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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화 〉봄개학 (183/201)



〈 183화 〉봄개학

"외견 때문에요?"
"아니."
"혹시 발랑 까져서?"
"그것도 아니다."
"특별한 영혼이라서?"
"그게 너한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호감을 갖게  결정적인 건 아니었다."
"어... 그럼 뭐죠?"
"맞춰 봐."


장군님은 뜬끔없이 그렇게 퀴즈를 내더니 일어났다.


그리고 눈 깜빡한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뭔데... 자기가 나한테 호감을 느낀 이유가 따로 있는데 맞춰보라고?'

무슨 의미일까. 그걸 알아맞추면, 계속 내 도우미가 되어준다는 거야, 뭐야?

'고민은 해봐야겠네.'

장군님이  왜 좋아하게 됐는지.


"하암... 재준아, 밥 먹을래? 아, 배고프다."


그때 방으로 들어서는 소희정이었다.


약간이지만 걸음 걸이가 불편해보였다.


소희정을 걸음 불편하게 만드는데 나름 성공했다.

"어, 배고프네."


연속된 사정하느라 배출된 정액을 신체 에너지를 소비해내 쥐어짠 건지, 허기가 심했다.

"피자 시켜먹을까?"
"시켜줄 거야?"
"응."

평소에는 가난한 신재준을 위해 김하늘이 돈을 내주는 편이었다.


소희정은 그러지 않는 편이었고.


그녀는 피자 사이트에 들어갔다. 피자 공식사이트에서 매달 1회씩 주는 30% 할인 쿠폰을 쓰지 않으면,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 이 놈들은 쿠폰 할인을 감안해서 가격을 책정한 게 틀림없었다.


30% 할인을 하고, 사이즈를 레귤러로 줄였는데도, 치킨 한 마리 값이었다.


소희정은 레귤러가 아닌 라지로 시켰다.


그녀는 배송 메모에다가 집으로 올라오는 방법을 적어주었다.

"매번 그렇게 적어?"
"응, 이러지 않으면 돌계단 쪽으로 올라왔다가 지랄하는 년들이 많아서."
"지랄할만 하지, 흐흫... 아, 얼마야? 반띵해서 토스로 보내줄게."
"됐어, 내가 사줄게. 돈은 아버지한테 말하면 돌려받아."

돈 굳으면 나야 좋지.


나와 소희정은 그 뒤로 잠깐 침묵이 깔렸다.


"재준아, 심심하면 컴퓨터할래?"
"아,  핸드폰 갖고 놀면 돼."
"그래?"

나는 그녀의 침대 위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소희정은 컴퓨터로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아..."

소희정이 웹툰을 보다 말고 화장실로 갔다.


 귓가로 장군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정액 새어나와서 저래."


자궁이 가득 차도록 싸갈겼으니 새어나올만 했다.

"재준아, 기뻐해라."
"네?"
"오늘 저녁에 만날 기미정 말이야. 널 따먹을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차 있거든."
"아..."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기미정도 나한테 빠져버렸었군.


그러나 난 곧 좌절을 느꼈다. 따먹히면 위험했다. 위험해, 너무 위험해.

'그냥 오늘 기미정네 가지 말까? 아니, 그건 좀 아닌가. 기미정의 아버님이 고생해서 저녁 만드실 건데 불참하면 죄송하니.'


그래, 오늘 마지막으로 기미정네 집에 가고, 더 이상 기미정과는 관계 갖지 않기로 해야 겠다.

화장실 변기의  내려가는 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화장실 열고 나와 방에 돌아온 소희정.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그녀에게 미소를 만들어주었다.


"맞다, 재준아. 너 학교에서도 또  상태되면 어떻게 하지...?"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한 건지,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그럼 일단 인적드문 곳에 가서 너한테 연락줄게. 아, 오늘 일 절대로 하늘이랑 예성이한테 말하지 마, 알았지?"
"당연히 안 말하지..."
"실수로라도 말하면  돼."

난 간절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절대로. 안 말할게. 내가 말하면 사람이 아니다."
"

'하아... 희정이는 일단 안심해도 되겠지?'


소희정이 갑자기 급발진해서  따먹었음을 밝힐 리는 없을 거 같았다.

소희정한테 따먹힌 이후, 따먹힌 걸 약간 후회했다. 나중에 균형 지키기 힘들까봐.

그래도 그녀의 다짐을 들으니 안도되면서 속이 후련해졌다.


각자 폰과 PC를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 소희정은 웹툰 보다 말고 롤을 켰다.

30분 정도 지나자 피자가 도착했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소희정은 날 돌아보지 못하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부탁했다.

"계산됐으니깐 받아줄 수 있어? 현관문은 잠겨있을 텐데, 문고리 내리면 그냥 열려. 미안, 나 랭겜이라."


'내 편의보다 게임이라고? 좀 실망이다, 희정아.'


최아란이었다면, 어? 당장 랭겜 때려치우고 자기가 나섰을 것인데.


"아, 응."

나는 그녀와 섹스하는 재미도 보긴 했으니, 피자를 받아주기로 했다. 침대에서 내려왔다.


집에 현관문이 앞과 뒤, 두 개 있다보니 인터폰도 두 개였다.


