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지희. (6)
* * *
최근 계속 지희씨와 점심을 먹는 것 같다. 언제부턴지 지희씨도 자기만의 도시락을 싸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적당하게 바삭바삭하게 익은 튀김옷의 식감이 딱 먹기 좋고, 소스와의 궁합도 환상적인 원 모양의 돈가스를 싸줬다. 씹을 때마다 바삭바삭함이 입안에 퍼지면서, 튀김 가루가 입에 묻는 지도 모르고 먹게 된다.
“부장님 그 돈가스 먹어 봐도 돼요?”
“아, 응. 젓가락 가져 왔지?”
“그럼요~”
지희씨가 자기 젓가락으로 유희가 만들어 준 돈가스 한 점을 가져 갔다.
혹시라도 지희씨의 흔적이 묻을까 봐 조심조심 하고 있다. 또 유희에게 보였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까.
“우와~ 엄청 맛있다! 여자친구분이 해주신 거예요?”
“뭐… 그치.”
이미 요리를 한다는 거짓말은 들켰기 때문에, 순순히 인정했다.
“그럼 동거하시는 거네요?”
“응.”
“어쩐지 요즘 기운이 없으시다더니~”
“…….”
입으로 가던 젓가락이 멈춘다. 설마 그렇게 티났나…?
지희씨도 말해 놓고 당황했는지,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아… 죄송해요….”
“아냐 뭐… 평범한 거니까….”
“평범… 하군요….”
“지희씨도 한 번 쯤은… 아, 미안.”
“아니에요… 제가 먼저 시작했는 걸요. 하하…. 사실이기도 하고.”
분위가가 껄끄럽게 변했다. 뭐… 요즘 시국에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좀 그러긴 하니까.
“어떻게 만나셨어요?”
“음… 10년도 더 됐으려나….”
“그렇게 오래전부터요!?”
“아니 뭐… 그때부터 사귄 건 아니고, 인연이 닿아서….”
“아~”
그때만 생각하면 오한이 서린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있어야 했는데, 그래 주질 못했으니까. 그래서 수단을 계속 찾아보고 있기도 하고.
“누가 먼저 대쉬했어요?”
“그쪽에서….”
“역시… 부장님 인기남이시네요.”
“그런가…?”
“그럼요~ 부장님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도… 아니, 들은 게 많아서요! 하하….”
내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가, 물론 최근에 두 사람에게 고백받았긴 했지만, 둘 중 하나는 협박성에다가 하나는 10년 전부터 나를 좋아해 왔다고 하니 인기가 많은 건지는 모르겠다.
“맞아. 지희씨는 입사하고 받은 적 없어? 많이 받았을 거 같은데.”
“저는… 세 번 정도….”
“인기 많네.”
“그래도 거절했어요.”
“왜? 슬슬 시집갈 나이──”
“그냥!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그래…?”
단순히 연애로 만나기에는 시기가 좀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고, 결혼을 한다면 앞으로 남은 일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 고려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하다.
성격도 맞아야 되고, 경제 형편도 맞아야 되고, 시간도 맞아야 되고, 외모도 고려해야 하고… 여러모로 복잡하다.
굳이 결혼을 안 하고 동거만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게 되어있다. 세대주 문제나 여러문제를 떠안으려면 부부인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뭐, 나는 제대로 된 결혼을 해본적이 없어서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지희씨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미안했다. 내가 부모도 아니고, 참견할 영역이 아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어땠어?”
“저를 다 어린애로 봐서요. 별로더라구요.”
“연하가 취향이구나?”
“뭐… 그렇죠. 아 근데 딱히 가리진 않아요!”
“그래…?”
“부장님 정도면 뭐….”
“나?”
“아녜요! 잊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대 되면 하기 싫은 잔소리를 하게 돼서… 지희씨도 싫을 걸?”
“그러니까 잊어 주세요!”
“하하하.”
수위가 좀만 낮아진 거 뿐인데 지희씨가 다시 텐션이 올라갔다. 역시 남의 연애사가 제일 재밌다니까. 왜 사람들이 로맨스물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든다.
“아, 부장님. 그분이랑 사진은 찍으셨어요?”
“아, 응.”
“보여 주실 수 있어요?”
“잠깐만….”
순간 보여 주려다 알몸 사진이 쓱 스쳐 지나가 바로 감췄다.
“왜 감추세요?”
“기다려 봐. 분류좀 하고….”
“야한 사진이라도 찍으셨어요?”
“아, 아니.”
“요즘 그거 불법 공유하면 잡혀가요~”
“안 해! 가 아니라 안 찍었어!”
“아하핫.”
실은 찍었다. 처음 사진을 찍은 날부터, 매일 1장 씩은 찍은 거 같다.
~~~
“자기야.”
“응?”
“사진 찍고 싶다 했지?”
“뭐… 이제 찍었으니까 됐지 않──”
“찍고 싶지?”
“…응.”
사진을 찍고 바로 섹스. 역시 지친날인지라 두 번 연속으로 하지 못하고 지쳐서 누웠을 때, 유희가 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이쪽을 응시하라는 듯 내 볼을 콕콕 찔렀다.
