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41화 (41/217)

〈 41화 〉 2027년 8월 24일

* * *

­ 오전 9시, 경기도 우성시 상현동 예원 오피스텔

유민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제 저녁 성모와 함께 오피스텔 근처 포차에 갔었고, 얼마 후 마선욱이 포차 안으로 들어와 합석했다. 그 후 셋이서 같이 술과 안주를 계속 시키며 한참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성모는 괜찮다며 계속 술을 권했다. 그녀는 처음에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소주를 열 잔 넘게 받아 마셨는데......

거기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유민이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숙취로 인한 두통의 아픔은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온몸이 무언가에 눌려 있는 것처럼 불편함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계속 배를 누르는 것 같았다.

힘겹게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웬 사내 녀석이 위에서 자신을 껴안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내 녀석은 혼자서 헉헉거리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성모 오빠가 또 아침부터......?’

유민은 부끄럽게 미소 지으며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순간, 유민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자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성모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 방은 성모와 함께 지내던 오피스텔이 맞다. 그런데 지금 오피스텔 안에는 어젯밤 함께 술을 마시던 마선욱과 그를 따라다니던 양아치 대여섯 명이 그녀의 주변에서 코를 골고 잠들어 있었다. 그들 모두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 역시 지금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였다.

유민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이 확 깨면서 다리 사이의 통증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유민의 두 손이 자신을 겁탈하고 있는 사내 녀석의 머리카락을 확, 움켜쥐었다.

“끄아아아아악~!”

열심히 몸을 흔들던 양아치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한 손으로 귀를 잡고 침대 아래로 떨어져 미친 듯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의 귀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유민은 입에 든 양아치 녀석의 살점을 퉤, 뱉어내고는, 일어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두통 때문에 잘 몰랐는데 자신의 아래쪽도 심하게 쓰라리고 아팠다.

“뭐, 뭐야, 씨발, 무슨 일이야?”

양아치 녀석의 비명 소리에 마선욱과 다른 녀석들이 놀라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유민은 급히 침대 위에 있던 타월로 간신히 몸을 가리고 창가 쪽으로 도망쳤다.

“헤에~ 이년 깼네? 근데...... 뭐야? 너 귀 뜯어져 나갔냐?”

유민에게 귀를 물어뜯긴 양아치는 피를 심하게 흘리며 찢어지는 비명을 계속 지르고 있었다. 다른 녀석이 화장실에서 수건을 가져와 그 녀석의 귀를 감쌌다. 하얀 타월은 금세 피로 붉게 젖어 들었다.

마선욱과 양아치들이 빙글빙글 웃으며 천천히 창가 쪽으로 모여들었다.

“아, 씨발년~ 왜 아침부터 이 지랄이세요? 멀쩡한 애 귀는 왜 물어뜯어 병신으로 만들어놔?”

유민은 한 손에 든 타월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채 양아치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니들이 이런 거 성모 오빠가 알면 오빠가 가만있을 거 같애? 너희들 모두 죽고 싶어?”

마선욱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낄낄거렸다.

“무슨 짓을 하긴, 우리랑 밤새 재미있게 놀아 놓고는 왜 인제 와서 딴소리냐고~ 너 기억 안 나? 쉬지 않고 박아주니까 좆나 좋아서 헥헥 거리던 게 누군데? 그리고, 성모가 알면 뭐? 성모가 우리한테 뭐라고 할 줄 알았냐, 병신 같은 년아? 성모 어젯밤 필리핀으로 떴어. 가면서 니년 나 따먹으라고 그냥 주고 간 거라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냐, 썅년아?”

마선욱은 저기 핸드폰을 가져와 유민이 볼 수 있게 들어 보였다.

핸드폰에는 어젯밤 찍은 유민의 나체 사진과 영상들을 가득했다.

“이거 말고도 좆나 많아. 니년이랑 성모랑 찍은 것도 있는데 그것도 보여줄까? 이거 인터넷에 뿌리면 너 인터넷 스타 되는 건 시간문제일걸? 너 씨발 전국적으로다가 걸레로 얼굴 팔리기 싫으면 이제부터 내 말 잘 듣는 게 좋아.”

마선욱은 혀를 날름거리며 비열하게 웃었다.

유민은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에 힘을 꽉 주며 비참한 감정을 억지로 참으려 노력했다.

“경찰에 다 신고할 거야. 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양아치들을 낄낄거리며 그녀를 조롱했다.

“경찰? 경찰이 있으면 어디 한번 신고해보세요, 이 병신 같은 년아. 우성시 경찰들은 진작에 다 빨치산한테 뒈졌고, 지금 우성 경찰서에 있는 건 다 우리 애국 청년 십자군인데, 니년이 신고하면 누가 달려올지 생각이나 하고 씨부리라고, 이 창녀 같은 년아.”

마선욱은 빙글빙글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더러운 손 치워, 이 돼지 새끼야!”

유민이 마선욱의 손을 거세게 쳐냈다.

“아, 이 개년이? 야, 다 저년 잡아!”

양아치들이 그녀를 붙잡으려 달려들었다.

유민은 재빨리 수건을 입에 물고 두 손으로 양아치들을 상대했다.

그녀는 민첩하게 왼쪽으로 빠지면서 앞서 달려오는 양아치의 오른팔을 오른손으로 잡아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손이 양아치의 팔꿈치 관절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합기도의 칼넣기 기술이었다.

