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봄개학
소희정은 서두르자고 했다.
내가 자기 집으로 빨리 가야 하는 이유로 똥이 마렵다는 것으로 핑계 삼았다.
그런 소희정이 귀여웠다.
빌라와 빌라로 사이로 보이는 여우계단 같은 느낌의 돌계단이 보였다.
소희정은 높은 언덕길을 두 칸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쭉한 다리가 쭉쭉 등산해 오르는데 난 따라잡기 힘들었다.
소희정의 치마 속을 밑에서 구경하며, 힘내서 뒤쫓아 올랐지만 결국 힘이 떨어지게 됐다.
"희정아, 잠깐만. 하아... 하아..."
내가 계단에 멈춰서 쉬자 소희정이 날 격려했다.
"조금만 더 힘내자, 응? 거의 다 왔어."
그러면서 나의 손을 붙잡아당겼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 와중에 억지로 계단을 오르게 되다보니 자칫 잘못했다간, 계단에 발이 걸려 자빠질 것 같았다.
"하아... 희정아, 조금만 천천히... 하아... 하아... 잠깐 쉬었다가..."
"미안해, 재준아. 장군님이 지금 상황이 급하대. 빨리 집에 도착해야 한대. 조금 힘내줘."
'장군님, 그냥 지금 발동을...'
난 쉬지 않고 빨리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마침 주위에 인적도 없고 해서. 장군님에게 신호를 보냈다.
"알았다."
순간 몸이 달아올랐다. 몸에서 생성되는 열이 피부를 간질간질하게 만들며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비아그라 따위를 먹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단전에서 힘이 용솟은 듯 뿜어지고, 자지가 돌처럼 경직됐다.
자지가 이미 한계치만큼 커졌는데도, 계속해서 피를 주입하며 커지려고 해서 뻐근해졌다.
"큰일이다. 늦었어."
"네? 큰일이요?"
소희정이 장군님의 말에 말대답했다. 여태까지 속으로 말하는 것으로 장군님과 의견을 나눴을 텐데, 지금 장군님의 말이 그만큼 경악스러웠나 보다.
'하아... 시발, 희정이 개꼴리네.'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성욕이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그다지 예쁘지 않은 여성도 미녀로 보이게 하는 그 버프.
발정 상태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안 그래도 예쁘장했던 소희정이 여신처럼 보였다. 키스하면 어떤 맛일까, 가슴은 얼마나 부드러울까, 보지에 자지를 집어넣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은... 소희정과 스킨십을 하고 싶었다.
마침 '큰일이 났다'는 핑계거리가 있으니 난 거리낌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좋다... 역시 여자 몸이 최고야...'
난 성욕에 취해서 가슴에 고개를 비비고, 그녀의 등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내 자지를 그녀의 몸에 비벼댔다. 쿠퍼액이 줄줄 세어나와 팬티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재, 재준아?"
"하아...! 하아...!"
"일단 집으로 옮겨!"
"재, 재준아! 저, 정신 차려!"
"하아..."
'아, 시발... 얼른 박고 싶다...'
장군님이 이끌어내주신 발정 상태는 최고로 기분 좋았다.
소희정이 내 몸을 안아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든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집에 빨리 들어가야 섹스를 할 수 있을 거였다. 나는 두 팔과 두 다리로 단단히 그녀에게 붙었다.
"조, 조금만 참아."
소희정이 내 허리를 붙잡고 계단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내가 자꾸 흘러내려가자, 손으로 내 엉덩이를 받쳐들었다.
난 순간 야릇한 간지러움을 느껴서 흠칫하게 됐다.
"희정이, 변태..."
"앗, 미, 미안! 그치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알아..."
엉덩이로 단단히 바쳐져 있다보니 상체의 움직임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었다.
난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대신에 그녀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
학교에서 '이마를 맞대 체온 재기'를 했을 때처럼, 나와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
소희정의 폐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따뜻한 공기가 내 코입으로 들어왔다.
"하아... 내가 왜 이러지? 이게 '큰일'이야?"
"그런가봐..."
"희정아..."
"응?"
"나 좀 빨리... 어떻게든 해줘..."
"아, 알았어. 조그만 버텨. 집에만 가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이제 곧 도착하니까 걱정마."
나는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그랬다가 고개를 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헤집고, 코를 그녀의 목에 대었다.
코로 숨을 들이키자, 소희정이 쓰는 샴푸와 바디샴푸 향이 났다.
