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지희. (7)
* * *
덥디 더운 여름의 토요일. 밖에 나가면 쪄 죽을 것이 분명하기에, 유희와 같이 TV를 보며 집에서 쉬고 있었다.
“자기야. 오늘도 쉴 거야?”
“음… 그러지 않으려나…. 너무 달린 거 같아서 좀….”
유희와 닿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지만 최근에 좀 너무 무리했다. 할 때 한 번만 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두세 번을 기본으로 해댔으니까.
“알았어.”
“내일이나… 모래 어때?”
“응!”
유희도 이해를 해줬는지, 내일까지는 참기로 했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았지만 이대로 가면 몸이 버티지 못하기에 유희를 위해서라도 절제해야했다.
“아.”
유희가 스마트폰을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어디가?”
“아. 택배와서. 나갔다 올게.”
“같이 갈까?”
“아냐 됐어. 자기 쉬어야지.”
“고마워.”
“뭐야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갔다올게.”
“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 집안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소리를 제외하면 정적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고독감….’
유희가 알바를 갔을 때도 혼자가 된 적은 많지만, 그때는 지쳐서 이런 기분을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뭔가 서늘하면서도 기분 좋은 바람이 내 머리를 휘날린다.
소파에 누워 다리를 쭉펴자, 낮인데도 잠이 솔솔왔다. 원래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잠이 오는 법이다. 뭔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 같았는데, 잘 모르겠다. 모르면 어때, 기분 좋으면 장땡이지.
─우웅.
그 고독을 깨뜨리는 진동음. 내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이었다.
‘주말에 또 뭐야….’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서버가 터지지 않고서야 주말에 연락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서버랑은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이고.
「부장님 주말에 죄송해요!」
그래도 뭐라 할 수 없는게, 보낸 사람이 지희씨였다. 예의도 싹싹 차리는 게 차마 뭐라고 할 수 없는 말투였다.
「응. 왜?」
「혹시 내일 더블데이트 어떠세요?」
「더블 데이트…?」
「네!」
더블 데이트는 그… 젊은 학생들이 하는 거 아닌가? 이 나이 먹고 무슨 더블 데이트를… 조금이라도 젊어보이고 싶다는 건 알겠다만….
「남사스럽게」
「뭐 어때요! 부장님 아직 젊으시잖아요!」
「그보다 지희씨 애인 있었어?」
「네… ㅎㅎ」
굳이 알릴 의무는 없지만, 나도 있다고 알려줬는데(어쩔 수 없이 알려줬지만) 말을 안해주다니 좀 치사하다고 느껴졌다.
‘더블 데이트라, 학생 때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나영이가 아무리 변덕쟁이에다가 날리긴 했었지만, 그래도 더블 데이트까진 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유희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음… 같이 있으니까 괜찮으려나…?’
만약 유희도 동참을 하게 되면 바람 피우는 것도 아니게 되고, 오히려 유희에게 잘 보일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다. 또 마침 내일은 날씨도 좋다. 유희와 데이트 하기엔 최고의 날씨인 것이다.
「물어보고 답해줄게.」
「네~」
얘기가 끝나갈 즈음 유희가 문을 열고 왔다.
“더워라….”
“수고 했어. 뭐 시켰어?”
“…비밀.”
택배를 가져온 유희는 벌써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게 멀리서도 보였다. 뭔가 많이 들어 있는지 양 손으로 들만큼 박스의 크기는 컸다.
“들어줄 걸.”
“아니야 괜찮아.”
딱 봐도 무거운 거 같은데 내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건 어지간히 감추고 싶은 것 같아서 더 물어보진 않았다.
“저녁 먹어~”
유희가 부르는 소리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감고 있어서 몰랐는데,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거실에 있어서 그런가 맛있는 냄새가 더 확 느껴졌다.
“오늘은 뭐야?”
“자기 힘내라고 만든 추어탕.”
“오….”
흔히 추어탕이라고 말하면 미꾸라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징그러운 이미지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미꾸라지를 갈아넣는다. 덕분에 먹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물론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는 집도 있지만….
“맛있겠……네.”
눈앞에는 평소라면 담을 수 없는 광경이 담겨 있었다. 흔히 여친들이 ~~해준 썰 같은 건 모두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할 줄 알았는데, 그 광경이 내 눈앞에 담겨 있었다.
“흐흥~”
이쪽을 돌아보고 있진 않지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씰룩거리고 있다. 그것도 알몸으로. 앞치마를 걸치고.
순간 코속이 터진것처럼 욱신 거렸지만, 다행히 피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랫쪽이 커져서 얼얼할 지경이었다.
‘덮쳐도 되는 건가?’
솔직히 편히 앉을 수 있는 곳에서만 해 봐서, 색다르게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긴 했었다.
내가 점점 다가가는데도, 유희는 여전히 국을 끓이고 있었다. 모른 척 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이래도 안 할래?’ 라며 시험하는 거 같아서 정말 감질났다.
“….”
하지만 오늘은 참는다고 유희에게 말했다. 남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뭔가 매일매일 섹스하면 유희랑 섹스할려고 사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어지간히 가지 않자 유희가 흔들던 엉덩이를 멈추고 밥을 차려줬다.
“맛있게 먹어….”
“응.”
실망한듯 시무룩한 목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눈을 올려본다. 뭔가 길가에서 자신을 주워달라며 냐옹냐옹 우는 고양이 같아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버렸다.
