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시연 & 수현. (E)
* * *
“으으응….”
“일어났어?”
“아… 유희야. 응….”
눈을 뜨니 유희는 이미 옆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약간 옷이 흘러내려 어깨가 살짝 보이는게 좀 야했다.
“아침 먹고 갈 거야?”
“응…….”
“알았어~”
“고마워….”
유희가 준비하는 동안 준비를… 응?
“이런….”
아무리 비등기 임원이라곤 하지만 7시까지는 출근을 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6시, 지금 서둘러 씻고 나가도 아슬아슬한 판에, 밥까지 먹으면 정말 늦을 지도 모른다.
“아빠?”
“유희야 미안해! 밥 못 먹을 거 같아!”
“왜?”
“그게… 늦었거든.”
“응… 알았어.”
시무룩한 표정의 유희를 뒤로 하고, 서둘러 세수와 머리만 감고 옷도 갈아 입었다. 6시 15분 정도였지만 지금 빨리간다면 늦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유희야. 잠깐만 와봐.”
“응?”
유희를 부르자 이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미안해.”
“아니야. 괜찮──”
혹시라도 침울해져 있는 유희를 위해,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자 당황한 유희가 움찔거렸다.
“…!”
“갔다 올게.”
“응…♥”
귀여운 목소리를 내니 나도 괜히 부끄러워서 멋쩍은 웃음이 나온다. 손인사를 끝으로 현관을 나와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유희, 혹은 나의 걱정대로, 일찍출근 하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 이제부터 열리는 것이다. 그래도 견뎌 내야 한다. 유희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서라면.
‘밀리지만 마라….’
아직 새벽이라 차들이 밀릴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한 번 밀리면 지하철을 타는 것만 못하기 때문에, 조금 걱정됐다.
삐빅.
버튼을 누르자 회사에서 받은 자동차에 불이 깜빡 거린다. 서둘러 탄 다음에, 회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망했다….”
그리고 하필 강남역 부근에서 엄청 밀려버리는 바람에, 7시에 도착할 수 있었던 나는 20분이나 지각해버렸다.
~~~
시연씨와 일을 하고 며칠이 지났다.
─시연씨, 어제 일은….
─네? 무슨 일이요?
지각한 그날, 수현씨는 그 전날 밤 나를 데려다 준 일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내가 하려 한 행동을 스스로 한 것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일을 키울 필요는 없으니 나도 모른 척 넘어갔다.
“상무님. 여기 제품 왔어요. 상무님께서 말씀하신 포인트가 반영되었다고 하네요.”
“그래. 고마워.”
그 후 아무 일 없이 며칠이 지나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차츰 프로젝트의 일정이 확실해지 면서, 제품의 최종 컨펌만이 남았다.
이번엔 까먹지 않고 남성용에 대한 컨펌도 해야 한다. 밑에서는 문제 없댔지만, 혹시 모르니 내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이 프로젝트만이 전부는 아닌지라, 다른 일이 끝나고 해가 지고 나서야 점검을 할 수 있었다.
“저번과 비교해서 어떠신가요?”
“음….”
남성 속옷은 확인해 본 결과, 재질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고, 디자인도 바지 부분에 작은 로고가 박혀 있어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다.
여성 속옷은 저번에 내가 반영한 의견때문인지, 더 느슨해진 브래지어가 나왔다. 덮고 있는 면적은 그대로지만, 늘어나고 줄어드는 탄성을 좀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확실히 줄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여자가 아니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연씨는…….”
“네?”
“아니야, 아무것도.”
한번 대보라고 하려고 했다가 시연씨에게 실례될 거 같아 말을 하지 않았다. 시연씨가 불편함을 느낄만한 사이즈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거 완전 성희롱이잖아….
“상무님 혹시 뭔가 실례될 만한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그게….”
“혹시 제가 사이즈가 안 맞아서 검증하기 불안하시다던가~?”