인터폰의 화면을 보니 피자 로고가 박힌 라이더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자가 보였다.


앳된 외모인 것을 보니, 어쩌면 고등학생일지도 모르겠다.


소희정이 말한대로 잠겨있던 현관문 문고리를 내리자, 잠금이 풀렸다.


"안녕하세요."
"..."


내가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그녀는 말을 씹었다.


배달원에게 인사 씹힘을 받을 때마다,  인성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나 그냥 배달원한테 인사 먼저 안 할래. 배달원이 먼저 해오면 인사할 거야.


나는 그녀에게 피자와 콜라를 받았다.

"저기요."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네?"
"이것 좀 볼래요?"

인사성 없었던 배달원이 대뜸 외투의 지퍼를 내렸다.  안에는 긴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셔츠의 밑단을 잡아서 들춰서 브래지어에 감싸인 유방을 노출시켰다. 브래지어 역시 들어올려 아담한 사이즈의 유방을 자랑했다.

난 이게 웬 횡재냐, 싶다가도 이게 뭔 미친 상황인가 싶었다.

'장군님...?'

이런 상황을 만들어낼 만한 작자는 그 여자 뿐이었다.

"킥킥."

내가 속으로 묻자 배달원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눈을 깜빡인 순간, 배달원의 모습이 사라져있었다. 그녀에게 받았던 피자와 콜라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나는 현관문을 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런 장난 좀 치지 마요. 혼란스러우니까."

장군님에게 홀리면 현실과 헛 것이 구분이 안 됐다. 이런 장난을 계속 당하다보면 정신이 나가버릴지도 모르겠다.


장군님으로부터 뭐라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맨손으로 소희정의 방으로 돌아갔다.

 한타에서 이기고, 타워를 부수고 있던 소희정이 물었다.

"피자 왔어?"
"아니, 장군님이 장난친 거였어."
"아... 너도 당했구나. 원래 장난기가 많으셔."
"너 이런 장난을 평생 당해온 거야?"

장군님, 너무하신데...

"나는 신기가 있잖아. 그래서 장난인지 아닌지 구분돼서... 재준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 내가 장군님 대신 사과할게."
"괜찮아."


장군님의 성격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장난기가 많고, 남자를 밝혔다. 특히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나는 다시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아, 설마. 장군님, 날 좋아하는 이유가 '엿볼 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맞췄네. 정답."

난 한숨이 튀어나올 뻔했다. 겨우 그런 이유였나.


오랫동안 귀신 상태로 세월을 보낸 장군님일 거였다.  평생 동안 나처럼 특이한 놈은 처음 보는 것일 테고, 지켜보는 맛이 있긴 할 거 같았다.


'맞췄는데, 뭐 상품은 없어요?'


"원하는 여자 1명에게 따먹히게 해줄까? 안전하게 보호해줄게."

'음? 진짜로요? 기간은요?'


"내가  지켜볼 때까지."

그럼 '상품'이라고 하지 말지. 그런 시간한정 보호는 있으나 마나였다.

'영원히 절 지켜줄 생각은 없으시고요?'

"응, 없어."

대답이  같았다.

'그렇다면... 장군님의 보호 하에 있을 때... 뭔가 나중에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를 써놔야겠는데.'


장군님의 조력이 있다면 갖가지 위험한 시도도 과감하게  수 있을 거였다.


'도와주실 거죠?'

"후후... 보는 재미가 있다면."

그래, 그런 도움이면 있으면 좋지...


'나 여태껏 너무 안일했어. 언젠가 균형이 무너지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지.'


여태껏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고 있던 균형이었다. 바람이 세게 불든, 다리가 미끄러지든, 힘이 풀리든 쉽게 무너졌을 균형.


잠깐 착각에 빠져 영구 보호기능이 생겨난 줄 알아, 안도하고 있었다.

이제야 그게 착각인줄 알았으니, 이제 다시 긴장을 갖고서 활동할 때였다.


'일단 희정이. 희정이는 괜찮겠지. 다른 여자들처럼 내가 꼬신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나서 어쩔  없이 몸을 섞었던 거니까.'


그리고 소희정에게  외도를 들켜도, 그녀는 내게 크게 할 말 없을 거였다.


'신재연... 신재희와 나와 같은 지붕에 살고 있다 보니까 가장 불안해. 일단은... 나와 신재희의 관계를 먼저 받아들이게 해볼까?'

집안에 도사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균형을 굳건히 만들어 놓고 싶었다.

신재희는 내가 신재연과 몸을 섞고 있어도 오케이인 상태라서, 신재연만 오케이 시키면 됐다.


'음, 신재희한테 '악마'라고 생각되는 신재연인데... 내가 신재희와 떡치는 관계라고 하면 폭주하려나? 근데 높은 확률로 폭주 안 할 지도...'

'그 녀석'에게 듣기를 원래 세계에서, 신재연과 신재희는 함께 신재준을 공유했던 사이였다고 들었다.


서로 누가 먼저 '진한  정액'을 받을지 싸우긴 했는데, 그것만 빼면 신재준의 감금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평생 합심해서 활동한 콤비.

그렇게 궁합이 잘맞는 거 보면, 이 세계에서도 사이좋게 날 공유하려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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