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나영. (8)
* * *
반어법이란 말이 있다.
싫은데도 좋다고 일부러 돌려 말하는 행위. “와~ 너무 재미있다~” 같은 흔히 누가 들어도 눈치챌만한 뉘앙스로 말하는 것을 말한다.
“넣어 줘… 아빠….”
엉덩이를 내게로 향해 들고서, 손가락으로 그곳을 벌린다. 수줍은 꽃 같이 항문이 벌렁거리며, 그 아래에 있는 소음순도 같이 뻐끔거리고 있었다.
아마 어떤 AV를 가져와도 이보다 더 야한자세는 없을 것이다.
보지와 항문 사이에 있던 자지를 천천히 위로 올린다. 건조하지 않은 부드러운 살이 내 귀두에 닿으며 반응한다.
이때 눈치챘어야 했다. 유희는 이쪽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젤….’
내가 두리번거리고 있자, 유희가 재빨리 자신의 방에 가서 젤을 가져온다. 마치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듯, 번개처럼 빨리 다녀왔다.
“고마워….”
유희가 손에 젤을 묻히고 내 기둥을 문지른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틈새 없이 완벽하게 발랐다. 미끌거리는 느낌이 벌써 사정감을 재촉하고, 젤 때문에 마찰열이 오르면서 뜨거워진 것이 느껴졌다.
“읏…!”
젤을 유희의 항문 주변에도 발라주고, 천천히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벌렸다. 손가락을 빼자 아까보다 확장된 구멍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 아윽. 으윽…!”
“유희야 아프면 그만——"
“개, 괜찮아!”
“…….”
귀두가 닿자 괴로운 신음이 나를 괴롭게 한다. 내가 거절하면 될 텐데, 유희는 계속 넣으라 재촉하며 엉덩이의 힘을 빼고 있었다.
‘왜….’
괴로우면 괴롭다고 말하면 될 텐데 왜 괜찮다고 말하는 걸까. 나처럼 무언가를 강제로 잊고 싶은 걸까. 아픔을 통해 또다른 아픔을 잊고 싶은 걸까. 잘 모르겠다.
그 때문에 아직도 넣기 망설여진다. 젤로 칠하긴 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그때처럼 콘돔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윽…!”
“하아… 아악…!”
비벼지고 있던 자지를 유희가 스스로 밀어 넣는다. 순식간에 귀두까지 들어간 자지를 항문이 수축하며 콱 조인다.
“유희약…!”
허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감각이 전신을 맴돈다. 그때도 그랬었지만, 보지에 박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움직임을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허윽… 흐윽!”
“아, 파아…!”
“…!”
유희의 그 말에 넣었던 자지를 다시 조심스럽게 뺐다. 괴로운 숨을 들이킨 목소리가 안정을 되찾으며 떨렸다.
“아…빠아… 왜 뺀──”
유희를 안아주며 말을 끊었다. 이렇게 눈물 흘리고 있는데 어떻게 계속하라고….
유희의 행위가 지금 심란해진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이 괴로운 행위를 자처한 것을 넣고서야 알았다. 넣지 말았어야 했는데, 유희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저냥 넣어버린 것이다.
“아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왜에….”
“……지쳤거든.”
“거짓말하지 마. 이렇게 서 있으면서.”
“….”
유희의 말대로, 내 말과는 다르게 자지는 여전히 빳빳하게 서 있었다. 당장 넣으라면 넣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넣지 않는다. 아니, 넣을 수 없었다. 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유희를 이용하는 것은 할 수 없었으니까.
“왜 갑자기 뺀 거야…?”
“유희를 이용할 수 없으니까.”
“나를 이용해…?”
“응.”
이 답답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나영이를 다시 만나고부터 생긴 이 애매한 감정.
조금씩 생각나는 나영이와의 감정선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영이를 좋아한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온전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있는 가정을 만들고 싶다는, 별거 아니면서 치명적인 생각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고, 그 생각을 어떻게든 떨쳐 내려 유희에게 거칠게 한 것이다.
“그랬구나….”
“미안해 유희야….”
내가 조금만 더 참았으면, 나영이를 설득해서 유희와 잘해봤다면, 조금만 유희에 대한 책임감이 좀 더 있었으면 됐을 텐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땐 내 밥그릇 챙기기에 바빴으니까.
온전한 가정을 유희에게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가족이 되자는 내 생각은 잘못된 걸까. 그것을 모르겠다.
“아빠는 나를 위해 그런 생각을 했구나.”
유희의 손이 내 목을 감싼다. 그리고 아까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입을 맞추면서, 차가워졌던 내 몸이 유희의 몸으로 다시 데워진다.
“츄읍….”
혀의 움직임이 걱정 말라는 듯 내 혀를 어루만지고, 몸의 떨림이 멈춘다. 키스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마음은 점차 안정되어갔다.
입안을 한번 쓱 훑은 유희와 떨어지고, 유희는 입맛을 다셨다.
“아무 걱정 마 아빠.”
“유희야….”
“나는 아빠만으로 충분해….”
“…….”
“그러니까… 이번엔 이쪽에 넣어 줘어….”
유희가 손가락으로 자기 음순을 벌리며 유혹해 온다. 이번엔 괴로운 곳이 아니라, 기분 좋아지는 곳을 말이다. 질구가 어서 넣으달라는 듯 내 쪽을 향해 뻐금거리고 있었다.
“하으, 으응…!”
부드러운 감각이 자지 전체를 감싸 자극한다. 애액 때문에 그런가, 아까보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괜한 생각을 했다.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다. 유희는 나로도 충분한데, 괜히 나영이를 넣어서 채워 넣으려 했다.
“좋앗…!”
