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45화 (45/217)

〈 45화 〉 202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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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9월 10일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의 예상대로 민주시민당 김창수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민들은 자유공화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 필요도 없다는 듯, 김창수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었다.

9월 14일, 김창수 대통령은 취임식 며칠 후 북한 최고 지도자 김성운을 서울로 초청했다.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한국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남북 정상은 그리 길지 않은 회담을 통해 현 상태에서 모든 전쟁 행위를 중단할 것에 합의했다.

훗날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이 회담은 북한 측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 받는 자리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이 날 김성운은 김창수 대통령에게 노동당의 해체를 약속했으며,

북한군은 모든 무기를 양도하고 한국군의 통제를 받기로 했고,

점진적 통일을 위해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심지어, 통일이 된 후의 국호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데에 동의했다고 한다.

만일 이정만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가운데 조금만 더 전쟁이 지속되었더라면 김성운은 물론 북한군 전체가 세상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기에, 북한으로서는 어느 한 부분에서도 자기주장을 피력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9월 16일, 남북 간의 전후 정리가 시작되자 김창수 대통령은 드디어 일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령 독도와 7광구를 침략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당장 자국 군을 철수시키길 바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사과는커녕,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에 일개 국회 대변인의 답변으로 응수했다.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 우리 일본의 영토였으며, 7광구 일대의 영해 역시 국제법상 일본의 소유가 확실하다. 한국은 해당 지역을 오랜 기간 동안 무력으로 불법 점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일본이 자국 영토와 영해에 대한 권리를 되찾은 것일 뿐이니, 한국 대통령은 앞으로 언동에 주의해 달라.]

2차 한국 전쟁의 배후에서 깊숙이 개입해 온 것도 모자라 한국의 영토와 영해를 빼앗고도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일본의 행태에, 한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극한까지 치닫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인들의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9월 18일,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공업 소재 수출을 모두 중단했으며, 한국 선박과 항공기들의 7광구 등 일본 영해로의 항해 및 비행도 모조리 금지시켜 버렸다. 만일 일본 영해로 들어오는 한국의 선박이나 항공기들이 있다면 모두 나포하거나 격추시키겠다고 까지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 일본은 또 하나의 초강수를 두었다.

일본군이 징병제를 실시하며 병력들을 크게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육군 60만, 공군 12만, 해군 15만 병력을 목표로 징집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국민들 내부에서도 큰 반발을 일으켰다. 특히 군대 갈 걱정 없이 살아오던 젊은 세대들의 불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우익들에 의해 일본의 징병제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국군정보사에 의해 충격적인 첩보가 들어왔다.

일본이 기존 원자력 발전소 시설에서 플루토늄을 추출, 핵무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된 것이다.

한국은 즉시 이 사실을 UN 등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의 핵무장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러자 일본은,

[한국은 북한이 가지고 있던 핵무기들을 탈취함으로써 새로운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최근 자국(일본)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고수하는 현 한국 정부의 위협으로 인해, 자위적 측면에서 핵무장이 시급하다고 판단되어진 것뿐이다. 일본이 핵무장을 하기로 결심한 원인은 결국 한국이 제공한 것이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놓았다.

“이쯤 되면 싸우자는 거지요? 싸우자고 덤비는 오만한 자에게, 굳이 우리가 예의와 격식을 갖추고 대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일본의 계속되는 도발에 분노한 김창수 대통령은 주일 대사와 일본에 파견된 정부 관료들을 모조리 한국으로 귀국시켰다. 그와 함께 일본 대사관을 폐쇄시키고 일본 대사와 외교 관계자들 모두를 강제 출국시켜버렸다.

그와 함께 한국은 일본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및 입국 심사를 크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업 목적이든 관광 목적이든, 일본인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혀버린거나 다름없었다.

점점 한일 양국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2차 한국 전쟁 내내 러시아, 중국, 이란 세 나라와의 대치 국면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던 미국도 동북아 주요 동맹국들인 한일 양국의 관계가 전쟁으로 치달을 우려가 커지자 어떻게든 전쟁을 막고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재로 한일 양국의 상태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 오후 2시, 경기도 우성시 시내 일대

토요일 시내 거리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길거리 사람들의 얼굴엔 언제 전쟁을 겪었냐는 듯, 언제 빨치산들에게 점령당한 적이 있었냐는 듯, 모두 생기가 가득해 보였다.

영록은 오랜만에 학교 기숙사를 나와 외출을 했다. 정부에서 준 지원금카드로 서점에서 책과 학습서 등을 구매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거리에는 더 이상 군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끔 한반도 여기저기에서 북한 쿠데타 잔존 세력들이 크고 작은 테러들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9월 말 전쟁 종전 선언과 함께 우성시에 대한 계엄령도 해제되면서 모든 계엄군들이 떠난 것이다.

