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에필로그. (完)
* * *
반년이 지났다.
다행히 초기 유산되는 일 없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유희의 배가 눈에 띌 정도로 불룩 나왔다.
“아흐, 간지러어….”
그 이후, 퇴근을 하면 배를 어루만지며 태교를 한다. 유전병 검사 결과, 다행히 발견된 건 없다고 한다. 3개월 뒤에 만삭이 되면 또 한 번 검사를 해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초음파 검사도 해 본 결과, 아들인 것으로 판명 났다. 개인적으로 유희를 닮은 예쁜 딸이 나왔으면 했지만, 유산하지 않은 것만으로 만족한다. 요즘은 애 낳기도 힘든 시대니까.
“어, 쿵쿵 거린다. 안 아파?”
“응. 괜찮아.”
손을 얹으니 피부를 타고 진동이 전해진다. 새삼 나영이가 포기하지 않고 유희를 낳아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아 준 유희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아빠 왜 실실거려?”
“아… 그랬어?”
“다른 여자 생각한 거 아니야? 그 여비서라던가.”
“그럴 리가… 아빤 유희밖에 없다고.”
“인터넷에서 봤어. 아내가 임신해서 그동안 다른 여자랑 바람 피는 거.”
“대체 뭘 본 거니….”
인터넷에 좋은 정보 나쁜 정보가 많이 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이상할 정보가 돌고 있을 줄이야. 아마 유희도 반 장난으로──
“아.빠. 나 똑바로 봐.”
“윽….”
찔리는 건 없지만, 유희 특유의 무서운 표정이 나를 쫄게 만든다. 이래선 진짜로 잘못한 거 같잖아….
“우리 안 한 지 몇 개월 됐지?”
“으음….”
“156일째야.”
“응… 그래….”
“내가 얼마나 쌓였는지 알아?”
“…….”
안정기에 들고, 유희가 불편할까 생각해서 일부러 손을 대지 않았다. 거동도 불편해졌고, 잘 때도 잘 못 자 피곤한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유희도 딱히 나에게 요구 같은 것을 하지 않아 별로 욕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쌓여 있었을 줄이야….
“미안… 그래도 바람은 안 폈어. 비서랑도 일 얘기 밖에 안 하고… 또….”
“정말?”
“응.”
“내일 회사 쉬지.”
“응.”
“그럼 아침까지 할 수 있겠네?”
“응… 으응!?”
“왜. 못 해?”
“그건….”
“못. 해?”
“노력해볼게….”
아침까지라니… 내심 무서워졌다.
~~~
“츄읍… 후읍….”
키스는 자주했다. 몸에 손을 댈 수 없는 만큼, 우리가 접촉할 수 있는 건 입 뿐이기에, 나갈 때, 돌아올 때, 빼먹지 않고 키스를 했다.
하지만 그때한 것은 절제된 키스다. 혹시라도 서로를 자극 시켰다가는 선을 넘어버리게 돼서 절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자서 하려 할 때마다 자꾸 유희가 들어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쌓인 금욕생활이, 지금 끝나는 순간이었다.
“아빠 혀 너무 야해….”
“유희도….”
타액이 늘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입을 겹친다. 타액 사이로 혀가 끈적하게 비벼진다. 저녁으로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담백한 맛이 났다.
“흥웁!”
자연스레 손이 더 커진 가슴으로 향한다. 이전보다 더 손이 ‘묻힌다’라는 감각이 더 잘 느껴졌다. 몸이 움직이기 불편해졌지만, 유희는 그래도 조금씩 임산부 전용 운동을 하면서 잘 관리해서 그런가, 배를 제외한 곳은 전혀 군살이 없었다.
“아빠 벌써 맺혔어….”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팬티가 벗겨져 있고, 유희 말대로 쿠퍼액이 맺힌 자지가 공기에 닿으며 벌떡 천장을 향해 움찔거리고 있었다. 키스에 몰두해서 그런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유희도 벌써….”
“읏….”
그런 말을 하는 유희도 아래 입고 있는 얇은 분홍색 나일론 팬티의 가운데가 질척하게 젖었고, 손가락을 잠깐만 대었을 뿐인데도 사이로 질적한 애액이 새어 나오며 가느다랗게 늘어졌다.
“아윽…!”
신음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쾌락적인 자극을 준다. 양손으로 팬티를 잡아내렸다.
침대 머리맡에 유희를 기대게 하고, 다리를 벌려 고스란히 벌려진 유희의 보지에 얼굴을 마주하자 저절로 침이 삼켜진다.
오랜만에 코를 자극하는 농후한 냄새에 내 이성은 점점 잃어가며 잠들어 있던 성욕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맺힐대로 맺힐 쿠퍼액이 시트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히윽!?”
혀끝이 질구에 도달해 유희의 발이 오므려진다. 살짝살짝 주변 음순부터 핥으면서 클리토리스에 도달하고, 살짝 혀를 위로 핥자 유희의 고개도 같이 위를 향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더 이상 못 참겠다.
“후훗… 아빠 흘리고 있어.”
“윽….”
“바람 안 핀건 진짠가 보네.”
“정말이라니까….”
극도의 흥분을 하면 굳이 자극을 해주지 않아도 흐른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 것이다. 조금 쪽팔렸지만, 더 이상 유희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렸다.
“넣을게.”
“응….”
여전히 단단한 자지가 질구를 비집고 들어간다. 질벽이 조이면서 정액을 끌어올리는 게,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바로 쌀 거 같았다.
‘조금만 천천히….’
임신한 몸을 위해서라도, 몸을 최대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안정기라곤 하지만 너무 격렬하게 하면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흐, 으흐읏…!”
