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2028년 3월 5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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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시, 동해 공해상
한국 해군 7기동전단과의 ‘동해 해전’ 으로 주력함선 3척이 격침되고 2척이 반파당하는 피해를 입은 일본 해군은 살아남은 십여 척의 전선들을 이끌고 도호쿠 북쪽 해상까지 퇴각해 있었다.
이제 그들에게 무기와 물자, 심지어 배 안의 식량과 식수마저 부족해지고 있었다. 동해와 맞닿아 있는 군항은 이미 한국 공군의 폭격에 초토화 된 터라, 보급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일본 남쪽 태평양 연안의 항구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쓰가루 해협을 지나 남쪽으로 기동할 계획이었다.
항해 도중, 일본 해군의 레이더에 그들을 추격하는 한국 해군들이 포착되었다.
레이더 분석 결과 충무공이순신함 급 구축함으로 보이는 세 척의 해군 함선과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1기가 그들의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단 세 척의 배와 조기경보기,
일본 해군은 안심했다.
“우리가 다시 일본해(동해)로 기동할까봐 견제하기 위해 따라오는 모양이군. 전 함대, 한국 함선들은 신경 쓰지 말고 쓰가루 해협을 향해 계속 기동하도록.”
일본 해군들은 설마 단 세 척의 구축함만으로 자신들의 함대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시 방향 한국 함선에서 미사일 발사! 그 수는...... 40여발이 넘습니다!”
레이더 관측병이 비명을 질렀다. 일본 해군 함대의 지휘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관측병에게 달려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레이더를 들여다보았다.
“무슨 구축함에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미사일이...... 아니, 이건 또 뭐야?”
레이더에는 또 한 척의 한국 함선에서 앞에 함선과 똑같이 40여발의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도합 80여발이 넘는 미사일들이 일본 함대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일본 함대 지휘관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손나바카나! 그럴 리가 없잖아! 어떻게 한꺼번에 40발 이상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함선에 세상에 어디 있다고......”
순간, 과거 한국 해군이 미국의 아스널쉽 프로젝트를 모방해 ‘합동화력함’이라는 걸 건조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났다. 일본 함대 지휘관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조센징들 따위가 그런 걸 완성시켰을 리 없잖아? 그저 구축함에 미사일 사일로를 잔뜩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거겠지!’
지휘관은 함대 무전기를 들고 다급히 소리쳤다.
“전 함대 요격 행동 시작! 이지스 레이더 타깃 세팅 즉시 대응 요격 실시! 카가는 가용한 함재기 모두 발진 준비!”
일본 함선들이 남아 있는 SM3, SM6 미사일을 전부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즈모급 다용도 운용모함 ‘카가’에서도 F35B 함재기들을 급히 대응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일본 함대는 1개의 미사일 당 최소 2, 3발 대응 발사라는 해군 전술 교리도 따르기 힘들 만큼 미사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날아오는 한국 해군 미사일들과 거의 교환비 1:1 수준으로 요격 미사일을 대응 발사하는 게 최선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요격을 하고 나면 이제 그들에게 남아 있는 함대공 미사일은 단 한기도 없게 된다는 점이었다.
“한국군이 이제껏 포방부, 화력덕후 소리를 들어가며 무얼 준비하고 있었는지, 이 해전을 통해 똑똑히 보여주지.”
한국 해군 제9특임전단 지휘관 윤영길 준장은 한국형 합동화력함 1번함 ‘장문휴함’의 선교에 앉아 레이더를 통해 현무2 미사일들이 일본 함대를 향해 날아가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은 배수량 5000톤급에 150여발이 넘는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한국형 아스널쉽, 합동화력함 3척을 건조해 올해 초 극비리에 진수했다. 마침 일본과의 전운이 감돌던 시기인지라 합동화력함 실전 배치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고 있었다.
