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36화 (36/217)

〈 36화 〉 2027년 8월 4일

* * *

­ 오전 7시, 경기도 우성시 상현동 예원 오피스텔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방 안 가득 들어왔다. 8월의 여름날 아침은 햇빛마저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성모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옷은 입지 않고 있었다. 굳이 입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화장실에서 다녀온 성모가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침대 핑크색 시트 위에는 발가벗은 유민이 엎드린 채로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오늘 새벽까지 사용한 콘돔들과 휴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성모는 담배를 입에 물고 침대에 걸터앉아 불을 붙였다.

그는 첫 모금을 기분 좋게 빨아들였다가 후우, 뿜어내고는, 손으로 유민의 알몸을 슥 어루만졌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몸이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성모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엎드려 있는 유민의 두 다리를 좌우로 잡아 벌렸다. 다리 사이로 그녀의 안쪽 허벅지와 음문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주변에 있던 콘돔들을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가져와 이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누군가의 SNS로 전송했다.

마선욱의 SNS 였다.

사진들을 보내며, 성모는 다음과 같이 문자를 써 보냈다.

[내 깔치랑 저녁부터 새벽까지 다섯 번 함.]

마선욱의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

[보지 존나 시뻘게졌네 ㅋㅋㅋ 니 자지는 괜찮냐? ㅋㅋㅋ]

[이년 운동 오래 했다더니 진짜 빠이팅이 있는 년이야. 밤새 지치지도 계속 보지 흔들어 대. 쪼임도 존나 쎄.]

[전에 사귀던 그 년하고 비교하면 어떠냐? ㅋㅋ]

[교회 중고등부에 있던 그년? 그 년은 얼굴만 좀 괜찮았지 몸매는 졸라 아니었어. 씨발 가슴도 완전 등짝이고 떡 치는 것도 졸라 별로였고. 당연히 지금 이년이 더 존맛이지. 운동한 년이라 쫄깃함이 달라. 얼굴이랑 몸매도 존나 명품이고. 한번 자지 맛을 아니까 계속 박아 달라고 무릎 꿇고서 존나 창녀같이 애원하더라.]

[전에 학교에서 너랑 애들 먹일려고 식판에 밥 타서 날라 올 때부터 그 년이 너한테 뻑간 줄 알겠더라.]

[원래 아빠 없거나 부모 없는 년들은 남자가 조금만 잘해줘도 쉽게 넘어오게 되어 있어 ㅋㅋ 그리고 이년, 우리 아빠 죽은 거 때문에 내가 힘들어하는 줄 알고 어떻게든 나 위로해준다고 내가 시키는 거면 뭐든 다 한다.]

[씨발, 병신 같은 년. ㅋㅋㅋ]

[이년, 며칠 전에는 여군 되는 게 꿈이라고 해서 군복 갖다주고 입혀 줬더니, 바로 발정나서 군복 입은 채로 박아달래. 마치 강간당하는 것처럼 해달라고. 그래서 소원대로 해줬지.]

[사진 봤다. 씨발, 존나 부럽네. 그년 나한테도 한 번 줄 거지?]

[이년하고는 오래 갈 듯. 떡감 개 지리는 년이라 더 오래 두고 따먹고 싶거든. 일단 좀 더 기다려.]

[이렇게 기다려지는 년은 처음이네. 속옷 입은 사진만 보내지 말고, 떡치는 사진이랑 동영상도 찍어서 보내봐.]

[이 년이 그런 거 찍으면 존나 개지랄해서 못 찍고 있어. 나중에 술 졸라 먹이고 찍어봐야지.]

[그럼 술 먹일 때 나도 같이 부르던가. 술로 뿅 가게 해주고 동영상 찍는 거까지 다 도와줄 테니까. 그러면서 겸사겸사 나도 ㅋㅋㅋ]

성모는 핸드폰을 보며 킥킥 웃어댔다.

곁에 유민이 슬슬 잠에서 깨어나는 듯,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성모는 그녀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콘돔들을 치우고는 손으로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성모는 담배를 입에 문 채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바로 눕혔다.

“아침 되었으니까 모닝 섹스 해야지? 오늘은 한 번 노콘으로 해볼까?”

성모는 자신의 성기를 유민의 가랑이 사이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그녀의 다리 사이는 금방 젖어들고 있었다.

“오빠...... 오빠...... 앙......”

유민은 연신 오빠, 를 부르며 신음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성모는 유민의 목소리에 흥분했는지, 그녀의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가슴은 성모의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다랬다.