이제 계엄군을 대신해 경찰들이 우성시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 거리에서는 4명씩 짝을 지어 순찰하는 의경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두원이 사라진 이후, 정부는 그가 가지고 있던 사업체들에 대한 법인 신청을 모두 취소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성부 학교에 대한 인허가도 함께 취소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성부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어 모두 떠나 버렸다.

다만, 정부는 성부 학교에 모인 전쟁고아들에게 계속 이곳에 머무르며 고등학교 과정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들도 고용과 급여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그래도 전쟁이 끝나자 많은 아이들이 성부 학교를 떠났다. 친척이나 사설 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태하도 9월 말 성부 학교를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운동하시던 체육관 친구 분하고 연락이 닿았어. 감사하게도 그 분이 날 입양해 주시겠데...... 그동안 고마웠어, 항상 몸 건강히 잘 있고......”

태하는 떠나가며 작별의 선물로 ‘모두를 위한 격투 무예’ 책을 영록에게 내밀었다.

“이 책, 더는 내게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계속 갖고 있으면 아버지 생각만 날 거 같기도 하고...... 근데 너 맨날 이 책 보고 연습한다더니, 거의 연습 안 했지? 그래도 틈날 때마다 보고 연습 많이 해봐. 그럼 언젠가 네가 원하던 대로 아무한테도 맞지 않아도 될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는 영록이 네가 정말 강해져 있길 바라.”

태하는 그렇게 웃으며 떠나갔다.

영록의 곁에는 이제 정말 아무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태하가 떠나가던 날 밤, 영록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흐느껴 울었다.

태하와의 작별 때문에 슬퍼서 운 것도 있었지만,

항상 자신의 곁에 있어주던 또 한 사람, 유민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 때문에 흘린 눈물이기도 했다.

‘유민아......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영록은 핸드폰에 저장된 그녀의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예전에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유민은 짓궂은 표정으로 영록과 어깨동무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의 눈물방울이 핸드폰에 떨어져 흘러 내렸다.

어느덧 그는 우성 경찰서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회한 가득한 눈빛으로 경찰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영록은 새로 조직된 우성 경찰서의 어느 조사관(형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조사관은 애국 청년 십자군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영록은 이 때 혹시 자신이 애국 청년 십자군에 속해 있을 때 저지른 죄 ­ 여대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것 ­ 를 캐물으려는 것이 아닐까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예상대로 조사관의 질문은 경찰서에서 집단 성폭행 당한 여대생에 대한 것이었다. 영록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가 묻는 대상은 마선욱과 그를 쫓아다니던 양아치들이었다. 이미 그들 대부분은 경찰에 붙잡혀 있는 모양이었다.

조사관은 영록에게 마선욱과 양아치들이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네, 9호 조사실에서 그러는 거 봤어요.”

[그럼 영록군은 어떻게 그 상황을 목격했던 거지요?]

조사관의 날카로운 물음에 영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자신도 감옥에 갈 것만 같았다.

“그 사람들이 밥 시킨 거 가져다주라고 해서...... 그래서 밥 갖다 주면서 보게 되었어요.”

영록은 절반의 진실만을 말했다.

자신도 그 일에 가담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

조사관은 며칠 후 그에 대한 진술서를 받으러 학교로 찾아가겠다며, 진술서만 써 주면 경찰서에 오가거나 번거로운 일은 없을 거라 말했다.

통화가 끝났다.

영록은 안도하는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게 경찰서 건물을 지나가고 있을 때, 도로가 화단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는 얼굴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그가 교회에서 본, 그리고 애국 청년 십자군을 탈퇴하고 나가던 날 마지막으로 만난 운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안녕?”

영록이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걸었다.

운용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이 별안간 굳어졌다.

“형도 나쁜 형이지!”

그는 화단에서 벌떡 일어나 영록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형도 그 때 그 나쁜 형들하고 한 패였지? 그런데 왜 형은 감옥에 안갔어? 형도 감옥에 들어가 있어야 하잖아!”

그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영록을 붉어진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나 아니야...... 나, 그 나쁜 사람들하고 한패 아니야. 네가 너네 엄마하고 같이 그 사람들한테 끌려오던 날, 그 사람들한테 왜 너희 모자를 여기로 끌고 왔냐고 따지다가 나도 많이 맞았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날 바로 거길 탈퇴하고 나왔고. 나도 애국 청년 십자군이라는 단체가 그렇게 나쁜 사람들 모인 곳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지 못했어.......”

영록은 운용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너하고 너네 엄마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나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왜 죄 없는 사람들 여기 끌고 왔냐고 따졌지만....... 난 너무 힘이 없었어. 미안해...... 도와줄 힘이 없어서 미안해.......”

운용은 더 이상 영록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 그러다 그 자리에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영록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사 운용에게 주었다. 둘은 다시 경찰서 앞 화단에 앉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너네 엄마는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니?”