꽝!

양아치의 머리가 창문에 강하게 부딪혔다. 두꺼운 유리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창문이 깨질 뻔했다.

유민은 왼쪽에 있던 녀석의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낚아챘다. 그녀의 오른손이 양아치의 손등을 감싸고 비트는 듯 싶더니,

“으악~!”

녀석의 몸이 허공에서 반원을 그리며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긴 머리채를 세게 붙잡았다.

“아악!”

마선욱이었다. 유민은 비명을 지르는 통에 입에 물고 있던 타월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씨발, 사내새끼들이 여자 하나 못 잡냐? 거기 달린 거 다 때버려 이 새끼들아~! 어떻게 다섯 명이서 저년한테 쩔쩔 매, 으, 으악~!”

순간, 유민이 머리채를 잡힌 채로 몸을 뒤로 빙글 돌리더니, 오른쪽 허벅지를 지렛대처럼 받쳤다. 그와 함께 그녀의 오른쪽 팔뚝이 마선욱의 목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마선욱의 몸이 공중에 붕 떠 올랐다.

콰당!

마선욱의 육중한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가 떨어지면서 방 안에 크게 흔들렸다.

“으윽, 씨, 씨발년. 이 개 같은 년이~!”

마선욱은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낑낑거렸다. 그러면서도 양아치들에게 계속 유민을 잡으라고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양아치들이 한꺼번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유민은 두 녀석을 더 합기도 기술로 쓰러뜨렸지만, 결국 여러 명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붙잡혀 버렸다.

“놔! 놔, 이 개새끼들아! 놔! 놓으라고!”

유민은 양팔을 붙들린 채 악을 쓰며 저항했다. 하지만 남자들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양아치들이 유민을 제압하자, 마선욱이 허리를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씨발, 전에 학교에서 어떤 쬐깐한 새끼한테 당해서 허리 상태도 안 좋았는데, 오늘 또......? 이러다 허리 병신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씨발.”

잠시 유민을 노려보던 마선욱 갑자기 주먹을 들었다.

퍼억!

“커헉!”

마선욱의 커다란 주먹이 유민의 배를 강타했다. 그녀의 몸이 고통에 못 이겨 앞으로 거꾸러졌다.

“야, 이 개년아! 계속 더 날뛰어봐. 계속 더 날뛰어보라고!”

마선욱은 그녀의 배를 몇 대 더 때리고 손바닥으로 양쪽 뺨을 마구 때리기까지 했다. 그녀의 얼굴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씨발년, 너 때문에 내 허리 이상 생겼기만 해봐! 니 보지도 영영 못 쓰게 만들어 버릴라니까. 야! 이년 이쪽으로 데리고 와봐!”

마선욱은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양아치들이 유민을 끌고 그의 발아래 무릎 꿇렸다.

“씨발년, 니가 그렇게 운동을 잘 해? 나도 주짓수 오래 했거든? 어디 그럼 이거 한 번 빠져나와 봐!”

마선욱은 유민의 머리채를 잡고 침대 가운데로 끌고 올라갔다. 그리고 두 다리로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 트라이앵클 초크를 걸려는 것이었다.

유민은 금방 얼굴이 시뻘게지며 켁켁, 거리기 시작했다.

“개 같은 년. 기절할 때까지 안 풀어줘야지. 이 년 기절하면 바로 2라운드 들어갈 거니까, 콘돔 준비해 놔.”

마선욱은 유민이 괴로워하는 걸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트라이앵클초크를 하며 상대방의 팔을 자기 쪽으로 당겨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선욱의 다리 사이에서 한쪽 어깨로 간신히 약간의 틈을 만들어낸 유민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이로 그의 남근을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아악~!”

마선욱은 그녀의 머리를 옆으로 쳐내고는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붙들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는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끄악, 씨발년! 저 개년이 내, 저 개년이 내...... 끄아아아악~!”

마선욱이 침대 위에서 꿱꿱거리고 있는 사이, 유민은 서둘러 싱크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싱크대 서랍에서 무기 될 만한 것을 찾다가 식칼을 꺼내 들었다.

“다들 죽기 싫으면 비켜!”

유민은 양아치들에게 식칼을 흔들며 위협했다. 깜짝 놀란 양아치들도 의자와 골프채 등을 가져와 유민이 도망 못 가게 둘러쌌다.

“가까이 오면 죽여 버릴 거야! 내 옷 어디 있어? 저리 안 비켜?!”

유민은 칼을 휘두르며 옷장이 있는 쪽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양아치들도 손에 든 것을 무기 마냥 휘두르며 유민이 도망 못 가게 막았다.

한창을 침대 위에서 끙끙거리던 마선욱이 양아치 한 녀석을 불렀다.

“야, 씨발, 내 핸드폰 가지고 와봐.”

양아치 녀석이 핸드폰을 가져다주었다. 마선욱은 고통으로 눈물을 질질 짜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오전 10시, 경기도 우성시 상현동 예원 오피스텔

누군가 오피스텔 문을 거칠게 두들겼다. 양아치 한 녀석이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방 안으로 거구의 사내 다섯 명이 들어왔다. 그들 모두 하의는 검은색 테러복에 상의는 반팔이나 민소매 티, 러닝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몸에는 문신이 가득했다. 그들 역시 애국 청년 십자군의 조폭들이었다.