“괘, 괜찮은 거야…?”
“찍기 싫어?”
“그런 건 아닌데… 부끄러워서….”
“우리 둘만 보는데 뭐 어때.”
“그것도 그러네….”
유희가 젖꼭지를 손으로 가리고 내 팔을 베개 삼아 찰칵하고 카메라를 찍었다. 얼굴이 나와서 그런가 엄청 부끄러웠다.
“자, 기야… 찍어 줘엇…!”
“여기서…!?”
그다음 날.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으면서 찍어달라 했다. 유희의 흔들리는 가슴과 자지와 보지가 삽입된 연결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흔히 말하는 ‘딸깜’으로 써도 될 만큼, 찍힌 사진은 엄청 야했다. 그 현장에 있어서 그런가 쾌감이 배가 된 것 같았다.
“흐윽…!”
“윽!”
유희가 다리를 조이며 결국 절정한 듯 허리가 움찔거렸다. 나도 참지 못하고 사정해버렸다.
“자기야 이거 봐라?”
“….”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콘돔의 끝 부분을 잡아 거꾸로 들어 혀로 정액을 받아먹는다. 그 행위를 또 사진으로 찍었다.
“동영상…?”
“응…!”
이번에는 동영상으로 찍자고 했다.
카메라 플래시를 켜니 불이 꺼진 공간 속에서도 유희의 보지가 밝게 보였다. 색채감이 있어서 그런가 이날따라 더 흥분됐다.
요즘은 카메라 화질도 좋아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한 느낌이 든다. 평소 끈적끈적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플래시를 통해 끈적해진 현장을 보니 유희 보지가 야하게만 느껴졌다.
“자기, 자기야앗!”
“유희야…! 윽!”
~~~
그날들을 생각하니 내 고간이 좀 커지는 것을 느껴서 도시락을 올려서 재빠르게 가렸다.
겨우겨우 평범한 옷을 입은 사진을 찾아서 지희씨에게 보여줬다.
“와…. 부장님께서 받아주실만하네요…. 엄청 예뻐.”
“그치?”
“몇 살이에요?”
“…!”
유희는 스무 살. 나와 18살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나이를 그대로 말해 버리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10년 전에 만났다고 했으니 그때부터 좋아했다면 난 초등학생을 좋아하는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서른 살….”
“와~ 나이차 엄청 나네요! 무슨 동호회에서 만나셨어요?”
”응… 뭐….”
“그러고 보니까 얼굴도 닮은 거 같아요! 역시 사람은 닮아 간다더니….”
“…!”
“부장님?”
“응? 왜?”
“여기요. 스마트폰. 사진 보여 주셔서 감사해요.”
“어… 그래.”
“부장님 먹는 거 느리시네~ 먼저 내려갈게요~”
“응.”
지희씨가 내려가자, 폐에 모여 있던 공기를 한 번에 내뱉었다. 설마 지희씨가 내 심장 소리를 들은 건 아닌가 걱정됐다.
‘나랑 유희가 닮아…?’
유전학적으로 나와 유희는 어딘가와 닮을 수밖에 없다. 뭐… 아예 안 닮으면 그건 그것대로 불안하지만, 어쨌든 친족끼리 닮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족쇄가 될 거 같아 무서웠다.
내리쬐는 태양 속에서 식은땀이 난다. 나와 유희와의 관계가 아빠와 딸이라는 것이 들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더 조심해야겠어.’
유희와 찍힌 사진을 모두 선택해서, 보안 폴더를 만들어 이동시켰다.
~~~
“휴~”
순간 부장님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뻔했다. 임자가 있는 사람한테 고백이라니, 여우가 따로 없다.
미련을 버리려고, 이 순간을 즐기자고만 생각했다. 어차피 부장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무실이 유일하니까.
날씨도 더운데 식은땀이 난다.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해도 무의식적으로 연애이야기로 흘러가서 부장님이 계속 곤란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사랑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건가….
‘하아….’
잘 알고 있으면서, 생각할 때마다 계속 울적해진다. 마음을 전하는 것 자체가 민폐인 걸 알면서도, 이 감정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사람 엄청 예뻤지….’
단정히 일자로 잘린 앞머리에, 길고 머릿결이 좋아 보이는 머리, 뭔가 시크해 보이면서도 옅게 짓는 미소가 여자인 나도 설렐만큼 그 갭차이는 엄청났다.
게다가 10년 넘게 얼굴을 봐 왔었으니, 부장님이 안 받아주는 게 이상하다. 나 같아도 나를 10년 동안 졸졸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줄 것 같다. 물론 너무 못생기면 바로 아웃이지만.
왜냐하면 그 사람을 닮아가니까. 못생긴 사람을 만난다면 내가 더 못생겨질 것이 분명하다.
‘닮아…?’
생각해 보니 그 사람, 부장님과 어딘가 닮았다. 얼굴형은 다른 데 뭐랄까, 시크하면서도 다정해 보이는 눈이 딱 부장님과 닮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그 눈이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설마….’
마치 아빠랑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