성모는 딱딱하게 세워진 성기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이밀었다. 그녀는 히익,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오빠, 사랑해요....... 오빠, 박아주세요....... 더 세게, 하아, 하아.......”

유민의 거친 숨소리가 방문 밖까지 들려왔다.

두 사람의 아침은 오늘도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오전 10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경찰서, 현 국회 특위 임시 조사 본부

영록은 이날도 지하 1층 조사실 앞 계단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어제까지 영록의 표정은 양아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난생 처음 아다 땐 찐따 새끼 아니랄까 봐 미친놈 마냥 헤헤, 거리고 다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영록은 9호 조사실에 붙잡혀 온 그 대학생 여자를 상대로 난생 첫 경험을 했다.

키스도 하고, 가슴도 만지고,

콘돔을 낀 상태로 여자의 몸 안에 사정까지 했다.

영록이 여자의 몸을 안은 건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았다.

마선욱이 말하는 데로 여자와 몸을 섞은 후 몇 번 움직이기가 무섭게 온몸이 찌릿해지며 힘이 쭉 빠졌다.

이걸 본 양아치들은,

“아, 이 새끼~ 졸라 토끼 새끼였네.”

라며 깔깔거리며 그를 비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예쁜 얼굴이나 몸매의 여자는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게 생긴 대학생 누나였다.

그런데 마선욱에게 등 떠밀려 침대로 올라갔을 때, 영록은 그녀가 잠시 유민으로 보였다.

그녀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분명 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잠시나마 그녀를 갖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세상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물론, 괜스레 유민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자신의 첫 경험을 유민이 아니라 다른 여자와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유민이도 내가 아니라 성모 형이랑 갈 데까지 갔잖아? 나만 잘못한 게 아닌데 뭐 어때?’

이 생각이 들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미안한 마음이 모두 사라지자 첫 경험의 기억은 그저 신기하고 짜릿한, 즐거운 순간으로만 남으려 했다.

그래서 얼마 동안 양아치들이 보기에도 미친놈 마냥 헤헤, 거리고 돌아다닌 모양이다.

......

그런데 다시 조사실 밖에서 근무를 서게 되면서 자신이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못 생각한 거 뿐 아니라,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그것도 너무나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영록과 마선욱의 양아치 일당들이 9호 조사실에서 나온 이후로도, 수많은 조폭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그곳을 다녀갔다.

모두들 조사실을 나오며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말투로 그 여자를 창녀 가리키듯 말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창녀가 아니었다.

단지 야당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잡혀들어온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당하고 있는 일은,

지금 저 조폭들이 그녀에게 하고 있는 일은,

또, 영록 그 자신도 그녀에게 했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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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범죄였다.

애국 청년 십자군이란 그럴싸한 이름으로 덧입혀진 추악한 집단 속에서 의미 없이 시키는 일만 계속 하고 있다 보니 지금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던 건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그에 대한 정확한 가치 판단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유민이 원해서 이 애국 청년 십자이란 곳에 가입했고,

유민이 바라기에 그들과 함께 총을 들고 나섰고,

유민이 기뻐하길 바라며 이곳에서 시키는 일을 계속해 왔을 뿐인데,

이제 유민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볼썽사나운 꼴의 사진이나 찍히고 있었고,

자신은 부지불식간에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집단 성폭행하는 데에 동참했던 것이다.

갑자기 누가 뒤에서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혀 왔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어깨에 걸고 있던 소총 멜빵이 팔을 타고 스르르 내려와 땅바닥에 쾅, 하고 떨어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리고 왜...... 내가 왜 여기 더 있어야 하는 거지?’

영록은 땅에 떨어진 소총을 다시 주우려다 머뭇거렸다.

이곳에 온 이후 항상 자기 몸처럼 지니고 다녔던 자신의 M­16A1 소총이 더 이상 자신과 상관없는 물건처럼 느껴졌다.

영록이 근무교대를 받고 휴게실로 올라가는데, 그 안에서 마선욱과 양아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록은 복도에서 잠시 멈춰 서서 휴게실 안에서 들리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 씨발. 형님들도 진짜 너무 하시네. 자기네들은 매일 매일 그년 따먹으러 가면서 우리더러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라니.”

“선욱 형님이 아버지께 한 번 말씀드리면 안 됩니까? 여기 형님들 다 선욱 형님 아버지 밑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야, 이 새끼들아. 이런 문제로 내가 아버지한테까지 구걸해야겠냐? 여자 따먹는 문제를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뭘 어쩌자고, 병신아!”

