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47화 (47/217)

〈 47화 〉 2028년 3월 4일 (2)

* * *

­ 오후 8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동

영록은 운용에게 마선욱과 조폭들이 숨어있다는 일월촌의 은신처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곳에 정말 유민이 있는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월촌을 향해 걷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다.

‘유민이 왜 거기 있는 거지? 지금까지 성모 형과 함께 있었던 게 아니었나? 그리고 유민이 왜 마선욱하고 조폭들한테, 그 나쁜 놈들한테 왜.......?’

동영상 속에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조폭들에게 끌려 방으로 들어오던 유민의 모습이 눈앞에 자꾸 아른거렸다.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추잡하게 붙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던 조폭들의 웃는 얼굴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어두운 방에서 찍은 영상이라 선명하지도 않았고 날씬하던 예전과는 달리 어딘가 모르게 살이 오른 모습이었지만, 분명 그녀임이 확실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택가 일대에는 작년 빨치산과의 전투에서 파괴된 집들이 여럿 방치되어 있었다.

가로등이 파손된 것인지 전기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두 사람은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길을 한참 동안 걸어야만 했다.

주택가를 지나 저 멀리 언덕 위의 마을이 보였다.

작년 빨치산들이 최후까지 항전했던 곳, 일월촌이었다. 멀리 보이는 일월촌에는 단 하나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영록도 뉴스에서 일월촌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빨치산들이 토벌된 이후, 그곳은 공식적으로 아무도 살지 않고 버려진 마을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하기야, 빨치산과 외국인 노동자 폭도, 군인 수백여 명이 죽어간 곳에 들어와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가끔 학교에서 아이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일월촌에 대한 괴담들로 수다를 떨곤 했다. 불량 학생들이 어른들 몰래 술 마시고 본드 불려고 일월촌으로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귀신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겁에 질려 도망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일월촌 언덕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이 울며 흐느끼는 선명한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버려진 마을에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으니 사람들이 그곳에 가까이 가려 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아마 마선욱과 조폭들은 이 점을 노리고 일월촌 안으로 숨어들어온 모양이었다.

운용은 일월촌을 향해 언덕 위로 곧게 뻗은 진입로가 아닌, 주택가와 일월촌 언덕 사이에 있는 갈대와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곳은 작년 빨치산들이 일월촌을 점령하고 있었을 때 북한 정찰총국 45호실 공작원들이 몰래 드나들던 비밀 통로와 같은 곳이었다. 13 특수임무여단이 일월촌을 공격했을 때 살아남은 빨치산들이 도망쳐 나간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갈대 수풀 언덕을 올라가니 건물 아래 반지하 방 창문이 뜯겨져 나간 곳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곳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문신한 아저씨들이 물건 사가지고 올 때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된다고, 꼭 이 길로만 다녀야 한다고 했어요. 여기서부터 길이 복잡하니까 잘 따라오세요.”

운용이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앞장서서 걸었다.

그의 말처럼 일월촌은 마치 거대한 미로와 같았다. 좁은 길 양 옆의 건물들은 일정한 패턴도 없이 불규칙하게 들어서 있었고,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 곧은길과 굽은 길이 마구 얽혀져 있었다.

일월촌 여기저기에는 지난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벽에 난 총알 자국들은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었고, 폭발에 부서지고 깨어진 건물 잔해들은 길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이 지나가는 길바닥이나 건물 벽에는 물감이나 페인트를 뿌려 놓은 듯 붉게 물든 곳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영록은 그것이 사람들이 흘린 핏자국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로 저기에요.”

운용은 일월촌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어느 허름한 판잣집 앞으로 영록을 데리고 갔다. 그곳은 일월촌 밖에서든 안에서든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어둠과 정적만 가득한 일월촌에서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이 건물만 유일하게 형광등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갑자기 운용의 낯빛이 변했다.

“저 이제 집에 돌아갈게요.”

“응? 그냥 간다구?”

“네, 여기 있다가 그 문신한 아저씨들한테 걸리면 또 부르지 않았는데 왔다고 혼날 거 같아서...... 저 그럼 가 볼게요.”

운용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온 길을 따라 돌아가 버렸다.