조폭들은 골프채와 의자를 든 양아치 녀석들이 식칼을 든 채 발가벗고 있는 한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쟤냐? 그 미친년이?”

조폭들은 신발도 벗지 않고 오피스텔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마선욱은 여전히 손으로 사타구니를 잡고 침대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삼촌들, 저년이에요! 저 년 좀 빨리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조폭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저년, 아주 싸가지 없는 년이네? 우리 조카님 앞에서 식칼 들고 지랄이나 하고?”

“근데 저년은 왜 빨가벗고 저러고 있는 거냐? 진짜 미친년은 아니지?”

마선욱은 소리쳤다.

“저년 조심하세요! 운동도 오래했고 칼까지 들고 있잖아요! 잘 못 하면 다칠 수도 있어요!”

마선욱의 말을 들은 조폭들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하~ 기집애가 운동을 했으면 얼마나 했다고?”

“으이그, 사시미도 아니고 뭐 저런 거 들었다고 쫄아?”

그들 중 배 나온 조폭이 침대로 걸어가 마선욱 다리 밑에 있는 이불을 쓱, 빼 들고 왔다.

“이럴 때는 그냥 이렇게 잡으면 되니까, 다음부터는 일절 겁낼 필요 없는겨. 그럼 우리가 하는 거 잘 봐.”

조폭은 갑자기 이불을 확, 펼쳐 유민에게 그물처럼 던졌다. 유민이 놀라 피하려 했지만 뒤에 싱크대가 있어서 피할 곳이 없었다. 유민의 몸이 이불에 덮여버리는 순간, 조폭들이 달려들어 유민에게 마구 발길질을 가했다.

한참 동안 유민을 짓밟은 조폭들이 이불을 걷어냈다. 그녀는 너무 많이 맞았는지 그 자리에 기절해 있었다.

“그래도 이년 데리고 나갈 때, 사람들이 보면 쫌 그렇겠지? 야, 이년 이불로 말자.”

조폭들은 유민을 이불로 둘둘 말아 어깨에 짊어지고 오피스텔을 나갔다. 마선욱은 대충 옷을 챙겨 입고 그들 뒤를 따라 나갔다.

­ 오전 11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경찰서

조폭들은 마선욱과 함께 유민을 우성 경찰서 9호 조사실로 데리고 왔다. 조폭 몇 명이 유민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워 천정 위에 매달아 놓고 있었다.

이들은 애국 청년 십자군들 중에서 조사와 고문을 전담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최명순 시장 등 지하 1층 조사실에 끌려 온 이들 대부분이 이자들에 의해 고문을 당했다. 민주시민당 김창수 대표가 빨치산과 내통했다는 거짓 자백을 하도록 사람들을 고문했던 것 역시 이들이었다.

그리고 영록이 봤던 9호실의 여대생을 고문해 조폭들의 공동변소처럼 만든 것 역시 이들 소행이었다.

유민의 몸 여기저기는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조폭들은 발가벗은 채로 매달린 유민의 몸을 보며 지들끼리 몸매 품평 외모 품평을 하며 낄낄거렸다.

“그래도 진짜 이 딸내미 존나 먹어줄 만하게 생겼네. 빨통도 제법 탱탱하고.”

“젖꼭지가 핑크핑크한 게, 아직 남자 경험이 많지 않은 년인가 본데?”

“아, 병신~ 젖꼭지 색은 그걸 얼마나 많이 했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니는 그런 기본 상식도 없냐?”

“젖꼭지 색보고 얼마나 많이 했냐 쪼금 했냐 아는 게, 그게 언제부터 기본 상식이 됐냐, 이 새끼야?”

다른 조폭들이 유민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며 키득거리고 있는 동안, 마선욱은 배 나온 조폭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응, 그려, 그런 건 하나도 걱정하지 말어. 지난번 그 여대생도 우리가 손대니까 댄번 사람이 달라졌잖혀? 이년이 암만 칼 들고 설쳐대고 미친년 마냥 날뛰어도, 우리가 데리고 교육 좀 하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수준으로 완전히 개과천선 된다니께.”

배 나온 조폭의 이름은 전도한, 마두원의 수하이자 고문 전담 조폭들의 우두머리였다.

“이년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게 될 때까지 교육하시면서 삼촌들 하고 싶으신 거 마음껏 하세요.”

“응, 그려. 빠른 시일 내에 원하는 상태로다가 만들어 줄라니까 걱정 말어. 근디, 여기 삼촌들 중에 거시기에 티링이나 다마 박고 튜닝한 사람들이 제법 있거든? 우리들 거쳐 간 년들 모두 거기가 졸라 헐렁헐렁해지는 건 둘째 치고, 아예 그 맛을 못 잊어서 우리를 못 떠날 수도 있는디, 그건 괜찮혀?”

전도한이 낄낄거리며 마선욱을 쳐다봤다. 마선욱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삼촌들, 부탁 좀 드립니다.”

“응, 그려. 이 년은 이 방에 가둬 놓고 우리가 계속 교육할 거니까, 보고 싶으면 시간 되는 대로 와서 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고. 근디, 거기는 괜찮어? 떨어진 건 아니지?”

“네, 괘, 괜찮아요.”