안에서 퍽! 하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선욱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씨발, 여자가 어디 그년 하나만 있겠냐? 잡아 온 년도 많고, 잡아 올 년도 많은데, 우리끼리 따먹을 년 하나 만들면 되지.”

“그게 됩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우리 아버지 보좌관들이 만든 빨갱이 리스트 중에 기억나는 게 있는데 말이야. 니들 지운용 그 새끼 기억하냐?”

“당연히 기억하죠! 그 새끼 때문에 경찰서에 법원까지 들락거리고 학교도 잘렸는데.”

“그때 그 마마보이 새끼 엄마가 우리한테 자기 아들 건드리면 다들 인생 망치게 해주겠다고 좆나 건방지게 굴었던 거 아직도 기억나네. 나 참, 씨발, 누가 누구 인생을 망치게 해주겠다는 건지, 걸레 같은 년이.”

“그 새끼 엄마년, 우리 교회 다니는 집사 아닙니까? 남편 일찍 죽고 애랑 단 둘이 산다고 하던 거 같더라구요. 저도 교회에서도 몇 번 본 적 있어요. 그 아줌마 빨통 좆나 커서 한 번 보면 잊히질 않던데, 크크크. 아무튼, 형님 아버지 보좌관들이 만든 리스트하고 지운용 그 마마보이 새끼하고 무슨 관련 있습니까?”

“우리 아빠 보좌관들이 우성시 CCTV 싹 다 뒤져서 빨치산들한테 협조한 새끼들 증거 영상 모아 놓은 리스트가 있는데, 그 영상 중에 지운용 그 마마보이 새끼가 빨치산들 도와서 부비트랩 만드는 영상에 딱 찍혀 있는 거 아니겠냐?”

“와, 미쳤네~ 왜 그랬답니까?”

”나야 모르지. 빨치산들이 끌고 와 시켰던가, 어쩌다 그 근처 지나가다가 걸려서 그런건가.“

마선욱은 양아치들에게 핸드폰에 담아 놓은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이 새끼 완전 빨갱이 짓 했네? 이정도면 집에 쳐들어가 잡아와도 끽 소리 못하겠는데요?”

“딱~ 빼박이지. 이거 가지고 그 엄마년 보여주고 그 마마보이 새끼 잡아간다고 하면 무슨 말을 하려나? 크크크. 이러고 둘 다 이리로 잡아 오는 거야? 어때?”

양아치들은 그 말에 박수치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영록은 마선욱 일당들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 오후 12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경찰서 인근

영록은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답답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경찰서 인근의 자판기에서 사이다 캔 하나를 뽑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이다의 탄산도 영록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건물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니 한결 나은 것 같았다.

정오의 햇살을 뜨겁고 습했다. 영록의 이마에 금방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경찰서 안에는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있어서 시원했지만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안에 들어가면 다시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혀올 것 같았다.

영록은 인도에 있는 커다란 화단에 걸터앉았다. 화단은 전쟁 통에 아무도 손을 보지 않았는지 잡초만 무성하게 나 있었다.

사이다 캔을 들고 있는 손이 떨려왔다.

답답함은 불안감으로, 불안감은 부끄러움으로 변하고 있었다.

‘난 이제, 저 조폭들과 같이 성범죄를 저지른 죄인이야......’

영록은 고개를 떨구었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한 숨이 터져 나왔다.

“나가야 해, 나가야 해...... 이제 여기서 나가야 해......”

자기도 모르게, 영록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영록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지영록!”

유민이었다. 영록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짧은 반바지에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 차림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영록의 눈에 그녀의 가슴이 도드라지게 크게 보였다.

유민은 전과 다르게 얼굴에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 입술의 립스틱이 유난히 빨개 보였다. 묶지 않고 늘어뜨린 긴 머리도 고데기 같은 걸로 말았는지, 살짝 웨이브 진 모습이었다.

유민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혼자서 뭐 해? 쉬는 시간이야?”

“......응, 오늘 웬일로 여기까지 왔어?”

“응, 성모 오빠가 여기 경찰서에 볼 일 있다고 해서 따라왔어. 성모 오빠 일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밖에 나온 건데, 딱 니가 여기 있지 뭐야.”

“그랬구나......”

영록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사이다를 한 입 들이켰다. 그 달콤한 사이다가 지금 이 순간 그의 입에 씁쓸하게 느껴졌다.

유민도 영록이 무언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록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야, 지영록...... 너 무슨 걱정 있어? 너 오늘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영록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몇 분간 초점 없이 차 하나 지나지 않는 도로만 멍하니 바라보던 영록이 입을 열었다.