영록은 용기를 내어 혼자서 유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가며 판잣집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 창문에는 두꺼운 비닐과 뽁뽁이(에어캡)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그로 인해 밖에서는 안의 상황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형체만이 흐릿하게 보일 뿐이었다.

혹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있을지 찾기 위해 판잣집 주변을 돌아보았다.

옆으로 돌아가니 어느 방 창문이 빼꼼히 열려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여자의 아파하는 듯, 아니면 울고 있는 듯 한 소리도 들렸다.

영록은 조심스레 다가가 창문 틈 사이를 훔쳐보았다.

창문 너머 방안에 네 명의 남자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 하나같이 옷을 홀딱 벗고 있었다. 벗은 몸에는 각종 울긋불긋한 문신들로 가득했다.

한 사람은 바닥에 누워 있었고, 세 사람은 그 주변에 일어서 있었다.

남자들 가운데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운용 엄마가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의 배 위에 올라앉아 헉헉거리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양 옆에 서 있는 남자들의 성기를 손으로 붙잡아 흔들고 있었고, 앞에 있는 남자의 성기도 입에 물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운용 엄마의 배는 확실히 둥그렇게 불러 있었다. 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확실히 크다고 느껴졌던 그녀의 가슴은 더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그녀의 젖꼭지에서 허연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모유였다. 다리 사이 검은 음모에도 하얗고 끈적이는 것들이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아줌마, 허리 흔드는 게 시원치 않잖아? 왜, 임신해서 몸이 무거워서 그래? 더 빨리 못해?”

바닥에 누워 있던 조폭이 그녀의 커다란 유방을 손으로 꽉 움켜 잡았다. 운용 엄마의 입에서 신음 소리와 교성이 터져 나왔다.

“아아......! 네, 빨리....... 더 빨리 할게요.......!”

운용 엄마는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위아래로 더 빨리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젖꼭지에서 더 많은 모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손으로 흔들고 있던 조폭의 성기에서 하얀 정액이 찍, 하고 그녀의 얼굴로 날아왔다.

“아아......! 아......!”

운용 엄마는 얼굴에 하얀 정액을 그대로 묻힌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그의 성기를 입으로 핥고 빨아댔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다. 영록은 이곳처럼 창문이 열린 곳이 있는지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판잣집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아보았지만 창문이 열려진 곳은 없었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창가에 얼굴을 대고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여자의 신음 소리와 굵직하고 걸걸한 남자들의 목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핏 다른 여자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긴 했지만, 너무 작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걸까? 그 영상 안의 여자가 유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유민이가 보고 싶은 마음에 착각했던 걸까? 그럴지도 몰라. 유민이가 왜 마선욱하고 조폭들하고 같이 있겠어? 성모 형이랑 같이 있으면 몰라도.’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또 우울해지려 했다.

‘그래도 일단 경찰에 신고하자. 유민이가 여기 없어도 운용이네 엄마라도 구해야지.’

판잣집에서 조금 떨어져 핸드폰 숫자 패드로 112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운용이네 엄마가 운용이한테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그래도 신고하는 편이 나을까? 그럼 112로 전화해서 뭐라고 말해야 하지? 여기 조폭들이 숨어있다고?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될까? 아니면 애국 청년 십자군들이 숨어있다고 해야 하나? 그럼 바로 경찰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지? 경찰들더러 어디로 오라고 해야 하는 거지?’

그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잠깐, 잠깐만 침착하자. 어떻게 말할지, 경찰한테 어떻게 설명할지부터 정하고 전화해도 늦지 않을 거야.’

영록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일월촌에 숨어있는 조폭들이 여자들 붙잡아 와 괴롭히고 있다고 하면 바로 경찰들이 달려오겠지. 일단 경찰들보고 일월촌 입구로 오라고 하고, 내가 지금 가서 이리로 데리고 오면 될 거야!’

영록은 마침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까 들어온 일월촌 입구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통화음이 울렸다. 영록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잰걸음으로 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어? 뭐야?! 너 누구야?!”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맞은편에서 거구의 남자 셋이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은신처 밖으로 나갔던 조폭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석유 말통이 들려져 있었다.

“헉!”

영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어둠의 고요 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네, 긴급신고 112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이 소리를 조폭들도 듣고 말았다.

“아니, 뭐, 이런 씨발......?!”

