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봄개학
"야, 네 자리로 가서 앉아."
'방어 본능이 아직 살아있네.'
신재준은 기미정을 팔을 밀었다.
"아야야."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일부러 아픈 소리를 내자, 신재준이 깜짝 놀라 걱정했다.
"아파? 괜찮아?"
"나 다리 아픈데 저기로 돌아가? 그리고 추운데."
"하아... 그럼 여기 있어."
기미정은 술에 취한 척, 온기를 찾는 척 신재준의 몸에 붙였다.
신재준이 거부의 몸짓을 보이려나 기다려보니, 이 정도 스킨십은 괜찮은지 가만히 있었다.
그는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털기도 하고,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는 신재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도 했다.
그러다가 졸려운지 고개를 숙였다.
"내 어깨에 기대."
기미정은 그런 신재준의 고개를 잡아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만들었다.
"재준아, 그래도 자면 안 돼."
"으응... 안 자..."
'이 정도면 적당한 것 같은데... 킵해둔 소주는 안 써도 되겠어.'
신재준이 아직 깨어있을 때, 가지고 놀고 싶었다.
기미정은 과자를 짚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가, 조심스럽게 신재준의 무릎 위로 팔을 올렸다.
"..."
신재준은 눈을 감은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기미정은 신재준의 허벅지 안쪽을 쥐면서 흔들었다.
"재준아?"
"아, 나 안 자."
신재준은 술 때문에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되는 상태였다.
기미정이 스윽스윽 허벅지살을 더듬고 있어도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술에 취한 남학생들을 추행하는 일진녀들을 병신 같다고 늘 생각해왔다.
남자 몸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껄덕대는건지 한심했다.
'이래서 껄덕거린 거였군.'
평소라면 절대 만지지 못할 남자의 부위를 맘껏 더듬는 게 이토록 짜릿한 것이었구나, 깨달았다.
신재준이 언제 강한 반발을 보일지 모른다는 스릴감도 느껴졌다.
'자지, 만져도 되나...'
기미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손을 조심스럽게 위쪽으로 옮겨갔다.
아랫입술을 깨문다고 해서, 신재준에게 들킬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힘이 들어갔다.
'오... 시발, 죽인다...'
난생 처음으로 남자의 자지를 만졌다. 기다란 육봉의 모양이 감격하게 됐다. 만지작거리자 급격하게 부풀어오르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만지지 마..."
신재준이 기미정의 손을 붙잡아 밀어내려고 했다.
'이런... 역시 자극적이었나?'
자지는 역시 예민한 부위라 들킬 수밖에 없었나 보다.
기미정은 신재준의 손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그의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미친... 개 크잖아...'
바치를 뚫을 듯 텐트가 쳐진 자지에 기미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게 자신의 보지 속에 들어오면 자궁까지 뚫으려고 하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 말라니까..."
신재준은 거부감을 드러내며, 기미정의 손을 자꾸 밀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제대로 힘이 들어가 있지 못했다. 애초에 신재준이 제정신인 상태에서 저항하려고 했어도 기미정에게는 못 당했을 것이었다.
미는 것을 포기하고, 아프게 할 생각인지 기미정의 손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툭툭 치는 것 같을 정도의 세기여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앙탈을 떠는 것 같아 흥이 올라왔다.
기미정의 이성이 이만 멈춰야 하지 않나 신호를 보냈지만, 결국 본능에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인내심이 턱 없이 부족한 여자였다.
손이 신재준의 바지 속을 파고 들었다. 바깥 공기와는 다르게 바지 안은 후끈후끈했고, 신재준의 귀두는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지도 흥분한 주제에 튕기기는.'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명확한 범죄였다.
내일 신재준이 신고한다면 자신의 인생이 봊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미정은 신재준의 마음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 따먹은 뒤, 술김에 미쳐서 그랬던 것이라며 절을 하고 싹싹 빌면 용서해줄 것 같았다.
"안 돼... 하지 마... 미정아, 그만해..."
'쿠퍼액 흘리는 주제에.'