세계 최강 화력을 지닌 함선들을 건조해 놓고, 해군 수뇌부는 이 배들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좋은 이름은 역시 충무공, 이순신, 한산도, 명량, 장보고, 이종무 등이었겠지만 이미 다른 함선들에게 명명되어 있는 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해군 합동화력함 1번함을 남북국시절 당나라를 침공한 발해 장군의 이름을 딴 ‘장문휴함’으로, 2번함은 고려 말 수군을 정비하고 왜구 토벌에 힘쓴 무장의 이름을 붙인 ‘정지함’, 3번함은 고려 말 원나라에서 귀화해 최영, 이성계 등과 함께 왜구 토벌에 큰 공을 세운 장군의 이름을 딴 ‘나세함’으로 지어졌다.
오늘 9특임전단은 1번함 장문휴함과 2번함 정지함, 그리고 이지스구축함 강감찬함 이렇게 단 3 척만 이끌고 십여 척이 넘는 일본 함대를 공격하러 온 것이다.
“아군 미사일 피격률 70%! 나머지는 모두 일본 함대에 명중했습니다!”
윤영길 준장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일본 함대로부터도 10여기의 대함 미사일들이 한국 해군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지스구축함 강감찬함, E737 조기경보기의 도움과 합동화력함에 실린 무수한 양의 요격미사일 덕에 일본의 미사일들은 한국 함대 가까이 와보지도 못하고 모두 공중에서 불꽃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금부터 2번 포대는 대기, 3, 4번 포대는 적 함재기 요격용 함대공 미사일로 전환, 1번 포대는 해성3 발사준비. 정지함도 동일하게 준비하고 명령 대기할 것.”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두 척의 합동화력함이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자동화 운반시설에 의해 미사일 격납고에서 KVLS 수직발사대로 한국이 새로 개발한 해성3 미사일이 이동되었다.
해성3는 러시아 야혼트 미사일 기술을 이전 받은 국산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었다.
“자...... 이것도 막아볼 수 있으면 한번 막아봐라.”
윤영길 준장의 발사 명령이 떨어지고, 두 척의 합동화력함에서 10기의 해성3 미사일이 일본 함대를 향해 발사되었다.
미사일들이 배를 떠난 지 불과 몇 초 만에 레이더에 명중 판정이 떴다. 상공에 떠 있는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다시 한 번 일본 함대의 피해 상태를 확인하고 무전을 보내왔다.
[일본 경항공모함 카가, 지휘함 나루이를 포함한 전 일본 함선 침몰 중. 반복한다, 전 일본 함선 침몰 중.]
음속의 4배 속도로 날아온 해성3 미사일에 의해, 요격 미사일이 완전히 소진된 일본 해군은 제대로 한번 대응도 못해 보고 모든 함선이 두 동강 나버렸다.
‘한국 해군은 절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다’ 던 일본 해군들은 그렇게 모두 동해의 차가운 바다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고 있었다.
카가에서 발진한 F35B 함재기들은 교전을 포기하고 일본 영토 방향으로 퇴각해 버렸다.
이로써 일본 해군은 동해에서 모조리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군은 일본 본토 상륙에 앞서 독도를 재점령하기 위해 다음 병력들을 준비시켰다.
오전 2시, 일본 시마네현 마스다시 해안
한국군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UDU 대원들과 해군 특수전 전단 UDT/SEAL 대원들은 해안가 민간 건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바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듯, 모두의 잠수복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있었다.
대원들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따뜻하게 데워진 핫팩을 주물럭거리며 차가운 바닷물에 꽁꽁 언 손을 녹였다. 일부 대원들은 일본 컵라면과 즉석 취식 음식들에 뜨거운 물을 부어 전우들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핫팩과 음식들 모두 이 곳 근처 편의점에서 털어온 것들이었다.
장주영은 대원이 가져다 준 컵라면을 두 손으로 쥐고 그 온기에 손을 녹이고 있었다. 아직 한기를 느끼는지, 그는 전투복 위에 모포 한 장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얼마 전 합류한 해군 UDT/SEAL 팀의 장교들이 장주영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모두들 손에는 컵라면이나 뜨거운 캔 커피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장주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역시 아직은...... 바다에서 오래 작전하기 힘든 계절이네요.”