조폭 중 하나가 달려들어 땅에 떨어진 핸드폰을 발로 짓밟았다.

빠각!

핸드폰은 단박에 박살나 버렸다.

겁에 질린 영록이 뒷걸음질 쳤다.

“너 뭐야 이 새끼야? 뭔데 여기까지 들어와서 짭새한테 신고를 해?”

조폭 한 놈이 손을 뻗어 그의 멱살을 붙잡으려 했다.

“허억!”

영록이 겁에 질려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이대로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머릿속에 있던 하나의 동작들이 몸을 통해 나오려 했다.

‘모두를 위한 격투 무예’에서 가장 많이 보고 가장 많이 연습했던 기술이었다.

철썩!

영록의 왼손이 조폭의 굵직한 팔뚝을 옆으로 쳐내버렸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 안쪽 손날로 그의 울대를 강타했다.

“컥! 커헉!”

조폭의 커다란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는 두 손으로 목을 붙들고 고통스러워 하며 캑캑거렸다.

‘어? 내 공격 한 방에 쓰러졌다고? 이거 실화야?’

영록은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자신의 기술이 정확히 들어간 것을 보고 오히려 더 당황한 것이다.

“너, 너 이 새끼. 어떻게.......?”

조폭들도 그걸 보고 놀란 눈치였다. 영록은 그들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차,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영록은 뒤로 돌아 도망치려 했다.

“어딜 도망가, 이 새끼야!”

순간, 조폭 하나가 영록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악!”

커다란 덩치의 조폭이 그의 허리를 붙들고 바닥에 매쳐 버렸다.

쿵!

온몸의 뼈마디가 모두 부서질 것 같이 아팠다. 제대로 업어치기를 당한 영록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 개새끼, 너 뒈졌어!”

아까 영록에게 목을 맞고 쓰러졌던 놈이 목을 부여잡고 캑캑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쓰러져 있는 영록의 몸 위에 올라타고 다짜고짜 뺨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이 개새끼가 감히 선빵을 날려? 너 누구야? 뭐 하는 새끼야?!”

그의 뺨이 금세 붉게 부어올랐다. 영록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 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이 새끼 목소리 저 아래까지 다 들리겠다! 일단 이 새끼 데려고 들어가서, 광이 형님한테 어떻게 처리할지 여쭤보자!”

다른 조폭들이 간신히 그를 말렸다.

그들은 영록을 일으켜 세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은신처 안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 오후 9시, 경기도 우성시 일월동

영록은 잔뜩 겁에 질린 채로 조폭들의 은신처인 판잣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은신처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쓰레기 봉지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이 때문에 문 앞에서부터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봉지 주변으로는 십 수 켤레의 신발들이 너저분하게 뒤엉켜 있었다.

그 너머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에는 여기 저기 가죽이 뜯겨져 나간 오래된 소파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모두 다 모양이 제각각인 걸로 미루어 보아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곳에서 들고 온 것들인 듯 싶었다.

소파 앞으로 밥상으로 쓸 것 같은 널찍한 좌식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뒤로 허름한 모양새의 나무로 된 커다란 장롱 하나가 놓여 있었다.

거실 세간 살이는 그게 전부였다. TV나 다른 전자제품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것들 모두 조폭들이 일월촌 안에 비어 있는 집들을 뒤져 가지고 온 것들이었다. 도망 다니는 신세에 돈 주고 가구 등을 살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거실에는 온 몸에 이레즈미 문신이 가득한 예닐곱 명의 조폭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었다. 소파 위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놈도 있었고, 허름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두꺼운 이불들을 깔고 그 위에 모여 앉아 화투를 치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 속옷이나 반바지 차림이었다. 밖은 아직 날이 쌀쌀했지만, 판잣집 안은 제법 훈훈한 기운이 돌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서니 발바닥에 온기가 전해졌다. 그들이 이 안에서 난방을 하고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실 너머 작은 부엌이 보였고, 그 옆에는 반투명 창문으로 된 미닫이 문이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옆에 작은 창고 같은 공간이 있었다. 영록을 끌고 온 조폭들 중 두 사람이 가지고 온 석유 말통들을 그곳으로 들고 갔다.

