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202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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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경기도 우성시 시내 일대
우성시청 앞 광장을 향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손에 촛불을 들고 있었다.
며칠 전 박현국 합참의장은 참수 작전에 의해 사살된 북한 인민무력상 류광택 차수의 시신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2차 한국 전쟁이 벌어진 진짜 내막을 여러 증거물들과 함께 모조리 폭로했다.
박현국 합참의장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 재선을 앞두고 있던 이정만 대통령은 야당 김창수 대표에 비해 낮은 지지율로 고민하던 도중, 과거와 같이 안보 이슈를 만들어 지지율을 반등시키고자 함.
● 자유공화당 모 의원이 일본 관방장관의 주선으로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던 인민무력상 류광택 차수와 접촉하게 됨. 이 자리에서 류광택 차수는 자유공화당 측에 '남조선이 원하는 만큼의 국지도발을 일으켜 주는 대가로 쿠데타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함.
● 이정만 대통령과 자유공화당은 일부 세금이 포함된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을 류광택 차수에게 송금함.
● 류광택 차수는 이 자금을 기반으로 북한 군부 대부분을 포섭해 쿠데타 준비를 마침.
● 군부의 70% 이상을 장악한 류광택 차수가 쿠데타를 일으켜 평양을 공격하고, 김성운은 호위사령부 병력들과 함께 간신히 평양을 탈출해 쿠데타 세력과의 내전을 이어가려 함.
● 평양을 점령한 류광택 차수는 이정만 대통령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백령도를 향해 포격 도발을 실시함(1차 백령도 공방전). 이때 서북도서 방위사령부가 K9 자주포는 물론 천무 다연장로켓, F15K까지 동원해 장산곶 일대의 북한군 진지를 초토화시키며 심대한 피해를 입힘.
● 그와 거의 동시에 류광택 차수는 탄두가 제거된 장거리 미사일 3기를 일본 본토를 향해 발사함. 일본 방공망에 의해 미사일 2기가 격추되었지만 1기가 인구 밀집 지역에 낙하하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함. 이로 인해 일본에서 평화 헌법에 대한 개헌 주장이 확산되는 계기가 됨. 이 역시 류광택 차수와 일본이 사전에 합의된 일이었음.
● 1차 백령도 공방전 이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이정만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반등이 없어 다음 재선이 힘들어짐.
● 쿠데타로 인해 군 내부가 완전히 통제되지 않던 도중 북한군 중 일부가 류광택 차수의 지시 없이 지난 1차 백령도 공방전 때 입은 피해를 보복하겠다며 재차 백령도를 공격함(2차 백령도 공방전). 해상저격여단을 상륙시켜 백령도를 점령하려고 한 북한군의 공격은 해병대와 서북도서 방위사령부에 의해 좌절됨.
● 1차 백령도 공방전과 같은 안보 이슈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반등에 실패한 이정만 대통령은 2차 백령도 공방전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고 계엄령을 선포해 자신의 임기를 강제로 연장시키는 한편, 재선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함.
● 휴전선 일대의 북한군 전연 군단 병력 대부분이 김성운의 호위사령부 병력들과 내전을 치르기 위해 북쪽으로 대거 이동한 덕에 한국군은 파죽지세로 휴전선을 돌파, 북진에 성공함. 이 과정에서 한국군은 김성운의 호위사령부 병력과 류광택 차수의 쿠데타 세력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격해 양측에 큰 타격을 입힘.
● 이정만 대통령은 자신과 북한 쿠데타 세력과의 밀월 관계가 탄로 나지 않도록 류광택 차수는 물론 김성운까지 암살하기 위해 합참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병력들을 파견함. 이와 함께 전쟁 및 군사 작전을 이유로 국내 언론들을 통제하기 시작함.
● 이정만 대통령이 파견한 병력들이 거듭 작전에 실패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함. 합참 내부에서 대통령이 계속 사적으로 병력을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국군정보사를 통해 조사에 착수함.
● 류광택이 해외 언론에 자신과 이정만 대통령 / 자유공화당과의 밀월 관계에 대해 폭로함. 이에 한국 정부는 해외 언론사들에 금품을 뿌려 관련 보도를 막으려 하는 한편, 국내 언론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함.
● 김성운의 호위사령부 병력과 류광택 차수의 쿠데타 세력 모두 개마고원 일대까지 밀려남. 류광택 차수가 김성운에게 한국군을 막기 위해 내전을 잠시 중단하자고 제의하지만 김성운이 이 제의를 거절함.