“넌...... 성모 형이 잘 해 주니?”

갑작스런 물음에 유민은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응? 그건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성모 오빠가 뭘, 뭘 잘 해 주냐는 말이야?”

“아니 그냥...... 너한테 잘 대해 주냐고.”

유민은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성모 오빠는 그냥...... 나한테 다 잘 해줘. 그래서 좋아.”

“그럼...... 너 이제 군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유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은.”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뉴스 보니까 어차피 전쟁도 곧 끝날 거라고 하던데, 뭐. 지금은 군대에 가는 것보다 그냥...... 성모 오빠랑 있는 게 더 좋아.”

그 순간, 영록은 누군가 커다란 망치로 가슴을 후려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록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으로 변했다.

유민은 그런 영록을 불안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영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유민아, 너 우리가 여기 우성시 처음 왔을 때 니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응? 어떤 말?”

“......나한테 너도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아무리 무섭고 겁나도 피하거나 숨지 말고, 한번 당당히 싸워보라고, 니가 늘 나랑 같이 해줄 거니까 같이 이겨내 보자고 했던 말.”

유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기억났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맞아, 학교 계단에 앉아 그런 말 했었지! 그런데 그 말은 왜?”

영록이 고개를 돌려 유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가 누군가를 그렇게 정면으로 응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때 니가 한 그 말 때문에 너랑 같이 이 애국 청년 십자군에 들어왔어. 여기서 포로들이 아무런 재판도 없이 총에 맞아 죽어 바다에 빠지는 것도 봤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사람들이 조폭들한테 고문당하는 것도 봤어. 그리고 또 나는......”

차마 다음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도저히 9호 조사실에서 있었던 이야기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록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나 더는 못 하겠어. 이건 무섭고 겁나서 피하거나 숨으려는 게 아니야. 이건......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니야. 그 누구한테도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영록이 소리 지르듯 외쳤다. 항상 숫기 없이 부끄러워하기만 하고 자기 표현도 제대로 못했던 그가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모습에 유민도 저으기 당황한 모습이었다.

“야, 지영록......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영록은 유민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넌 나한테 한번 당당히 싸워보라고 했지? 하지만 이건...... 이 애국 청년 십자군들이 하는 일이란 건, 이건...... 당당히 싸울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야. 그냥, 벗어나야 하는 일이야! 이번엔 유민이 니가 틀렸어. 이건 우리가 피땀 흘려 싸울만한 가치가 하나도 없는 일이야!”

유민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빨갱이들 잡는 일은 원래 힘들고 복잡한 일 투성이래. 성모 오빠도 그랬어. 성모 오빠도 처음에는 이게 맞는 일인지 틀린 일인지 잘 몰랐지만, 결국 나라를 위한 일이란 걸......”

영록이 유민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너, 정말 성모 형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아? 정말 너 좋아해서 너한테 잘해주는 건지 아냐고!”

갑작스런 성모에 대한 이야기에 유민의 표정이 차갑게 변해갔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니가 뭔데, 성모 오빠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성모형은 널, 널......”

마선욱을 통해 들은 성모에 대한 이야기들,

성모가 유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성모가 마선욱에게 보낸 유민의 사진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양아치들에게 돌려 보여주던 마선욱의 이야기까지......

영록은 이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까지 꺼내려면 9호 조사실에서 있었던 일들까지 모두 말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영록이 주저하자 유민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니가 오빠하고 한번이라도 대화해 본 적이나 있어? 오빠하고 말 해 본 적도 없고 같이 있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오빠에 대해 니 마음대로 말하지 마. 적어도 너보다는 내가 오빠하고 더 많이 대화도 해봤고 더 오래 같이 있어 봤어. 내가 너보다 오빠에 대해 더 많이 아니까,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마.”

그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애국 청년 십자군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면 학교로 돌아가. 다 함께 합심해서 빨갱이들이랑 싸워야 하는 판에, 너 같이 조직에 대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불평이나 늘어놓고 윗사람을 제대로 된 이유도 없이 비난만 하는 건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야. 그런 사람은 필요 없으니까 돌아가. 오빠한테도 그렇게 얘기해 둘 테니까."

유민은 차갑게 돌아서서 떠나갔다.

그녀의 뒷모습 뒤로, 영록은 그렇게 다시 홀로 남겨졌다.

­ 오후 5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경찰서, 현 국회 특위 임시 조사 본부

아직 영록은 지하 1층 조사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이번 타임 교대 근무가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지금 그에게 이 문제가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유민이 떠나간 후 영록은 마음의 결정을 굳히고 있었다. 이제 언제 실행하느냐만 남았다.