“윽….”
“저 의외로 커요! 꽉 찬 B라구요!”
“…….”
“안 믿으시는 거 같은데….”
“아니야… 믿어.”
“전혀 안 믿으시는 얼굴이잖아요!”
시연씨에게 마음속으로 연신 사과했다. 그저 제품의 검증만을 바랬는데, 어쩌다가 음담패설로 넘어가는 흐름이 되었을까…. 그리고 정말 그렇게는 안 보인다고.
“그럼 일단 덧대 봐요. 불편한가 안 불편한가.”
“네~”
시연씨가 재킷을 벗고, 속옷을 위에 덧댔다. 속에 차고 있는 게 있어서 그런가, 브래지어가 충분히 조이고도 남았다.
“어때?”
“옷을 입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그래도 여기서 더 알아봤다간 큰일이니, 그냥 대충 승인하고 넘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응?”
시연씨가 갑자기 사무실을 나가더니,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왔다. 그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벌어진 틈 사이에는 짙은 붉은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어때요?”
“…입은 거야?”
“네! 저 크죠?”
어찌나 저렇게 당연한 듯이 말하는지, 조금 웃길 정도다.
시연씨의 미드를 보니 확실히 본인이 꽉 찬 B라고 말한 것을 인정할 정도의 볼륨이었다. 인정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시연씨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럼 평소에는 일부러 작아보이게 다니는 건가?
“그래서, 불편한 게 있어?”
“음… 딱히 불편한 건 없네요. 역시 더 가슴이 커야….”
“아냐 됐어. 시연씨가 안 불편한 거면 안 불편한 거겠지. 더 문제 없으면 이대로 통과시킬게.”
“넵.”
“후우… 이제 집에 가야지.”
“아, 먼저 내려가 계세요! 저 화장실 좀 갔다가 갈게요!”
“아니 오늘은 됐어. 덜 피곤하거든.”
시연씨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때마다, 비서의 일이니까 자꾸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차까지 해 주고는, 자기는 택시를 타고 돌아간단다. 회사에서 돈이 나오긴 하지만 돈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정성의 문제다.
“아, 네! 들어가세요~”
매일 늦게 가는 상황에서, 내가 졸음운전을 할 정도의 피곤한 상태가 아닌 이상, 계속 부탁할 수는 없다.
5살 정도 차이나긴 하지만 그래도 체력이 많은 시연씨가 부러운 순간이다. 나도 저만한 체력이 있었더라면….
시연씨의 인사를 나도 받아줬다.
“그래… 시연씨! 왜 그래!”
“네에…? 뭐가요…?”
“지금 눈에….”
그리고 내 인사를 받아 준 시연씨의 눈에는, 작은 눈물이 또르르 흐르고 있었다.
~~~
“뭐…? 김 부장을?”
“응.”
아빠가 말씀하셨다. 엄청 놀란 눈치였다. 부장… 이제는 상무님이 된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순간 아빠의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시곤 내게 물었다.
“어디가 마음에 들었니.”
“아빠랑 닮아서.”
“…….”
엘렉트라 콤플렉스. 흔히들 파더콘이라고 한다. 20살이나 차이가 나던 내가 이런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원래도 아빠를 가족으로서 좋아하긴 했었지만, 정말로 좋아하게 된 건 그날, 엄마와 관계 맺는 것을 본 그날부터, 내 마음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게임하느라 밤을 새서, 새벽 늦게 방에서 나와 물을 받아오려 가려는 때였다.
“항…!”
듣자마자 심장을 강타하는 야릇한 콧소리.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가 보니, 문 틈새로 알몸의 남성 여성이 보였다.
“오랜만에 좋지…?”
“아, 으… 그런 소리 말아요….”
“좋으면서.”
“흐응…!”
매끈한 엄마의 가슴을 아빠가 마구 잡고 괴롭힌다. 우리 부모님은 원래 사이가 좋아서 평소에 출근할 때도 서로 뽀뽀하거나 안아준다. 나도 아빠한테 많이 안겼다.