마선욱은 조폭들에게 인사를 하고 9호 조사실을 나갔다. 그가 복도를 지나 방화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 순간, 저 끝에 있는 9호 조사실에서 유민의 외마디 외침이 들려왔다.

“병신 같은 년,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내 이렇게 안 해도 되잖아? 왜 씨발 사서 고생하게 만들어?”

마선욱은 욕설을 뱉으며 밖으로 나갔다.

유민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두 손이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그녀 앞에 조폭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유민이 정신을 차린 것도 모르고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으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퍽!

“쿠헉!”

유민의 무릎이 조폭의 턱에 날아와 꽂혔다. 조폭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뭐여? 시방 깬겨?”

조사실 한 구석에서 무언가 준비하고 있던 전도한은 조폭이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유민에게 니킥을 얻어맞은 조폭은 턱을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이구, 턱이야...... 하마터면 혀 씹을 뻔 했잖아!”

“병신, 혼자 영화 찍고 앉았네~ 야, 뒤로 가서 좀 쉬고 있어.”

전도한은 그를 뒤로 보내고 유민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오지 마!”

유민이 마치 찰 듯이 발을 한번 들어 보였다. 전도한은 그녀의 다리가 미치지 않는 거리에 서서, 실실 쪼개면서 말했다.

“어따, 이년 봐라? 어른한테 초면부터 반말이네? 이런 싸가지 없는 년.”

유민은 전도한을 똑바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여기 어디에요? 나한테 왜 그러는 거예요?”

“여기? 너 같이 싸가지 없는 것들 정신 차리게 해주는 곳. 왜 그러냐고? 네가 우리 선욱 조카 때리고 거시기 물고 칼까지 들고 지랄 발광했다며? 이제 우리가 그 버릇 고쳐줄라고. 설명 끝. 이제 됐지?”

유민은 그들이 애국 청년 십자군의 검은색 테러복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애국 청년 십자군이에요. 당신들하고 한편이라구요! 나도 총 들고 빨갱이랑 외노자 폭도들하고 싸웠어요. 직접 총으로 폭도를 쏴 죽이면서 싸운 적도 있다구요! 우리는 같은 편이에요. 같은 편끼리 이러면 안 되잖아요?”

전도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같은 편? 큭큭, 얼마 전까지 같은 편이었는지는 모르겄는디, 니가 우리 선욱 조카한테 폭력을 행사한 시점부터 넌 이제 우리 편이 아니게 된겨. 선욱 조카는 우리 큰형님 하나뿐인 아들이거든? 그런 우리 선욱 조카한테 손찌검을 했다는 건, 이 나라를 배신하고 북한 공산당한테 붙어먹은 빨갱이들이랑 똑같다는 얘기여. 암, 그렇고말고.”

유민은 묶인 팔다리를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난 빨갱이가 아니라구요! 난 그 새끼들한테서 내 몸을 지키려고 한 것뿐이에요!”

전도한은 느끼한 표정으로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아가, 선욱 조카나 아저씨들한테 말 잘 듣고 착하게 굴어야지, 이렇게 대들고 싸우자는 식으로 나오면 되겄어? 아저씨들도 너 다치게 만들고 싶지 않어. 선욱 조카도 좋게 좋게 말하려고 했는디, 아가 니가 먼저 선욱 조카 집어던지고 거시기 이빨로 깨물고 칼도 휘둘렀다메? 우리도 니하고 대화로 풀려 했드만 대뜸 저짝에 있는 아저씨 면상에 니킥부터 날리고. 아가, 니가 이제 아저씨들 말 잘 듣고 우리 선욱 조카 말도 잘 듣는다고만 하면 바로 풀어주고 잘 대해 줄겨. 알아들어?”

유민은 몸서리를 치며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나더러 병신같이 시키는 대로 몸이나 대주고 가만있으라고? 너희 미쳤냐, 이 변태 새끼들아! 내가 죽으면 죽었지, 너희 같은 미친 쓰레기들한테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을 거 같아?! 이러고도 너희들이 무슨 애국 청년 십자군이야!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강간하려고 납치하고 고문 하는 게 애국이야? 여기 잡혀온 다른 사람들도 죄 없는데 끌고 와 고문했던 거 아냐?!”

유민은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도한은 킬킬거리며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걸 이제 안겨? 그 사람들 빨갱이든 아니든 우린 상관 안 해. 그냥, 우리가 빨갱이라고 하면 그 때부터 빨갱이인거여. 우리 말 안 들으면 누구든 언제나 빨갱이가 되는겨. 이제 알겄어?”

유민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전도한은 얼굴에 뭍은 침을 닦으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유민을 노려보았다.

“에이 씨발, 이런 개 같은 년이 좋게 좋게 해줄라니까, 이게 끝까지.......!”

그가 두툼한 손바닥으로 유민의 뺨을 후려쳤다.

“꺄악!”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씨발, 이년 먼저 야구 빠따로 조져! 오늘 아주 저년 버르장머리를 완전히 고쳐 줄겨!”

전도한은 씩씩거리며 다시 조사실 구석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아까 유민에게 턱을 맞은 조폭이 나무로 된 야구배트 하나를 가지고 왔다.

“싸가지 없는 년, 잘 못 했다고 빌 때가지 뒤지게 맞을 줄 알어!”

조폭은 아까 유민에게 맞은 것에 대해 분이 안 풀린 표정이었다. 그는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야구배트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퍽!