나영이가 없는 몫만큼, 내가 채워주면 되는데.
“아빠!”
유희 안을, 나로…….
“억, 오곡… 옥…!”
나만 생각나게.
“윽!”
“호옥…!”
미뤄졌던 사정이 한 번에 몰려오며 귀두가 열린다. 댐이 터지는 것처럼 정액이 흘러내리다가, 뿜어져 나왔다.
“아래가 뜨거워엇…!”
“허억….”
몸을 빼내려 하자 유희가 다리로 끌어안는다. 전부 달라는 듯 조르는 거 같아서, 나는 그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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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와 다시 만나는 날, 좋은 징조인지 날씨가 좋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말할 정도로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슬슬 단풍이 물든 게 티나게 보인다. 단풍나무는 붉은색으로, 은행나무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 있는 큰 단풍나무 아래, 나영이가 서 있었다.
나영이를 마주한 유희가, 먼저 사과를 했다.
“저번엔 죄송해요… 술이 처음이었어서….”
“아, 아냐! 그럴 수 있지.”
나무 아래에는 벤치가 있어, 나를 사이에 두고 나영이와 유희가 앉았다. 다행히 이번엔 모두 제정신이었다.
“며칠간 생각했는데, 길게 말하기 싫어할 테니까 바로 말할게….”
“응.”
나영이의 얼굴은 굳은 상태였다. 유희의 대답에 따라서 어떻게 될지 달렸으니까. 이해한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나영이의 손등을 잡자, 움찔하면서 이쪽을 쳐다봤다. 유희의 찌릿하는 시선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유희야….”
“네.”
상당히 침착한 목소리가 나영이에게 들린다. 처음 말했을 때처럼 날카로운 말투가 아닌 상냥한 말투였다.
“다시 같이 살자고는 안 할게. 이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거든.”
“…….”
“저번에 찬… 너네 아빠랑 얘기했어. 아빠를 용서해 줬다고.”
유희의 시선은 나영이를 향했지만, 나영이의 시선은 땅바닥을 향해 있었다. 반쯤 포기한 표정이 안쓰러웠다.
“이제 와서 나도 용서해 달라고 안 해. 그냥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너를 버린 건… 아니, 아빠를 버린 건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냐. 변명 같지만… 사정이 있었어.”
“뭐…?”
“사정이요…?”
사정이라니, 처음듣는 소리다. 이유가 있는지도 몰랐다. 왜냐면 그땐…
나 못하겠어.
무슨 소리야 그게.
너무 힘들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금 유희를 버리겠다는 거야?
이미 버렸잖아.
뭐…? 다시 데려오기로 했잖아.
가능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작은 월급 받아서, 언제 집사고, 언제 데려올 건데.
……노력만 있으면──
불가능해. 한 달에 200은 받아? 아니잖아. 고졸은 승진하기 더 어려운 거 너도 알잖아. 게다가 나는 계속 면접에서 떨어지고 있어. 알바 같은 거로는 턱도 없이 모자라다고.
너 진짜….
계속 이럴 거면 나 갈래.
어딜.
니가 모르는 곳으로.
야! 신나영! 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헤어짐이었다. 그때,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진 것 같다. 근데 이제 와서 사정이 있었다니,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쓰러지셨어.”
“장모님이…?”
“응…. 유희를 고아원에 보낸 이후로 엄마가 점점 쇠약해지더니… 너에게 말하기 며칠 전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나도 충격을 받았거든.”
“설마….”
“응. 돌아가셨어.”
“……왜 말 안했던 거야.”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말 안 한 거냐고…. 안 그래도 감동적인 영화 싫어하면서.
“슬픔은 나눌수록 슬퍼져. 너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하면, 니가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절대로 아닐 걸.”
“……그렇다고──”
“아니. 난 니가 안 그래도 괴로워하는데, 더 괴로운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이제야…. 왜 이제서야 솔직해지는 거야…. 그럼 처음 만났을 때 말해도 됐었잖아.”
“그때는… 솔직히 그냥 될 줄 알았어. 보통 그나이까지 재결합 못하면 다시 만난다고들 하니까… 그리고 부모님을 팔고 싶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 말한 거뿐이야.”
“…….”
화를 내고 싶었지만 옆에 유희가 있어 참았다. 뭐… 이미 화를 낸 것 같지만, 유희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아빠를 버렸다는 거예요?”
“…….”
유희가 차분히 말하자, 나영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자기 맘대로시네요.”
“…!”
“저 같았으면, 제가 당신이었으면 아빠한테 위로를 받았을 거예요. 아빠는 당신처럼 약하지 않아요. 10년 넘게 뼈빠지게 일해서 부장이 되고, 지금은 상무 이사까지 승진했으니까.”
“…….”
“변명. 잘 들었어요.”
“미안… 미안해….”
“가자 아빠.”
신이 우리에게 개입한 걸까, 맑았던 하늘에 점점 구름이 낀다. 비가 내릴 거 같진 않았지만, 우리들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희가, 나영이를 보며 말했다.
“충고하나 할게요.”
“응….”
“세상엔 아빠보다 좋은 사람 많아요. 아빠 같이 우유부단한 사람 말고, 당신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는 상남자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세요.”
““…?””
유희의 말에 우리 둘 다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유희는 아랑곳 않고 할 말을 했다.
“아셨죠.”
“……응.”
“마지막으로… 저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이런 아빠를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응.”
떨리는 목소리로 심호흡을 가다듬은 유희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아갔다. 나도 나영이에게, 정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잘 가. 유희엄마.”
“으…으흑…!”
그 슬픔의 현장을 떠나고 집에 도착하자, 놀랍게도 다시 날씨가 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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