나는 혀를 슬쩍 내밀었다. 특별한 맛은 나지 않았다. 그냥 사람의 피부를 핥은 느낌이었다. 솜털이 느껴지고, 약간 짭짤하고 그런.
그런데 소희정의 피부라는 사실이 향신료가 되어, 그녀의 목덜미가 맛있게 느껴졌다.
"쯉... 쩝..."
"윽... 재, 재준아?"
내가 무시하고 계속 목을 빨고 핥고 하자, 소희정은 더 이상 날 부르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이동할 때마다 내 몸이 들썩여졌다. 그녀의 가슴과 내 자지가 서로의 몸에 끼어서 비벼졌다.
"다, 다 왔어, 조금만 참아."
삑삑삑, 하고 디지털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났다.
"신발, 신발은... 아, 나중에 벗기자."
소희정은 현관문 안에 들어와 내 신발을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한 듯했다.
현관문을 세게 닫고,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던지며 법당 쪽으로 향했다.
그 기 눌리는 듯한 분위기의 법당에서는 거사를 치르기는 좀...
'장군님, 희정이 방에서 하고 싶은데요...'
장군님이 소희정의 진로를 변경해줬으면 해서 부탁해봤다.
"그래도 참신한 플레이지 않겠니? 누가 법당에서 섹스를 해보겠어."
장군님의 말씀이 제법 그럴 듯했다.
소희정은 날 안은채 법당의 문 가리개를 옆으로 치우며, 법당에 들어갔다.
그녀가 점을 볼 때 이용하는 상을 발로 밀어내더니, 법당 한 가운데에 날 내려놓았다.
정확히는 내려놓으려고 했다.
"재, 재준아? 놓아줘."
"하아...! 하아...!"
난 소희정을, 부드러운 여자의 몸을 놓아주기 싫었다. 부드럽고 따뜻해. 세상이 당장 멸망해도 좋았다. 이 행복을 느끼다가 인생의 결말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인생 같았다.
"정신 차리거라. 언제까지 포옹만 하고 있을 거냐."
아, 장군님의 말씀이 옳았다.
"재준아, 진정해. 일단 손에 힘풀어봐."
마침 소희정이 나를 잘 타일러서 자신을 놓게끔 만들었다.
난 그녀의 목을 감던 팔을 풀었다.
"옳지... 이제 다리도."
난 그녀의 허리를 감았던 다리를 내려놓았다.
그제야 난 방바닥에 똑바로 눕게 되었다.
'와... 근데 좀 무서운데...'
방의 벽에 쭉 걸려있는 무속화, 그 무속화의 인물들이 날 노려보고 있는 듯했다.
무속화에 그려진 인물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발정 상태가 아니었다면, 섹스에 온전히 집중이 잘 안 돼서 100% 즐길 수 없을 뻔했다.
소희정이 내 몸이 잘 누웠는지 확인하려는 건지, 내 머리부터 아래로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바지를 뚫을 듯 솟구친 내 자지에 못 박힌 듯, 고개를 멈췄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자지를 위를 가렸다.
"희정아... 보지마..."
"미, 미안...!"
내 말에 소희정은 눈을 질끔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법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법상 중앙에 위치한, 다른 무속화들보다 배로 컸던 장군님의 무속화를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장군님, 재준이를 도와주세요. 네?"
뭔가 감동하게 됐다. 방과후부터 하루 종일 날 걱정하느라 노심초사했을 소희정이었다.
내가 '발정 상태'에 접었을 때부터는 내게 큰일이 난 줄 알고 걱정했을 것이다. 그 걱정이 지금 소희정의 심각한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보상으로 기분 좋게 해줄게...'
장군님은 법상 위에 다리를 꼰채 등장했다. 조선시대 때나 입었을 법한 군복 차림이었다.
"희정아, 재준아. 잘 들어라."
소희정이 장군님의 말에 날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장군님의 말에, 나까지 장군님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을 것이라 여길 거였다.
"지금 재준이의 영혼엔 큰 문제가... 없다!"
"크, 큰 문제 뭔데요?"
"아니, 큰 문제 없다고."
"예? 그럼 지금 재준이 상태는 도대체..."
"큰 문제는 아닌데 작은 문제야. 아직은 말이지."
"아..."
나는 손을 뻗어 소희정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움찔한 소희정이었다.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손을 맞잡아주었다.
"희정아, 재준아. 잘 들어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해선, 두 사람의 교접이 필요하다."
"예...?"
소희정이 바보 같은 얼굴이 되어 되물었다.
"교접 몰라? 섹스말이야, 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