위층 계단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선욱 일당이었다.

그들은 어디를 다녀왔는지, 30대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을 붙잡아 와 지하 2층 유치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어디서 났는지 양아치들은 여자를 포승줄로 꽁꽁 묶어 놓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려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뒤에 아는 얼굴 하나가 끌려 들어왔다.

교회에서 본 운용이었다.

영록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운용이의 입에도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운용은 그에게 간절하게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영록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이, 두 모자는 마선욱 일당에 의해 지하로 끌려내려갔다.

잠시 후 밑에서 유치장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쿵, 하고 들리고, 마선욱과 양아치들이 계단으로 올라왔다.

“야, 저 정도면 애 엄마라도 존나 먹을 만하지 않냐? 줄로 묶을 때 빨통 튀어나오는 거 봤냐? 저 정도면 D컵은 충분히 넘겠다.”

“역시 애 낳은 아줌마라 그런지 일단 젖탱이랑 방댕이가 확실히 다르던데 말입니다.”

“애도 낳고 경험도 많아서 할 때 확실히 다를 거야. 와, 씨발~ 이따가 졸라 기대되네.”

“그런데 아무 문제없겠습니까? 저렇게 잡아와 가둬놔도?”

“지 새끼 빨갱이로 몰아 죽인다는데 지가 어쩔 거야? 어차피 여기 기자들도 없고 아무도 없어서 밖에 알려질 걱정도 없으니 괜찮아.”

마선욱은 히히덕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다가 근무 중인 영록을 보고는 큼지막한 손으로 영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 이따 내가 부르면 너도 와라. 오늘은 좆나 육덕진 아줌마 따먹게 해 줄 테니까.”

영록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선욱을 노려보며 말을 꺼냈다.

“저...... 저 아이랑 저 애 엄마는 왜 데리고 오셨어요?”

마선욱은 힐끔 그를 돌아보며 귀찮은 듯 대꾸했다.

“저 어린 새끼가 빨치산들 도운 빨갱이라 잡아 왔다. 그건 왜 묻냐, 새꺄?”

“......그것 때문에 데리고 온 게 아니잖아요? 다른 목적으로 이렇게 아무나 끌고 와도 되는 거에요?”

그 말에 마선욱은 속이 찔렸는지, 흠칫 놀란 얼굴로 버럭 소리질렀다.

“뭐? 너 지금 뭐하고 그랬어? 다시 한번 말해봐! 이 새끼, 너 지금 빨갱이 편들어 주는 거야?”

영록은 기가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눈앞에 번쩍! 하고 별이 보였다.

영록은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마선욱이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이 새끼가 감히 형님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아다도 떼주고 같이 좀 놀아주니까 내가 아주 친구 같지? 그치?”

마선욱은 영록을 발로 짓밟으며 마구 때렸다. 밖에 있던 조폭들이 들어와 말리지 않았더라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선욱에게 구타당하던 영록은 조폭들에 의해 간신히 살아났다.

그 길로 영록은 1층 지휘 통제 본부로 올라가 당직을 서는 조폭 간부에게 소총과 장비들을 반납하며, 이제 애국 청년 십자군을 탈퇴하고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폭 간부는

“하긴, 전쟁도 다 끝나 가는데 이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야지. 아까 맞은다며? 괜찮냐? 그동안 고생 많이 했고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해라.”

라며, 약값하고 차비하라고 5만원 지폐 네 장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영록은 애국 청년 십자군이란 단체를 벗어나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마선욱에게 맞은 자리가 욱신거리고 아파왔다.

그래도 경찰서를 나가 바깥바람을 쐬니 몸속 머릿속 모두 다 바람에 씻겨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오후 6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경찰서, 현 국회 특위 임시 조사 본부

지하 1층 조사실로 끌려온 운용 엄마는 마선욱과 양아치들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있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모르는 척해 줘...... 그때 운용이가 북한 놈들한테 끌려가 시키는데로 했을 뿐이야. 아직 어린 애라 그냥 하라는데로 한 것 뿐이야. 그러니 제발....... 제발 한 번만 봐줘......”

운용 엄마 앞에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마선욱은 콧방귀를 뀌며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래서 이 나라가 안 된다고, 씨발. 사람이 잘못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져나갈 궁리나 하고 있으니 이 나라 기강이 개판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아줌마.”

마선욱은 운용 엄마 앞으로 다가와 쭈그려 앉았다.