신재준이 좋으면서 앙탈부리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미정은 흥분하여 제정신이 아니게 됐다. 술에 취하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성욕에는 취하고 말았다.
그녀는 신재준의 입술을 덮쳤다.
입술이 맞닿은 순간, 온몸이 저리는 짜릿함을 경험했다.
신재준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키스를 피했다.
기미정은 나머지 한 손으로 신재준의 고개를 고정시키려고 했다가, 그 손이 깁스된 상태임을 깨달았다.
그의 고개를 고정하려면, 그의 자지를 그만 만져야했는데... 그건 싫었다.
'젠장.'
당장 키스는 어려웠고, 대신에 신재준의 목덜미를 빨기 시작했다.
"쭙. 쭈웁."
"윽. 이럼... 안 돼..."
신재준의 몸에서 맥박이 느껴졌다. 혀를 낼름해 핥을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하는 것 역시 느껴졌다. 식은땀에 의해 약간 짭짜름한 맛이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그의 입술 안에 혀를 집어넣지 못한 건 아쉽지만, 조금 있다가 하면 될 것이었다.
그의 바지 속에서 자지 기둥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요두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러내려와 손을 적셨다.
'당하면서 느껴? 이 걸레가.'
"제발... 하지 마..."
'정말 싫으면 더 적극적으로 벗어나려고 노력해봐.'
신재준은 기미정의 손목을 붙잡아 당기려고 했으나, 힘이 부족했다. 그러자 포기했는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어...?"
믿음을 배반 당했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모순적이게도, 이런 상황이 놀랍지도 않은 건지 신재준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미정은 그 표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의 심리 상태 따위보단 그의 육체 상태가 더 궁금했다.
그의 자지를 만지던 손을 빼서, 셔츠를 위로 들춰올렸다.
지퍼가 열려진 외투 사이로 그의 앙증맞은 배꼽과 납작한 가슴, 그리고 귀엽게 튀어나온 유두가 드러났다.
기미정은 그의 상체 피부를 게걸스럽게 핥고 빨기 시작했다.
배꼽 주위부터 시작으로. 배꼽 속을 혀로 핥고.
가슴 주위를 핥다가, 유두를 빨아 딱딱하게 세우게 만들었다.
'신재준과 신재희를 나한테 반하게 만들어? 지랄.'
원래는 두 사람을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들어, 아무리 폭행을 당해도 달아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으나...
이번에 깨닫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머리를 굴려도, 계획은 자꾸 어긋나기 마련이고, 자신은 인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신재준을 원하는 스타일대로 따먹어 버려야겠다.
...다음에 사과하면 어떻게 상황이 잘 풀리겠지. 어쩌면 신재준이 마조이고 속궁합이 좋아서, 자진하며 성노예가 되길 자진할 지도 모르고.
"저기... 딴데 가서 하면 안 될까..."
이제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힘 없는 목소리였다. 김하늘과 신재희가 있는 곳에서 당하는 건 싫어서 저러는 걸까?
기미정은 신재준의 요구가 마음에 들기도 하면서, 마음에 들었다.
김하늘이 뻗어있는 옆에서, 김하늘이 좋아하는 놈을 더럽히고 싶었다.
그렇지만 역시 제대로 즐기려면 시끄러워질 텐데... 그럼 김하늘이나 신재희가 깨어날지도 몰랐다. 그럼 방해받을 테니 별로였다.
"부축해."
신재준은 자신의 바지를 정리해 발기한 자지를 감췄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던 신재희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에야 기미정의 팔을 자신의 목에 걸고 일어났다.
일어나려고 했다.
기미정은 팔에 힘을 줘서 신재준을 넘어뜨렸다. 그는 눈앞에 깔린 과자와 마른 안주 더미 속으로 넘어져버렸다.
"아니, 부축 하나도 제대로 못 해? 병신이냐?"
기미정은 깁스한 손으로 신재준의 엉덩이를 콕콕 찔렀다.
