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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내게 집착한다-26화 (26/96)

〈 26화 〉 예진. (E)

* * *

요즘 호텔, 모텔류는 일명 ‘대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굳이 하룻밤을 묵지 않아도, 몇 시간 동안만 그 방을 사용하는 것이다.

평균잡아 1박이 대충 5~6만원이라면, 대실은 절반인 2~3만 정도로 숙박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4~6명이서 대여해서 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성이면 상관없지만, 만약 이성 여럿이라면…. 여기까지 하겠다.

“정말 들어가요…?”

“네. 잠시 눈 붙이면 좋잖아요?”

“…….”

이미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은 이상 아무리 그래도 둘이서 대실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따로따로 대실하기에도 돈이 너무 아깝다.

“네? 부장님….”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내 팔을 잡아 끈다. 셔츠 단추가 풀어져 벌어진 공간 사이로 레이스 달린 검은색 브라가 약간 보인다.

“하아….”

이럴 거면 그때 알려 주는 게 아니었다. 괜히 신나서 알려 준 게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왜냐하면 지금 신 팀장은 내가 알려 준 상대를 유혹하는 기술을, 나한테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

나흘 전, 일요일.

“알려 주세요.”

“그럼 먼저… 옷을 갈아입어 주시겠어요? 지금 산 거 말고, 집에 있는 거로.”

신 팀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옷차림이다. 지금 보니까 입는 옷들이 전부 내가 아는 브랜드인데, 옷 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 팀장이 드레스룸으로 보이는 곳을 들어 갔다 나오자, 평소 출근할 때의 옷차림이 되어 있었다. 무릎까지 길게 빼 입은 치마, 그리고 꽉 막혀보이는 스타킹. 셔츠도 대충 입은 것 같아 느낌이 살지 않았다.

개인 취향이라고 말할 순 있지만, 복장 지적을 받을 정도면은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좀 세 보이는 느낌이 나야 영업할 때 따로 부담이 없으니까.

“일단 셔츠. 너무 답답해 보여요. 팀장님도 답답하지 않으세요?”

“확실히 답답하긴 하네요….”

“맨 윗단추만 풀어 보세요.”

“네!?”

“이상한 짓 안 하니까요.”

신 팀장이 윗 단추를 풀자, 푸딩을 까서 말랑하고 튀어나올 때처럼 꽉 죄어 있던 가슴이 풀렸다. 생각보다 효과는 엄청났다.

좁은 면적이 조금 넓어지면서 조금 커졌다는 착시효과가 들게 한다. 안 그래도 신 팀장은 좀 큰 것 같았지만, 여기서 말할 건 아닌 거 같다.

“어떤가요…?”

“확실히 좋아요.”

“그럼 다음은….”

“치마를 너무 내려 입으셨어요. 허리까지 올리시고, 스타킹도 약간 비치는 걸 신으시면 이것저것 부각 될 거예요.”

얇으면서도 분명히 살집이 있는 허벅지라던가, 약간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 그리고 일명 ‘절대 영역’이라고 하는 치마와 다리 사이에 있는 미지의 공간. 같은 야한 부분이 부각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째. 이게 당신의 외적 무기를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인 걸.

그렇게 신 팀장은, 내 취향대로 바뀌어 갔다.

“무, 뭔가 부끄럽네요….”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완벽해요.”

수수한 복장에서, 완전 섹시한 누님계 스타일로 바뀌었다. 뭔가 쭈뼛쭈뼛대는 걸 보니 괜히 미안해졌다.

하지만 단순 외모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적인게 아니라, 그 외적으로, 좀 더 사람을 인상 깊게 만들 스킬을 배워야 한다.

“이러면 된 건가요?”

“옷은 됐어요. 이제 행동거지에요.”

“행동거지요…?”

“일단,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요. 너무 풀어져서도 안 되지만, 그러다간 그나마 붙어 있던 팀원들도 다 떨어져 나갈 거예요.”

“……이렇게?”

이제는 알아서 행동한다. 역시 습득력 하나는 빠른 사람이다.

양 검지로 입꼬리를 올려서 나한테 보여줬다. 입안에 걸었다면 완벽히 그 영화와 비슷했을 정도로 기괴한 표정이 나왔다.

“…예능이라던가 안 보세요?”

“보긴 보는데요.”

