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책상에 손을 넣었다. 종이의 모서리가 손끝에 닿았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적혀 있지 않은 하얀색 봉투가 책과 함께 끄집어져 나온다.
봉투를 뜯었다.
Dear. George
서두에 적힌 문구를 본 소년의 눈가에 조소가 스친다. 소년은 편지 내용을 읽지도 않고 그대로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교실을 나섰다.
빈 복도를 걸을 때마다 발소리가 소년의 뒤를 바짝 따랐다. 열린 창 사이로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애들의 고함이 꿈결처럼 멀리 들렸다.
“조지현.”
지척에서 들리는 단단한 음성에 소년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역광에 드러난 어깨에 먼저 시선이 갔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편지 읽었어?”
소년은 무심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소년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읽지도 않고 구겨서 버린 편지가 떠올랐다.
“왜.”
물음이 돌아왔다. 책망하는 투도, 위협하는 투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그저 궁금해 하는 얼굴이다.
“그냥…….”
소년은 입술을 물었다 놓는다. 하얀 뺨이 붉게 물들었다. 거친 남학교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외모 때문에 짓궂은 녀석들은 걸핏하면 소년을 놀려댔다. 소년의 별명은 조지(George)였다. 조지현이란 이름 탓이었다. 녀석들은 걸핏하면 오오, 조지, 내 마음을 받아주오, 하며 음악실에서 엉망으로 피아노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모두 시답잖은 장난이었다.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행운의 편지가 번지기 시작했다. 소년도 편지를 몇 통 받았다. 편지는 항상 Dear. George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편지의 서두를 본 순간, 소년은 그 모든 내용을 읽을 가치조자 없는 장난으로 치부했다.
“……, 죄송합니다.”
소년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안다. 두려움이 앞섰다.
“괜찮아. 상관없어.”
순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소문과는 다른 태도였다.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상대와 눈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