그녀는 온몸이 오싹오싹 달아오름을 느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신재준은 한쪽 볼에 과자를 잔뜩 붙인채 고개를 들었다. 손으로 얼굴에 붙은 걸 털어냈다.
기미정은 혼자 일어나 걸었다. 간단하게 걸으면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 목발을 짚어 서고, 나머지 다른 목발로 신재준의 등을 콕콕 찔렀다.
"일어나."
"..."
신재준이 고개를 들어 기미정을 올려다봤다.
기미정은 그의 표정이 어두워서 잘 안 보여, 핸드폰 플래시로 비추었다.
술에 취해 몽롱했던 그의 두 눈이 밝은 빛을 직접 받자 꾹 감겨졌다.
그의 괴로워서 찡그린 얼굴에 아랫배가 쿵쿵 맥박을 뛰었다.
"일어나."
재차 명령하자 신재준은 비틀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가봐. '딴데'."
기미정은 더욱 그가 괴롭도록, 스스로 따먹힐 장소를 고르도록 했다.
신재준이 표정을 찡그린 채 어물쩡거리자, 기미정은 점차 짜증이 밀려왔다.
빠릿빠릿 움직이지 않는 '아랫것'의 모습에 불만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안 가? 여기서 할까?"
으름장을 놓자 신재준은 술에 꼴아 처 자고 있는 김하늘과 신재희를 번갈아봤다.
그리고 드디어 걷기 시작했다. 옷가게를 빠져나가는 발걸음이었다.
자신에게 굴복한 그 뒷 모습에, 기미정은 어질어질함을 느꼈다.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
"야."
"..."
기미정의 부름에 신재준이 뒤돌아봤다.
뭔가 잔뜩 귀찮은 상황에 처한 듯한 얼굴이었다. 절망한 얼굴 같기도 했다.
상황에 따르면 후자가 분명할 테니, 후자라고 생각했다.
"이 컵에 든 거 마셔."
기미정은 신재준 몰래 킵해둔 소주가 든 종이컵을 신발로 툭 쳤다.
"하아..."
그는 한숨을 쉬더니 무릎을 굽혀 종이컵에 손을 뻗었다.
안에 들었던 소주를 꿀꺽꿀꺽 목 뒤로 넘겼다. 그리고 비게 된 종이컵을 손아귀로 구겨서,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욕을 했다.
"시발... 하아..."
그런 반항적인 모습에 기미정은 입술을 핥았다.
'저런 반항적인 모습이 꼴리지...'
모든 걸 포기한 신재준을 괴롭히는 것보다, 반항기가 남은 신재준을 괴롭히는 게 더 재밌을 것이었다. 꼴릴 것이었고. 쾌락을 선사해줄 것이었다.
신재준은 비틀거리며 옷가게를 벗어났다. 벽을 짚으며 계단을 올랐다.
기미정은 다 잡은 사냥감을 가져가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쫓았다.
'어디까지 올라가려는 거지?'
신재준은 4층으로 올라오고도 또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옥상까지 가려나 싶었는데 5층에서 멈췄다. 동네 신문 사무실로 쓰였던 곳일까? 신재준이 '성연일보'라는 기업명 스티커가 붙은 유리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하고, 녹슨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신재준은 마치 이곳에 와본 것처럼, 신문사의 휴게실 안으로 곧 바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버려진 라꾸라꾸침대가 4대 있었다. TV나 다른 가구들도 기존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모두 빼갔는지 침대들 뿐이었다.
"꼭 이래야겠어?"
자신이 강간당하는 상황에 빠지자 술이 확 깬 것일까. 약간 혀가 꼬부러진 소리였지만, 힘이 있었다. 반항기가 들어가있었고.
기미정을 노려보는 눈에도 제법 힘이 담겨있었고.
기미정은 두 목발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렸다. 플래시를 킨 핸드폰을 이 주위를 환하게 만들만한 위치에 내려놓았다.
"어."
대답과 함께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신재준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큭...!"
그가 표정을 구겼다.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기미정은이 호흡이 가파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