“웃겼던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굳이 깔깔거리면서 안 웃어도 되니까, 그냥 입꼬리가 올라갈 만한 장면.”

“음…….”

뭐… 그때 웃겼던 건 지금 안 웃길 수도 있지만, 몇 번을 봐도 웃긴 장면은 하나쯤 있다. 그만큼 신나는 거라던가, 옷을 잘 차려입고 가면 도매상한테 비싸게 받는다던가…. 아직도 웃기네.

신 팀장도 뭔가 생각 나는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뭔가 생각 나셨어요? 표정 좋네요.”

“네. 파충류가 알까는 영상을 보니까 괜히 흐뭇해지네요.”

“…….”

뭐…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헛기침을 하고, 다음 단계를 알려 줬다.

“크흠… 이제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방법이에요. 뭐… 그렇다고 저한테 하진 마시구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음….”

그렇다고 해도 뭘 말하지? 여자도 아니고, 누구 꼬셔본 적도 없는데.

막상 말하려니 생각나지 않는다. 나영이랑은 어떻게 사귀었었더라…. 아니, 나영이가 나한테 어떻게 유혹했더라.

─지랄. 대주면 감사하게 먹어야지.

아무래도 나영이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아니었다면 걸레 취급을 받으면서 욕을 먹지 않았을까.

─그… 조금만 가까이 가도 될까요…?

야릇한 시선과 동작. 그 동작에 나는 넘어가 버렸다. 물론 지금은 절대 넘어가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성에게 어필하기엔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걸 신 팀장에게 시켜도 되는 걸까, 죄책감마저 든다.

“부장님?”

“아…. 일단 몸을 약간만 숙여 보실래요?”

“이렇게요?”

“네… 그리고 눈을 치켜올리시고….”

약간 위험하다. 안경을 써서 그런가, 안경테가 만들어 내는 선과 겹쳐서 묘하게 에로한 감정선이 생겨났다.

“그쯤이면 된 거 같아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며 넘겼다.

“아무한테나 하라는 건 아니에요. 진정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쓰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다시 현재.

신 팀장은 최후의 수단을 나에게 쓰고 있다. 분명 거절할 것을 알면서도 나한테 이러고 있다. 심지어 그때 알려 준 것보다 더 발전했다.

“쉬는 것만이라면….”

