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31)

저녁은 마트에서 사온 초밥과 반찬으로 대충 때웠다. 그렇게 먹으니까 설거지 할 게 없어서 편하긴 했다. 그래도 치울 게 있어서 뒷정리를 하고 있으려니 영도가 거실 TV로 게임기를 연결했다. 음향이 들리는 것에 수인이 뒤를 돌아봤다. 영도가 먼저 게임을 해보고 있었다. 그걸 보니 마냥 주방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없었다. 젖은 손을 수건에 닦은 수인은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가볍게 카레이스로 몸을 풀려 했지만 시작한지 10분도 안 돼서 도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자잘하게 부딪친 게 많아서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된다. 영도는 탄식의 한숨을 토해냈다.

"아, 죽었다."

"아쉽네요."

"같이 하자."

영도는 들고 있던 걸 수인에게 건넸다.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걸 꺼내 손을 들고는 수인을 바라봤다.

"뭐부터 할래?"

"간단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걸로."

"그러면 테니스 한 판 쳐볼까?"

"나쁘지 않지요."

수인이 나쁘지 않다 하니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영도는 당장 테니스를 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둔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리게 팔을 원을 그리면서 몸을 푼다. 그런 수인의 모습에 영도도 팔을 휙휙 돌렸다. 일단 보여주기 위한 느낌이 강한 몸짓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인은 차분하게 본인 몸을 풀 따름이었다. 그 모습에서 강한 승부욕이 느껴졌다. 영도도 마찬가지였다. 수인을 생각하는 마음과 별개로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게 사내 대장부의 마음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어깨를 위, 아래로 들썩이며 강렬한 눈빛을 발사했다.

"으라차!"

"이상한 기합소리는 내지 말아요."

지적을 받은 영도는 한쪽 입술 꼬리를 위로 올렸다. 지금 수인이 이쪽을 견제하려는 걸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도는 날아오는 공 쪽으로 크게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그를 벗어나 뒤로 사라져 버렸다.

"우왓! 내가 분명히 제대로 쳤는데!"

"제대로 안 맞았네요."

담담한 대꾸에 영도는 당장 수인을 바라봤다.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요."

태연히 대답을 하고는 눈을 깜박인다. 진지한 얼굴을 하는 것 같아도 분명 저건 놀리는 얼굴이었다. 그걸 본 영도는 이를 악물었다.

"두고 보자."

이번에는 꼭 제대로 해서 이기고 말 터였다. 이긴다. 이긴다. 두 눈 가득이 그런 마음을 품은 채로 영도는 화면을 바라봤다. 승부욕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으로 나갔다. 이미 두 사람은 익숙한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쉽사리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점수가 나기 시작하고 차이가 벌려지면서 결국 영도가 이기게 되었다. 양 팔을 위로 들었다가 으쌰-하면서 아래로 내린 영도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겼다!"

"다시 해요."

이겼다 말하기가 무섭게 옆구리에서 들리는 말에 영도는 그쪽을 바라봤다. 수인이 굳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릴 마음은 없었으나 승리의 여운에 도취되어 있었던 영도는 헤죽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왜? 지니까 억울해?"

"그런 건 아니지만 다시 해요."

"그래. 다시 하지 뭐. 이번에도 내가 이겨주마."

플레이를 시작하고 영도는 기분 좋게 자세를 바로 했다.

"꼭 동생한테 이겨야겠어요? 낼 모레면 서른 될 거면서."

막 공을 치면서 하는 말에 영도의 고개가 수인 쪽으로 휙 돌아갔다.

"엇! 너 그런 식으로 인신공격 하지 말랬지?!"

순식간에 수인의 공이 영도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이없을 정도로 실점이 나버렸다. 수인은 '헤헹.'하는 표정을 지었고 영도는 울컥했다. 이건 비겁한 거였다. 시작하는 순간에 저런 말을 하면 당연히 내가 신경 쓰이잖아. 비겁한 자들에게 자비는 필요치 않는 거였다. 이번에도 이겨줄 거라며 영도는 열심히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한 번 기운 승세를 바로 잡기란 어려웠다. 살짝 점수가 나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수인이 이겨버렸다.

"예이-."

주먹을 쥐고는 보란 듯이 기뻐하는 수인과 다르게 영도는 칙칙한 얼굴이었다. 3판 1승 2패. 져버렸다. 게임이라고 해도 마음 상한다. 완전 토라진 얼굴로 서있는 영도를 본 수인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거예요."

"난 인정할 수 없어. 다른 거 하자고."

이것저것 살피던 영도는 승산이 있을 만한 게임을 발견하고는 당장 수인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볼링이다."

"하던가요."

그래봤자 내가 이길 텐데 뭘.

수인이 정말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귓가에서 목소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게임 세팅을 마친 후 영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침착하게 잘해보자. 게임이라고는 해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서 형으로서의 위엄을 세워야만 했다. 이번에는 꼭.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는 공을 잡아 앞으로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다.