“아줌마 그 때 기억 안나? 나랑 우리 애들한테, 아줌마 아들 새끼 쪼금 건드린 거 가지고 경찰 부르면서 뭐라고 그랬어? 우리 인생 망치게 해주겠다며? 응? 생각 안 나?”

운용 엄마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마선욱은 운용 엄마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아줌마, 전시 반역죄는 그냥 사형이야, 사형! 아줌마 빨갱이 아들내미가 빨치산들 도와서 우리 국군 죽이는 무기(부비트랩) 만드는 이 영상만 갖고도 그냥 총살시켜도 아무 하자 없다고! 이제 누구 인생이 망쳐졌는지 똑바로 알겠어?”

운용 엄마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운용은 수갑이 찬 채로 조사실 한쪽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운용 엄마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뭐든 할게. 제발...... 우리 운용이 그 영상만 제발 지워줘. 내가 정말 뭐든 다 할게. 시키는 대로 다 할게. 그러니 제발...... 제발 한 번만 봐줘......”

“뭐? 뭐든 다 한다고? 아줌마, 그럼 이 영상 지워준다고 하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야?”

“응...... 그렇게 할게...... 정말이야.”

마선욱과 양아치들은 악랄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줌마, 그럼 도게자부터 해봐. 도게자가 뭔지 알아?”

“그게..... 뭐니?”

“크크크, 옷 홀딱 벗고 무릎 꿇고 엎드려서 잘못했다고 빌라고~! 당연히 머리도 땅바닥에 대고 빌어야 하고~! 일단 그거부터 해봐. 얼마나 진정성 있게 도게자로 사죄하는지 보고 영상 지워줄지 말지 결정할게!”

운용 엄마는 매우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마선욱과 양아치들이 지금 농담으로 이러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아줌마, 안 할 거야? 싫으면 하지 마. 내일이라도 당장 아줌마 아들내미 총살시키라고 전달할 테니까.”

마선욱이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 하자, 운용 엄마는 그의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듯 소리쳤다.

“아냐! 할게! 지금 할게! 그러니 제발! 제발 그러지마!”

운용 엄마는 그 자리에 무릎 꿇은 채로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운용 엄마의 속살이 드러날 때마다 휘바람을 불며 히히덕거렸다.

“아줌마, 장난 쳐? 빤스까지 싹 다 벗으라고~!”

그녀는 한 손으로 터질듯한 가슴을 간신히 가린 채, 부끄러움에 차마 팬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마선욱이 일갈하자 그녀는 우는 표정으로 앉은 상태에서 조심스레 팬티까지 벗어 내렸다. 그리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양아치들 앞에 사정했다.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켜서 우리 애가 그만 실수했어. 정말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 테니 제발 한번만 용서해줘......”

마선욱이 킬킬거리며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아악!”

운용 엄마가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마선욱이 그녀의 볼기짝을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려친 것이다. 그녀의 엉덩이에는 시뻘건 손자국이 그대로 박혀버렸다.

“씨발, 아줌마 장난해? 무슨 용서를 비는 사람이 반말을 씨부려? 존댓말로 예의 바르게 사과 안 해?”

마선욱은 그녀의 머리를 발바닥으로 비비적거렸다. 운용 엄마는 수치심과 굴욕감에 이를 악물었다.

“......잘못했습니다. 이게 다 가정 교육을 잘 못 시키고 아들 관리 똑바로 못한 이 어미의 잘못입니다. 모두 다 제 잘못이니 부디 저를 벌해주시고, 제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양아치들은 킬킬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핸드폰으로 이 모든 것들을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그래, 아들 대신에 엄마가 벌을 받으시겠다고? 그래. 아줌마가 저 빨갱이 아들 새끼 대신에 벌 잘 받으면 우리가 이 영상 다 지워줄게! 그럼 지금부터 벌 받아 볼까?”

마선욱이 비열하게 웃으며 바지춤을 내렸다. 그 사이로 그의 남근이 불끈 솟아나왔다. 뒤에 있던 양아치들도 낄낄거리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니, 너희들 대체 무슨.......?”

운용 엄마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다.

마선욱의 두껍고 굵직한 팔뚝이 그녀의 머리를 휘어잡았다. 그녀는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그의 사타구니 사이로 끌려왔다. 마선욱의 다리 사이에서 더럽고 비릿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아줌마가 대신 벌 받겠다며?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벌 받아야지?”

“아니, 이미 옷 벗고 너희들이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 그런데 뭘 더 시키려고!”

