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40화 (40/217)

〈 40화 〉 2027년 8월 23일

* * *

­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이북5도 실향민 대표로 위장해 잠입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조장의 볼펜에 찔린 이정만 대통령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1시간도 되지 않아 사망하고 말았다.

사인은 청산가리의 수백 배에 달하는 화학성 독극물 중독이었다. 공작원 조장이 사용한 건 볼펜에 숨긴 독극물 주사였던 것이다.

대통령이 암살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나갔음에도 국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놀랐다는 정도의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 암살이나 탄핵 같은 굵직한 역사들을 이미 경험해 본 국민들은

‘전쟁 중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라는 듯, 이런 큰 사건마저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행정수반을 잃은 정부는 조성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되었다. 조성범 대통령 권한 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다음달 9월 10일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일부 야당 인사들은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민주시민당 김창수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및 내란 혐의로 특검에 조사를 받는 것을 악용해 여당인 자유공화당이 대선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여당 측에서는,

“아직 전쟁 중인 관계로 대통령 자리를 절대 오래 비워둬서는 안 된다.”

고 주장하며 대선 준비를 서둘렀다.

여당의 주장대로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한국군은 개마고원 일대의 북한군들과 지루한 포격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군 수뇌부에서는 이미 전쟁의 승패가 정해진 상황에서 험준한 개마고원 산지에 진지를 파고 버티는 북한군을 향해 보병들을 무리하게 투입시켜 힘겨운 고지전을 치르는 등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직접적인 전투는 피하고 북한군을 포위하고 고사시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한군이 항복하기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이렇듯 전쟁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자, 여당 자유공화당 측으로부터 일본에서 군사 물자 원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 되었다. 조성범 대통령 권한 대행도 전쟁을 조속히 종결하기 위해서라도 원활한 물자 보급이 절실하다며, 일본에 군사 물자 원조를 요청하는 안건을 다시 한 번 국회에 상정시켰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 300명 중 여당 자유공화당 의석수는 131석, 제 1야당 민주시민당 의석수는 127석이었다. 남은 의석 중 친 여당 성향 소수정당 의석수는 14석, 친 야당 성향 소수정당 의석수는 28석이었다.

국회에서는 또 한 번 여야 간 정쟁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국회의장의 발표를 앞두고 마두원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 중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현재 자유공화당의 의원 수는 민주시민당보다 4명 많은 정도였다. 관건은 소수정당 의원들의 결정이었다. 친 여당파 소수정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과반을 넘기에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다. 자유공화당에게 있어, 친 야당파 소수정당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며칠 전부터 자유공화당 의원과 친 야당파 소수정당 의원들의 개별 접촉이 이어지고 있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당 누구 의원이 자유공화당에 입당해 다음 총선에서 자동 공천을 받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네, 어느 정당 누구 의원은 자유공화당이 자신의 지역구 관련 법안 통과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네, 이런 저런 뒷말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자유공화당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특검에서 조사 받는 중이라던 민주시민당 김창수 대표가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창수 대표는 소수정당 의원들 하나하나를 직접 찾아가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자유공화당 의원들은 그런 김창수 대표를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에 내란 혐의까지 있는 놈이, 신성한 국회에 어찌 들어온 거야?”

김창수 대표는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히 소수정당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어서 ‘일본 군사 물자 원조 요청의 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이어졌다. 전자투표 결과는 신속히 집계되어 전광판에 공개되었다.

“아니 씨발, 이게 뭐야!?”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초조하게 앉아 있던 마두원은 전광판에 뜬 결과를 보고는 책상을 손으로 쾅, 내리치며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찬성 145 반대 155, 결과 부결]

국회 좌측에 모여 앉아 있던 야당 의원들과 친 야당파 소수정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의 부결 선언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기뻐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마두원이 분한 듯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거야? 전쟁 안 끝낼 거야? 뭐, 혹시 당신들 모두 북한한테 사주 받은 공산당 아니야? 빨갱이들하고 결탁한 국가 반역자들 아니냐고?!”

