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일본여행.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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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와 다르게 뒷문 승차, 앞문 하차다. 우리나라에서도 하긴 하지만 그건 비매너니 앞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꽉 차지 않는 이상 양심적으로 타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튼 운임료는 우리나라 시외버스와 똑같이 가면 갈수록 돈을 더 내는 식이다. 계산은 운전자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 카드로 계산한다. 후불이다.
유희 덕분에 다행히 제때 버스를 타서 좌석에 앉았다.
‘좌측통행….’
지하철을 탈때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인가 우측통행인 역도 많아서 많이 못 느꼈지만, 역시 일본은 좌측통행이 맞는 것 같다. 왼쪽차선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저게 카와구치 호수인가?”
“응.”
우리가 내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큰 규모의 호수가 보인다. 태양빛이 푸른 호수위에 일렁이면서 호수만으로도 절경을 찍어 낸다.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民さん。こんにちは。???に?えるのが???……。(승객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 왼쪽에 보이는 것이 카와구치 호수……..)」
뭔 소린가 했더니 버스 기사가 말하는 거였다. 유희의 말에 의하면 카와구치 호수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씩 지하철에서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승객여러분들도 오늘 하루 힘내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는 기관사 같았다. 뭔가 그 목소리 머리를 울려서 좋단말이지….
“아, 아빠. 내려야돼.”
“응.”
좀 더 가면 숙소도 있고, 주변 시설도 있지만 우리가 내린 곳은 아무것도 없는, 딱 바닷가라도 해도 좋을 정도의 호숫가만 있는 정류장이었다. 이런데가 오히려 사람이 없어서 나는 좋았다.
“우와….”
내리자마자 보이는 후지산이 하늘로 솟아오른 것이 보여 입이 떡 벌어졌다. 아까 놀이공원에서 봤을 때도 대단해 보였지만, 유리창 필터가 사라지고 직접보니 차원이 달랐다.
어느 정도인지 거리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호수로 만들어진 거울에 거대한 산봉우리가 비치고, 그 위에는 여름이어도 녹지 않은 하얀 눈이 묻어 있다.
하늘이 우릴 도운 건지, 태양빛 때문에 좌우가 대비되는 음영이 생겨 영화 시작때 나오는 영화사 소개 처럼 감탄을 자아냈다.
“어때 아빠?”
“엄청 좋네….”
물이 있어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 유희의 치마가 나부끼고, 머리가 흩날리며 샴푸향이 이쪽까지 왔다.
“아빠! 나 사진 찍어줘!”
“응.”
유희가 카메라 어플을 킨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뭔가 샤방샤방한 게 아마 필터를 덕지덕지 바른 것 같다. 유희를 비추니 고양이 수염 모양의 움직이는 이미지가 돌아다녔다.
“찍을게~”
양손으로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잡아 나풀나풀 흔든다. 계속 바람이 부는 바람에 치마가 움직이지만 어떻게든 몇 장정도를 찍었다. 찍을 때마다 포즈도 바뀌면서 이미지도 고양이에서 개>토끼 순으로 바뀌었다.
뒷 배경의 후지산과 호수, 그리고 태양 삼박자가 어울려 화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손색이 없었다.
“어때?”
“봐봐.”
“와~진짜 이쁘게 찍혔다.”
유희가 쪼르르 달려와 스마트폰의 앨범을 열었다. 다행히 잘 찍힌 건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예쁘게 찍힌 사진들이 차례대로 지나가──
“…!?”
“흐윽!?”
새하얀 살결의 검은 머리의 여성의 나체. 그 아래는 옷을 벗고 누워 있는 남성. 누가봐도 유희와 나였다.
엄청난 게 지나갔다. 유희가 당황해서 슬라이드를 하다가 스마트폰이 떨어졌다.
“아…!”
“괜찮아?”
“응… 안 깨졌어.”
다행히 바닥의 흙먼지만 들어갔을 뿐, 유희가 털어내니 깨끗해진다. 요즘 방수는 기본이라 물이 들어가도 딱히 상관없긴 하지만, 저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긴 하니까.
‘왜 그 사진이 유희한테….’
분명 아무 흔적도 없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진은 전부 삭제되어…가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고, 나와 유희가 관계를 맺은 마지막 증거도 없었다.
그래서 단순 망상이라 치부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으니까. 유희가 무리해서 연기했다고 하는 것이 싫었으니까.
‘역시 유희가….’
후지산의 눈과는 비교도 안 될 저온의 바람이 지나간다. 여름인데도 분명 차가웠다. 왜 유희가 갑자기 나를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 어떻게 흔적을 지운 건지 모르겠다.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했다.
방금 전까지도 그렇게 밝았던 분위기의 유희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
유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숨기려는 것을 들킨 죄인처럼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했다. 그동안 연기했다. 자신을 ‘가족’이라고 연기했다.