“네, 나중에 어디 모텔에서 엄마 옷하고 소지품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어요. 그래서 경찰서까지 직접 찾아와 엄마 찾는 일이 어떻게 되가나 물어보려고 왔는데, 오늘 토요일이라고 담당자가 출근을 안했데요......”

영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근데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네, 물어보세요.”

“그 나쁜 사람들이, 그때 너하고 너네 엄마를 경찰서로 끌고 온 이유가, 네가 빨치산들을 도와준 것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

운용의 얼굴 벌겋게 달아올랐다.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 친구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빨치산 아저씨들을 만났는데, 그 빨치산 아저씨들이 이거 하고 가라고, 안 그럼 집에 못 간다고 무섭게 말해서 어쩔 수 없이....... 그거 도와준 것도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다구요!”

그는 억울한지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

“그래, 빨치산들이 그렇게 협박하는데 그냥 갈 수도 없었겠지. 이해해.”

“그런데 그 나쁜 형들은 그거 때문에 우리 엄마더러 나 대신 벌 받아야 한다고 우리 엄마를, 우리 엄마를.......”

운용을 다시 울기 시작했다.

“너네 엄마가 어떻게 되셨는데?

하지만 운용은 사실대로 말 할 수 없었다. 영록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우는 그를 달래며 주었다.

”울지마, 반드시 너네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실은 나도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형도 엄마 잃어버렸어요?”

“아니, 부모님은 이번 지난번 서울에 화학가스 떨어졌을 때 모두 돌아가셨고....... 내....... 친구가 사라졌는데 어디 있는지 도통 모르겠어. 그래서 너무 걱정이 돼.”

“응, 그랬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운용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집으로 돌아 갈께요. 형, 나 형 핸드폰 번호 가르쳐 주면 안되요?”

“응, 여기.”

영록은 운용에게 자신의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운용은 영록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집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영록은 운용과 헤어진 후, 곧장 시내의 서점을 향했다.

서점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고르던 영록의 발걸음은 스포츠/취미 분야까지 와 있었다.

‘아, 맞다! 여기에도 태하가 준 책을 팔고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진열된 책들을 주욱 살피던 영록이 마침내 태하의 책과 똑같은 책을 발견했다.

‘와, 여기서도 이 책을 팔고 있었구나! 음......? 그런데 이건......?’

영록은 ‘모두를 위한 격투 무예’ 책 주변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모두를 위한 격투 무예’는 1권짜리 책이 아니라, 총 5권이나 되었던 것이다.

‘와! 이거 시리즈였어? 그럼 내가 본 책이...... 아, 그게 1권이었구나. 1권이 맨손 격투, 2권이 입식 격투? 입식 격투가 뭐지? 권투? 킥복싱? 뭐 그런 건가? 3권이 그래플링, 4권은 종합 격투...... 5권은 무기술? 무기술까지 있어?’

책은 모두 컬러로 되어 있었고, 영록이 보았던 1권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기술들이 여러 장의 사진과 자세한 설명 글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들을 한 권 한 권 훑어보던 영록은 책의 방대한 내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와, 이걸 다 동영상으로 제작해도 엄청 오래 걸렸겠다. 이런 걸 책으로 냈으니...... 이 책 저자 진짜 대박이네......’

영록은 책 표지 뒤쪽에 있는 저자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강운예...... 이 사람이 바로 태하 아버지가 운동한 체육관의 관장님이라고 했지? 생긴 건 그냥 되게 착하고 순하게 생겼는데...... 이런 책들을 낼 정도면, 이 사람 정말 엄청나게 강할까? 유명 격투기 선수 출신 같은 사람인가?’

하지만 프로필 어디에도 그에 대한 자세한 소개 글은 없었다. 그저 이름과 체육관 이름뿐이었다.

‘서울 강서 골든라이언 체육관 관장...... 이게 다야? 다른 책들 저자들은 자기가 어디 대학 나왔고, 무슨 상 받았고, 지금까지 자기가 뭐했는지 구구절절 자랑들을 적어 놓더만, 이 사람은 자기소개가 달랑 체육관 관장 하나?’

영록은 강운예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강운예는 편안한 체육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이나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얼굴이라기보다, 편안하고 친절할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날카로워 보였다. 웃고 있지만 언제든 칼을 뽑아들 것 같은 긴장감이 서린 눈빛이랄까, 영록은 왠지 그가 분명 비범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태하가 이 사람 예전에 갑자기 실종되어 버렸다고 했었지? 책도 내고 체육관도 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이 사람 나이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결혼은 했을까?’

영록은 점점 강운예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운예의 책과 그 안에 실린 내용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영록은 책장에서 ‘모두를 위한 격투 무예’ 2권부터 5권까지 모두 꺼내 계산대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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