수인이 스크라이크 4개 연속이 나오고 영도는 끝에 가서 도랑으로 빠져버렸다. 점수를 계산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이번에도 수인이 이기자 영도는 당장 목청을 높였다.

"다른 거 할래!"

"해요. 아까 형이 하던 카레이스 같은 건 어때요?"

"좋았어. 이번에는 이겨주지."

수인이 오기 전에 가볍게 몸을 풀었으니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이길 수 있었다. 영도는 의기양양하게 세팅을 새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볼 필요도 없었다. 수인이 1등이었다. 오늘은 게임이 안 되는 날 같은 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수인이 능숙했다. 초반에는 모든 걸 이쪽이 알려주고 가르치는 수준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배우려는 열의가 강한 수인은 귀여웠었지. 그런데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이쪽을 앞서고 있었다.

아. 옛날이여. 승리를 만끽하던 시절은 다 갔구나.

괜히 섭섭해지는 걸 느끼며 영도는 훌쩍거렸다.

"그만 할 거예요?"

"해봤자 지기만 할 텐데 뭐."

"져서 서운해요?"

영도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쪼그리고 앉아만 있었다.

말은 안 해도 전신으로 말하고 있었다. 나 삐쳤으니까 알아서 달래줘. 라고 말이다. 수민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소파 위에 올려진 게임 책자를 살펴봤다. '어떤 게임이 재미있으려나.' 그리 말하고픈 모습이었다. 그렇게 두어번 책자를 뒤척이던 수인은 재차 영도를 흘깃 봤다. 수인을 올려다보고 있던 영도는 눈이 마주치자 당장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보고 있지 않았다는 듯 딴청을 피우지만 이미 수인은 다 봐버린 투였다.

그래. 먼저 달래주라는 말이지.

정말 이런 사람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스타 원혁인가 싶었다. 지금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믿을까 싶었다. 수인은 영도의 옆으로 가선 그의 어깨에 팔을 척하니 올렸다. 영도는 보란 듯이 고개를 더 돌려버렸다. 웃기지도 않았다.

그의 턱을 붙잡고 고개를 돌려선 빰에 입을 맞췄다. 쪼옥. 하고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진다. 입맞춤을 받은 영도의 눈빛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걸 확인한 수인의 입가로 미소가 걸렸다.

"이제 화나지 않지요?"

"고작 이런 걸로 내가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마."

"그래요? 그럼 말아요."

너무도 쌈박하게 말을 한 수인은 영도에게서 떨어졌다. 수인을 끌어안으려 했던 영도는 아예 거실에서 나가버리는 수인을 보곤 당황해 소파 위로 양 손을 올리고는 상반신을 주욱 폈다.

"어딜 가는 거야?!"

"방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만 한다. 설마하니 이쪽이 틱틱 거렸던 것 때문에 짜증이 난 건 아니겠지? 괜히 조급해진 영도는 재차 물었다.

"아직 게임 다 안 끝났는데?!"

"오늘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지낼 거예요?"

수인은 셔츠 아래쪽을 잡아 팔랑거리고 흔들었다. 그러자 허리 라인이 살짝살짝 엿보였다. 매끄럽게 빠진 허리를 보는 순간 영도는 입을 다물었다. 소파에 엎드린 채로 얼어붙은 영도를 바라보며 수인은 손가락 하나를 까닥였다.

"따라와요."

굉장하다. 저도 모르게 그리 생각을 하며 영도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는 수인의 뒤를 뽈뽈 따라갔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을 쫓아가는 진돗개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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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자꾸 서로의 체온을 찾게 되는지 모르겠다. 영도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수인은 계속해서 키스를 졸랐다. 이럴 때가 아니라면 쉽사리 보이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도는 수인의 응석이 기쁘기만 했다.

영도의 뺨을 감싼 채로 진하게 입을 맞추던 수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닿은 혀가 떨어진다. 그러고 나서 눈을 내리뜬 수인은 얼굴이 발그랗게 된 채로 영도를 내려다봤다. 아직 여운에 취한 듯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영도의 입술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너 지금 굉장히 야한 얼굴이다."

"뭐가요."

말을 해주는 대신에 수인의 입술 부근을 만져줬다. 그 손이 내려가 턱과 뺨을 감싼다. 커다란 손은 부드러웠다. 수인은 눈을 내리뜨고는 재차 영도의 위로 엎드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같은 사내이니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둘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했다.

수인의 허리에 양 손을 올리고는 천천히 쓸어내리자 움찔한다. 수인은 눈만 위로 살짝 들었다. '또 하려고?' 그런 느낌이 드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니야. 허리 아플까봐 봐주려는 것뿐이야."

"아닌 것 같은데요."

영도의 귀를 잡아 가볍게 흔들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잡는 손길에서는 장난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수인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그의 매끄러운 어깨를 깨물었다. 그러는 한편 앞으로 넘어간 그의 손이 수인의 한쪽 옆구리에 있는 화상을 입은 부분을 쓰다듬었다.

"여기는 아프지 않아?"

"아주 어렸을 때 다친 거라 아프지도 않아요."

"다쳤을 때에는 아팠겠어."