“아악!”

야구배트가 유민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를 강타했다. 그 충격으로 수갑에 매달린 유민의 몸이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맞은 자리는 금방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홈런? 이 정도면 비거리 얼마나 나갔으려나? 110m? 120m?”

그 말에 다른 조폭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홈런은 무슨, 저 년 입에서 잘못했다 소리 안 나왔잖아~ 그럼 그냥 플라이 아웃이지!”

“플라이 아웃? 그럼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서야겠네.”

조폭은 유민의 엉덩이를 음탕하게 주물럭거리고는 그녀의 뒤에서 마치 야구 선수처럼 포즈를 취했다.

“2번 타자, 타석에 들어섭니다. 현재 원 아웃에 투 볼 투 스트라이크, 주자 2루인 상황. 타자, 다음 공을 기다립니다. 투수, 던집니다...... 쳤습니다!”

퍽!!

“아아악!”

또다시 야구배트가 유민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그녀의 몸이 고통으로 전율했다.

“아아학...... 아흑.......”

그녀는 아픔에 못 이겨 울고 있었다. 조폭은 킬킬거리며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다리 사이로 야구배트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위로 힘껏 들어 올렸다.

“아, 하윽!”

유민이 몸을 비비 꼬며 신음했다. 조폭은 유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그녀의 얼굴 옆에 가까이 붙어 느끼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이제 잘못했어요~ 하고 말해야지? 안 그럼 계속 니 엉덩이에 대고 야구 스윙 연습 한다?”

그녀는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성모 오빠 여자 친구에요. 우성 제일 교회 담임 목사님 아들이요. 저한테 이러시면 나중에 큰일 나요. 이제 제발 그만 하세요.”

조폭이 전도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얘가 지금 지가 성모인가 누군가 여자 친구라고 그러는데요? 성모가 누굽니까?”

전도한은 관심 없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

“성모? 아~ 큰형님 목사 친구 아들내미? 우리 선욱 조카 동갑내기 베프여. 니들도 여기 와서 본 적 있을걸? 여그 애국 청년 십자군들 중에 어린 애들만 모여 있는 곳 지대장도 했던 애니께.”

“그 애 여자 친구면, 우리가 건들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괜찮혀어~ 걔 지금 우리 큰형님이 나중 여기 그 우성 제일교회에 담임목사인가 뭐시긴가 만들어줄라고 필리핀 유학 보낼라고 서울 데리고 갔다고 하드만? 그러면서 갸가 이 년 선욱 조카한테 너 먹으라고 버리고 간겨. 하도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그럼 이 년 처녀 아니겠네요? 뭐야, 씨발~ 얼굴은 존나 청순하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발랑 까진 걸레년 이었어? 근데 그 성모인가 머시긴가 하는 새끼한테 보지 빨통 대줄 거 다 대주고 졸라 따먹혔는데, 질렸다고 뻰찌 먹은 거네, 크크크.”

조폭은 킬킬 거리며 잡고 있던 유민의 머리를 확 밀어버렸다.

“야, 들었냐? 니 남친이 너 차버리고 우리 조카님한테 따먹으라고 넘긴 거라잖아~ 이제 니가 살 길은 지금 우리한테 잘못했어요~ 하고 예쁘게 말하면서 우리 말 고분고분하게 잘 듣는 거, 그거 하나 밖에 없어. 자 어서 말해봐. 뭐라고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녀는 조폭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지난 날, 성모와의 즐거웠던 시간들이 눈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금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 기억의 저편에서 한 가지 옛 기억이 떠올랐다.

경찰서 앞에서 마지막으로 영록을 만났던 날, 그가 자신에게 하려다 못한 그 말,

[너, 정말 성모 형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아? 정말 너 좋아해서 너한테 잘해주는 건지 아냐고!]

영록은 무언가 알고 있었던 건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 들었어도 그 때는 영록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록아......’

갑자기 유민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가 아무 말도 없자, 조폭은 손에 침을 퉤 뱉어 비비적거리고는 다시 야구배트를 고쳐 잡고 유민의 등 뒤에 섰다. 유민의 몸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3번타자, 2아웃 주자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투수 와인드업, 초구...... 쳤습니다!”

퍽!!!

“아아악!”

야구배트가 무자비하게 유민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유민은 통증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금방 시퍼렇게 변하고 있었다.

“자, 이제 뭐라고 해야 하지? 응?”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

“......좆까, 이 변태 새끼야.”

조폭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멍청한 년. 매를 버네, 매를 벌어. 좋아, 뭐 계속 하지 그럼.”

매질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퍽, 퍽, 살 부딪히는 소리와 유민의 비명 소리는 지하 1층 조사실 방화문 너머로도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다.

­ 오후 2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경찰서

전도한과 고문 전담 조폭 둘이 경찰서 인근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느기적 거리며 지하 1층 조사실로 내려왔다. 낮부터 몇 잔씩 걸쳤는지, 그들에게서 소주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아 씨발...... 아까 그 씨발년한테 맞은 턱주가리가 아직도 좆나 아프네.”

“그 년이 지금까지 본 년놈들 중에 제일 빠이팅 넘치는 년이긴 하지. 빨가벗은 년 손에 수갑 채워 놓았더니 발길질을 하지 않나, 수갑 풀어주려고 하니까 손톱으로 할퀴고 물고 뜯질 않나, 조사실 안에 무슨 짐승 한 마리 갖다 놓은 줄 알았어야?”