창고 안에서 글글글 소리를 내는 발전기와 보일러 같은 기기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난방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폭 둘이 석유 말통을 옮기는 사이, 아까 영록에거 목을 맞았던 녀석이 그를 끌고 조폭들 앞으로 데리고 갔다.

“어따, 기름 찾아 온겨? 근디 아까 밖이 왜 그리 시끄러웠던겨? ......이 어린 애는 또 뭐고?”

거실에서 화투를 치고 있던 배 나온 조폭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영록이 보니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우성 경찰서 지하 1층 복도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고문 전담 조폭들의 우두머리 전도한이었다. 그의 옆에는 다른 고문 전담 조폭들이 그와 함께 화투를 치고 있었다.

“아까 집 앞에서 짭새한테 신고하려던 걸 발견하고 잡아왔습니다. 형님.”

조폭이 영록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아악!”

영록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말았다.

“뭐여, 저 쬐깐한 새끼가 짭새한테 신고를 할라고 그랬다고? 뭐 이런 씨부럴 새끼가 다 있다냐? 근디, 여기는 어떻게 알아가지고다가 온겨?”

전도한은 화투패를 이불 위에 내려놓고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있던 고문 전담 조폭들도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야, 이 새끼 빨가 벗기고, 묶을 거하고 칼하고 망치 찾아서 가지고 와봐봐.”

“네, 형님.”

몇 명이 전도한이 지시한 물건들을 찾으러 가는 동안, 다른 녀석들이 영록에게 달려들어 입고 있던 옷은 물론 속옷까지 모두 벗기고 바닥에 꿇어 앉혔다. 영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형님, 묶을 만한 게 청테이프 밖에 없는데요?”

소파 뒤에 장롱을 뒤지던 녀석이 전도한을 보고 소리쳤다.

열려진 장롱 안으로 시커멓고 길다란 쇠붙이들이 영록의 눈에 들어왔다.

그건 전에도 본 적 있는 M­16A1 소총이었다. 총은 모두 네 정이나 있었다. 그 옆에는 탄창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군용 탄통도 함께 놓여 있었다. 김요한 장군이 복직하고 조폭들이 우성시에서 달아나던 날, 경찰서에 있던 것들을 들고 나온 모양이었다.

“일단 가지고 와봐.”

전도한의 말에 조폭은 장롱 안의 청테이프를 꺼내 들고 그에게 전해주었다. 다른 녀석들도 부엌에서 식칼을, 창고에서 장도리를 꺼내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신음 소리, 아파하는 듯한 비명 소리였다.

하나는 아까 들었던 운용 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여자의 소리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아...... 아...... 아...... 아......”

영록의 등 뒤에 있는 거실 좌측의 방 벽 너머에서도 나지막한 여자의 신음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자가 관계할 때 내는 소리를 잘 알지 못하는 영록으로서는,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쉽게 분간하기 힘들었다.

전도한은 영록을 꿇어 앉힌 채로 팔을 등 뒤로 해서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 버렸다. 또, 움직이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몸은 물론 허벅지와 발목도 청테이프로 꽁꽁 묶었다. 그러는 동안 영록은 겁에 질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록을 묶느라 청테이프 한 통을 다 쓴 전도한은 남은 심지를 쓰레기 봉지 모아둔 곳에 휙 던져 버리고는 다른 조폭 녀석이 들고 온 장도리를 받아 들고 영록의 머리에 갖다 대며 물었다.

“씨발, 자지 털도 제대로 안 자란 쬐깐한 새끼가, 감히 우리를 짭새한테 신고하려고 한겨? 아가, 너 우덜이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왔냐잉? 어느 오살할 놈이 가르쳐 준겨? 빨랑 얘기 안허냐?”

영록은 아무 말도 못하고 바들 바들 떨고 있었다.

장도리를 들고 영록이 머리 주위에서 이리 저리 돌리던 전도한이 갑자기 그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퍽!

“아아아아악!”

영록이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고꾸라졌다. 청테이프로 몸이 묶여 있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아픔에 못 이겨 계속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선 놈은 꼭 맞아야 바른 데로 분다니까? 야, 아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 안 하면 이번엔 니 꼬추 따 버릴겨? 야, 망치 대신 그 칼 좀 줘봐야.”

전도한은 옆에 있는 조폭에게 장도리를 건네고 식칼을 받아 들었다.