● 국군정보사에서 해외 언론에 노출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관련 정보 수집에 착수함.
●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류광택 차수는 일본의 지원을 받아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 우성시 점령 작전을 실시함.
● 국군정보사에서 류광택 차수에게 ‘이정만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에 대한 증거 자료를 넘겨주고 우성시를 점령하고 있는 빨치산들을 철수시키면, 우리도 전방의 군대를 뒤로 물러 주고 휴전하겠다.’ 고 제의하지만, 류광택 차수는 ‘먼저 휴전 협상부터 진행하라’ 며 이 제의를 수용하지 않음.
● 우성시가 한국군에 수복되자, 북한 쿠데타 세력은 일본의 지원 하에 이정만 대통령 암살을 시도, 성공함.
● 이정만 대통령 암살 이후 합참은 정부와 국방부에 알리지 않고 국군정보사가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참수 작전’을 시행, 류광택 차수를 현장에서 사살하고 그가 보관하고 있던 이정만 대통령의 비자금 송금 내역 및 자유공화당 의원들과 북한 쿠데타 세력과의 회담 사진과 영상, 음성 녹음 파일 등의 자료를 모두 확보하는데 성공함.
박현국 합참의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위와 같은 모든 경위와 증거 자료들을 낱낱이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전쟁 발발의 원인이 이 나라 대통령의 권력욕에 의한 것이었다는 추악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민심이 격하게 요동쳤다.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은 거듭된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있으므로 무력으로 북한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국민들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 전쟁에 일본이 적극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주말이 되자 전국적으로 촛불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직 계엄군이 머물고 있는 우성시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시청을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어린 영록과 태하도 함께 하고 있었다.
“조작 전쟁 중단하라! 언론 탄압 중지하라! 자공당(자유공화당)은 해체하라! 일본 정부 사죄하라!”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태하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 누구보다 더 큰 목소리로 구호를 따라 외쳤다. 그의 주변에는 영록과 성부 학교 전쟁고아 아이들 수십 명이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손에는 촛불과 시민들이 나누어준 피켓들이 들려 있었다.
학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뉴스를 시청하던 태하는 크게 격분했었다. 영록은 태하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럼, 이 전쟁이 모두 대통령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거라는 얘기잖아?! 대통령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대체 얼마나 많은 군인들과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간 거야?! 대통령과 자유공화당만 아니었으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고 우리 부모님도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잖아!!!”
태하는 성부 학교 아이들에게 다 함께 촛불 시위에 나가자고 선동했다. 영록은 말 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하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이미 거리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우성 시내 모든 도로들이 차량 하나 다니지 못할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다.
시민들 속에서 거리를 행진하던 영록의 옆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부모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었다.
구호를 외치던 영록은 자신도 모르게 그 어린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애초에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엄마 아빠는 돌아가시지 않았겠지?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도 저 아이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있었을 거야.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내가 우성시에 올 일도 없었겠지. 애초에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이 전쟁만 아니었으면......’
갑자기 생전 부모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영록이 옆에 있는 아이만한 나이였을 때, 저처럼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놀러갔을 때의 기억과,
생일 선물을 사가지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두 분의 웃는 모습,
직장 생활 때문에 너무 바빠 체육 대회 날 못 가게 되었다며 미안해하시던 모습하며,
이제 고등학교 올라가면 우리 영록이 용돈 더 올려줘야겠네, 하고 웃으시던 모습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병원 영안실 차디차게 식어버린 부모님의 시신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엉엉 울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울컥 울음이 터졌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함께 거리로 나선 아이들 대부분 영록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많은 아이들이 울먹이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조작 전쟁 중단하라! 부모님을 살려내라!”
아이들 중 누군가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전국에서 모인 전쟁고아들이 이곳 성부 학교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부모님을 살려내라!’는 외침만으로도 그 아이들이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울먹이며 부모님을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어떤 중년의 여인은 구호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는지, 함께 눈물 흘리며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안아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힘내라며 물과 음식을 건네주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아이들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부모님을 살려내라!’고 같이 외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시민들은 시청 앞 광장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오후 7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경찰서
“엄마...... 아빠......”
유민의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쯤 풀린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발가벗겨져 조사실 바닥에 다리가 벌려진 채 가쁜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온통 유성 매직으로 된 낙서들과 희뿌연 정액들로 더러워져 있었다.