“우리나라 3월의 바다보다는 수온이 조금 높은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오래 작전하는 건 힘들기 마찬가지군요. 그나마 동상이나 저체온증 환자가 나오지 않은 건 다행입니다.”
UDT/SEAL 지휘관이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삼키며 말했다. 그 역시 바다 속에서 오래 작전을 한 탓인지 캔 커피를 든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장주영이 말을 이었다.
“기뢰나 수중 장애물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이로써 상륙부대의 진입로는 모두 확보되었군요. 상륙부대들 중 델타 포인트로 상륙하는 부대가 5군단이지요? 이번에 새로 5군단장이 되신 분이 전 우성시 계엄사령관이었던 김요한 중장이에요. 전에 우성시 탈환 작전할 때 한 번 뵌 적이 있는 분이죠.”
“저희도 그 분 이야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공당(자유공화당)이랑 전 대통령 때문에 욕 보셨다던 그 분 맞죠?”
장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힘든 일을 당하시긴 했죠. 하지만 곧장 복귀하셔서 우성시에 있던 자공당 깡패들을 싸그리 소탕해버리셨어요. 그러고 전쟁 끝나자마자 바로 진급하셨는데, 원래 소장에서 중장 진급하면 참모 보직부터 먼저 가는 게 순서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합참의장에서 국방부장관 되신 박현국 장군이 적극 추천해서 참모 보직 안 거치고 바로 군단장으로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UDT/SEAL 지휘관이 넷워리어을 꺼내 일본지역 지도를 화면에 띄우며 말했다.
“어제 후쿠오카 지역에서 기만 상륙 작전을 벌인 88여단 병력들이 아주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군 출신들이 대부분인 부대라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 외로 다들 아주 잘 싸우고 있다더군요.”
일본군은 한국군에게 점령된 쓰시마 섬에서 제일 가까운 후쿠오카, 기타큐슈 지역을 한국군의 유력한 상륙지점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일본군은 큐슈의 주요 해안가에 병력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급조 벙커 진지도 구축해 놓았다. 그리고 예비대를 시모노세키 일대에 포진시켜 한국군이 큐슈 지방에 상륙하더라도 주코쿠, 간사이 지방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가둬놓는 것을 그들의 첫 번째 전략 목표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동해의 제공권과 제해권을 모두 차지한 한국군이 구지 가까운 큐슈 지방만을 상륙지점으로 삼을 필요는 없었다.
한국군은 지금 장주영의 UDU 팀과 해군 UDT/SEAL 팀이 있는 시마네현 마스다시 해안을 주력 부대 상륙 지점으로 결정했다.
일본 본토 상륙 작전에 앞서, 한국군은 소수의 병력을 큐슈 지방에 상륙 시켜 일본군을 기만하려 했다.
이 기만 상륙 작전에 투입된 부대는 이번에 새로이 편성된 88여단이었다. 88여단은 지휘부를 뺀 대부분의 병력이 북한군 해상저격여단, 즉 북한 해병대 출신으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저도 그 소식 들었어요. 사상자도 많이 나오고, 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처럼 치열하게 싸웠다더군요. 덕분에 주코쿠 지방과 간사이 지방에 있던 일본군 예비대들이 모두 큐슈 지방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하니, 88여단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성공해낸 거죠. 북한군 출신들이지만 정말 리스펙트 할 만 합니다.”
UDT/SEAL 지휘관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지금쯤이면 독도 탈환 작전도 끝났을 거 같고...... 이제 여기에도 상륙 전 폭격이 시작되겠군요.”
