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17화 (17/217)

〈 17화 〉 2027년 7월 2일 (1)

* * *

­ 오전 3시, 경기도 우성시 우성 제일교회

밤이 되자 거리에 가로등 불이 켜졌다. 아직 거리에 전기는 그대로 공급되는 모양이었다.

교회를 포위하고 있던 폭도들의 수는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 있었다. 다들 정규 군사 훈련을 받지 않아서인지, 밤이 되니 제대로 경계도 하지 않고 대부분 곯아떨어진 모양이었다.

애국 청년 십자군 중 가장 달리기가 빠르다는 10대 아이 넷이 교회 앞 편의점에서 음식들을 가져오는 임무를 맡기로 했다. 아이들을 2개의 카트를 가져가 음식들을 교회로 실어 나르기로 했다.

교회 입구 쪽 진지에 있던 집사들은 먼저 주변에 자신들을 감시하는 폭도들이 있는지 살핀 후,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두꺼운 바리케이드를 열었다.

먼저 2명의 아이들이 편의점 입구로 달려갔다. 역시 편의점 문은 시건 장치로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챙겨온 빠루를 문틈 사이에 집어넣고 힘을 주었다.

와장창!

생각지도 못하게 유리로 된 편의점 문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교회 사람들 모두 긴장했다.

아이들이 편의점 문이 부서지는 바람에 당황한 듯 멍하니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바리케이드 쪽에 있던 집사 한명이 카트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아이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들도 가! 빨리!”

아이들이 카트를 밀고 편의점으로 내달렸다. 편의점 문 앞의 아이들도 어른들의 손짓을 보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음식들을 카트에 담을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편의점 음식들을 카트에 담기 시작하자, 저 멀리에서 폭도들이 있는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나?”

“유리 깨지는 소리가 너무 컸어, 다들 총 들고 주변 경계해!”

집사들과 애국 청년들은 진지에 몸을 기대고 전방을 향해 총구를 지향했다. 가로등 불빛들 덕분에 폭도들이 있는 곳도 훤히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먼저, 아이 한명이 음식을 가득 실은 카트 한 대를 밀고 교회 쪽으로 내달렸다. 아이는 교회와 편의점 사이 거리 20m를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질주했다.

아이가 카트를 끌고 교회쪽 진지 안으로 들어오자 기다리고 있던 집사들과 애국 청년들이 카트에서 음식들을 신속히 내려놓았다.

다음 카트도 무사히 들어 왔다. 집사 중 한명이 아이에게 물었다.

“몇 번 더 왔다 갔다 해야 될 거 같니?”

아이는 잠시 편의점 쪽을 바라보고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물건이 많아서, 최소 7, 8번은 갔다 와야 할 거 같은데요?”

아이들은 빈 카트를 끌고 다시 편의점으로 달릴 준비를 했다. 그 사이 편의점 아이들은 교회로 실어 나를 물건들을 입구 가까이 미리 가져다 놓고 있었다.

두 대의 카트가 동시에 출발했다.

탕, 탕, 타당!

아이들이 2차선 도로를 가로지를 때 쯤, 갑자기 폭도들 진지 쪽에서 총격이 시작되었다.

교회에 있던 사람들 모두 총소리에 놀라 전방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200m 밖에 있던 폭도 세 명이 도로 위의 아이들을 발견하고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젠장, 엄호 사격!”

총을 들고 있던 집사들이 사격을 실시했다. 대응사격이 시작되자 폭도들은 진지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숨어버렸다.

사격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카트를 끌고 있는 아이들은 무사히 편의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사들 중 과거 부사관으로 복무한 적이 있는 집사 한명이 호루라기를 삐익, 불며 소리쳤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탄 낭비하지 마!”

모두 사격을 멈추자, 부사관 출신 집사가 진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작전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탄을 아껴 써야 하니까, 내가 호루라기를 불면 그 때 1, 2발만 사격해요. 만약 아이들을 쏘려는 놈을 보면 더 쏴도 돼.”

그리고 편의점 쪽 아이들에게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준비하고 있다가, 우리 쪽에서 총 쏘기 시작하면 그 때 뛰어 들어와, 알았지?”

편의점 쪽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 두 대 모두 음식들로 가득해지자, 편의점 쪽 아이들이 교회 쪽으로 신호를 보냈다. 부사관 출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루라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삐익~!

집사들과 애국 청년들이 1발씩 사격을 시작했다. 그것을 신호로, 아이들이 카트를 밀고 내달렸다. 교회 쪽 사격이 끝나고 폭도들이 빠끔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미 아이들은 안전하게 교회 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폭도들은 자기네들 말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씩씩거리고는, 아까 공작원들이 가져다 준 군용 PRC 96K 무전기를 들고 서툰 한국말로 무전을 보냈다.

그렇게 아이들이 7, 8번을 왕복한 덕에 편의점 안에 웬만한 물건들은 모두 다 교회로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집사들과 다른 애국 청년들의 엄호 사격으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자, 조금씩 마음을 놓기 시작했다.

그 때, 편의점 안에서 카트에 물건을 담던 아이 하나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야, 몰래 소주랑 안주들 좀 챙겨, 가져가서 먹게.”

“그거 가져가다 걸리면 어쩔라고?”

“술은 카트 맨 밑에 안보이게 깔고 우리가 직접 교회 안으로 끌고 가면 되지 뭐. 오늘 우리가 죽을 고생해서 교회 사람들 다 먹여 살리게 되었는데, 이 정도는 봐주겠지.”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주류코너에서 소주와 맥주와 같은 술들과 안주들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탕!

한방의 총성이 들려왔다. 교회 쪽 사람들이 깜짝 놀라 전방을 주시했다.

폭도들이 있는 쪽 가로등 하나가 전구가 깨어진 듯, 불이 꺼져 있었다.

탕! ......탕!

연이어 총소리가 들리고, 그 때마다 폭도들이 있는 곳의 가로등들이 하나, 둘씩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총소리는 계속 되었다.

총 8개의 가로등 불이 사라지고, 이제 교회 쪽에서는 폭도들 진지가 어둠에 싸여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두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모두들 긴장해, 전방 잘 보고 있어.”

부사관 출신 집사도 진지 아래로 몸을 바싹 수그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SVK­12 저격소총을 든 공작원이 폭도들의 진지 옆에 있는 상가 옥상으로 올라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총을 거치하고 편의점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주변 가로등 불을 모두 제거해 버린 덕에, 교회 쪽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총에 달린 스코프를 제거하고 야간 조준경을 갈아 끼었다. 야간 조준경 전원을 켜고 들여다보니, 비스듬한 각도로 대각선 방향의 편의점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공작원은 거리에 따른 영점 나사를 약간 조정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기다렸다.

이제 편의점 안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카트에 음식들을 싣고 교회로 복귀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동시에 네 명 모두 달려가려는 듯, 가볍게 발을 구르며 몸을 풀고 있었다.

삐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교회 사람들의 엄호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교회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에 웃고 있었다.

야간 조준경으로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격소총을 든 공작원의 눈썹이 흔들렸다.

탕! 탕! 탕!

세 명의 아이들의 고개가 옆으로 팍, 꺾이며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이들 모두 관자놀이와 목, 얼굴 옆 부분의 총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총구멍 반대쪽은 더 큰 구멍이 파인 채로 터져 있었다.

카트를 밀고 있던 아이 한 명만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좀 전까지 같이 몰래 술 가지고 들어가서 함께 먹자며 낄낄거리던 친구들은 도로 위에 쓰러진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몰래 술병들을 챙겨 넣느라 무거워진 카트 한 대가 도로 한 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