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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내게 집착한다-7화 (7/96)

〈 7화 〉 수현. (3) ­ Remake

* * *

“그건 컴퓨터 키면서 Delete 버튼을 누른 다음….”

건물 1층에 있는 카페. 주황색의 은은한 조명과 어두워져가는 바깥 날씨가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든다.

자리를 잡고, 수현씨의 개인용 노트북을 꺼내 오버클럭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노트북으로는 안 되는 거네요….”

“뭐… 노트북 메인보드는 거의 지원하질 않으니까요….”

오버클럭.

컴퓨터 장비에 설정 된 전류보다 전류를 좀 더 흘려보내 클럭을 올려 성능을 향상시키는 행위이다. 보통 CPU나 RAM오버클럭으로 나뉜다.

수현씨가 묻는 것은 노트북으로 오버클럭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거의 불가능하다. 지원하는 노트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혹여나 오버클럭을 성공한다고 해도 열 때문에 부품이 녹아버리는 사례가 몇몇 있다.

“감사합니다. 설명해 주셔서.”

“아뇨 뭘요. 저도 간만에 컴퓨터 얘기 좀 해서 즐거웠어요.”

학생 때는 주변에 컴퓨터 추천도 하고 내 컴퓨터도 PC방 사양보다 좋게 맞췄었는데, 졸업하다 보니 나와 비슷하게 관심 있는 친구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서도 수현씨와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 뭔가 들뜬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노트북으로 오버클럭을…?”

“아… 그게….”

아무래도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수현씨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시선을 돌렸다.

“말하기 불편하시면 말 안 하셔도 돼요.”

“아뇨. 괜찮아요. 말할게요.”

“네….”

“사실 저… 인터넷 방송하고 있거든요….”

“인터넷 방송이요?”

요즘은 직장을 다니면서 X튜브 찍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긴 했지만, 생방송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직장 생활도 힘들 텐데, 방송킬 체력은 어떤가 걱정 된다. 보통 생방송도 같이 하는 사람은 거의 전업인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야외 방송이라도 할까 해서… 이 노트북으로 방송키면 많이 끊겨서요.”

“그러셨군요. 몸은 괜찮아요? 힘들 텐데.”

“네 뭐… 평일에는 이틀 정도밖에 안 키거든요.”

“아하… 이쪽에는 왜 오신거예요? 방송 수입으로는 적당하게 버실 텐데.”

“아, 그건….”

순간 아차 싶었다. 혹시라도 일명 ‘하꼬’스트리머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가기 마련이니까.

“슬슬 미래도 생각해야돼서요. 아무래도 저는 평생 방송할 것 같진 않아서…. 미리 연습해놔야 나중에도 사회에서 어리바리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러네요.”

나름 가치관이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참견할 영역은 아니지만 이 사람들 방송 접으면 뭐 하려나같은 생각이 자꾸 머리 한 켠에서 들곤 하니….

“아, 괜찮으시면 부장님도 한 번 오실래요?”

“저요?”

“네. 기회되면 부를 게요.”

“에이. 저 같은 게 뭘─”

“아뇨.”

“…!”

수현씨가 양손으로 내 손을 감싼다. 무심코 두근거려서 살짝 뒤로 물러났지만, 아랑곳않고 나에게 몸을 더 밀착시켰다.

“부장님이면 사람들이 좋아할지 몰라요.”

“저를요…?”

“네.”

그 눈은 성공을 예감하는 사업가의 눈이었다. 뭔가 내가 돈이 될 거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좀 그렇고 다음에요.”