지금까지 다들 몇 번씩 돌아가며 그녀를 올라탄 것인지,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셀 수도 없는 만큼 바를 정 자가 쓰여져 있었다. 조폭들도 모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중 한 놈이 킬킬거리며 자신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손에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야, 이년 가운데 두고 기념사진 하나 박자!”
그가 유민의 음문 사이로 자신이 피우던 담배꽁초를 깊숙이 꽂아 넣으며 말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허연 담배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다.
“씨발, 그림 죽이네! 이건 남겨야지.”
조폭들은 유민의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뒤로 가서 각자 포즈를 취했다. 어떤 놈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고, 어떤 놈은 그녀의 젖꼭지를 혀로 희롱했다. 어떤 놈은 티링 박은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댔고, 어떤 놈은 힘없이 떨어진 그녀의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녀의 다리 사이에 박힌 담배꽁초는 계속 타들어가 가고 있었다. 꽁초 끝에는 기다란 담뱃재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사진을 다 찍은 조폭들은 유민을 그렇게 바닥에 팽개쳐 놓고, 지들끼리 배달시켜온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게걸스럽게 처먹기 시작했다.
“좆나 힘 빼고 물 빼고 먹는 거라 그런지 짱깨가 좆나 맛있지 않냐?”
“야, 근데 아까 내가 할 때 봤냐? 저년, 조금만 빨리 박아주면 신음소리가 달라진다? 졸라 좋아서 지가 알아서 허리도 흔든다니까?”
“원래 남자 맛을 아는 년이니까, 순종적인 암캐처럼 조교되는 것도 졸라 빠른 거겠지.”
“아우~ 아까 난 저년이 내 위에서 보지로 방아 찧을 때 완전 짜일 대로 짜였어. 오늘 이러다 코피 터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씨발, 나약한 새끼. 이렇게 완전 아이돌급 와꾸의 딸내미를 꽁으로 따먹을 기회가 생겼으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니 존슨과 니 허리가 마르고 닳도록 빠구리 칠 각오를 해야지, 벌써부터 포기하는 거야? 니 안 할 거면 말어. 내가 니 대신 한 번이라도 더 할라니까.”
“코피 터질 거 같다고 했지, 안한다고는 안했어 시키야! 근데 진짜 저년, 가슴이며 허리며 엉덩이며 허벅지며 아주...... 보면 볼수록 와꾸가 그냥...... 어우야~ 그냥 맘 같아서는 내가 데리고 살고 싶은 심정이야.”
“위에 있는 놈들도 이년 소문 들은 모양이던데? 자기들도 내려와서 이 년이랑 한 번 하면 안 되냐고 졸라 입 터는 새끼들이 한 둘이 아니야.”
짜장면을 후루룩 거리며 처먹던 조폭 하나가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유민에게 다가가 끈적거리는 정액이 덕지덕지 달라붙어있는 그녀의 가슴을 더듬으며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정신이 온전히 붙어있지 않은 중에도, 유민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과 입을 맞추고 혀를 섞었다.
자신을 덮치던 자들을 물어뜯고 발로 차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고문의 공포 앞에 무릎 꿇고 육신의 즐거움만을 받아들이는 빈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유민은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 때, 방 안으로 전도한이 들어왔다. 조폭들은 밥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형님, 오셨습니까?”
인사를 받는 전도한의 표정은 영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냐, 이제 에너지 충전하는 중인겨?”
“네, 형님. 근데 식사는 하셨습니까, 형님?”
“응, 그려. 위에서 먹고 왔지. 근데 저년 보지에 저건 뭐냐, 씨벌?”
전도한은 불룩 튀어나온 배를 뒤뚱거리며 유민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이 니미럴 것들아! 다 같이 돌려먹는 보지에 이런 짓하면 드러워서 어떻게 떡을 치라는겨, 시방?!”
전도한은 유민의 음부에 꽂혀있던 담배꽁초를 빼며 신경질적으로 빽, 소리를 질렀다.
“다 같이 병 걸려 뒤지자는겨, 뭐여? 그만 처먹고 저년부터 안 씻기냐?”
조폭들은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민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조사실 안쪽 목욕탕 타일이 붙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유민을 벽에 기대어 놓고는 두 다리를 양쪽으로 넓게 벌렸다. 유민은 잠자코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의식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동공의 빛마저 보이지 않는 멍한 눈에서는 계속 눈물만 흐르고 있었다.
