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일본여행.
* * *
“…….”
“…….”
지희씨의 집의 물리적인 서늘함과는 다르게, 우리 집에는 정신적으로 서늘함이 흘렀다. 나를 보고 있는 유희의 차가운 표정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미, 미안해… 늦어서.”
“…….”
차라리 화를 내면 모를까, 말없이 보고만 있으니 더 무섭다.
“그… 정말로 아무짓도 안했으니까… 집 청소만 하고 왔어.”
뭐라고 말해야 유희의 기분이 풀릴까, 수백, 수천 가지 단어를 조합해 봐도 생각나지 않았다. 명색이 여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여자 집에 가다니, 유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왜 자기가 남의 집 청소를 해?”
“그게… 안 그러면 그만둔다고 했거든.”
“…….”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만큼 유희의 말투는 무서웠다.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었다. 잘못한 건 나니까.
“컥…!”
유희가 내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목이 졸려서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유희가 끌고 가는 데로, 그대로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에 도착하자 유희가 침대로 넥타이를 내던져버려 나도 같이 끌려갔다.
“커헉… 유희야….”
“약속했잖아.”
“…….”
“나보다 그 사람이 중요해?”
바람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분명 그랬다. 그래서 직전에 가서 뿌리쳤다. 나름대로 잘 이겨 냈다고 생각했는데, 유희의 기준으로는 이미 바람을 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희야….”
“이젠 용서못해.”
유희가 휙 뒤돌아 방을 나갔다. 쫓아가서 잡으려고 했지만 일어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있었다.
이번일로 알았다. 유희는 나를 독점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나를 원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게 유희를 위한 거지만, 유희는 그것을 몰라주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이번 일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유능한 부하직원을 나 때문에 잃게 생겼는데, 내가 책임져야지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그리고 책임진다고 해도 같은 부서에는 지희씨를 좋아하는 최과장이 있다. 지희씨에게 너무 정을 줘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최 과장이 상처 받고 말 것이다.
“하아….”
유희가 다시 멀어진다는 생각에 답답한 한숨만 내쉰다. 최 과장이 내쉰 한숨이 어떤 한숨인지 조금은 공감이 갔다.
공들여 온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듯이, 나와 유희의 관계도 계속 위태위태해져 있었다. 애초에 관계의 전제부터 잘못 되었으니까.
‘이제 때가 된 건가….’
유희가 다른 남자에게 간다. 아빠로서 용납할 수 없으면서도 용납할 수 밖에 없는 행위이다. 부녀근친이라는 관계는 옳지 않은 거니까.
어차피 나는 유희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하기로──
“…!”
그 간 내 배 위로 올라온 따뜻하고 묵직한 무언가. 유희의 발바닥이었다.
“유…희야…?”
“난 용서 못한다고 말했어.”
속옷은 또 어디서 저런 야한 속옷을 공수해왔는지, 세로로 검은색과 흰색이 교차 되어 있는 줄무늬 속옷을 입었다. 재질도 실크로 돼서 그런지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약간 착시현상같은 현상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가져온 상자, 그 안에는 딱 봐도 알 수 있는 각종 섹스할 때 쓰는 도구들과, 실린더 하나가 있었다.
‘설마 저번에 시켰던 택배들이 저건가…?’
알 수 없던 일렬번호들과 수량들. 만약 그것들이 성인용품이라면, 회사 자체에서 검열해서 줄 가능성이 크다. 유희가 비밀이라고 한 건 언젠가 나와 즐기기 위해서 감춘건가….
“벌로 오늘 이거 채울 때까지 안 재울 거야.”
“그게 무슨….”
딱 봐도 길어 보이는 실린더를 들이 내밀며, 유희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말대꾸 금지.”
“…….”
“자기는 자기가 아니야. 장난감이야. 내 장난감이 되는 거라고.”
“…….”
중년의 정력 고갈을 노린 진짜 벌인지, 아니면 단순 심술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정말로 끝날 줄 알고 한숨을 쉬었던 게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벗어.”
유희의 말을 듣고 고분고분 옷을 벗었다. 여기서 대꾸했다가는 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팬티도.”
“…….”
덕분의 유희의 야한 모습을 보고 움찔거리는 자지가 쩌억 하고 떨어지며 모습을 드러낸다. 저번처럼 파이즈리라도 부탁하고 싶었으나, 내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
유희가 손을 내밀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손을 내밀자 내 손을 수갑으로 채웠다. 퀄리티가 좀 좋은 수갑인지 어지간한 동작으로는 풀리지 않았다.
“엎드려.”
또 유희의 말을 따라 상체를 엎드렸다. 뭔가 우리 관계가 역전된 것처럼 굉장히 부끄러운 자세였다.
“윽!”
유희의 자그마한 손이 내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움직인다. 생각보다 자극적이라 무언가 묘한 감각이 내 머리를 간질였다.