“야, 뭐하는겨? 저 새끼 바로 앉혀봐봐.”

다른 조폭 둘이 영록을 다시 꿇어 앉혔다.

장도리에 맞은 자리는 벌써 시뻘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영록의 얼굴도 시뻘게져 있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뭐여? 이제 겨우 시작인디 벌써부터 울고 짜고 하는겨? 씨발 등신 쪼다 같은 새끼......”

전도한은 영록의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니께 얼능 누가 우리 여기 있는 거 알려 줬는지 사실적으로다가 말하라고~ 안 그럼 바로 니 꼬추 따버리고 평생 내시로 살게 만들어 버릴겨?”

그가 예리한 식칼 끝을 영록의 성기 위에 올려 놓고 빙빙 돌리며 무서운 말투로 말했다.

영록은 겁에 질려 찔끔찔끔 오줌까지 지리고 있었다.

결국, 영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운용이가...... 지운용이가 가르쳐 줬어요......”

그 말에 조폭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운용?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누구더라?”

“아! 걔잖아, 걔! 아줌마 아들내미! 우리 먹을 거 심부름 하는 애!”

그 말에 전도한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다시 영록을 쏘아보며 물었다.

“뭐여 씨발? 그 년 자식 새끼가 우리 여기 있는 거 가르쳐줬다고? 너 걔랑 어떤 시이인겨? 그리고 왜? 왜 걔가 너한테 우덜이 여기 있다는 거 알려줬다는겨? 넌 왜 여기까지 와서 짭새들한테 신고하려고 한 거고?”

영록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전에 교회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에요. 우성 제일교회요. 그래서 알고 지내다가 갑자기 걔한테 문자를 하나 받았는데......”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 거실 우측에 있는 방 문이 열렸다.

아까 영록이 판잣집 밖에서 집 안을 엿보았을 때 운용 엄마와 조폭들이 그 짓을 하고 있던 바로 그 방이었다.

“밖에 무슨 일 있어요? 누가 방금 비명 지른 거 같은데?”

방 안에서 더벅머리가 된 마선욱이 빨간색 팬티 하나 달랑 입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오랫동안 미용실에 가지 못했는지 머리카락 끝은 금발인데 정수리부터 중간까지는 검은색이었다.

방 문 틈으로 여전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의 운용 엄마가 임신한 배를 드러낸 채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이불 위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음문에서는 허연 정액들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운용 엄마는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숨을 헐떡이고만 있었다. 조폭 녀석 하나가 그녀의 옆에 앉아 커다란 유방을 주물럭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거실로 나온 마선욱은 그곳에 꿇어 앉아 있는 영록을 보고 손가락을 그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새끼! 너 맞지? 영록인가, 경록인가 하던?!”

마선욱이 그가 있는 쪽으로 쿵쿵거리며 걸어왔다. 방금 전까지 운용 엄마와 그 짓을 하다 나왔는지, 아랫도리에서는 역한 비린내가 확 풍기고 있었다.

“뭐여? 이 새끼 선욱 조카랑 아는 사이인겨?”

전도한의 물음에 마선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깐 우리 애국 청년 십자군에 있었던 새끼에요. 저한테 말대꾸하고 까불다가 좆나 쳐맞고서는 탈퇴한다고 토꼈는데...... 잠깐, 근데 너도 그때 다른 애들이랑 같이 조사실에 있던 여대생 년 따먹었었잖아? 내가 너 아다 때준다고 할 때! 내 밑에 애들 다 감옥 들어갔는데 왜 너만 쏙 빠져서 감옥에 안 갔어, 엉? 따지고 보면 너도 공범이잖아?!”

마선욱이 무서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영록은 기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그려? 그런 놈이 지금 여그까지 와서 짭새한테 신고를 하려다 딱 걸린거네, 시방?”

“이 새끼가 짭새한테 신고하려고 그랬다구요? 이 새끼 단단히 미쳤네 이거? 근데 우리가 여기 있는거 이 새끼가 어떻게 알았데요? 여기 일부러 찾아 올래도 찾기 힘든 곳인데?”

“저짝 방에 있는 년 아들이 가르쳐 줬다는디?”

