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동춘추 - 리부트-3화 (3/217)

〈 3화 〉 2027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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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5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부서면

한국형 항공모함 ‘대무신왕함’에서 발진한 F­35B 전투기들이 1시간 가까이 해안을 폭격한 후, 천왕봉급 상륙함 천자봉함에서 발진한 해병대 상륙돌격함들이 새벽 밀물을 타고 해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다. 그 뒤로는 K­1E1 전차를 실은 고속상륙주정들이 AH­64 아파치 헬기와 마린온 헬기의 공중 엄호를 받으며 함께 해안을 향하고 있었다.

제 2차 한국전쟁 개전 후 2주가 지났을 무렵, 중국이 이 전쟁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북한 신의주와의 접경지역인 단둥에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 전구 병력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 합참은 평양을 포위하기 위해 해병대를 평안남도 증산군 일대에 상륙시키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신의주와 가까운 평안북도 철산군으로 상륙지점을 변경했다. 서둘러 신의주 일대를 점령하고 압록강 일대를 차단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북한 진입을 막아버리겠다는 의도였다.

한국군의 상륙을 막아야 할 북한의 공군과 해군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 공군은 개전 하루 만에 가용한 전투기와 공군 기지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 24시간도 안 되어 북한 공군은 깨끗이 전멸당했다.

북한 방공망을 마음껏 농락하며 북한 영공으로 들어온 한국의 전투기들은 황해도 일대에 몰려 있는 북한 주요 공군 전력들을 모조리 박살 내어 버렸다. 북한군은 한국군과의 전쟁에 대비해 주요 공군 자산들을 산악지형의 동굴형 활주로 등에 숨겨 격납하고 있었지만, 북한에 침투해 있던 특전사 대원들에 의해 정밀 유도된 GBU­28 벙커바스터 폭격으로 하늘 향해 날아보지도 못하고 대부분 땅밑에서 폭사 당했다.

북한은 뒤늦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군력 중 유일한 4세대 전투기인 MIG­29를 이륙시켜 한국 공군과 맞상대해보려 했다. 하지만 E­737 조기 경보통제기의 지원을 받는 F­35, F­15K, KF­1 등 한국 전투기들은 마치 성인이 어린아이 팔 비틀 듯 너무나 쉽게 MIG­29들을 격추해 버렸다. MIG­29 파일럿들은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한국 전투기들의 공대공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이날 출격한 28대의 MIG­29 중 기지로 생환한 전투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제공권이 장악된 이후, 한국군은 공군 전력으로 북한의 해군기지와 함선들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북한군에 단 두 척밖에 없는 동해함대, 서해함대의 기함 배수량 1,500t 나진급 호위함들은 AGM­84 하푼 미사일 한 방에 그대로 바닷속에 수장되어 버렸다. 10여 척에 불과했던 호위함, 초계함급 함선들 역시 남김없이 침몰당했다. 고속정, 어뢰정 등 소형 함선들은 기지가 폭격당해 불바다가 되고 선원들 모두 뿔뿔이 도망가버리자 그대로 군항에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해병대 1사단을 태운 한국 해군 함선들이 서해를 통해 북상하는 동안,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북한군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철산군의 소대계도와 월도 사이 해안방파제가 있는 어촌 마을에 무사히 상륙한 해병대 1사단 병력들은 북한 국도 1호선을 따라 K­1E1 전차를 앞세우고 신의주를 향해 북쪽으로 나아갔다.

해병대원들 모두 지난번 서울에 VX 신경작용제가 든 미사일이 떨어져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군대 오기 전 서울에 살았거나, 가족, 친척, 지인들이 서울에 사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 총 든 북한 새끼 한 놈만이라도 보이기만 해봐. 연발로 아갈창을 날려버릴라니까.”

해병대원들의 적개심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해져 있었다.

사단의 전방에 나가 있던 해병 수색대로부터 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해룡 하나, 해룡 하나. 당소 용안 제로라 알리고 전방에 전차를 포함한 중대급 적 기갑 부대 발견, 전방에 전차를 포함한 중대급 적 기갑 부대 발견 이상.]

K­55A1 자주포들이 도로 주변으로 긴급방렬을 실시하고, 본대 선두에 있던 K­1E1 전차들이 V자 형태로 전투 대형으로 이루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해병대원들이 사주경계를 하며 전차 뒤에 숨어 함께 전진했다.

2km 정도 전진했을 때, 전방에 차체가 높은 검은색 전차들이 나타났다. 조준경을 통해 전방 상황을 관측하고 있던 선두 전차의 전차장이 급히 내선 무전으로 소리를 질렀다.

“전방 12시방향! 포수 사격! 조종수 11시 방향으로 계속 전진!”

전차장의 지시와 함께 포수가 발사 버튼을 눌렀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120mm 주포에서 K274N APFSDS 날탄이 전방의 적 전차를 향해 발사되었다. 잠시 후, 조준경을 통해 붉은 불꽃과 함께 적 전차의 포탑이 하늘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K­1E1 전차들은 시속 40km의 속도로 달려가며 쉬지 않고 적 전차를 향해 포격을 날렸다. 순식간에 4대의 북한군 전차와 2대의 장갑차들이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선두로 달려가던 전차의 조종수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2시 방향 적 전차! 2시 방향 적 전차!”

전차장과 포수가 놀라 조종수가 말한 방향을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시선과 함께 K­1E1 전차의 포탑과 포신도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불과 50m 옆에, 검은 폭연 속에 숨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적 전차가 그들을 향해 포탑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차 승조원이 수동으로 포탑을 돌리고 있는지, 해병대 전차를 조준하려면 앞으로 20초는 더 걸릴 것 같았다.