“아, 이 아줌마가 자꾸 나하고 장난 따먹기나 하려고 하네, 씨발!”

마선욱이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 갈겼다.

“꺄악~!”

운용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허벅지 사이에 쓰러졌다. 그러자 마선욱은 그녀의 오른팔을 쭉, 잡아당기더니 두 다리로 그녀의 목을 확, 휘감았다. 주짓수의 트라이앵글 초크였다.

“커억, 컥! 커어헉......!”

운용 엄마는 마선욱의 다리 사이에서 목이 졸려 괴로워했다. 얼굴도 시뻘게진 채로 말도 못 하고 바둥거릴 뿐이었다.

“아, 씨발! 아까 영록인가 뭔가 하는 새끼도 그렇고, 이 개 같은 년도 그렇고 왜 이렇게 말대꾸하는 새끼들이 많아? 야 이 썅년아! 착하게 걍 벌 받으면 되지, 왜 자꾸 지랄해서 매를 벌어?”

마선욱은 그녀의 목을 졸랐다가 풀어줬다를 반복하며 상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엄마......”

그걸 지켜보던 운용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양아치 중 한 녀석이 운용 엄마의 하얀색 팬티를 가져와 운용이의 머리 위에 뒤집어 씌우며 조롱했다.

“느그 엄마 보지 냄새나 맡고 딸딸이나 치고 있어라, 이 병신 새끼야. 너 때문에 학교 잘린 복수, 지금부터 실컷 해줄테니 구경 잘해라.”

마선욱의 다리 사이에서 목이 졸린 운용 엄마는 혀를 빼물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너무 세게 조른 탓인지 정신이 나갔다 돌아왔다를 여러 번 반복한 모양이었다.

마선욱은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아들 죗값, 이제 아줌마 몸으로 때우라고. 크크크.”

그녀의 남근이 그녀의 음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아줌마 보지라 그런지, 젖지 않아도 쑥쑥 잘 들어가네, 씨발.”

마선욱은 운용 엄마의 커다란 젖가슴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앞뒤로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아, 거긴 안됏~! 아하, 히잇!”

운용 엄마는 마치 동물처럼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벽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양아치들에게 쉼 없이 뒤치기를 당하고 있었다.

벌써 한시간 가까이 윤간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양아치들이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의 커다란 유방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 아줌마 젖통, 완전 젖소네, 젖소! 한번에 다 잡히지도 않아!”

양아치들은 그걸 보고 좋다고 낄낄거렸다.

이미 한번 하고 나온 마선욱은 담배를 피우며 다른 양아치들이 운용 엄마를 윤간하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씨발, 저년도 완전 암캐년이었네. 저거, 돌림빵 당하면서 좆나 느끼는 거 좀 봐라. 킬킬킬.”

“아줌마가 남편 일찍 죽고 지금까지 혼자 사느라 자지가 좆나 그리웠나 봅니다. 박아주니 아주 그냥 미쳐 하는데요?”

운용 엄마는 양아치들에게 계속 강간당하면서 소리 지르며 신음하고 있었다.

“아학, 자, 잘못했어요~! 요, 용, 용서해 줘~! 하악! 하악!”

운용이는 여전히 머리에 엄마의 팬티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서 엄마가 양아치들에게 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것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씨발, 이 새끼 섰는데?”

“뭐? 지 엄마 따먹히는 거 보고 고추가 섰어? 미친 새끼 아냐? 크크크.”

양아치들은 운용이의 다리 사이를 가리키며 히히덕거렸다.

모두의 순서가 한 번씩 돌아갔다. 운용 엄마는 새빨개진 얼굴에 한 손으로 음문을 부여잡고 혀를 길게 빼문 채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는 투명한 물이 계속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근데 이제 저 새끼는 여기 없어도 되지 않겠냐? 이제 이 아줌마, 지 아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랑 더 같이 있고 싶어 하는 눈치 인데, 안그래 아줌마?”

마선욱은 담배를 든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러자 양아치들이 구석에 있던 운용이를 잡아 끌고 조사실 밖으로 데려갔다.

“너네 엄마는 나중에 돌려보낼 테니까, 넌 집으로 가서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라. 안 그럼 영영 니 엄마 못 볼 줄 알아.”

“잠깐만, 엄마는요? 엄마를 어떻게 하려구요?”

“아, 병신 새끼, 보면 몰라? 니네 엄마는 여기서 너 대신 계속 벌 받아야 하니까 너 먼저 집에 가라고, 이 마마보이 새끼야!”