마두원의 폭언에 여러 의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 보고 빨갱이라니? 말을 삼가세요!”

“기본적인 예의도 없습니까? 우리더러 공산당이라니? 그럼 우리를 뽑아 국회로 보내준 국민들도 공산당이란 말입니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망언을 합니까?”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마두원은 더 흥분한 듯 정장 재킷까지 벗어던지고 싸우자는 식으로 야당 의원들에게 달려들려 했다. 마침 주변에 있던 여당 동료 의원들이 간신히 그를 붙들고 만류하며 국회 회의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퇴장하는 마두원을 향해 야당 의원들의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씨발, 더러운 빨갱이 새끼들! 다 잡아 싸그리 조져야 돼! 대통령 각하가 북한 놈들에게 돌아가셨는데도 이러는 거 보면 저 새끼들 모두 빨갱이가 아니면 대체 뭐라는 거야? 빨갱이들 모두 잡아 죽여야 이 나라가 살지! 아으~!!!”

마두원은 아직도 화가 안 풀리는지, 국회 회의장 복도의 벽을 발로 걷어차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마두원을 데리고 나온 자유공화당의 상임의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를 달랬다.

“마 의원, 그만 하시게. 이번 안건이 통과 안 된 건 아쉽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이거 하나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진짜, 내, 정말 되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 우성시에 있는 애국 청년 십자군들 모두 데리고 와서 저 안에 빨갱이들 죄다 쓸어버리고 싶습니다! 저것들 저거, 누가 봐도 북한 살리려고 일본에 원조 받는 거 반대하는 거 아닙니까? 저것들이 정말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입니까? 그냥 북한 국회의원들 아니에요?!”

“그, 그럴지도 모르지. 자자, 이제 좀 진정 좀 하고......”

상임의원은 마두원에게 물을 건네며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마두원은 받아든 물병을 한 번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잠시 후, 마두원의 기분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상임의원은 그를 데리고 자신의 국회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그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마두원과 둘이 나란히 마주 앉았다.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으니 그만 잊어버리게나. 지금 마 의원 자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을 거 같네만?”

“중요한 일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마두원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상임의원을 쳐다봤다.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이후로 군이 점점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어. 벌써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양이야.”

“눈치 보기라면, 그 군바리 새끼들이 다음 대통령 누가 되나, 여기 붙을까 저기 붙을까 머가리 굴리고 있다, 이 말씀 아닙니까?”

마두원의 신랄한 말에, 상임의원은 허허,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그런데 지금 군이 말이야...... 정권이 교체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모양이야. 합참에 있는 장성 놈들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는 무언가를 지들끼리만 알고 있는 눈치인데...... 그게 무언지, 또 그게 무엇이길레 다음 대선에서 확실히 우리가 진다고 판단하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는 말이야.”

“군바리 새끼들은 다음 대통령이 우리 자유공화당이 아니라 저 민주시민당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고요? 지들이 그걸 대체 어떻게 안다는 겁니까?”

“자네도 아는가 모르겠지만, 군에도 국군정보사령부라는 정보기관이 있어. 예전에는 국정원의 관리를 받는 하위 정보기관 수준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국군정보사령부의 정보 수집력이나 분석력이 국정원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지. 그 때가 2010년대 초반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에도 우리 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블랙요원 하나가 우리 당하고 대통령의 비리 정보를 수집해 언론에 폭로하는 바람에 한동안 아주 골치 아파진 적이 있었지.”

“아...... 저도 기억납니다. 그 때에도 사람들 시위하고 난리가 아니었죠.”

“어쨌든 군에서는 그 국군정보사령부 블랙요원 녀석을 특수전교육단으로 문책성 발령시켰다가 전역시키는 걸로 일을 마무리시키긴 했지만, 그 녀석이 있을 때 도대체 어떻게 베이스를 깔아 둔건지, 그 뒤로 국군정보사령부의 정보력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발전해 버렸지. 특히 대북 정보나 해외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은 외국 정보기관들도 놀라워 할 정도라니까 말 다 한 거지.”