“아줌마 아들이면, 운용이 그 찐따 새끼가요? 아니, 왜 걔가 이 새끼한테 그걸......”

갑자기 마선욱이 말을 하려다 말고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표정으로 깔깔 웃기 시작했다.

“카하하하하하, 너 씨발, 그 년 찾으려고 온 거냐? 거유민?”

유민의 이름을 들은 영록이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맞네, 맞어. 표정 보니까 딱 맞췄나 보네. 크크크크크크.”

마선욱이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 그년이랑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 살았다며? 학교도 초등학교 때부터 죽 같이 다니고. 그년한테 다 들었어. 그래서, 너 그년 많이 좋아했냐? 여기까지 찾으러 왔을 정도로? 하긴, 그년 정도 와꾸면 너 같은 새끼들이 좆나 뻑가서 따라다닐만 하지. 보면 볼수록 좆나 따먹고 싶은 년이니까. 왜, 너도 그년 많이 따먹고 싶었냐? 크크크크크.”

영록이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마선욱에게 물었다.

“유민이가...... 정말 여기에 있어요......?”

마선욱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유민이? 당연히 있지, 씨발. 그 걸레년 데리고 살면서 전용 육변기로 쓴 지가 몇달 째인데.”

영록은 육변기라는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등 뒤 방 너머에서 여자의 교성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영록은 뒷덜미가 서늘해져 옴을 느꼈다.

“유민이가 왜 여기에 있죠......? 성모 형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마선욱이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성모? 씨발, 성모 그 새끼가 필리핀으로 뜬 지가 언제인데? 거유민 그년, 성모가 좆나 따먹어서 이제 자기는 질렸다고 필리핀 가기 전에 나 주고 갔다, 새끼야.”

그 말에 영록은 두 눈이 부릅떠졌다.

“뭐? 뭐라고?”

“아, 씨발. 병신 새끼, 한국말 못 알아듣냐? 성모 걔가 필리핀 가면서 자기는 거유민 그년 따먹을 대로 다 따먹었다고, 나한테 맛있게 잘 먹으라고 주고 갔다고, 이 씹새끼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참, 너는 거유민 그년이 성모한테 따먹힌 거 모르지? 너 그년이 아직도 처녀인 줄 알았냐, 병신아? 처녀는 무슨, 성모 보자 마자 뻑가서 그 새끼한테 보지 벌린 년인데. 그년이 얼마나 걸레 같은 년인지 아냐고, 씨발.”

불현듯, 작년 성모와 유민이 오피스텔 앞에서 키스하던 것을 길 건너편에서 목격했던 날,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그 순간들이 눈 앞에 떠올랐다.

그 때 성모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음란하게 쓰다듬고 있었던 것도 모두 기억났다.

‘그럼 그 때 유민이가 진짜 성모형이랑......’

영록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마선욱이 빨간색 팬티 위를 손으로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뭐 성모만 그년 따 먹은 줄 아냐? 나도 따먹었고, 내 따까리들도 다 따먹었고, 여기 삼촌들도 다 따먹었고...... 크크크, 지금까지 그년 배 위에 올라탄 사람만 수십명은 될껄? 완전 빡촌 창녀처럼 밥 먹을 때만 빼고 맨날 우리한테 제발 자지 박아 달라고 보지 벌리고 있다니까? 저 방에 아줌마하고 같이 매일 우리한테 돌림빵 당하면서도 좋다고 헥헥 거리는 걸레년이라고, 병신아~! 어디 그 뿐인 줄 알아?”

마선욱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아까 운용 엄마가 있던 방으로 다시 들어 갔다.

영록은 충격 받은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유민이가...... 유민이가 그럴리 없어......’

영록은 마선욱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마선욱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이었다.

함께 학교를 다니던 시절, 밝고 명랑하게 웃음 짓던 유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왠만한 남자들은 모두 이겨낼 정도로 합기도를 잘했던 그녀의 모습도 생각났다.

그런 그녀가 마선욱의 말처럼 될 리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 때, 등 뒤의 벽 너머에서 남자와 여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아...... 아아......! 주인님...... 주인님.......! 아.......! 저, 망가져 버릴거 같아요......! 아.......! 주인님 그만, 제발 주인님......!”

“씨발, 창녀 같은 년. 내가 박아주니까 기분 좋지?”