─유희야 우리는 이미….
나는 유희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내가 버렸지만, 그래도 가족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유희를 연인으로 인정할지 말지 계속 고민했다.
─아니야!
하지만 유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희는 날 좋아했던 것이다. 가족으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서. 나는 지금까지 유희를 잘못 생각했다. 억지를 가족놀이를 하게 시켰다.
“미안해.”
핸드폰이 부서지도록 세게 잡으며 떨고 있는 유희를 안아줬다.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대했는데.”
차마 고개를 숙여 유희를 볼 수 없었다. 눈물가득한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놀이동산에서 저녁까지 놀다가, 일몰때 후지산 보면서 키스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유희와 마주쳤다간, 유희가 크게 상처 받을 거 같아서 도저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아빠가 망쳤어.”
유희는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했었지만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잘못이다. 유희의 최고의 하루가 될 뻔한 날을 내가 망쳐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둔해도 너무 둔하다. 아빠였으면서, 그리고 연인이였으면서, 유희 마음을 1도 모른다. 정말 하나도 모른다.
“바보.”
유희가 주먹으로 나를 치기 시작했다. 점점 더 세게 날 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멍청이. 해삼. 똥개. 말미잘. 둔탱이. 병신!”
“미안해. 이런 우유부단한 아빠라서.”
“이제야 안 거야…?”
주위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소리만이 들린다. 매미가 우는 소리도, 버스가 정차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젠 도망 안 칠게.”
내가 우유부단했던 이유. 그건 나도 모르게 유희에게서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만을 생각해서, 또 유희를 버리려 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야…?”
“응.”
“키스….”
사람도, CCTV도 없는 이곳에서 입을 맞췄다.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매미의 울음소리가, 우리들의 입이 겹쳤다가 떼지는 소리를 없애주었다.
이제 도망치지 않는다. 유희를 끝까지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그게 내 역할이니까.
“하아… 하아….”
“…….”
더워서 그런 건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유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금방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것처럼 유희가 발을 동동 굴렀다.
“돌아갈까?”
“응.”
본래 저녁의 석양을 보며 마무리를 하려던 우리의 셋째 날은, 4시도 채 안 돼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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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정도에 출발했지만 거리가 먼 탓에, 밖은 저녁이 돼서 6시가 넘었다. 다행히 오츠키가 시종착역이라, 돌아올 때까지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저녁은 간편하게 라멘집에서 해결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아서 그런지 한국의 일본 라멘집과 그렇게 다른 구석은 없었다.
“…….”
“…….”
그리고 저번에 왔던 러브호텔에 왔다. 한 번 들렸던 터라 익숙하게 방을 잡고,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
하트모양의 침대와는 또 다른 방. 검은색 방벽과 흰색 침대가 어우러져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왜 이곳으로 오게 된 지는 모른다. 아까한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드디어 유희와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기쁨에 오게 된 건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모른다.
“츄읍….”
서로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끼얹자마자 입을 맞췄다. 후지산에서 한 키스와는 다르게 격렬하게, 서로의 혀를 엉망진창 얽혀가면서 키스했다.
“후웁…!”
빳빳하게 세워진 유두를 손가락으로 살살 꼬집어 당기자 유희가 나를 움켜잡는 것이 느껴진다. 입안을 훑고다니는 유희의 혀가 머릿속을 점점 새하얗게 마비시켜갔다.
다물어져 있던 균열을 손가락으로 열어 그 안에 넣는다. 긴장한 근육들이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하면서 찬물로 차가워졌던 유희의 몸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빠아….”
벽을 짚고 엉덩이를 내민 유희의 보지가 뻐끔거린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잡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끄윽…!”
허리를 흔들 때마다 유희와의 없어졌던 추억이 다시 생각난다. 데이트를 하고, 키스를 하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고, 여러가지 플레이도 해 보고, 그런 추억 하나하나가 다시 내 안에 채워져 간다.
그리고 추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점점 더 내 안의 일기장이 유희의 이야기로 써 내려져 갈 것이다.
앞으로도 유희와 계속 함께 있을 거니까.
“하아… 하아… 흐아….”
찔걱거리는 소리가 욕실에 울린다. 참아왔던 사정감이 올라오면서 내 피스톤질이 점점 빨라지자 유희의 숨이 가빠지는 게 느껴진다.
“아빠… 나아…!”
“윽!”
삽입한 채로 서로 움찔거리며 사정했다. 유희의 허벅지부터 시작해서 애액이 흘러 욕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하아… 하아…. 웁… 후아아….”
쉴 틈 없이 키스에, 그대로 계속 유희의 온몸 구석구석을 애무했다. 사랑스러운 숨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아빠아… 나 못 서 있게써어….”
“……응.”
못 서 있는 유희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서, 키스를 하면서 침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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