“그런 국군정보사령부에서 어떤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군바리 장성 새끼들이 그걸 듣고 다음 대선에서 우리 당이 반드시 질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이 전쟁 통에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북한이고 어디고 안 나가 있는 데가 없을 테니, 그 만큼 가지고 있고 얻을 수 있는 정보들도 엄청 나겠지.”

“그놈들이 무슨 정보를 듣고 그리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우리 당이 아닌 다른 당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온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김창수 그 빨갱이 새끼, 특검에서 매일 열라 조지고 있지 않습니까? 뭔가 하나라도 나오면 그 날로 게임 끝입니다. 대통령이고 뭐고, 그 새낀 그 날로 정치판 떠나야 해요."

“그런데 그게 말이야......”

상임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까 김창수 대표가 국회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나? 지금이면 특검에서 조사 받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 어떻게 왔겠어?”

“그건...... 진짜, 김창수가 어떻게 특검에서 나온 거죠?”

“......뻔하잖나?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것 때문에 특검도 검찰도, 모두 다 우리 손을 떠난 거지.”

마두원의 표정이 덩달아 어두워졌다.

“군도 검찰도, 모두 우리 손을 떠났다구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군이야. 그리고 이 군하고 자네하고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전 우성시 계엄군 사령관 김요한 소장 기억하고 있나?”

마두원은 지난 날 우성 경찰서 앞에서 자신을 노려보던 장군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 당연히 기억하죠. 감히 육군 소장 따위면서 싸가지 없이 국회의원한테 개기던 바로 그 놈 아닙니까?”

“바로 그 김요한 소장이 얼마 전 연금에서 풀려났다는군. 군에서는 조만간 그를 다시 62사단 사단장 겸 우성시 계엄군 사령관직으로 복직시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면, 마 의원 자네랑 우성시에 있는 자네 쪽 사람들을 그가 그냥 가만히 놔둘까?”

그 이야기에, 마두원의 두 눈동자가 좌우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오후 4시, 경기도 우성시 효경동 에덴 모텔

마선욱은 이 날도 여전히 목에는 명예 무공 훈장을 걸고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여전히 운용 엄마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묵직한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며 핸드폰을 보는 중이었다.

그의 핸드폰에 SNS 문자가 도착했다. 성모였다.

[아까 너희 아버지한테 연락 왔어.]

[응, 너 바로 필리핀으로 가야된다며?]

[오늘 밤 바로 짐 싸서 서울로 올라오래. 서울에서 출국 준비했다가 며칠 안에 나가야 한다네? 대체 무슨 일이 있길레 이렇게 갑자기 서두르는 거야?]

[난들 아냐? 대통령 죽고 뭔가 좀 꼬인 게 많아졌나봐.]

[이제 지겨운 한국 떠나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구나. 나는 거기서 예쁜 필리핀 여자애들이랑 잘 놀다 올 테니까, 너는 여기서 고생 좀 해라.ㅋㅋㅋ]

[ㅋㅋㅋ 쓰레기 같은 새끼. 너 거기 가면 좆나 재미있을 거 같지? 동남아 년들 얼굴 다 빻아서 그냥 쳐다보는 것도 졸라 짜증날껄? 우리 아빠한테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지도 모를 거다 시발ㅋㅋㅋ]

[ㅋㅋㅋ 필리핀이라고 다 동남아 년들만 있겠냐? 찾아보며 한국 년이나 일본 년들도 많을 거고, 백마들도 널려 있을걸? ㅋㅋㅋ]

[ㅋㅋㅋ인성 쓰레기 새끼, 갈 거면 거유민 그년이나 나한테 주고 가.]

[당연히 그래야지. 작별 선물로 베프한테 그 정도는 해 주고 가야지.]

[넌 역시 의리 있는 놈이야. 이 우정 영원하자 시발.]

[그래 영원하자 시발. 이따 8시에 내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포차로 나와. 거기서 나랑 같이 그년 술 좆나 먹여서 꽐라로 만들어 보자고.]

[8시 ㅇㅋ, 나 존나 꽃단장하고 달려간다.]