“감사합니다! 저녁. 사드릴게요.”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여태까지 들었던 수현씨의 목소리 중에 가장 밝았다.

~~~

수현씨가 레스토랑을 가서 거하게 사줬다. 전부 사양했지만, 이미 예약을 해 버렸다는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석했다.

‘뭔가 껄끄러워….’

가격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부담스러웠다. 물론 수현씨에게는 감사하지만, 과한 친절도 어느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법이다.

─부장님은 어떤 방송 보세요?

─아, 저 그 사람이랑 친한데. 만나게 해드릴까요?

─아, 그리고…….

계속해서 인터넷 방송에 관한 얘기. 그들만의 모르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왠지 내가 알아서는 안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사실 누구하고 누가 몰래 사귀었다거나, 아니면 편집자와 사귀었다가 헤어지면서 떠났다는 등, 방송인들에 대한 어두운 일면을 살짝은 본 거 같다.

“후우….”

수현씨 덕분에 간만에 고급 음식들을 폭식하고, 집으로 왔다. 계산할 때 연 지갑도 명품 브랜드였고, 그 속에 있는 현금 뭉치도 만만치 않았다. 어쩌면 수현씨는 진짜로 ‘돈’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위해 우리 회사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

“아빠 왔…어.”

집 현관문을 열자, 유희가 나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나에게 불만이 있는 표정으로 내 위아래를 훑어 본다.

그리고 그대로 걸어오는가 싶더니 내 몸의 냄새를 구석구석 맡았다.

“고기 냄새….”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신발장 위에 있는 탈취제를 내 온몸에 뿌렸다. 향이 세서 기침을 했다.

“켁…! 유희야…?”

“어디 갔다 왔어.”

“그게 저녁 먹고──”

“어디서.”

“레스토랑….”

“아빠가 샀어…?”

“아니, 그 사람이 사줬어.”

“그 사람 누구.”

유희가 집요하게 물어본다.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아 좋으면서도 주제가 좀 엇나갔다는 사실이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유희에게 거짓말을 할 순 없다. 딱히 찔리는 것도 없으니까.

“이번에 신입으로 온 사람이야.”

“여자야?”

“응.”

“…무슨 얘기했어?”

“그냥 컴퓨터 얘기랑… 그리고…. 방송하는 얘기려나… 그 사람 방송한다고 하더라고.”

“그래…?”

“유희도 관심 있어?”

“없어.”

“으, 응…….”

대화의 맥이 확 끊겨버려 어색해졌다. 이런 질문 같은 건 안 하는 건데… 괜히 또 친해지려다가 이상한 소리만 해대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잘 래.”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유희는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지… 자기를 억지로 키우면서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유희가 알아줬으면 했다. 난 유희가 결혼할 때까지 다른 누구도 만날 생각이 없으니까.

“…후우.”

오늘은 유희도 자위행위를 안해서 편하게 누웠다. 정확히는 내가 유희를 보는 시선이 이상해질 일이 없어서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용건이 끝나자마자 바로 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고, 비즈니스적인 관계라는 것을 확연히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유희를 나무랄 자격은 없다. 이미 한 번 버리고 자신을 거두었다는 자체가 큰 상처가 되니까.

유희와 좀 더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단 몇 초라도 더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언젠가 제대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일이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일주일 뒤.

“오셨어요 부장님.”

“아, 안녕하세요.”

오늘따라 수현씨가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아무래도 최근에 컴퓨터를 주제로 이래저래 많은 얘기를 해서 그런지 좀 친해진 것 같다.

“커피 드세요.”

“고마워요.”

내가 또 라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딱 맞는 당도의 커피를 타다 주었다. 달달하면서도 약간 쓴맛이 목을 넘어가며 졸려가는 아침을 깨워주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종이컵을 버리려 했을 때, 밑에 무언가가 써져 있었다.

「오늘 밤 시간 되세요?」

…….

이건 아마도 수현씨가 보낸 거겠지. 오늘 밤 시간이 되냐니. 뭐… 되긴 한다만. 답장을 어떻게 전해 주지?

수연씨 촉을 쳐다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신저를 보냈다.

「확인 하셨어요?」

「그냥 채팅으로 물어보지.」

「이런 거 해 보고 싶어서 ㅎㅎ」

「하여간… 아무튼 되긴 해요. 일정 비워둘게요.」

「네~」

뭐… 보나 마나 또 카페에 가서 최신 게임이나 컴퓨터 부품 얘기를 하겠지. 요즘 점심먹을 때나 같이 퇴근할 때 계속 그랬었으니까. 그래도 싫지는 않다.

그렇다고 수현씨와 교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매력적인 여성인 건 확실하지만, 유희를 위해서라도 나는 누구와도 만날 수 없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네…? 방송 출연이요?”

“네. 저번에 출연 약속 해주신 거. 잊지 않으셨죠?”

“네 그건 그런데…. 갑자기 불려가는 건 좀….”

그리고 저녁, 수현씨에게서 충격적인 부탁을 받았다. 분명 저번에 나가준다고는 약속을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하는 건 준비가 안 되어있어서 좀 껄끄럽다.

“부장님….”

“…!”

수현씨가 자기 셔츠가 풀어진 지도 모르고 내 손을 잡는다. 안 그래도 최근 계속 셔츠 안쪽이 비춰서 곤란했는데, 양손으로 내 손을 감싸며 대놓고 가슴이 닿았다.

안 그래도 도도해 보이는 인상이 이제는 섹시하게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이런걸 어떻게 거절하냐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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