“음, 맛있네!”
“……응.”
가라 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여 말했지만, 소용없는 거 같았다. 의기소침해져 있는 유희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잘 먹었어. 설거지 내가 할게.”
“응… 고마워….”
힘없이 터벅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들어간다. 하긴, 유희 나름대로 알몸 에이프런까지 준비하면서 어필을 해 줬는데 넘어오지 않는다니, 이건 내가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힐끗.
“…….”
자기 방으로 가는 모퉁이를 돌다가 이쪽을 한 번 쳐다본다. 뭔가 바늘로 찌르는 거 같아서 유희의 시선이 닿는 쪽이 따가웠다.
내가 끝까지 참고 설거지를 하자 유희가 닌자처럼 스스슥 하고 사라졌다. 뭐… 내일 오늘분까지 제대로 갚아주면 유희도 만족하겠지.
오늘은 빨리 자고 나도──
“…!”
옷속으로 들어온 부드럽고 차가운 무언가. 가날프고 여린 굴곡이 내 배부터 시작해서 점점 가슴쪽으로 올라왔다.
“윽…!”
순간 접시를 놓쳐 떨어뜨렸지만 다행히 깨지진 않았다. 유희의 손가락이 내 유두를 마음껏 가지고 놀고 있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유희, 야….”
“왜?”
“그, 그만….”
“느끼는 거야?”
“……엄청.”
내가 마조라서가 아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항상 내가 유희의 가슴을 만졌을 때와는 다르게, 막상 당하니 엄청 부끄러웠다.
“그만 할까?”
“으, 응….”
내 바람과는 반대로 유희가 검지와 엄지로 내 유두를 비틀었다.
“흐읍…!”
거품묻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조금만 실수하면 유희가 내는 소리와 비슷한 응큼한 소리를 낼 거 같았다.
‘후… 정말 큰일 날 뻔했네.’
겨우겨우 설거지를 마무리 하고 뒤를 돌아보자, 앞치마를 벗은 알몸의 유희가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유희야….”
“왜~ 오늘 안 할 거라─읍!?”
이런 걸 어떻게 참으라고…! 그렇게 대놓고 유혹하는데 안 할 수 있겠냐고!
“푸하… 잠깐만 자기, 꺅!”
바로 팬티를 벗고 자지를 꺼내고, 손가락으로 유희의 보지를 벌려서 넣었다.
“흐읏…!”
평소와는 다르게 세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며, 주방 바닥에 애액이 흩뿌려졌다.
“흐, 으으으응! 자기 얏…!”
이미 유희의 성감대라던가 G스팟이라던가 이런 곳은 전부 파악이 끝난 상태다. 클리토리스를 손 마디로 클리토리스를 살짝살짝 자극해주다가, 안쪽에 있는 손가락을 구부려 동시에 자극을 줬다.
“히야아앙!”
유희가 내 어깨를 잡아 끌어 안으며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강하게 애액을 뿜었다. 안쪽 허벅지를 따라 주르륵 흐르는 애액을 보니 더 참을 수 없었다.
“자기야 잠깐만… 내가 미안해엣!!!”
빈틈 없이 유희의 보지에 삽입을 했다. 보지가 평소보다 더 조이면서 유희의 신음도 거칠어졌다.
“핫, 흐윽, 헤윽, 으흣!”
“내가 오늘은 참는다고 했잖아….”
“미앙…해에에…!”
이미 사과한다해도 늦었다. 이미 들어간 이상 쌀때까지 거칠게 허리를 움직여야만 만족한다.
“흐앗!?”
불편하게 식탁에 기댄 유희의 양 허벅지를 잡고 들어올려 서서 허리만 움직이는 상태가 되었다. 강제로 유희의 입술에 혀를 밀어 넣으면서 전력으로 피스톤질을 했다.
“흣, 읏, 핫, 하앙♥”
“윽!”
“끄으윽…!”
유희가 다리를 끌어 안은 상태로 그대로 질내에 사정했다. 오랜만에 생으로 삽입해서 그런지 더 빨리 싼 것 같았다.
“하아… 하아…. 미안하다고 말했는데에….”
“미안….”
자지를 빼자 정액이 벌렁거리는 보지 사이로 주륵, 흘러 나오고, 서로 거리가 떨어지면서 소파위에 불이 들어와 있는 휴대폰이 보였다.
‘아차, 말해줄 게 있었지.’
유희 몸을 휴지를 닦아주며 물었다.
“맞다 유희야… 내일 직원이 더블 데이트 하자는데… 어때?”
“더블 데이트…?”
유희가 순간 움찔 거렸다. 아마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당당하게 나를 소개시켜주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의기소침해져 있다.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여자친구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유희가 싫으면 안간다고 말할게.”
“여자친구…!”
“어때?”
“자기가 그렇다면야 뭐….”
“정말 괜찮아?”
“응. 괜찮아.”
불안해 하는 유희를 안아줬다. 아마 유희가 나와 계속 섹스를 하고 싶은 것도, 어디선가 몰려오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지,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는다.
‘한시라도 빨리….’
며칠 동안 계속 찾아봤지만, 결국은 안 좋은 소식 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희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세상은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역시 도망치는 수밖에 없나.’
떨림을 멈춘 유희와 살짝 입을 맞추고, 답장을 보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