마선욱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킬킬거렸다. 그는 한 손으로 운용 엄마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아줌마, 오늘 밤에 약속이 생겨서 지금은 더 박아 주고 싶어도 박아주질 못하겠네. 밤새 힘 좀 써야 할 일이 있어서 지금부터 힘을 많이 세이브 해 놔야 하거든. 대신 내가 찐하게 키스해 줄게. 이리와 봐, 아줌마. 사랑해~.”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마선욱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입술 안으로 혀를 들이밀었다.

­ 오후 10시, 경기도 우성시 상현동 예원 오피스텔

“씨발, 운동했다면서 술은 좆나 약하네. 나한테는 좆나 땡큐지만. 크크크.”

마선욱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유민의 어깨를 부축하며 성모의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짧은 치마에 티셔츠를 입고 있는 유민은 지금 누구의 품에 안겨 있는지도 모르는 듯, 온몸이 축 늘어진 채로 마선욱이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성모와 마선욱은 포차에서 그녀에서 쉴 새 없이 술을 먹였다. 유민은 처음에 자신은 술을 못 먹는다고 거절했지만 계속된 성모의 권유에 한 잔씩 한 잔씩 계속 받아 마시다가 결국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된 것이다.

성모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앞장 서 걷고 있었다. 마선욱이 유민을 데리고 오는 내내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음탕하게 더듬고 있었지만, 그는 조금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읏차, 다 왔다!”

성모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온 마선욱은 성모의 침대에 유민을 눕혔다. 짧은 치마 아래로 유민의 새하얀 허벅지 안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선욱은 쩝쩝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성모야, 너 쓰고 남은 콘돔 같은 거 있냐?”

“콘돔이랑 윤활제 저기 싱크대 위에 서랍 안에 있어. 근데 이년 물 많아서 윤활제는 필요 없을 거야.”

“크크크 고맙다, 잘 쓸게 성모야. 그럼 난 우선 좀 씻고 나와야겠다.”

마선욱은 마음이 급한지 옷을 훌떡 훌떡 벗어 던지며 화장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성모는 잠시 침대 위의 유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침대 옆에 걸터앉아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만졌다. 유민은 술에 취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성모는 유민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잘 있어라, 병신 같은 년아. 그동안 좆나 즐거웠다.”

성모는 잔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큰 여행용가방을 꺼내 자기 짐들을 담기 시작했다.

­ 오후 11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시외버스터미널

잠시 후 서울로 가는 마지막 시외버스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성모는 홀로 버스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월요일 야간이라 그런지 버스터미널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성모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마선욱으로부터 SNS 문자가 왔다.

가장 먼저 온 것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발가벗겨진 유민이 두 다리를 벌린 채 누워있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는 하얗고 끈끈한 액체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

그 아래 마선욱의 문자가 있었다.

[이 년 좆나 꼴려서 못 참고 결국 질싸해버렸다 ㅋㅋㅋ]

문자를 보고, 성모는 텅 빈 대기실에서 혼자 킬킬 거렸다.

[병신아, 그러다 그 걸레년 진짜 임신하면 니가 책임질 거야?]

[이 정도 걸레면 똥걸레 되더라도 평생 데리고 살만하지.]

[너가 데리고 살겠다는 년이 대체 몇 명 인거냐? 아예 하렘을 만들고 싶은 거냐? ㅋㅋㅋ]

[하렘 좋지ㅋㅋㅋ 근데 난 관대해서, 좋은 건 함께 나누는 착한 사람이잖아. 우리 애들 이따 니네 집으로 올 거야. 이 년 같이 돌려 먹으려고. 전에 니가 보내준 이 년 사진 우리 애들한테 보여준 적 있었거든? 그 때부터 우리 애들, 이 년 한 번 먹고 싶어서 좆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ㅋㅋㅋ]

[그래, 맛있게들 먹고, 재밌게 지내고 있어. 필리핀 출국하기 전에 또 연락할게.]

[응, 그래. 거기서도 좋은 사진이랑 영상 많이 만들어서 보내줘~]

성모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바닥에 카악, 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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