조폭들은 유민의 몸을 향해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그리고는 샤워기 옆에 놓인 비누를 대충 거품을 내어 그녀의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니들 자지도 빨고 좆물도 빨고 담배도 빤 보지니께, 깨끗하게 빡빡 닦아라잉.”
“네, 형님.”
놈들은 자신의 손에 비누칠을 해 그녀의 몸 은밀한 곳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반사적으로 그녀의 입이 헤, 하고 벌어지며 혀가 입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친 신음 소리가 이어졌다.
“아...... 하아...... 하아......”
“아, 이 개 같은 년. 조금만 만져줘도 바로 또 발정나는구만? 크크크.”
그 때, 조폭 한 놈이 옆에 있던 오래된 면도기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앞으로 깨끗이 쓸라면 보지털도 깨끗이 밀어 주는 게 낫겠지?”
“마, 보지털 다 밀어버리면 얘 우리랑 빠구리 뛰다가 보지살 허물 벗겨질 수도 있다?”
“그래도 깨끗하게 하는 김에...... 빽보지로도 함 박아 봐야 않겠나? 킬킬킬.”
그는 손에 비누 거품을 잔뜩 내어 그녀의 음모와 다리 사이에 비누칠을 하고는 면도기로 그곳의 털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면도가 끝나자 그녀의 몸 위에 샤워기로 물을 뿌려댔다. 그녀의 몸에 묻어 있던 비누 거품이 모두 물에 씻겨 나갔다. 그와 함께 거뭇거뭇하게 그녀의 음모가 있던 자리가 깨끗하게 면도되어 맨살이 드러났다.
“씨발, 빽보지 만드니께 더 꼴리네. 바로 따먹고 싶어진다, 씨발.”
조폭들이 히히덕거리는 동안, 전도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없이 담배만 뻑뻑 피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형님, 뭐 안 좋은 일이라고 있습니까? 형님 표정이 왜 이렇습니까?”
옆에 있던 조폭이 조심스레 물었다.
“넌 뉴스도 안보냐? 시국이 쪼까....... 우리한테 좆나 거시기하게 돌아가는 거 같아서 그려.”
“시국이라면...... 뭐 대통령 때문에 난리난거요?”
“그려 그거~ 그리고 대통령만 난리난겨? 자공당도 난리 나고 우리 큰 형님도 난리난거 같더만. 아무래도 우리가 여그서 이러고 있는 것도 며칠이면 다 아사리판 날거 가텨~ 우리도 슬슬 손 털고 튈 준비하야 쓰것는디. 또 좆나 오래 잠수 타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것고.......”
조폭은 손으로 사타구니를 긁적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 딸내미는 어쩌구요? 그냥 두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데.”
“저 년은 원래 선욱 조카한테 돌려주기로 했던 거 아녀. 이제 선욱 조카가 알아서 하것지.”
“하아....... 저 년 좀 더 두고 따먹고 싶었는데....... 뭐 이년 따먹을 날이 얼마 안 남았으면, 지금부터 한 번이라도 더 따먹어 놔야겠습니다. 애들이 빽보지로 만들기 잘했네.”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팬티를 내리며 유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에혀, 저거 저거 저 미친 새끼.......”
전도한은 한심하다는 듯 담배 연기를 빠끔거리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조사실 구석에서 조폭의 거친 숨소리와 유민의 신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소리에 전도한도 갑자기 마음이 동했던지, 괜스레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오후 8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시청 앞 광장
촛불 행렬이 우성시청에 거의 다다랐을 때, 시민들은 우성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관광버스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형형색색의 관광버스들은 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마치 성벽처럼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과거 경찰들이 시위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의경 버스나 차벽을 이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관광버스 위에는 검은색 테러복을 입은 애국 청년 십자군들, 아니 조폭 수십 명이 걸터앉아 있었다. 대부분의 녀석들이 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고, 몇몇 놈들은 총도 가지고 있었다.
조폭들 중 간부급으로 보이는 커다란 떡대의 사내가 확성기를 가지고 버스 위에서 서 있었다. 그는 물밀듯이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오려는 인파들을 내려다보며 확성기에 입을 갖다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자~! 시청 앞으로 모여드는 예비 폭도 여러분~! 현재 우성시는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입니다~! 지금 여기서 불법 집회를 열거나 참가하는 사람은 바로 계엄령을 어기는 폭도가 되는 겁니다~! 좋게 말할 때 다들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오~! 안 그러면~! 확, 마! 다 폭도로 간주해서 싸그리 밀어버릴라니까~!”
