 율도국 무사들에게 완전히 짓밟히고 있었다.

“진호대 앞으로! 가서 비호대를 지원하라!”

심운보의 지시에 진호대의 맹약 무사들이 번군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진호대를 이끄는 맹약 무사 추지헌도 말을 끌고 앞을 나가려 했다.

심운보가 그를 불러 세웠다.

“나는 수호대와 함께 마루한을 모시고 바로 성산번으로 이동할 것이다. 뒤를 부탁한다.”

추지헌이 군례로 화답하고 진호대 번군들의 뒤를 따라갔다.

심운보와 남은 수호대 번군들과 구천락의 수하들은 급히 영록과 예린을 데리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예린이 끌려가며 뒤돌아보았을 때, 검은 갑주의 율도 무사들 사이에서 홀로 아무런 보호구도 걸치지 않고 맹렬히 창을 휘두르며 싸우는 한 여성 무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채연 언니......!”

예린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진채연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녀도 도깨비들에게 끌려가는 예린을 발견한 듯, 무서운 기세로 도깨비들을 베어내며 앞으로 나가려 했다.

“예린아!!!”

저 뒤에서 정국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정국도 율도 무사들과 함께 도깨비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도 저 멀리 있는 예린을 보았는지, 더욱 필사적으로 적을 베어내며 길을 뚫고 있었다.

“정국아! 황정국!”

예린은 이를 보고 말에 뛰어내리려 몸을 뒤흔들었다.

“가만히 있어!”

그러자 옆에 있던 도깨비들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누르고 말고삐를 잡아끌었다.

“놔! 놔, 이 새끼들아!”

예린이 발버둥 쳐봤지만, 온몸이 쇠사슬에 묶인 탓에 아무 소용없었다. 예린은 정국을 향해 뒤돌아보며 처절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계속 멀어져만 갔다.

비호대에 이어 진호대 마저 율도국 무사들에 의해 짓밟히기 시작하자 뒤에 있던 추지헌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정국에게 빼앗은 유성금 장검이 들려 있었다.

추지헌은 그의 앞을 가로막는 율도 무사를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으윽!”

율도 무사의 검은 철갑주가 마치 종이 찢듯 베어졌다. 무사는 찢겨진 갑주 사이로 붉은 피를 쏟으며 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이놈!”

동료 무사가 당하는 걸 보고 곁에 있던 다른 율도 무사가 칼을 빼 들고 추지헌에게 달려들었다.

추지헌은 단 한 번의 칼질로 무사의 칼과 머리를 동시에 베어 버렸다.

갑작스러운 강한 무사의 등장에, 율도 무사들도 모두 한발 물러서 그를 노려보았다.

정국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다들 조심하시오! 저자가 바로 아까 내 장검을 빼앗아 간 바로 그 사람이오! 실력도 실력이지만 유성금으로 된 무기까지 가졌으니 섣불리 무기를 부딪쳐서는 안 되오!”

몇몇 무사들이 총과 활을 겨누었다.

이를 본 추지헌이 소리쳤다.

“나는 대월국 성산백 각하의 맹약 무사 추지헌이다! 너희 율도국 무사들은 명예와 긍지도 모르는가? 무사답게 칼로 승부를 보기를 원한다! 나와 상대할 자 없는가?”

율도 무사들 앞으로 한 사람이 말을 끌고 나왔다.

“누리마루 율도국 대사관 주재무관 최기 중령이다. 내가 상대하겠다.”

최기는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 편곤을 든 채 추지헌에게 다가왔다.

“하앗!”

8간(대략 15m) 정도 거리를 두고 상대를 노려보던 최기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추지헌도 이에 질세라 칼을 높이 들고 전력으로 말을 몰았다.

최기는 방패로 몸 전체를 가리고 추지헌의 왼편을 향해 전속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내 공격을 방패로 막고 편곤으로 공격하겠다는 건가? 어리석은 놈. 저런 방패로 내 손에 든 유성금 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추지헌은 단 일격으로 방패는 물론 최기의 몸까지 뚫어버리려 했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추지헌이 기합 소리와 함께 방패를 향해 장검을 찔러 넣었다.

푹!

방패는 너무나 쉽게 뚫려 버렸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 방패 뒤에 있는 사람의 몸을 찌르는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다.

순간, 추지헌이 탄 말의 다리가 꺾였다.

최기가 방패로 자신을 가린 상태에서 몸을 옆으로 뉘여 추지헌의 말 다리를 편곤으로 후려쳐 부러뜨린 것이다.

추지헌은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악!”

땅 위에 내동댕이쳐진 추지헌은 신음 소리를 내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도깨비들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기가 말 머리를 돌려 추지헌에게 다가왔다. 그는 편곤을 안장에 꽂아 넣고 말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군도를 빼어 들었다.

“비겁한 율도 놈.......! 단기접전 중에 말을 공격하다니, 이것이 명예를 아는 무사가 할 짓이냐?!”

추지헌은 몸을 심하게 다쳤는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최기는 담담한 얼굴로 그의 목에 군도를 겨누며 냉정하게 대꾸했다.

“무사에게 중요한 건 단기접전에서의 명예가 아니라 완수해야 할 임무다! 지금 내 임무는 마루한과 영애를 구하는 것이다. 너 따위와 하찮은 명예 운운하며 시간 낭비할 생각 없다!”

최기는 군도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슉!

소름 끼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추지헌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최기는 군도를 휘둘러 혈진 하고는 땅에 떨어진 유성금 장검을 집어 뒤에 서 있던 정국에게 던져 주었다.

그가 다시 말에 오르며 무사들을 향해 외쳤다.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마라!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죽이고 서둘러 마루한과 영애를 쫓아가야 한다! 모두 박살 내라!”

그 말에 율도 무사들은 다시 남아 있는 도깨비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모두 박살 내라!”

추지헌의 죽음까지 목격한 도깨비들은 전의를 잃고 뿔뿔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퇴로를 엄호하던 병력들이 흩어지자 최기는 잔적들을 쫓지 않고 곧장 성산백의 남은 군사들이 도망간 방향을 향해 무사들을 이끌고 전력으로 뒤쫓기 시작했다.

유성금 장검을 든 정국이 율도 무사들의 선두에서 말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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