그리고 그 발전된 수법에, 나는 넘어가버렸다.

~~~

체크인을 하고 2시간제로 들어왔다. 가격은 2만원. 역시 숙박보다는 쌌다.

나무무늬 장판바닥에, 가운데에는 킹사이즈의 침대가 있다. 사람 3명은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넓은 침대였다. 그 정면에는 70인치 정도 되는 벽걸이용 TV가 있고, 한 켠에는 짐을 올려 둘 수 있는 의자와 원형 테이블이 있다.

객실의 은은한 조명과 특유한 향이 괜히 분위기를 더 에로하게 만들었다.

“후우….”

들어올 때 까지만해도 긴장 됐었는데, 막상 재킷을 벗고 침대에 누우니 긴장이 풀리며 새벽에 일찍 일어난 여파로 졸음이 몰려온다.

무게 때문에 가라앉는 침대에 따라 내 몸도 같이 가라앉아 심연 속에 빠져버릴 것 같다. 그만큼 침대는 푹신했다.

“좀 주무세요 부장님.”

“네… 그럴게요. 팀장님도 좀 쉬세요.”

“네 그럼──”

“…!”

흘러나오는 신음을 강제로 참았다. 와이셔츠 차림의 신 팀장이 가슴을 내 옆구리로 향하며, 자연스럽게 나에게 안기며 누웠다. 덕분에 의식하지 않고 있던 향수냄새라던가 여자 냄새가 나서 아랫쪽이 저절로 반응 하고 있었다.

“팀장님….”

“…….”

신 팀장이 말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아래를 보니 눈도 감고 있다. 물론 안 자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진짜 잠들었다면 이런 짓을 하지 않을 테니까.

즉, 신 팀장은 이 모든 것을 ‘잠꼬대’로 무마할 셈이다.

“…….”

신팀장의 오른손이 셔츠바람인 내 가슴에 얹힌다. 그리고 점점 손을 내리더니, 이미 반쯤 서 있던 내 바지에 걸렸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손을 움찔거렸다.

그래도 멈출 생각은 없는지, 벨트에 손을 대서 차근차근 풀기 시작했다, 남의 건 처음 풀어 보는 건지, 약간 버벅거렸다.

─철컥.

약 5분간에 사투끝에 벨트가 풀리고 바지의 버클도 풀렸다. 더워서 그런지 풀린 틈새로 농후한 냄새가 바로 올라온다.

말려야 하는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

신 팀장이 손으로 튀어나온 곳 주변을 더듬더듬 거린다. 이미 자지가 커질대로 커져버려서 팬티 밴드를 넘어 조금 튀어나온 상태라는 것을 신 팀장도 곧 눈치챘다.

손가락 두 개를 세운 다음, 팬티를 내렸다. 밴드가 고무라 그런지 내리는데 조금 오래 걸렸다.

“후으….”

신 팀장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아마 자기도 이런 건 처음 만져 보는 거겠지.

하지만 신 팀장은 멈추지 않고 자지를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 온 거야….’

확실히 서툴지만, 서툰만큼 깊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고여 있는 물을 펌프로 끌어 올리듯 정액을 끌어 올리는 것 같아 오히려 효과는 좋았다. 게다가 신 팀장이라는 것 때문에, 갭 차이가 느껴져서 더 흥분됐다.

“윽….”

최대한 참으려 했지만 역시 신음을 참을 수는 없었다. 서투른 손길은 계속해서 내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왔다갔다거렸고, 쿠퍼액도 끝에 맺히는 게 느껴졌다.

─우우우웅.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리고 신 팀장의 손길도 멈췄다. 유희의 톡이었다.

「미팅 잘 됐어?」

「응. 5시 차 타고 가.」

유희의 톡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지금 이 유혹에 져 버리면, 또 유희를 배신하는 꼴이 된다. 유희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여기서 선을 넘어버린다면 나는 그저 성욕에 굴복해버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

“역시 안 되겠어요.”

몸을 일으켜 휴지로 쿠퍼액이 새어 나온 것을 닦고, 바지를 잠궜다. 신 팀장도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죄송해요 부장님… 제멋대로….”

“팀장님은 언젠가 좋은 인연을 만날 거예요. 그 상태면 정말 금방이겠네요.”

“…흐, 흐윽……흑….”

“먼저 나갈게요.”

등 뒤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현장을 돌아볼 수 없었다.

~~~

비즈니스 호텔을 나와서 간 부산역 안에 있는 카페. 사과의 의미로 커피를 사주었다.

“돌아가서 뭐 하세요?”

“글쎄요…. 딸이랑 밥이라도 먹을 거 같네요.”

“네!?”

괜찮아진 신 팀장이 놀랐다. 뭐… 최 과장 말고는 아무한테도 말 안했으니까 모를 만도 하지. 입사 동기긴 하지만 친하지를 않았으니….

“사실 고등학교 때 사고를 쳤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결혼하고… 이혼하고… 지금은 딸이랑 잘 살고 있어요.”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모르고 저는…….”

“괜찮아요. 이젠 지난 일이고… 원래는 최 과장만 알던 사실인데, 팀장님이 두 번째네요. 제 비밀을 아는 건.”

“그런가요….”

쑥스러운 표정 속에 미소가 서린다. 그 표정을 보니 괜히 더 미안해졌다.

“저 힘낼게요.”

“네? 뭘요?”

“아시면서.”

신 팀장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인 생기면 부장님한테 가장 먼저 말씀드릴게요.”

“꼭 그러실 필요는….”

“아뇨.”

강한 어조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뭔가 변명을 해버린다면 신 팀장의 의지를 무시해버리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KTX가 오고, 부산에서의 짧은 시간이 끝났다. 오늘 일은 아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해프닝이 되겠지.

─툭.

눈을 붙이던 중 어깨의 뭔가 닿는 게 느껴졌다. 신 팀장이었다. 이번엔 미동도 없는 거 보아 정말 잠든 듯하다. 하긴, 꼭두새벽부터 이 더위 속에서 고생했으니, 피로가 말도 안 되겠지. 제대로 쉬지도 못했으니까.

내 어깨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 팀장이 깨지 않도록, 기대기 편하게 자세를 약간 바꿨다.

“쿠우…….”

새근새근대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신 팀장의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자면서 나오는 신 팀장의 미소는, 요근래 보여 준 미소중에 최고로 예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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