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일본여행. (10)
* * *
“자기 오늘 무리인 거 아니야…?”
“유희를 보니까… 이렇게 됐는 걸.”
“정말….”
뒷부분의 끈을 유희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잡아먹고 있고, 작은 삼각형에는 레이스가 크게 달려 있다. 어둠 속이지만 속이 비치는 팬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팬티와 다르게 조금만 걷어도 꾹 다물고 있는 항문과 보짓살이 보일 정도로 끈은 얇았다.
“유희야 언제 이런걸….”
“유카타 안에 입는 사람들 많대서….”
“…….”
“빨리 넣어 줘….”
“알았어.”
혹시나 해서 챙겨 왔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안 그래도 위험한데, 이 상태로 질내사정 했다간 집에 돌아가는 길이 정액으로 뚝뚝 점철되었을 테니까.
이제는 능숙하게 콘돔을 끼고, 유희의 구멍에 맞춰 밀어 넣었다.
“흐읏…!”
아무리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지만, 없으면 없을수록 소리는 크게 울리는 법이다. 누군가가 오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아웃이기 때문에, 유희가 신음을 참을 수 있도록 최대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 으윽….”
밖에서 해서 그런가 유희의 숨결에서 더 흥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어디서든 섹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 되니까. 물론 야외에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지만….
퍼버버벙─!
무지개색의 불꽃이 가운데에서 수십갈래로 퍼진다. 실제로 쏘아 올린 것은 세 발 같지만 착시효과 때문인가 정말로 7가지 색깔이 모두 보였다.
“하앙!”
유희가 큰 소리를 냈지만 다행히 불꽃소리에 묻혀 울리지는 않았다. 그 소리 때문일까, 피스톤질이 점점 더 빨라지고, 팡팡 거리며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
퍼버버벙. 펑 퍼벙──!
그 마저도 불꽃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우리들의 박는 소리와 신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핫, 핫, 흐, 흐으!”
격렬하게 흔들다 보니 유희의 유카타가 흩트러지며 어깨와 목덜미가 보인다. 그 깨물고 싶은 목덜미에 혀를 갖다대 쬬옵, 빨았다.
“아흐!”
원래 생각하던 계획은 불꽃놀이를 보고 가벼운 키스정도로 끝내려 했지만, 자꾸 분위기가 그쪽으로 흘러간다. 마치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처럼, 우리 둘은 서로 섹스를 원해 온다.
성욕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떠오르는 마음속 깊은 진실이라는 어둠을 잠재우기 위해, 그 방법이 섹스밖에 없으니까.
“자기야으앗!”
유희의 양쪽 가슴을 움켜줘 포박한 채로 빼는 둥 마는 둥 삽입한 상태로 더 깊숙하게 밀어 넣을 대마다 유희의 야릇한 신음이 귓가에 맴돌아 달팽이관을 간질였다.
슬슬 아리는 자지와 함께, 허리 움직임이 거세져 거의 투명의자에 앉은 급의 자세가 되었다.
“아, 아, 하아, 하으앙…!”
“윽…!”
마지막으로 대차게 터지는 불꽃과 함께, 아직 쌓이던 중이던 정액을 결국 사정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허억… 허억….”
“자기야…. 츄웁….”
유희와 깊은 키스를 하자, 공원에 있는 스피커에서 안내음성이 나왔다.
「??の花火が?わりました。みんなさんは、家までを?けてってください。(오늘의 불꽃놀이가 종료되었습니다. 모두 조심해서 돌아가 주세요.)」
유희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왠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불꽃… 하나도 못 봤어….”
“아하하….”
꽤나 아쉬워하는 표정이라,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잠깐 기다려봐.”
“응.”
불꽃놀이가 끝났어도 아직 거리의 노점상은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한강에서 놀던 것을 생각하며 불꽃놀이 폭죽 파는 곳을 서둘러 찾아갔다.
“디스. 투 플리즈. 앤드 라이터. 플리즈.”
“오케이~ 사비스!”
장사 끝물이라 그런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선화불꽃을 두 개, 서비스로 두 개 더 얹어 주었다. 라이터도 있던터라 둘이서 놀기엔 문제가 없었다.
“유희─”
모든 것이 끝난 후의 고요한 연못에는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과 하늘 위에 노랗게 떠 있는 달빛이 비춘다.
‘예쁘다….’
울타리에 손을 얹고 연못을 보고 있는 유희의 모습이 아름답다. 유카타를 입어서 그런가 더 고귀한 인상을 주었다.
여행은 분명 재미있다. 잊지 못할 추억도 여러 개 만들었다. 하지만 왜일까, 유희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했다.
“유희야.”
“아! 응. 자기 왔어?”
어깨를 툭 치는 것만으로 유희가 화들짝 놀랐다. 그만큼 사색에 잠겨 있었다는 거겠지.