“네, 아.......! 근데 아파요, 너무 아파요......! 주인님 그거 때문에....... 주인님....... 아, 그만....... 아, 아.......!”

“씨발년, 너 다마 박은 자지라면 좋아 환장하잖아?”

“아....... 근데 제발, 제발 살살......! 아......! 아파요, 주인님. 아....... 아.......!”

“씨발, 그동안 졸라 박아줘서 보지 구멍도 헐렁거리게 넓어 졌을 거구만, 뭐가 아프다고 엄살이야!”

찰싹!

“꺄악! 아...... 아.......! 주인님, 아파요......! 아...... 아아......!”

거실 좌측 방 안에서 절정에 치달은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분명 영록이 들어본 적 있는 것이었다.

영록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전도한과 조폭들이 소파 주변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씨발, 운용인가 뭔가 그 쬐끄만한 개새끼 때문에 우리들 다 좆될 뻔 한 거 아녀? 지금까지 우덜이 짭새 피해서 도망다니면서 고생한 게 얼마인디?”

“이거 바로 광이 형님한테 말씀드려야 하는 문제 아닙니까?”

“그치, 광이가 지금 여기 오야붕이니께 바로 얘기해야겄지? 광이 지금 어디 있냐? 아직 저 짝 방에 있냐?”

“네, 딸내미랑 같이 계십니다.”

“씨벌, 그년 데리고 방에 들어간지 한참 되지 않았냐? 한번 데리고 들어가면 아주 그냥 짜낼 대로 다 짜내고 나오는구만. 광이 저 새끼 저거 혹시 지루 아녀?”

“그럼, 제가 가서 광이 형님한테 말씀드려볼까요?”

“......동물 새끼도 떡 칠 때 겐세이 놓으면 빡쳐서 지랄하는 법인디...... 좀만 더 냅둬봐봐~”

전도한과 조폭들은 다시 거실 소파와 이불 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거실 우측 방으로 들어갔던 마선욱이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씨발, 병신 새끼야. 니가 좋아하는 거유민 그년이 우리랑 뭐하고 살았는지 한번 봐봐라.”

그는 소파 주위에 앉아 있는 조폭들을 지나 영록의 앞으로 다가와 그의 얼굴 앞에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의 핸드폰 안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음란한 유민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들어 있었다.

마선욱과 성부 학교 양아치들이 성모의 오피스텔에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유민의 다리를 벌리고 차례대로 겁탈하는 사진들부터,

우성 경찰서 음침한 지하 조사실 안에서 조폭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유민이 눈물을 흘리며 다리를 벌리고 손으로 자기 가슴을 주무르며 야한 춤을 추는 영상,

온 몸에 유성매직으로 더러운 낙서가 새겨진 채로 조폭들에게 돌려 가며 윤간 되는 영상,

어딘지 모를 여관방에서 운용 엄마와 유민이 나란히 침대 위에 엎드려 마선욱과 조폭들에게 뒷치기를 당하는 영상,

그리고 바로 이 곳, 지금 이 은신처에서 그녀가 조폭들과 몸을 섞고 있는 영상까지......

핸드폰 스피커에서는 유민의 낯뜨거운 신음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유민 이 개걸레년 우리랑 떡치면서 좋아하는 거 보이지? 크크크, 병신 새끼, 왜 꼴려? 딸딸이 치게 손이라도 풀어줄까?”

눈 앞에 펼쳐진 사진과 영상들을 지켜보고 있던 영록의 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사진과 영상 속에서, 발가벗은 유민은 마선욱과 조폭들에게 주저 없이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혀와 입술을 섞는 것은 예사였고, 그들의 어떤 변태적인 행동이나 요구들도 모두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마선욱이 보여준 사진과 영상들 중, 유민이 웃고 있거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이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하나같이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들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이 본 9호 조사실 여대생 누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 이 놈들이 그 누나처럼 유민이를......? 대체 유민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영록은 자신도 모르게 뿌드득, 이가 갈렸다.

영록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거리는 걸 본 마선욱은 더욱 그를 조롱하려는 듯, 핸드폰 속 사진들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다시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마, 새끼야. 너 이게 무슨 사진인지 알아?”