전도한은 밥을 든든히 먹은 탓에 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드리며 킬킬거렸다.

“시방 저 새끼 맞을 때가 좆나 예술이지 않았냐? 저 병신, 딸내미 만지려고 다가갔다가 턱에 니킥 한 방 제대로 맞고 뒤로 발랑 넘어지고, 큭큭큭~ 난 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다니께?”

“말도 마세요, 그 때 하마터면 혀 잘릴 뻔 했다니까요? 아까 해장국 먹을 때 고기 씹기도 힘들어서 얼마 먹지도 못했구만...... 나 진짜 턱 때문에 병원 한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옆에 있던 다른 조폭이 말했다.

“그래도 그년, 보지맛은 존나 장난 없던데요? 얼굴도 몸매도 아이돌 뺨 후려 쌔리게 예뻐서 그런가, 그냥 보기만 해도 후끈하니 불끈하게 솟아 오르지 않습니까? 큭큭.”

“그럼 뭐해? 지금은 묶어 놓고 뒤에서 하는 거 밖에 못하는데. 앞으로 하려면 발로 차고, 입으로 좀 시킬라고 하면 선욱 조카한테 한 것처럼 물어버릴 것 같고. 풀어 놓으면 또 지랄 발광할 거 같고.”

”뒤로만 해도 그게 어디냐? 원래 돌림빵의 참맛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뒷치기에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씨벌, 그년은 그렇게 처맞고도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빌지를 않네, 옛날에 태어났으면 독립 운동을 하든 학생 운동을 하든 뭐든 하나는 했겠다.”

전도한이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혀로 할짝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대로 바로 그 방법 써야겄어. 뭐하러 우리 힘 낭비, 시간 낭비해야 하는겨? 후딱 온순하게 만들어 버리게, 가자마자 바로 혀야겄다.”

“그때 그년한테 썼던 것처럼 말입니까?”

“응, 그려. 근데 전에 그년은 너무 세게 해서 그런가 약간 맛이 가부렀어. 이번엔 잘 조절하면서 한 번 해봐야긋다.”

그들은 곧장 경찰서 지하 1층 조사실로 향했다.

8월의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조사실 안은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방 안에는 2명의 조폭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놈은 하의만 입은 채 상의는 벗고 있었다. 바지 밑단도 접어 무릎까지 걷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놈은 위아래 옷을 모두 벗은 채, 천정에 매달린 유민을 뒤에서 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은 채 황홀한 표정으로 아랫도리를 흔들고 있었다.

“앗, 형님,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의자에 앉아 있던 놈이 전도한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응, 오냐. 니들은 저년 맛있게 잘 먹었고? 아, 야, 야, 됐어, 됐어~ 빼지 마러~ 하던 거 마저 햐~”

유민을 범하던 조폭이 인사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려 하자, 전도한이 킬킬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조폭은 무안했던지 서둘러 일을 끝내고 바닥에 벗어둔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유민의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은 온통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이미 여러 번 윤간 당한 듯 했다. 그녀의 두 다리는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이제 니들 가서 점심 먹고 오고, 니들은 그거 준비해라.”

전도한은 조사실 안에 있던 조폭 두 명을 식사하러 내보내고, 함께 온 조폭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들은 조사실 구석에서 전도한이 오전부터 만지작거리던 것을 유민이 매달린 곳 가까이 가지고 왔다.

그것은 작은 나무 테이블 위에 올려진 구형 TA­312 군용 유선전화기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TA­312의 발전기 손잡이는 보통의 것보다 훨씬 컸다. 잡고 돌리기 편하게 일부러 개조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TA­312의 긴 전선 끝에는 집게 같은 것도 달려 있었다.

“그래도 이거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물어보는 것이 예의 것지? 야, 아가. 이제 좀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들을겨, 어쩔겨? 지금 너한테는 이게 마지막 기회인겨. 잘 생각해보고 대답혀~”

유민의 얼굴은 반쯤 정신이 풀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꺼져, 배 나온 변태 새끼야......”

“아, 씨발 이년, 말하는 것 좀 보게? 나보고 꺼지란다? 허허허허. 씨발년.”

전도한은 유민의 얼굴 앞에서 악마처럼 웃어댔다. 그리고 뒤에 있던 조폭들에게 턱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쏴아

유민에게 야구배트를 휘두르던 조폭이 조사실 뒤편에 달린 샤워기 호스를 가져와 그녀의 머리위에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유민의 벌거벗은 몸은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로 흠뻑 젖어 버렸다.

물을 다 뿌리자 전도한이 TA­312 전선을 그녀에게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녀의 양쪽 유두를 한 번씩 입으로 빨았다.

전도한은 전선 집게를 벌려 그녀의 유두를 하나씩 집었다. 유민의 얼굴이 아픔으로 찡그려졌다.

“아, 아아......”

유민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세어 나왔다.

전도한이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니년 입에서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말 잘 들을게요, 이 말들이 언제 튀어나오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겨.”

그는 사악하게 웃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TA­312 손잡이를 서서히 돌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 아아아아아아악!!!”