가져온 선화불꽃을 보여주자. 유희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이거… 사 온 거야?”
“응.”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서 가족끼리 선화불꽃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게 보이는 것을 보아, 아마 쓰레기만 잘 치우면 해도 되는듯하다.
유희에게 한 개를 쥐어 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치이이익.
작은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이리저리 튄다. 바닥에 수구리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무슨 생각했어?”
“…뭐가?”
“연못 보면서 멍때리고 있었잖아.”
새삼 궁금해져서 물어보자, 유희가 다시 연못쪽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하면 결혼할 수 있을까 생각.”
“…!”
순간 놀라서 선화불꽃이 떨어져 불이 꺼졌다. 그와 동시에 유희가 들고 있던 불꽃도 꺼졌다. 저쪽에 있던 가족들도 일어나, 또다시 현장은 고요해졌다.
“유희야 그거──”
“진심이야.”
유희가 나머지 선화불꽃을 내민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불꽃을 자기 불꽃에다가 대서 불을 붙인다음, 나에게 건네주었다.
“…….”
나라고 생각 안해 본 것은 아니다. 아마 유희보다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이민까지 생각해봤지만, 기껏 찾아봐야 어느 오지에 사는 부족에게 들어가서 사는 방법이 아니고서야, 부녀근친혼을 허락해주는 곳은 없었다.
“자기랑… 정식으로 가족이 되고 싶어.”
“유희야 우리는 이미──”
“아니야!”
유희의 외침에, 선화불꽃이 동시에 꺼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야.”
“유희─….”
“우리는 가족이… 으흑…!”
일어나서 안겨 오는 유희를 조용히 안아주고 쓰다듬어 줬다.
유희가 아무리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 이 현실은 유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겁다.
“걱정마 유희야.”
약속했다. 유희를 버리지 않기로. 그리고 다시 상기시켜 주기까지 했다. 그 기대를 배신할 수 없다.
“나만 믿어.”
어처구니없고 비겁한 방법. 유희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사회에서 도망쳐서 둘이서만 산다. 현재로서의 최선의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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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침묵이 흘렀다. 해는 진지 오래고, 지하철도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 고요한 밤바람과 유희가 신은 조리의 사박사박하는 소리만 들릴뿐이었다.
“…….”
숙소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아무렇지도않게 유카타를 벗는 유희를 보고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그것도 곧 가라앉을 시시한 행위였다.
‘이건 왜 챙겨 온 거지….’
방금 전 사용한 콘돔. 땅바닥에 버릴 수도 없고, 버릴 곳도 마땅찮아서 일단 비닐 봉지에 싸서 가져오긴 했지만 유희와 그런 말을 하는 바람에 버릴 정신도 없었다.
「?えるゴミ」 「不?ゴミ」
우리나라만 그런 건가, 여기는 타는 쓰레기, 안타는 쓰레기를 따로 분리해야 한다. 일반쓰레기의 개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콘돔은 비닐로 분리되어 있으니, 아마 타는 쓰레기에다 넣어놓으면 되겠지.
“쿠울….”
유희가 씻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 잔다. 경품에서 딴 큰 곰 인형을 안고, 같이 자고 난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등을 돌리면서.
─아니야!
어쩌면 유희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유희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었지만, 용서한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유희가 나에게 그동안 매정하게 대한 것은 다 이때문이니까.
“미안해 유희야….”
마음속으로 깊이 사죄하고 있다. 유희를 태어나고 보육원에 버린 일을, 한부모 가정에서 살게 한 일을, 학창 시절 때 그렇게 신경 써 주지 못한 일을, 그리고──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줘서.”
유희의 고백을 승낙했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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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밤새 에어컨을 틀어서 그런지 감기가 걸릴 만한 추위가 엄습했다. 유희도 추위에 떨 것 같아서 서둘러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몸이 오슬오슬 떨면서 배란다 밖으로 나가니 더운 공기가 중화시켜줘서 냉탕을 갔다가 다시 온탕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 어쩌지….’
어제 그렇게 사이가 어색해졌는데, 어떻게 해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지 고민된다. 사과한다고 금방 회복될 사이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또 얼버무리고 넘기게 되면, 나중에 또 돌아올지 모른다.
“으으….”
유희도 추웠는지, 몸을 오슬오슬 떨며 일어났다. 일단은 자연스럽게 인사해 줬다.
“일어났어?”
“응… 아빠도 잘 잤어?”
“…!”
지금 뭐라고….
“유희야 지금….”
“왜?”
사귀고 난 이후, 유희는 매일 같이 나를 ‘자기’라고 불러줬다. 유희 자신이 나의 여자친구라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 나를 자기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 유희가 한 말은….
“아빠. 왜 그래?”
“그게 너….”
지금 유희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자꾸 왜 뜸을 들이는 거야…. 아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