이러니까 마치 소가 우유를 짜내는 것처럼, 나도 유희에게 착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살짝 아래로 본 모습에는 귀두 바로 아래의 실린더를 대고 있는 유희가 보였다.
손 운동이 점점 빨라진다. 유희의 스킬도 점점 발전해서, 정액을 끌어 올리는 법을 더 잘 알았나 보다.
“…!”
“헤윽.”
내 고환을 핥는 감각. 주름이 하나하나 유희의 혀에 의해 적셔져 간다. 오싹오싹하고 신비로운 감각이 전립선을 타고 흘렀다.
“하웁.”
살짝 아플 정도로 주머니를 입으로 머금었다. 혀가 하나하나 감싸면서 간질이는 감각이 순간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으나 저항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점점 아랫쪽을 향하더니, 빳빳하게 서 있는 기둥 부분을 시작으로 귀두 뒤까지 핥는다. 집요하게 귀두 밑 쪽을 자극하는 바람에 슬슬 정액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유희야… 이제…!”
“여기에 싸.”
“윽…!”
귀두에 닿은 비커 사이로 정액이 나온다. 유희를 볼 수 없는 자세라 괴로웠다. 유희가 실린더를 떼더니 이번엔 나를 뒤집어서 누였다.
“1/3 찼어. 앞으로 두 번….”
두 번. 두 번이면 버틸 만 하다. 다음날의 내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이건 벌이니까.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라고 할 줄 알았어?”
“…!”
그 순간, 유희가 실린더를 기울여 자신의 입속으로 넣는다. 넘치다 못해 흐르는 정액이 유희를 더럽혔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야.”
“…….”
유희가 팬티를 젖히더니, 그대로 귀두를 보지에 맞췄다. 며칠만에 닿는 보짓살이 내 귀두를 감싸면서 삼키기 시작한다.
구멍이 벌려져 빨려들어가는 감각. 그러고 보니 이번주는 심란해서 한 번도 안했댔지….
‘설마…?’
유희가 화난 이유는… 욕구 불만 때문인가…?
보통 사람들이 화난다면 대화를 하지 않거나, 속으로 분을 삭인 후에 대화를 한다. 그리고 성적인 벌을 준다 해도 정조대를 채운다던가 그런 가옥한 벌을 주지, 이런 극상의 벌을 주지 않는다.
물론 바람피운 것도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겠지만, 내가 아무짓도 안 했다고 공인한 이상 이 이상 무언가 물어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지희씨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유희는 정말로 내가 섹스 상대를 안해줘서….
“읏…!”
자지가 반쯤 들어왔을 때, 유희가 신음을 냈다. 어떻게든 참으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끄앗!”
이내 뿌리까지 전부 집어넣자, 유희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뻗어 내 옆으로 침대를 짚으며 서로 마주 보는 구도가 되었다
“절대로… 욕구 불만 때문이 아니야….”
“…….”
유희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눈치챈 듯 먼저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것은 정답인 것 같다.
“자기가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
어쩐지 순수한 천사를 내가 타락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유희가 이렇게 야한 아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히려 좋아 같은 말이 전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진심으로 걱정됐다.
“후우… 후우우….”
유희가 옅은 신음을 흘려내며 허리를 움직인다. 자지가 질벽을 긁으면서 유희의 안쪽을 쿡쿡찌르고, 그때마다 유희가 받치고 있는 내 가슴을 쥐며 약간 아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수갑에 채워져 있는 상태라 움직일 수 없다.
“흐응… 으응… 하으…!”
조금 뻣뻣했던 허리의 움직임이 점점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법을 알았는지, 어디하나 걸리는 것 없이 빠르게 내 배에 손을 얹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유희야 슬슬…!”
이미 한 번 사정해서 민감해진 탓에 벌써 또 정액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안에서는 질이 꾹꾹 내 자지를 물고 있고, 질에 있는 돌기들이 기둥을 애무하면서 사정감이 극에 달했다.
“하, 아읏…!”
“윽…!”
팔이 올라가지 않아 허리가 저절로 들린다. 유희도 몸을 받치지 못하겠는지 픽하고 나에게 넘어졌다. 말랑한 가슴이 닿아 가라앉아야 할 자지가 아직도 딱딱한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유희야 이제 그만….”
순간 질내사정을 했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황급히 떨쳐 내려고 했으나 유희는 날 놓아주지 않았다. 아직 안끝났다고 눈으로 말하고 있는 듯, 얼굴이 붉어진 유희가 풀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직이야…!”
“…!”
일어나서 입고 있던 속옷마저 다 던져버리고,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려 정액을 실린더에 흘려보내자, 비어있던 실린더가 다시 내 정액으로 꾸역꾸역 채워졌다.
“벌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
그 말을 하는 유희의 표정은, ‘언젠가 이런 거 한번 쯤은 해 보고 싶었어.’라는 표정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