유민의 허리가 뒤로 확 꺾였다. 전기에 감전된 그녀의 몸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에도 전도한과 조폭들은 마치 즐기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

전도한이 손잡이를 멈추었다. 그와 함께 유민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아직도 전기가 통하는지, 그녀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어뗘? 버틸만 혀? 아님, 이제 좀 잘못한거 같여? 응? 말 좀 혀봐.”

전도한이 킬킬 거리며 물었다.

유민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땠다.

“......지옥에나 가, 변태 새끼들아......”

전도한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다시 TA­312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좀 더 빠르게 돌렸다.

유민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몇 십초 간 계속 되었다.

잠시 후, 전도한이 손잡이에서 손을 땠다.

그녀의 몸은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눈동자는 위로 돌아간 채 흰자만 보이고 있었다. 혀는 입 밖으로 나와 있었고,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렀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이제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이 말이 뭐 그리 어려운겨? 왜 이렇게 목숨 걸고 버팅겨? 이거 돌리는 것도 팔 아파 죽겄는디, 시방.”

“팔 아프시면 제가 할까요?”

“아서라, 이거 잘 못 하면 얘 몸 타. 전에 그년 맛 간 거 못 본겨? 전기 고문도 예술 같은 섬세함이 필요한 고급 작업이여.”

전도한은 손가락 마디를 우두둑 소리를 내더니, 다시 TA­312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끔찍한 비명 소리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전도한이 손잡이를 멈추었을 때, 조폭 한 놈이 손가락으로 유민을 가리키며 웃었다.

“큭큭, 저년 질질 싸는데요?”

유민의 다리 사이에서 소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도한은 유민의 눈꺼풀을 한번 까뒤집어 상태를 확인했다.

“이년 잠깐 달아놨다가 정신 들면 다시 시작해야 쓰겄는디. 그동안 저년 쉬 싼 거 닦아. 벌써부터 냄새 지리네.”

전도한이 TA­312와 전선들을 잠시 정비하는 사이, 조폭들은 샤워기로 물을 뿌리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 오후 4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경찰서

전기고문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결국 유민의 정신도 한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마지막 전기고문이 끝났을 때, 유민의 입에서 울음 석인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흑...... 흐흑....... 자...... 잘못했어요. 이, 이제 그, 그만, 이제 그만.......”

“뭐? 뭐라고 그런겨? 다시 한 번 말해봐.”

“자, 잘못했어요. 사, 사, 살려주세요...... 이, 이제, 그만, 이제 그만해 주세요, 제발......”

전도한은 키득키득 웃으며 유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응, 그려,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나왔고, 해야 할 말이 아직 한 가지 더 남아 있는디? 내가 또 무슨 말 하라고 했지?”

“마, 말 잘 들을게요...... 이, 이제 앞....... 이제 앞으로 말 잘 들을......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이제 그만...... 제발.......”

유민은 감전된 몸과 입을 부들부들 떨며 울고 있었다.

전도한이 웃으며 조폭들에게 턱짓을 했다. 조폭들이 그녀의 팔에 묶인 수갑을 풀어주었다. 수갑이 채워진 그녀의 손목 주변은 온통 시뻘건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묶인 팔이 풀리자 그녀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로 계속 움찔거렸다. 입에서는 침도 새어 나왔다.

“야! 누가 버릇없이 디비지래! 안 일어나?”

조폭들이 그녀의 몸을 발로 차고 때렸다. 유민은 안간힘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있었지만, 언제 넘어질지 모르게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었다.

조폭들이 다가와 그녀의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아아......!”

그녀가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몸을 움츠리자, 조폭들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때리고 엉덩이에 발길질을 해댔다.

“이제 말 잘 듣는다며? 차려, 차려 안 해? 이년아? 다시 매달아서 전기로 구워줄까?”

“아, 아니오......”

유민은 울먹이며 가슴을 가린 손을 내렸다. 그리고 조폭들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데도 굴욕적으로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죽일 듯이 달려들며 저항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져 버렸다.

“자, 이제 그만 괴롭히고, 얼마나 교육의 효과가 있는지 봐야겄지? 아가, 인제 저 짝에 있는 침대로 올라가봐.”

전도한이 탁자 옆에 있는 간이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유민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가 가리킨 침대 앞에 걸어갔다.

뒤 따라온 전도한이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며 말했다.

“올라가 누워야지, 뭐하고 있는겨~! 빠구리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뭐 부끄러운 척 연기하는겨? 빨리 올라가 다리 안 벌려? 또 달아놓고 지져줘?”

유민은 그의 겁박에 못 이겨 침대 위로 올라갔다. 침대를 짚는 그녀의 팔은 전기 고문의 후유증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유민은 두 다리를 모으고 구부린 채, 부끄러움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야, 다리 벌리라고, 썅년아~ 뒈지고 싶냐?”

다시 한번 전도한이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민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가랑이를 벌렸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도한은 킬킬 웃으며 옷을 벗었다. 바지를 내리니 보형물을 박아 놓은 그의 남근이 드러났다. 징그러울 정도로 우둘두둘한 모양이었다.

그는 침대 위로 올라가 유민의 다리를 벌리고 그녀의 배 위에 몸을 포갰다.

