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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화 〉봄개학 (201/201)



〈 201화 〉봄개학
김하늘이 신재희를 업은채 내 앞을 걷고 있었다.

김하늘한테 했던 개드립이 떠올라 그것도 걱정됐다.


'남매끼리 키스한다니... 내가 생각해도 개소리 같은데. 그 말을 믿었을까.'


저번달에 들었던 신재희의 말이 떠올랐다. 엄지혜는 남매끼리, 부모자식까지 혀놓고 키스한다고 했다. 그런 가족이 실존하는  같긴 한데...


김하늘은 우리 세 남매와 평생 인연을 이어온 아이였다.


'그런 낌새도 없었는데 갑자기 남매끼리 키스한다고 그러면... 믿을까? 음, 그러려니 하고 믿겠네.'


안 믿으면 자기가 뭐 어쩔건데.

김하늘이 폭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기미정 때문에 속이 쓰려왔다. 여기서 김하늘까지 폭주하면 그때는 진짜 노답이었다.

기미정에게 맞은 부위가 욱씬거렸다.

'기미정, 확 죽어버렸으면.'

"기미정, 오늘 죽을 운명이야."

장군님의 말에 나는 흠칫했다.


'...장난이죠?'

장군님의 말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정말이야. 10분 뒤에 뒤통수가 깨져 뇌진탕이 올 거다. 그리고 죽겠지. 내가 보여줬지? 그 원룸 방에 가득 했던 일진들 말이야. 그 애들의 짓이란다."

그녀의 예언에 난 발걸음을 멈췄다.

김하늘은 저 앞까지 갔다가, 내가 뒤따라오는 걸음소리가 없음을 눈치채고 뒤돌아봤다.


"재준아?"
"나 잊어버린 물건 있어서. 찾으러갈게."
"뭔데? 같이 가자."
"넌 재희나 챙겨."
"야, 밤인데 남자 혼자..."
"시내잖아. 어차피 사람도 많아. 갔다 온다."


나는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기미정이 죽는 게 낫지 않아? 그리고 너도 바랐잖아. 차라리 기미정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죽는 건 싫다고요.'

기미정은 시발년이었다. 죽어 마땅했다. 내 인생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한 장애물...

당한 게 있으니 밉고, 원망스럽고, 좆 같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을 거라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 말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귀에 갖다댔다.

"걔 어디로 갔어요?"


다른 이와 통화하는 척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행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내공원."

나는 '시내공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신재준'은 몇  가봤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신재준'의 기억을 더듬었다. '시내공원'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재준아, 걔를 살리면 네가 지키고 싶어했던 '균형'은 무너지고 말 거란다."

장군님은 너무했다.


장군님은 나로 하여금, 자꾸 못된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차라리 기미정이 죽게 된다는 걸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균형'은 지켜졌을 테니까.'라는 못된 생각.

아니다. 난 고개를 털었다.

장군님한테 고마워해야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평생 찝찝하게 살았을 터였다. 기미정은 나에게 '진짜 강간' 선사한 여자였다. 그녀와의 경험과 죽어서 사라진 그녀의 빈 자리는 평생 날 불쾌하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장군님은 그런 불쾌함을 막아준 것이었다.


"'균형' 그거 계속 지킬 수 있을 거예요."
"흐음, 가능하겠어?"
"'균형'이 무너진다는 거, 그것도 정해진 미래인가요?"
"아니, 이건 내 추측."
"그럼 제가 하기 나름이겠네요."


'기미정... 내가 이번에 구해주면 조련이 좀 되겠지...'

난 그런 기대를 품었다.


"과연  되려나?"

장군님이 옆에서 초 쳤다.


"잘 되게 해야죠."


 몸은 여전히 체력이 약했다. 좀만 달렸다고 숨이  끝까지 차올랐다.

"잘 보조해줄게."
"네?"
"몸부림 쳐보렴."
"뭐요?"


장군님은 불길한 말을 남기더니 더는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시내공원에 도착했다.


화장실 건물 앞 벤치.

기미정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뒤에선  여자가 서있었다.

'저 또라이 새끼. 영화 찍나?'


두 여자가 기미정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는 걸 보면, 기미정의 적이 분명했다.

그중 한 명이 벤치 뒤에 화단에 내려놓고 있었던 갈색 야구방망이를 손에 쥐었다.


'미친...'

저걸로 기미정의 뒤통수를 갈기고, 기미정은 뒈질 운명이었던 건가.

"영화 찍냐, 병신아?"

내가 큰 목소리로 말하자 기미정이 흠칫하고 뒤돌아봤다.

"아씹!"

휘둘러지는 야구방망이. 기미정은 깁스한 손으로 막아버렸다.

뼈가 부러진 손에 충격이 가해지는 걸 보자 내가 손이 다 아팠다.

기미정은 각각 관자놀이와 턱을 갈겨, 두 여자를 기절 시켜버렸다.


"아놔... 뒤통수 까이고 뒤질 뻔했네. 킥킥..."

'너 죽을 운명이었어, 븅신아.'

나는 한심하다는 듯 기미정을 노려봤다.

"덕분에 살았다, 재준아.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왔어?"

난 숨을 헐떡이다가 심호흡을 하여 숨을 진정시킨 뒤 말했다.

"보였어..."
"보여? 뭐가? 아...  진짜 '신기'라도 있는 거냐?"
"그런... 셈이지."

장군님은 맨날 날 따라다닐 작정인 듯했다. 그녀와 거래를 통해 지금처럼 초자연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거의 '신기'가 있는 거라고 얘기할만 했다.