“CCT(공군 공정통제사) 팀도 스텐바이 중 일거에요. 폭격 끝나자마자 특전사들 강하하고 해안으로 우리 육군까지 모두 들어오면, 이제 일본의 최후도 얼마 남지 않게 되겠지요. 그나저나, 이번 일본과의 전쟁 너무 쉬운 거 같지 않습니까? 아무리 오따쿠들의 나라라고 하지만 일본군 모두 군복 코스프레 하고 있는 오따쿠들만 모여 있는 거 같아요! 방탄복이나 전술조끼 같은 장비들은 우리나라 군보다 훨씬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총이 있어도 제대로 쏠 수 있는 놈도 없고, 무기가 있어도 제대로 다루는 놈도 없고, 난 그 놈들 쏴죽이면서 내가 지금 민간인 죽이는 전쟁 범죄 저지르고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UDT/SEAL 지휘관도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제 우리가 이쪽으로 침투하면서 사살한 일본군들도 모두 가관이었습니다. 밤중에 진지에서 담배 피우는 놈이 있지 않나, 핸드폰 보는 놈이 있지 않나. 덕분에 우리가 멀리서도 아주 쉽게 저격하고 편하게 침투할 수 있었죠. 모두들 군기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어 보이는 놈들뿐이었습니다.”
“이게 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보호 아래 평화가 유지되어 오다 보니, 과거 일제시대의 영광은 기억해도 현실의 안보 감각은 완전히 무뎌진 탓이겠죠. 일본 놈들은 우리 한국이 이번에도 큰 형님 미국 때문에 가만히 있을 줄 알고 있었나 봐요. 미국이 우리더러 참으라고 하면 우리가 그냥 화 삭이면서 유야무야 넘어갈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평생 미국에 굽신거릴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 러시아와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덕분에 이번 북한과의 전쟁에서도 그들이 우리 편을 들고 개입하지 않았던 거구요. 이제 우리가 미국 눈치를 봐야 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가 혹시 중국과 러시아와 손잡지 않을까, 미국이 우리 눈치를 봐야할 시대가 온 거죠. 지금 러시아, 중국, 이란 이 세 나라와 언제 전쟁 터질지 모르는 미국으로서는 우리가 일본 때문에 수 틀어져서 혹시라도 저들과 손잡고 미국과 대적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걸요? 어차피 국제 정치는 실리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야생 아니겠습니까? 영원한 우방이 되고 싶다면 상대국에 영원한 신뢰 뿐 아니라 영원한 실익도 주어야겠죠. 이득이 없는 외교적 관계는 아무 쓸모없으니까요.”
장주영의 청산유수 같은 말에 UDT/SEAL 지휘관의 입이 딱 벌어졌다.
“전에 대화했을 때 장 실장님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시고 자유공화당 지지하실 거 같은 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말씀 들어보니 상당히 진보적인 분이셨네요.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 보수 맞아요, 합리적인 보수. 그리고 자공당(자유공화당)이 무슨 보수입니까? 그냥 친일 적폐 세력이지.”
장주영은 컵 라면을 입으로 후후 불며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갔다.
오전 3시, 일본 시마네현 마스다시 일대
동해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국형 합동화력함 3번함 ‘나세함’이 쏘아 올린 무수한 양의 함대지 미사일들이 마스다시의 해안 방어 진지와 일본군 주요 거점으로 날아들었다. 단 한 척의 배를 이용한 상륙 전 폭격이었지만, 마스다시를 지키고 있던 일본 지상군 병력과 장비의 절반 이상은 완전히 무력화되고, C4I 체계(지휘통제/통신 체계)마저 마비되었다. 한국군이 사용한 순항 미사일 중에서는 ‘대전자기기 고출력 극초단파 발전형 미사일’ 이란 긴 이름을 가진 EMP 전자기 펄스탄도 있었던 것이다.
해군의 폭격과 동시에 F35A, F15K, KF1 등 한국 전투기들이 마스다시 영공으로 들어와 일본 공군기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어서 전투기들의 엄호 아래 한국군 수송기들이 일본 영공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왔다. C130 등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들을 물론, 민간 항공사에서 징발한 여객기를 군용기로 급히 개조한 것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그제야 일본 군부는 한국군 주공의 상륙 지점이 후쿠오카가 아닌 시마네현 마스다시였음을 뒤늦게 깨닫고 한국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F35, F15J, F2 등 남아 있는 일본 전투기들을 총출동시켰다.