조폭 몇 명이 하늘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들이 머뭇거리던 순간, 군중 속에서 누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평화 시위 막지 마라!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보장하라!”
그 소리를 시작으로 주춤했던 인파들이 다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평화 시위 막지 마라! 집시법을 보장하라!”
“조작 전쟁 중단하라! 자공당은 해체하라!”
사람들의 함성 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람들이 힘을 합쳐 관광버스를 붙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버스 위의 조폭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위태로운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씨부랄! 야 이 폭도 새끼들아~!!!”
조폭들이 버스 아래로 뛰어내려 사람들을 밀치고 욕을 하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안 꺼져, 개새끼들아? 오늘 초상나고 싶어? 엉?!”
“씨발, 한 발짝만 더 다가오기만 해봐! 확 마 뚝배기 다 깨버릴라니까!”
덩치 큰 조폭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위협하자 시민들은 겁에 질려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뒷걸음질 치자 조폭들은 신이 났는지 더욱 무섭게 사람들을 몰아붙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마선욱과 양아치들도 있었다. 그들도 조폭들과 함께 시민들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선욱은 자신의 앞에서 서 있던 나이 많은 어르신을 강하게 밀쳐 넘어뜨렸다.
“나이 많은 어른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야 이 새끼야, 넌 집에 애비 애미도 없냐?”
시민들이 항의하자 도리어 마선욱은 쇠파이프를 휘휘 내저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애비 애미 다 있고 너희 같은 빨갱이도 아니니까 남 걱정하지 마, 이 개새끼들아! 이런 꼴 당하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때 집에 기어들어가 잠이나 쳐 자라고, 이 씹새끼들아!”
조폭들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저벅, 저벅, 일사불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시청 반대 방향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천여명의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성시 계엄군들이었다. 계엄군들은 병력들은 물론 장갑차까지 끌고 오고 있었다.
시민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계엄군들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조폭, 뒤에는 계엄군들이 촛불을 든 시민들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뭐, 뭐야? 시위 막으려고 군대까지 온 거야?”
시민들은 구호조차 외치지 못하고 숨을 죽인 채, 계엄군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계엄군들은 시민들 사이를 지나 점점 시청 방향으로 진군했다. 그러더니 관광버스 앞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던 조폭들을 빙 둘러 포위하기 시작했다.
조폭들은 처음에 계엄군들이 자신들을 도와주러 온 거라 생각하고 마냥 좋아하고 있다가, 막상 수천여명의 군인들이 자신들을 둘러싸자 크게 당황했다. 그들은 계엄군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 못하겠다는 듯, 눈알을 이리 저리 굴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군인들 사이로, 우성시 계엄군 사령관 직무 대행 62사단 부사단장이 확성기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우성시 계엄군이다. 현재 시청 앞 광장과 시내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들의 집회는 우리 계엄군이 신고를 받아 승인한 합법적인 집회다! 너희는 지금 합법적인 집회를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당장 무기들을 내려놓고 시청 앞 광장을 막고 있는 버스들을 치우고 돌아가라! 그러지 않으면 모두 계엄군 사령부로 연행하겠다!”
부사단장의 말을 들은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계엄군이 자신들의 편이란 것을 깨달은 시민들은 다시 목청 높여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깡패들은 물러가라!”
“평화 시위 막지마라!”
“자공당은 해체하라!”
조폭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갔다. 계엄군들에게 기가 눌린 그들은 인상을 쓰고 욕설을 중얼거리며 시청 앞 광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관광버스들을 하나하나 빼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선욱과 양아치들도 똥 씹은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 타 광장을 빠져나갔다. 시민들은 조폭들이 가져온 관광버스를 향해 야유를 하고 오물과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계엄군들의 통제를 받으며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왔다. 광장은 순식간에 촛불을 든 수천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다.
태하도, 영록도, 모두 다 함께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
“조작 전쟁 중단하라! 언론 탄압 중지하라! 자공당은 해체하라! 일본 정부 사죄하라!”
시민들의 함성은 전국에서 자정이 지난 늦은 밤까지 계속 되었다.
TV 뉴스에서는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이정만 전 대통령과 자유공화당의 각종 비리 사실들과 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촛불 시위에 대한 긴급 속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 말미, 잠시 새로운 소식 하나가 더 전해졌다.
금일 일본 국회에서 평화 헌법 개헌안이 통과되어, 이제 일본이 군대를 보유할 수 있고 다른 나라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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