"다친 나보다 할머니가 더 놀라고 아픈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런 티도 낼 수 없었어요."

그냥 어렸을 적의 실수 같은 거였다. 모두 수인의 탓으로 인한 것. 혼나야 할 상황에서 수인이 본 것은 자신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누워있는 수인의 곁에 앉아 연신 눈물을 닦아내셨다. 그걸 본 순간 수인은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어쩌면 아주 조금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게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나 할머니 보시기에 좋은 아이인 척 하는 게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그게 안 좋다는 건 아니었다.

수인은 영도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자세가 오묘하긴 하지만 편했다. 눈이 감기는 걸 느끼며 웅얼거렸다.

"편하다. 그냥 이렇게 있고 싶은데......."

"그러지 말고 한 번 더 하자."

"피곤해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인의 몸이 옆으로 밀쳐졌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영도 아래에 깔린 수인은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봤다. 입을 다물고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에 영도의 미소가 짙어졌다.

"넌 가만히 있어. 움직이는 건 내가 할 테니까."

그렇다고 정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하려던 찰나 영도의 입술이 가슴 위로 떨어졌다.

유두를 이 사이에 끼고는 살살 돌린다. 몇 번이나 만지고 자극을 줬기 때문에 안 그래도 쓰라린 곳이었다. 그런 곳을 또 건드리는 건가 싶었던 수인은 영도의 머리 위로 한 손을 올렸다.

"그만-."

"그러면 여기가 기분 좋을까?"

내려간 영도의 손이 수인의 엉덩이 사이로 들어갔다. 그 속으로 손가락을 내리자 질척한 게 묻어났다. 성기를 받아들였던 곳 말고도 엉덩이 안쪽이 축축했다.

"우와. 완전 젖어있어."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응."

하지 말라 해도 생각을 하기 전에 이미 입 밖으로 나오게 되는 말이었다. 그런 말이 나오게 하고 못하게 하는 건 이쪽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인이 들으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당잡 역성을 낼만한 소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도는 더 깊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기다려 달라는 말에도 영도는 멈추지 않았다.

"부드러워. 그냥 넣을게."

일단은 넣고 싶었다. 수인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한 가득이었던 영도는 서두르듯이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그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이미 한 것이었다고 해도 살을 벌리고 들어오는 느낌은 여간해선 익숙해지지 않았다. 영도가 아니라 뒤에 있는 침대 머리판을 잡은 채로 수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커다란 게 끝까지 들어왔을 때에는 나직한 한숨을 토해냈다. 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뜬 수인의 이마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영도의 어깨에 턱을 올린 채로 멍하니 있으려니 영도가 허리를 끌어안는다.

"아. 좋다."

밀착이 된 상태로 허리를 슥슥 문지른다. 그러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조금 더 살을 압박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절로 인상을 쓰게 되었지만 영도가 척추를 쓸어내리듯 만지자 바로 체온이 올라갔다.

눈을 감은 수인은 헐떡거렸다.

정말 뜨거워. 그 생각을 하면서 영도가 몸을 들어 올리는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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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바로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러나 싶었더니 입을 벌리고 자서 그런 모양이었다. 집요한 누구 덕분에 새벽녘까지 해댔더니 아예 기절을 하듯이 자버린 것이다.

아직 졸음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멍청하니 정면을 응시하던 수인은 몸통을 끌어안은 단단하고 긴 팔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몸을 움직이려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워낙에 세게 끌어안고 있는 탓이었다.

허리의 통증을 무시하고 간신히 몸을 돌려 잠든 영도를 보게 된 수인은 이쪽과 마찬가지로 입을 벌리고 자는 그를 확인하고는 웃음이 나왔다. 피식-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수인은 영도의 턱 아래를 꾹 눌러줬다. 입을 다물게 된 영도는 그 촉감에 정신이 든 건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래도 아직 좀 졸리다는 듯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한 수인은 영도의 뺨을 쓰다듬었다.

"계속 자요."

"지금이 몇 시야?"

"아직 7시 밖에 안 됐어요. 오늘은 1시까지 나가면 된다면서요."

"응. 그랬지."

중얼거린 영도는 다리를 들어 수인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팔로도 부족해서 다리까지 사용해서 수인을 꼬옥 끌어안은 영도는 인상을 쓰면서 우웅-하는 소리를 냈다.

"아. 일하고 싶지 않아."

"일 좋아하는 사람이 별 말을 다 하네요."

"지금은 정말 하기 싫어.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수인의 머리에 뺨을 대고는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정말 응석 100단이었다. 8시부터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거였다면 영도가 응석을 부려도 당장 떨어뜨리고 일 나갈 준비나 하라고 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1시에 나가는 날이었다. 응석 같은 건 몇 개 더 받아들여줄 용의가 있었다. 손을 들어 영도의 허리 부근에 올린 수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지금 일어나서 씻고 아침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영도의 가슴 쪽으로 얼굴을 묻은 후, 수인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영도 특유의 체취가 맡아졌다.

기분 좋아. 그리 생각을 하며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 달콤한 불청객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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