마스다시 외곽 하늘에서 한국과 일본 전투기들의 대규모 공중전이 벌어졌다.
양군 전자전기의 극심한 전파 방해로 인해 전투는 점점 근접거리에서 단거리 미사일과 기관포로 승부를 보는 치열한 도그파이팅으로 변해갔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수적 우세한데다가 2차 한국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쌓은 한국의 파일럿들이 일본 공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국 본토에서 공군 전투기 2진들이 날아오고 있다는 무전이 전해지자, 일본 전투기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모두 기수를 돌려 도망갔다. 이 전투로 일본 공군은 전체 전투기 중 1/3이 격추되었고, 일본 본토의 제공권마저 한국군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는 사이, 수송기들은 일본에 침투해 있던 CCT (공군 공정 통제사) 팀의 지상 유도를 받으며 내륙으로 깊숙이 비행해 들어왔다.
목표지점에 도착하자, 수송기들이 일제히 뒤편 램프 도어를 개방했다. 그곳으로부터 1, 3, 7, 9, 11 다섯 개 공수특전여단의 모든 특전사 병력들이 낙하산을 펴고 일본 본토에 강하하기 시작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101 공수사단, 82 공수사단 등이 상륙지점 후방 교란을 위해 상륙부대들보다 먼저 투입되었던 것처럼, 특전사들 역시 마스다시 외곽 지역을 점령하고 후방을 교란하는 한편, 상륙부대가 교두보를 완전히 확보할 때까지 일본군들의 접근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고 있었다.
하얀 벚꽃 가득 핀 일본의 밤하늘 위로, 새하얀 벚꽃 잎 낙화 되어 떨어지듯 중무장한 특전사 하얀색 낙하산들이 열도의 망국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오전 5시, 일본 시마네현 마스다시 해안 한국군 상륙지점 포인트 ‘델타’
상륙함에서 나온 한국군의 KAAV2A 상륙장갑차들이 밀물을 타고 마스다시 해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하늘 위에는 ‘독도함’에서 이륙한 AH64, KAH1 공격 헬기들이 해안선에 숨어 있는 일본군들의 머리 위로 기관포 세례를 쏟아 붓고 있었고, 항공모함 ‘대무신왕함’에서 출격한 F35B 전투기들은 내륙에 있는 일본군 주요 거점에 향해 쉬지 않고 폭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상륙지점 포인트 델타’ 점령 임무를 맡은 5군단장 김요한 중장은 LST2 상륙함 일출봉함 함교에서 공격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5군단은 군단 직속부대들을 포함해 육군 3사단과 6사단, 62사단과 해병대 1사단까지 지원 배속 받아 이번 상륙 작전에 나서고 있었다.
다행히 해변에 있는 일본군의 반격은 생각보다 격렬하지 않았다. 이미 나세함의 미사일 공격 때부터 일본군의 기세는 크게 꺾인 것 같았다.
“3사단 병력들이 가장 먼저 해안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군단 작전참모가 손가락으로 해안 가장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 상륙장갑차에서 내린 3사단 부대원들이 물밀 듯이 해변 위로 뛰어올라가고 있었다.
김요한 중장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백골부대가 또 6사단 청성부대하고의 라이벌 의식 때문에 미친 듯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가 보구만. 선두가 23연대였지? 쟤들 저기 저 언덕까지 올라가면 100% 태극기 하나 꽂아 놓고 지들이 제일 먼저 왔다고, 좋다고 난리칠 거 같은데......”
“1차 한국전쟁 때부터 우리가 제일 먼저 38선 돌파했네, 우리 제일 먼저 최북단 혜산진 도착했네, 우리는 제일 먼저 압록강 도착해서 그 물 떠서 대통령한테 보냈네, 이러면서 서로 잘났다고 아옹다옹 싸우던 두 부대 아닙니까? 뭐,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메이커 부대들이니, 이번 기회 역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3연대 부대명이 ‘38선 최선봉 돌파부대’였던가? 이번 작전 성공하면 부대명을 ‘일본 침공 최선봉 상륙부대’로 바꿔달라고 할지도 모르겠구먼.”