전차장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포수가 주포를 발사했다. 꽝, 하고 큰 소리가 났지만 적 전차는 폭발하지 않았다. 포탑도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자신들을 향해 돌고 있었다.

포수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맞았는데 안 터지는데 말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그냥 관통해버린 거 같다! 바로 다음 탄 날려!”

전차장의 지시에, 탄약수가 자동 장전 장치로 다음 탄을 포구 안으로 집어넣었다. 포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바로 다음 탄을 발사했다.

펑!

적 전차가 폭발하며 포탑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폭발 화염 속에서 온몸이 타들어 가는 북한군 전차 승무원이 전차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다가 끔찍한 모습으로 타 죽어 버렸다.

깡!

갑자기 미세한 충격음과 함께 K­1E1 전차가 가볍게 흔들렸다.

“뭐야? 맞았냐?”

“그런 거 같지 말입니다.”

“어디야? 어디서 쏜 거야?”

10시 방향 300m 거리에서 마지막 남은 적 전차가 다시 자신들을 향해 포신을 돌리고 있었다. 조종수가 급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적 전차와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북한군 전차포로는 한국군 전차의 정면을 맞추더라도 절대 파괴할 수 없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K­1E1 주포가 불을 뿜었다. 발사와 동시에 북한군 전차는 화염에 휩싸였다.

북한군 전차들이 모두 박살 나자, 해병대원들이 남은 북한군 보병들을 깨끗이 청소하기 시작했다.

“서울 시민들을 위한 복수다, 이 개새끼들, 이 종간나새끼들아!”

해병대원들은 부서진 적 전차 사이로 도망가는 북한군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전차 승무원들도 포탑 위로 나와 기관총을 잡고 도주하는 적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전투가 종료되었을 때 쯤, 해병대 장교들이 전과 기록을 위해 파괴한 북한 군 전차들을 둘러보았다.

“뭐야 이거......? 러시아제 PT­85 아냐?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게 왜 여기서 돌아다니고 있어?”

“PT­85 면, 북한이 82식 경전차라고 해서 아직도 수백 대 굴리고 있는 중일걸? 참, 아군 전차 피해는 없지?”

“응, 한 대도 없어.”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주포가 85mm 인데, 이걸로는 K­1E1이 아니라 연평도에 있는 M­48 전차도 못 잡을걸? 이런 무기를 가지고 어떻게 70년 넘게 우리나라를 적화통일시키겠다고 그 난리를 친 건지, 나, 원. 한심한 쉐끼들......”

해병대 장교들은 인가된 DSLR 카메라로 현장 사진을 남기며 어이 없다는 듯 웃었다.

해병대 1시단은 정오가 못되어 신의주를 접수할 수 있었다. 아주 소수만이 남아 있던 북한 10군단 소속 국경수비대원들을 한국 해병대 K­1E1 전차가 신의주 시내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버렸다.

압록강 건너 단동시의 중국 인민해방군들도 북한에 상륙한 한국군이 반나절도 되지 않아 신의주를 점령하고 압록강 일대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잠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갑차와 기갑 부대들이 압록강 가까이 진출하며 양군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오 이후, 압록강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모든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들에게 단동시 북쪽으로 모두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한국군과 절대 군사적 충돌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지시가 하달된 것이다.

한국군의 주력이자 유라시아 대륙 최강의 화력을 지녔다는 제7기동군단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ES 아파트

며칠이 지나서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부모님 시신을 확인하러 오라는 전화였다.

영록은 전화를 받자마자 공무원이 말해준 병원을 찾아 나섰다.

엊그제 경기 북부 지역이 북한군의 방사포 공격을 받아 버스 등 차량 운행이 일부 중단된 상태였고 지하철만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영록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주변에 전보다 많은 군인과 예비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들 옆구리에는 방독면을 차고 있었고, 진지 주변에는 화생방 보호의와 전투화 덮개, 보호 수갑 등이 포장이 뜯어진 채로 나와 있었다. 북한군의 미사일 공격 이후, 군인들과 예비군들의 표정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굳어져 있었다.

전쟁 중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에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그들 모두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중 영록만 초점 없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하철 창밖을 바라고 있었다.

­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00대학병원

병원 안은 이미 수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모두들 이번 북한군 미사일 화학 가스 공격 희생자들의 가족들이었다.

영록은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간호사에게 이름을 말하고 대기표를 받아 한참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안전하게 피해 계실 거라 상상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놀랐지? 하면서 자신을 안아줄 것만 같았다.

“대기번호 8761번 지영록님, 대기번호 8761번 지영록님 계세요?”

2시간 정도 지나서야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간호사가 영록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하 영안실로 내려가라고 말했다.

지하 영안실 주변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울부짖는 사람, 벽을 치며 흐느끼는 사람, 서로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 가운데를 영록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무서움에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영안실 사무소에 도착해 간신히 자신의 이름을 말하니 남자 간호사 한 명이 영록에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는 영록을 영안실로 데리고 가, 냉동고 두 곳에서 두 구의 시신을 꺼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맞느냐며 물었다.

부모님은 조용히 잠든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피부는 어두운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엄마, 아빠!” 하고 부르면 지금이라도 일어날 듯 보였다.

영록은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간호사는 잠시 자리를 피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의 손을 만지고 싶었다. 엄마에게 가까이 손을 뻗었을 때, 너무나도 싸늘한 한기에 저도 모르게 덜컥 겁이 났다.

매일 아침 ‘학교 잘 다녀오렴.’ 라며 다정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엄마의 따뜻하던 손은, 이제 잡기조차 겁날 정도로 차디차게 식어 있었다.

그렇게 영록은 부모님의 시신을 만지지도 못하고 그 앞에서 멍하니 서서 한참을 울기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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