하지만… 저렇게 욕망스럽게 서로의 몸을 탐하며 혀를 굴리는 키스는 처음 봤다. 아마도 부부금슬이 좋은 이유가 저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불… 껏!”
“자기 거 너무 예뻐서 끄기 싫은데.”
“허읍…! 업!”
늠름한 아빠의 사타구니가 엄마의 아래쪽을 강타하면서,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엄마는 입을 막고 있었고, 아빠도 최대한 조용히 허리를 움직였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둘의 신음을 대신한다. 솔직히 야동은 가끔 봤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나도 옅은 신음이 절로 나오면서 아랫쪽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흐읍!!”
“윽…!”
사정했다. 움직임으로 보아 정황상 사정했다. 아빠의 허리가 움찔거리고, 아빠를 끌어안은 엄마의 다리는 오므려져 있었다.
“하아… 하아….”
아빠가 허리를 뒤로 빼자 동생은 만들고 싶지 않은 건지 누리끼리한 색의 콘돔이 딸려 나온다. 며칠 쌓아놨는지 찰박거리는 게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정액이 있었다.
“정말… 시연이 깨면 어쩔려 그래요!”
“시연이 한 번 자면 잘 안 일어나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며칠 뒤 아침. 며칠간 아빠 생각으로 잠을 못 잔 나는 오랜만에 아빠와 집에 나섰다. 그리고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
“왜──”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 그리고 늘어진 실. 아빠는 당황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시연아 왜 갑자기….”
“아빠를 보니까… 하고 싶어졌어.”
“…!”
두 명의 섹스가 끝나고 내 손가락을 봤을 때는 이미 질척해진 상태였다. 아빠를 보고 흥분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평소의 자상한 아빠가 좋았지만, 그런 이기적인 아빠도 좋았다. 깨닫고 보니 나의 발정은 사랑이 되어 있었고, 오늘 이런식으로 고백했다.
“나는 아빠라면 괜찮아.”
“시연아….”
아빠가 나를 껴안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다른 곳엔 손대지 않고,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말했다.
“그런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야. 시연이를 사랑하는 사람과.”
“……아빤 날 안 사랑해?”
“물론 사랑해. 하지만 그 사랑과는 달라. 가족으로서 시연이를 사랑하니까.”
“응….”
어찌나 현명한 대답. 나는 반론 같은 건 할 수 없었다. 가족이란 단어가 나를 다시 정신 차리게 해 줬다. 아빠가 품에 있는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줬다.
“시연씨 괜찮아…?”
“네에… 괜찮아요.”
신입시절, 아빠를 닮은 상무님을 보고 홀딱 반했다. 워낙 철벽을 치시는 터라 접근도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할 기회가 생겨 기뻤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아빠한테도 엄마가 있듯, 상무님한테도 이미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 와서 말해봤자 추해지기만 할 테니,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시연씨!?
상무님을 안았을 때 당황하는 얼굴도 아빠와 딱 닮았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그 표정이 아빠랑 너무 똑같아서, 어떤 말을 할지 다 보였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니라 부하직원인것만 빼면. 상무님은 그런 사람이니까. 또 듣기 싫어서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오늘은 됐어.
그 말 한마디가, 정말 아무의미 없는데도 내 마음을 강타 했다. 이대로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든다.
그래서 정신 차려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상무님은 나보다 먼저 발견했고, 걱정도 해줬다.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러니 더 이상 민폐끼칠 수는 없다.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상무님과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게 어른이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곤해서 눈을 비볐더니 화장품이 들어갔나 봐요!”
“진짜. 깜짝 놀랐잖아.”
“에헤헤… 죄송해요.”
“이걸로 닦아.”
“감사합니다!”
진짜… 이런 손수건 주는 것까지 아빠를 꼭 닮았다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