김요한 중장은 참모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가볍게 웃었다.
3사단 부대원들과 해변 언덕 위의 진지에 남아 있던 일본군들이 치열한 교전을 시작했다.
진지 안에 숨어 있는 일본군들이 쏜 기관총에 많은 한국군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3사단 부대원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엄폐물을 찾아 이동하며 대오를 재정비했다.
부대 마크는 물론 방탄모, 위장마스크 등에도 무시무시한 해골 그림을 그려 놓은 3사단 부대원들의 모습은, 이제 막 징집되어 전쟁에 투입된 일본군들에게 크나큰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공격에도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와 압박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3사단 부대원 대부분은 이미 2차 한국 전쟁을 경험한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은 힘겹고 정신없는 상륙 전투 중에서도 지휘관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일본군을 야금야금 압박해 들어갔다.
마침내 선두의 병력들이 일본군 진지 바로 코앞까지 다다랐다. 23연대 3대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총에 대검을 결합하고 일본군 진지를 향해 일제히 수류탄과 연막탄을 투척했다.
수류탄이 폭발하는 소리를 신호로, 백골부대원들이 일본군 진지를 향해 일제히 돌격했다. 그들은 가차 없이 일본군의 가슴에 대검을 꽂았고, 적의 얼굴 정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잠시 후, 김요한 중장의 예상대로 3사단 부대원들은 해변 가장 높은 언덕의 일본군 진지 위에 커다란 태극기를 꽂아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쌍안경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요한 중장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 쫌......! 23연대장한테 무전해서 쪽팔리니까 제발 부대원들한테 저런 짓 좀 시키지 말라고 그래! 태극기는 상관없는데,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2028년에 무슨 만세 삼창이야? 가서 만세 그만 부르고 주변 점령이나 똑바로 하라고 얼른 무전 때려!”
군단 작전참모도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무전기로 달려갔다.
오전 9시, 일본 시마네현 마스다시 해안 한국군 상륙지점 포인트 ‘델타’
수십여 대의 KLSF2 고속상륙정과 KLCU1 고속상륙주정들이 마스다시 해안으로 군단 예비대였던 62사단 병력들과 군단 직속부대들, 기타 장비와 물자들을 쉼 없이 나르고 있었다.
5군단의 상륙 지점인 포인트 ‘델타’는 3시간여 만에 완전히 한국군에게 점령되었다. 상륙부대에 앞서 마스다시 외곽으로 강하한 특전사들 역시 지시 받은 책임 지역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시 외곽으로 도주하려던 일본군 패잔병들을 모조리 사로잡아버리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요한 중장은 공병들에게 앞으로 향로봉함, 비로봉함 등 해군 LST 상륙함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변 정리를 지시했다.
5군단이 일본 본토에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확보하자, 부산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국군 제 7기동군단의 전차들과 자주포 등 모든 기갑전력들이 해군 상륙함에 실려 일본을 향해 출발했다.
이제 일본은
‘현실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 육군이 초등학생 수준이면, 한국은 성인 격투기 선수 수준이다.’
라고 스스로 인정하던 한국 육군의 주력들과 맞상대하게 되었다.
일본 상륙 작전이 펼쳐지기 바로 직전, 미국은 한국 정부에 조심스럽게 일본과의 전쟁을 중단할 것을 부탁해 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김창수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제 이 전쟁이 중도에 어설픈 협정 따위로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일본이 우리 한국에 무조건 항복하던지, 아니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던지, 오직 두 가지 중 하나의 결말만이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미국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해 버렸다.
김창수 대통령은 오전에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육군이 일본 본토 상륙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현국 국방부 장관에게
“이제 페이즈2를 시작하세요.”
라고 짧게 지시했다.
이 지시가 있은 직후, 한국에서 대기하고 있던 국군정보사령부 HID 대원들이 공군 수송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지난 번 참수작전에서 북한 인민무력상 류광택 차수를 사살한 CR 팀 대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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