마주 보는 유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내 손을 깍지끼며 잡는다. 뭔가 가슴이 출렁거리는 게 묘하게 내 내면의 페티시를 자극 시켰다.
덕분에 허리의 움직임이 절로 빨라진다.
“너무, 좋아앗!”
“유희야 이제….”
“싸줘어…!”
귀두가 질벽을 긁으면서 자극이 전신으로 퍼진다. 슬슬 올라오는 정액은 입구까지 도달했고, 유희와 맞잡은 손을 세게 쥐었다.
“끅!” “윽!”
목소리가 겹치며 동작이 멈춘다. 몇 달 묵은 정액이 울컥 쏟아져 나오면서, 유희의 자궁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아, 밖에다 해야….”
“양수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
“그러니까 계속해 줘….”
“……응.”
그 뒤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정말로 아침이 되어 있었다.
“아빠 너무 많이 싼 거 아니야…?”
“유희가 계속 요구해 오니까….”
“그건 그렇지만….”
쑥스러운 표정을 지은 유희가 내 쪽으로 돌아 누우며 나를 바라본다. 뭔가 철없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서로 웃음이 나왔다.
“맞다!”
“응? 왜?”
“우리 애 이름 어떡해?”
“아….”
유희 말로는 보통 이맘때쯤 이름을 정한다고 한다. 이름이라, 생각해 보니 바빠서 별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윤수 또 울어?
─아! 윤수 깼다.
─아빠도 참. 윤수잖아.
─응? 윤수는 우리… 아들이잖아.
뇌리에 스치는 기억. 아마도 그때 그 꿈은 지금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윤수는 어때?”
~~~
“나 왔어~”
“……술 냄새.”
“미안… 어떻게든 빼려 했는데 마지막이니까 자꾸 마시라는 바람에….”
“내일 바로 이사가야 하는데 어쩔려구….”
“유희가 정신 차리게 해주면 되지.”
“정말… 취해서 그런 말이나 하구.”
내일 우리는 이사를 간다. 저번에 갔던 여수에, 아빠가 좋은 곳을 찾았다해서 나에게 말해줬다.
물론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윤수도 공기 좋은 곳에서 키우고 싶고, 무엇보다 계속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떨어지고 싶기 때문이다.
“수고했어. 아빠.”
“응….”
그리고 오늘은 아빠가 회사가는 마지막 날. 내려가면 그쪽에서도 또 회사를 다닐 거라고 한다. 높은 직급보단 적당한 직급이 낫다나 뭐라나. 그냥 평생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은데. 역시 그건 무린가.
“우리 윤수 우쭈쭈~”
“빠아!!”
“으으… 씻고 오라니까.”
윤수는 아빠를 보면 빠아라고 한다. 뭔가 말투가 귀여워서 괜히 질투난다. 그렇다고 내가 빠아라고 부르면 오히려 곤란해한다. 내가 훨씬 귀여운데. 흥.
“하아… 시원하다.”
“아빠 방 짐 다 정리해놨어.”
“어 그래? 고마워.”
박스만 쌓인 아빠방. 침대는 내일 이삿짐 센터가 오면 그때 옮기기로 했다. 내 방 침대는 버린지 오래다. 이젠 같이 자서 상관없어져 버렸으니까.
“아, 유희야.”
“응?”
“그… 예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뭘?”
“유희 방….”
“그렇게 보고 싶어?”
“아, 보여주기 싫으면 안 보여 줘도──”
“들어와.”
“응? 정말?”
“우리 사이에 숨기는 건 없어야 하잖아.”
“……그러네.”
이사 가기 전 선물이랄까, 마지막으로 내 방을 구경 시켜줬다. 침대가 없어 휑해진 내 방.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고, 옆에는 이제는 비워진 책장이 있다.
“봐. 별거 없지?”
“그러네. 이 상자는 뭐야?”
“내 짐 싸놓은 거야.”
“아하.”
“맞아. 아빠 방 벽에 뭐 이상한 흔적 있던데, 유희는 본 적 있어?”
“그거?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있었을 걸?”
“그래…?”
파란색의 납작한 종이상자에는, 내가 아빠를 바라볼 때 썼던 7년도 더 쓴 CCTV가 있다. 그리고 아빠가 말한 흔적은 그 CCTV를 제거한 흔적일 것이다.
아빠가 나를 버리고 어디 나갈 거 같아 설치한 CCTV는 어느새 아빠를 감시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아빠의 여가시간을 빼앗게 되어버렸다.
임신하는 동안 아빠가 자위하려 할 때마다 내가 방해하고, 그 외에도 아빠방에 들어가 아빠를 괴롭혔다. 사실 아빠가 반지를 준비한 것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때는 진짜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지 아마.
‘이젠 필요 없어….’
윤수를 낳은 후엔 CCTV는 보지 않게 됐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들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어릴 때 상처 받아 불안정했던 내 감정은 집착으로 변했고, 결국 아빠와 가끔 싸우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젠 그 집착도 이 CCTV와 함께 버릴 것이다. 이게 성장이라는 걸까나… 윤수랑 같이 커 가겠네.
“유희야. 무슨 생각해?”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 머리 잘랐어? 조금 짧아졌네.”
“……너무 늦었어.”
“미안….”
“장난이야~ 이젠 이런 것도 눈치채다니. 아빠도 눈썰미가 좋아졌네.”
“아하하──읍.”
따뜻하다. 그리고 상냥하다. 안겨 있는 윤수가 손바닥으로 우리 뺨따구를 때리지만 않았어도 계속 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자, 얇은 실이 늘어졌다.
“사랑해 아빠.”
“아빠도.”
앞으로 이런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딸이 내게 집착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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