“그려, 그려. 이렇게 말 잘들어야 이쁘지~”

전도한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녀의 손을 치우고 눈물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술 냄새, 담배 냄새 쩔은 그의 혓바닥이 그녀의 입술을 비집고 입 안으로 들어왔다. 유민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더 이상 그에게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혀가 그녀를 유린하는 동안, 손은 그녀의 젖가슴과 허리, 엉덩이와 다리까지 온몸을 추잡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전도한의 성기는 벌써 딴딴하게 발기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것에 콘돔을 씌웠다. 그리고 한손으로는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음문에 성기를 대고 문질렀다. 조금씩 그녀의 다리 사이가 촉촉하게 젖어오고 있었다.

전도한의 성기가 그녀의 안으로 쑥 들어갔다.

“아, 아악......!”

유민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전도한은 두 팔로 유민의 허벅지를 넓게 벌린 채로 앞으로 눌렀다.

그의 몸이 그녀의 몸 위에서 앞뒤로 움직였다.

“아...... 아...... 아...... 아......”

그의 성기가 그녀의 음문을 반복적으로 드나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오후 10시, 경기도 안양시 국군정보사령부

“왜 또 CR 팀이 이번 작전 메인입니까?”

장주영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작전 상황 스크린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의 곁에 있던 국군정보사령관 변성일 중장은 피식 웃으며 그를 달래듯 말했다.

“해상은 UDU가, 지상은 HID가 작전 우선권이 있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나?”

“그래도 이번 참수 작전 같이 중요한 작전이라면, UDU 내 탑팀인 저희 팀도 참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매번 저희 팀은 주요 작전에서 배제되는데, HID 중에서도 CR 팀만 항상 굵직굵직한 작전에 메인으로 세우시니까 하는 말입니다.”

“자네 팀은 지난번 우성시 침투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나? 자네 열의는 알지만 팀원들을 너무 무리시킬 필요는 없지. 그리고 CR 팀은 데브그루의 실6팀과도 비교되는 한국 특수부대 중 최강 팀이니까, 뭐 어찌 보면 이번 작전에 메인으로 세우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지.”

장주영은 못마땅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밤, 한국군은 이른바 ‘참수작전’을 실행하고 있었다.

목표는 북한군을 이끄는 인민무력상 류광택 차수의 제거였다.

이정만 대통령 암살에 대한 보복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너네가 우리 지도자 죽였으니, 우리도 너네 지도자 때려잡겠다.’ 하는 작전은 아니었다.

우선, 이번 작전은 현재 최고 군통수권자인 조성범 국무총리의 뜻과는 무관하게 합참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작전의 주요 목적은 류광택 차수의 제거뿐 아니라, 국군정보사에서 입수한 첩보에 대한 ‘구체적 증거물들’을 확보하는 임무도 포함되어있었다.

수십 명의 오퍼레이터가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스크린에 정보들을 입력하고 있었다. 이들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작전 상황 스크린에서는 여러 대의 항공기와 병력의 이동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었다.

“클라우드 레인보우...... CR 팀 이름의 유래가 그 블랙요원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게 맞습니까?”

장주영의 물음에 변성일 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고 보니 벌써 십 수년이나 된 이야기군...... CR 팀은 그 친구 이름에서 따온 게 맞네.”

“워낙 전설 같은 분이라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 분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답니까?”

변성일 중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친구가 군대에서 전역한 후 체육관도 하고 책도 내고 잘 지낸다고 들었었는데, 한 10년 전부터인가 갑자기 소식이 뚝 끊겼어. 워낙 국가기밀을 많이 알고 있던 친구라 우리 정보사는 물론 국정원까지 나서서 행방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지.”

“뭐, 암살당했거나 외국 정보기관에 들어갔거나, 그럴 염려는 없을까요?”

변성일 중장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였다.

“누가 그 친구를 암살하겠나? 그 친구 묻으려다가 먼저 땅에 묻힌 놈들만 수십이 넘는데. 외국 정보기관이라면...... 그건 장담할 수 없겠군.”

“그분이 사령관님하고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친구를 정보사로 픽업한 게 나였지. 그 후로도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일했고......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지 모르고, 정보사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변성일 중장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 살며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친구가 사라지고 나서 몇 년 후에, 지금 CR 팀의 강민재가 우리 정보사에 들어왔지. 나중에 면담하면서 강민재가 알고 보니 그 친구 체육관에서 운동한 제자였다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사람의 인연이란 건 정말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와 인연이 끝났다는 기분은 들지 않네.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지만, 그 친구와 현장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는 일은 부디 없길 바라네.”

오퍼레이터에 의해 상황 시작 시그널이 스크린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스크린을 통해 참수 작전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F­35 전투기들이 류광택 차수가 머무는 건물 주변의 병력들을 제압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마고원 능선을 따라 저공 침투한 십여 대의 헬기들이 일제히 작전 지역으로 내려앉았다.

스크린에는 CR 팀으로 표시된 붉은 점들이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 표시되었다.

잠시 후 오퍼레이터가 전방 지휘소에서 송신한 암호문을 받아 변성일 중장에게 전달했다.

“CR 팀이 목표 제거 완료했고, 시신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물건도 모두 찾았다고 합니다.”

암호문을 받아본 변성일 중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작전팀 복귀하는 데로 물건 받아 이리로 가져오라고 해. 이제 이거 한 방이면 이 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이 요동치겠군.”

변성일 중장은 암호문을 들고 상황실을 나갔다. 장주영도 사령관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