그가 보여준 사진 속에, 알몸의 유민이 우는 얼굴로 침대 위에 옆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다리 앞에는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인 작은 플라스틱 막대기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유민은, 그 것을 내려다보며 울고 있었다.

마선욱이 웃으며 다음 사진을 보여주었다.

두 명의 조폭들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었고, 그녀는 마치 두려움에 떨고 있는 표정으로 침대 위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막대기를 자신의 가슴 앞에서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다음 사진에서는 아예 그 플라스틱 막대기를 입에 물고 있었고,

실 같은 거로 매달아 아예 그녀의 목에 달아 놓고 십여 명의 조폭들과 함께 기념 사진처럼 찍어 놓은 사진으로 이어졌다.

이 사진에서, 유민은 그 플라스틱 막대기를 목에 건 채로 조폭들에 의해 음문이 보이도록 강제로 다리가 벌려지고, 양손으로는 브이자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야, 감이 안 오냐? 너 이 년 목에 있는 게 뭔지도 모르지?”

마선욱이 사진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유민의 목에 걸린 플라스틱 막대기 가운데에는, 빨간색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거유민 이 년, 애도 가졌었어! 한번 임신한 적도 있었다고, 병신아! 아, 그 때 어차피 임신한 년이라 피임할 필요 없어서 콘돔 안 끼고 생으로 막 하고 질싸도 할 수 있어서 좆나 좋았는데······”

마선욱은 만면에 더러운 웃음을 지으며 다음 사진을 보여주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유민의 다리 사이는 물론 음모 위에까지 온통 하얀 정액으로 범벅이 된 사진이었다.

“유민이년 낙태시키려고 병원 데려갔다가 우리 삼촌들 경찰한테 걸릴 뻔하고 좆나 위험한 적도 있었지. 그래서 이년 한번 낙태시키고 나서 얼마 후에 저 방에 있는 아줌마 임신했을 때부터는 걍 낙태 안 시키고 계속 데리고 좆물받이로 쓰기로 했지. 씨발, 또 병원 데리고 간다고 나돌아 다니다가 경찰에 걸리면 안되니까. 크크크. 그래도 이년, 한번 임신하고 나니까 빨통도 좆나 커지고 궁둥이도 좆나 커져서 떡칠 때도 찰진 게 아주 그냥......”

마선욱을 손으로 사타구니를 만지며 혀를 낼름거렸다.

영록은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누군가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친 거 같은 충격이었다.

‘유민이가...... 어떻게 됐었다고? 임신도 하고...... 낙태까지 했다고......? 유민이가......? 유민이가......?’

그 때, 거실 좌측 방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까부터 들려온 거칠고 두꺼운 남자의 목소리였다.

“자, 한 발 시원하게 뺐으니 2라운드는 화장실 가서 샤워하면서 해야지?”

방 밖으로 사람들이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일본식 이레즈미로 가득한 커다란 체구의 조폭이 거실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이곳에서 조폭들의 리더 역할을 하는 박광이란 자였다. 마두원의 조직에서 꽤 높은 서열의 중간 보스이기도 했다.

작년 김요한 장군이 우성시 계엄사령관으로 복귀했을 때, 일본으로 밀항하려는 계획이 수포가 된 마두원은 우성 경찰서에 있던 모든 수하 조폭들을 데리고 육로로 우성시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여동 톨게이트 등 주요 도로도 이미 계엄군에 의해 막혀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마두원의 조폭 패거리들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많은 조폭들이 계엄군에 의해 붙잡혔지만, 마두원은 천신만고 끝에 태화산 산길을 통해 우성시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선욱은 아버지를 따라가지 않고 박광, 전도한 등과 함께 우성시로 돌아가 여기저기를 떠돌며 숨어 지냈다. 이때부터 유민과 운용 엄마를 계속 끌고 다녔던 것이다.

박광과 조폭들은 마두원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시 일본으로 도망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일전쟁이 발발하고 또다시 일본으로의 모든 뱃길이 봉쇄되자, 결국 이곳에 장기간 숨어있을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옆에 벌거벗은 여자를 허리에 끼고 함께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는 하얗고 진한 정액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입가에도 허연 것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박광의 구슬 다마 박힌 성기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헉!”

그걸 본 영록은 경악하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 앞에 있던 여자가 바로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유민이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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