'아, 맞다.'

나는 순간의 깨달음에 희망을 느꼈다.

장군님은 관음증이 있었다. 내가 여러 여자들에게 따먹히는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겼다.

맨날  섹스파트너가 똑같은  실증낼 것이리라.  얘기는 즉, 내가 어디 한 곳에 감금될 리는 없을 거란 얘기였다.


결국 '균형'이 무너져서 상황이 막장으로 치닫는다고 한들, 난 장군님의 서포트로 통해 '감금' 만큼은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최소한의 보험은 마련되어있는 듯해,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기미정도 이번에 내가 구해주러 왔으니까, 날 좀 더  대해주겠지.'


기미정이 정상인이라면 말이다.


"재준아, 고마워. 날 위해 이렇게까지 달려와줬구나?"
"그렇지..."
"이리 와 봐."
"나 그냥 집에 갈게."
"와 봐."

그런데 아쉽게도 기미정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구해줬는데도 기미정은 내 위에서 명령을 내렸다. 그 말투 자체는 사근사근했지만,  강제하려는 뉘앙스가 있었다.


"나는 그냥..."
"아, 시발. 좋은 말로 할 때 와. 내가 너 따먹은  딴년들한테 알려지는 거 싫지? 싫으면 오라고."
"..."


지금  번 저 위협에 당해주면, 기미정은 계속 저 위협카드를 써먹을  같았다. 그래서 튕기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의 망설이 있었다. 기미정은 나로부터 그 망설임을 포착했다.

"망설이네? 역시 알려지기 싫은가봐?"
"..."
"안 알릴 테니까, 우리 재준이. 누나 좀 듣자, 응?"

난 이를 깨물었다.

몸이 오싹오싹하니 달아올랐다.

기미정은 싫어하는데도, 그 싫어하는 여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에... 느끼고 있었다.

내가 홀린 듯 다가가자, 기미정은 의외로 내 몸을 터치하지 않았다.


엎어져있는 여자 하나를 향해 턱짓하더니 명령했다.


"저년 저거, 칼 들고 다니는 허세 쩌는 년이야. 뒤져서  찾아봐."
"칼로 뭐하게?"
"씁. 말 많네. 넌 내 명령에 따르기만 해. 아니면 맞아야 학습되겠어?"
"..."

기미정,  시발년은 구해줘도 이 모양이었다.

괜히 구해줬다는 후회를 느꼈다. 차라리 죽어버리지.


나는 무릎을 꿇고 낯선 여자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는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걸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자의 바지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찾았다.

 나이프를 꺼내자 기미정이 피식 웃었다.


"너 남의 미래는  보면서, 네 미래는 잘 안 보이나봐?"
"뭐? 뭐하려고..."
"아닌가? 알면서도 당하는 건가? 암튼 따라와. 알려줄게."

기미정은 나로부터 나이프를 빼앗더니 공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재준아? 빨리 와."


불길했다. 날씨가 이토록 추운데도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장군님?'


장군님에게 조언을 구해보려고 해도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장군님?'

이번에도 어디선가 지켜보며, 내가 당하는 꼴을 구경하고 있을 거였다.

관음자 환자 같으니라고.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 모습이 사라졌던 기미정이었다.

그녀가 화장실문을 열더니 고개를 빼곰 내밀었다. 짜증나서 찡그린 얼굴로 윽박질렀다.


"빨리 안 와?!"

기미정은... 통제불능이었다. 구해줘도, 도와줘도, 친근함을 줘도 변하는  없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기미정은 변기칸으로 날 밀어넣었다.


'진짜'로 또 따먹히려나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는데, 기미정은 날 벗기지 않았다.

대신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프의 칼집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라이터를 켜서  나이프 날을 데우기 시작했다.

"뭘하려고..?"
"불 소독."
"아니, 칼을 소독해서  하려는 거냐니까?"
"배 까봐."
"너... 설마..."


난 반항했다. 멍든 건 들켜도 어떻게 커버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미친년이 지금 하려는  한  들킨 뒤 커버칠  없을 거였다.

하지만 기미정은 날 아프게 때려서 저항심을 꺾어버렸고, 내 배에는 'KMJ'라는 선혈의 글자가 새겨졌다.


"넌 내 꺼야. 잊지 마."


나는 순간 'XXX XX'를 했다.

"반항 좀 해봐. 응? 이젠 반항 다 끝났어?"
"구해줬잖아... 넌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러냐?"
"내가 사람이 아닌가 보지."

이 미친년은 제대로 미쳤다.

이 세계의 오석준이 된 '원래 세계의 신재준'에게 들었던 신재연이나 신재희나 신연주보다도 더 악랄했고,  괴랄했으며, 더 또라이였다.

"기미정을 죽게 만들까? 내가 직접 건드는 건 아니고... 일름보가 돼서 저승사자 부르는 거야. 그럼 얘는 그냥 심장마비와서 죽어. 이미  명이 지났으니까."


장군님이 유혹하듯 말했다.


난 거절했다.

'죽였다가 살렸다가 그게 뭐예요... 저승사자한테 일르지 마요.'

이런 미친년한테 따먹히는 것도, 세상 살며 한 번 겪을까 말까  경험일 테니 한동안 '균형'을 버텨볼 생각이었다.


아니, 어쩌면...


배가 칼로 베어지는 동안 고통보다는 쾌락을 더 느끼고, 기미정의 것이라는 선언을 들은 순간 오줌처럼 줄줄 '쿠퍼액 사정'을 해버린 걸 보면...

기미정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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