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18화 (18/217)

〈 18화 〉 2027년 7월 2일 (2)

* * *

­ 오후 2시, 경기도 우성시 여동 톨게이트

차량을 이용해 우성시로 들어가려던 시민들로부터, 우성시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가 막혀 있다는 신고들도 대거 접수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성시와의 모든 통신도 차단되었고, 철로를 통한 기차와 지하철의 이동마저 모두 거부되고 있다는 보고도 정부에 올라왔다.

한국군은 우성시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우성시 상공에 무인정찰기를 띄우는 한편, 인근에 있던 55사단 기동대대 1개 중대 병력들을 우성시로 파견했다.

5대의 군용 트럭에 나눠 타고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기동대대 병력들은, 여동 톨게이트 1km 지점부터 도로 곳곳에 주인 없는 차들이 바리케이트처럼 도로를 막고 서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중대장은 전 중대원들에게 하차를 명령했다.

“......전 중대원 탄알 장전한 상태에서 조종간만 안전으로 두고, 사주경계하면서 이동할 수 있도록.”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기동대대 중대원들은 분대별로 소산하여 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져 나가며 전진했다.

500m 쯤 이동했을 때, 선두로 이동하던 분대장 한 명이 주먹을 쥐고 들어보이고는 그 자리에 조용히 무릎 꿇고 앉았다. 그의 신호에 따라 전 중대원이 자세를 낮추고 사주 경계를 실시했다. 중대장이 허리를 숙이고 앞으로 달려왔다.

“중대장님, 앞에 사람이 보입니다.”

분대장은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남자 하나가 무릎 위에 서류봉투를 들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로 여동 톨게이트가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중대장은 쌍안경을 꺼내 톨게이트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톨게이트 이곳저곳에 매복한 인원들이 보였다. 한국군 복장을 한 자들도 있었고, 청바지에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손을 총에 쥐고 한국군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독사 하나장, 앞으로.”

중대장이 무전으로 1소대장을 호출했다. 1소대장이 전령과 함께 중대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1개 분대 데리고 전진해서 저 사람과 컨택해봐.”

지시를 받은 1소대장이 1소대 1분대를 데리고 차량 사이에 엄폐해 가며 조심스레 앞으로 전진 했다. 그들이 전진하는 사이, 다른 중대원들도 좀 더 앞으로 나와 각자 차량 뒤에 엄폐하고 언제든 사격할 준비를 했다.

1소대장이 이끄는 병력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50m 앞까지 전진했다. 소대장이 차량 뒤에 숨어 남자를 향해 외쳤다.

“우리는 대한민국 육군입니다. 신원을 밝혀 주십시오!”

잠시 후, 의자에 앉은 남자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난 우성시 4급 서기관 박소원입니다. 최명순 시장이 우리 정부에 보내는 서한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대장은 톨게이트 주변에 매복한 적들의 동태를 살폈다. 딱히 자신들을 향해 총을 조준하고 있거나 위협적인 행동은 하고 있지 않았다.

소대장이 다시 외쳤다.

“몇 가지 더 묻겠습니다. 지금 우성시에 북한 빨치산들이 들어와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까?”

박소원은 한 참을 생각하다가 비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소대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우성시는 지금 빨치산들에 의해 통제 되고 있습니까?”

“네!”

박소원의 목소리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빨치산들이 당신에게 이곳에 앉아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했습니까?”

“이 곳에 있다가 한국군이나 한국 정부 관계자가 오면 먼저 최명순 시장의 서한을 전달하고, 앞으로 그들과 직접 협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당신에게 가서 그 서한을 받아와도 되겠습니까?”

“네!”

소대장은 세 명의 분대원들을 대동하고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톨게이트 주변의 빨치산과 외국인 노동자 폭도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소대장이 박소원 앞에 도착하자, 그는 서류봉투를 내밀며 최대한 목소리를 죽여 가며 말했다.

“북한놈들이 외국인 노동자 놈들을 포섭해서 폭동을 일으키고 우성시를 모두 집어 삼켜 버렸습니다. 지금 외국인 폭도들을 포함해 수만 여명이 우성시를 점령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시장님이 북한 놈들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우리 정부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서한입니다.”

그리고는 거의 울부짖으며, 소대장에게 어서 빨리 서류봉투를 가져가라는 듯이 흔들었다.

“그 놈들은 내가 이 서신을 한국군이나 한국 정부에 넘겨준 이후부터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때까지 한 시간마다 1명씩 시민들을 공개 처형하겠다고 했습니다! 서둘러서 이 서한을 정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안 그럼 계속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갈 겁니다! 어서 가서 이걸 전해주세요!”

소대장은 입술을 깨물며 서류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럼 아직, 처형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은 겁니까?”

“아직 공개 처형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처형을 시작하면 먼저 자유공화당 소속 국회의원하고 시의원, 평소 반북 활동 하는 인사들부터 잡아 처형 시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여기 자유공화당 소속 국회의원 마두원 의원은 지금 서울에 가 있으니, 아마 자유공화당 소속 시의원들부터 먼저 처형시킬 거 같습니다.”

“그럼, 군이나 시민들의 피해는 없습니까?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많습니까?”

“군인들과 경찰들을 모두 사살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폭동에 죽거나 다친 시민들도 꽤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부리던 공장주와 공장 임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피해를 많이 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대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서류봉투를 전투베낭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곧 한국군이 여러분들을 구하러 올 겁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그러자 박소원은 격렬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됩니다! 우선 정부에 빨리 이 서신부터 전달해 주세요! 이 서신에도 쓰여져 있지만...... 지금 우성시에는 대량의 VX 화학탄이 수십여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한국군이 우성시에 단 한명이라도 들어온다면, 그들은 화학탄을 터뜨려 40만 우성시민들을 모두 몰살시켜 버릴 거랍니다! 지난번 서울에서 VX가 터져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40만 인구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부디 신중하게 결정해달라고 전해주세요, 어서!”

박소원 서기관은 소대장을 재촉했다.

소대장은 분노로 입술이 떨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꼭 돌아오겠습니다.”

소대장은 급히 뒤돌아 뛰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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