양아치들은 운용이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치며 조사실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운용이가 나가자 마선욱이 땅바닥에 쓰려진 운용 엄마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자, 아줌마. 이제 자식 새끼도 가고 눈치 볼 필요도 없게 됐잖아?”

그러면서 손으로 그녀의 음문을 슬슬 만지기 시작했다.

“하악......!”

그녀는 자동으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줌마, 그동안 남편 없이 졸라 외로웠던 모양이네. 그럼 이제 그 외로움 우리가 달래줄게. 자, 이리 와봐.”

마선욱은 담배 연기 빨던 입을 벌려 그녀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었다.

­ 오후 7시, 경기도 우성시 성부 학교

조폭 간부가 차비하라고 돈까지 줬지만 영록은 차를 타지 않고 학교까지 걸어서 돌아갔다. 어차피 전쟁 중이라 택시도 거의 다니지 않았고 학교까지 가는 버스 노선도 잘 몰랐다. 그냥 걷는 게 편했다.

얼굴 여기저기에 멍들고 터진 상처들이 있었지만, 약을 사서 바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곳에서 빠져나온 것 만으로도 모든 게 다 나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7시가 넘어 있었다. 그는 곧장 기숙사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태하가 책상에 앉아 있었다. 영록을 본 태하가 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번에도 너 죽은 줄 알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또 살아서 돌아왔네. 근데 너 누구한테 맞았니? 얼굴이 왜 그래?”

태하의 말에 영록은 씨익 웃어 보였다. 아프지만 하나도 안 아픈 척, 웃는 것처럼 보이려고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웃는 게 너무 힘들었다.

“혼자 돌아온 거야? 같이 나갔던 애국 청년 십자군인가 뭔가 하던 그 사람들은? 유민이는 같이 안 돌아왔어?”

태하의 물음에 영록은 자신의 침대에 힘없이 걸터앉으며 대답했다.

“응, 나 혼자 돌아왔어. 유민이는 그 사람들하고 계속 거기 남겠데.”

“......언제까지?”

“몰라, 안 돌아올지도 모르고......”

영록은 입고 있던 검은색 테러복을 벗고 옷장에 있던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벗어 놓은 테러복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 오후 9시, 경기도 우성시 목감동

혼자 집에 돌아온 운용은 자기 방에 들어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울고 있었다.

아직도 조사실에서 양아치들에게 윤간당하던 엄마의 모습과 목소리가 눈앞에 아른 거렸다.

한참을 울고 있을 때, 핸드폰에 SNS 하나가 왔다.

운용은 엄마가 연락언 건지 알고 허겁지겁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핸드폰을 열어본 운용은 기겁하고 말았다.

그 안에는 발가벗은 엄마가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을 질질 흘리며 마선욱과 양아치들의 남근을 입으로 빨고 있는 사진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 오후 10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실내체육관

정찰총국 45호실 공작원들이 찾아다니던 한국군의 컨테이너들은 이곳 우성 실내체육관안으로 모두 옮겨져 있었다. 체육관 밖과 안은 계엄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어,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정찰총국 공작원들이라도 이 안으로 쉽게 들어올 수 없었다.

김요한 소장을 대신해 계엄사령관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62사단 부사단장과 며칠 전 합류한 13 특수임무여단장이 실내체육관 안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들을 둘러보고 이것들을 가지고 온 장교에게 몇가지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여단장이 부사단장에게 말했다.

“김요한 장군이 입안한 작전 계획대로라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봅니다.”

부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13 여단의 전투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 다만 이 것들이 실전에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거야.”

“이 장비들, 우리나라에서 실전에 이런 방식으로 쓰이는 건 처음이라 불안하긴 합니다만, 뭐, 다른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이미 여러 번 연습을 해 봤고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요.”

두 사람은 컨테이너 속 장비들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았다.

여단장이 다시 말했다.

“......김요한 장군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부사단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방 어디 군부대에 연금되어 계시다는 거 외에는 나도 아는 게 없네.”

“대통령이 언론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어서, 지금 당장 김요한 장군을 구명할 방법은 없겠군요.”

“지금 정권이 계속된다면 그렇겠지. 그래도 투 스타나 되는 사람을 갑자기 자르는 것도 세상 사람들한테 눈치 보일 테니, 당장 장군의 군복을 벗기지는 못할 거야.”

“이 전쟁이...... 역사를 역행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부사단장은 여단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군인이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해서 무얼 하나? 지금은 우선 이기는 것에만 신경 쓰도록 하지.”

두 사람은 컨테이너 속 장비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실내체육관을 떠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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