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봄개학 (176/201)



〈 176화 〉봄개학

4교시 수업, 신재준이 옆자리에 앉았다. 김하늘이 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하늘이 있었다면, 김하늘이 절대로 자리 안 바꿔줬겠지.'


김하늘은 아닌 척하면서도, 신재준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김하늘이 손가락을 다친 이유를, 장군님이 말씀해주지 않았다. 소희정은 김하늘이 또 깝치다가 다쳤겠거니 생각했다.

"옆에 자는 애들 좀 깨워. 자, 좀만 버티자. 지금 시간만 끝나면  가잖아."

신재준 짝이 되었을 때부터, 장군님의 장난이 시작됐다.


지금 소희정의 눈에는 신재준의 모습이 알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신재준이 미치지 않고서야 교실에서 나체쇼를 벌일 리 없었다. 장군님의 장난이라고 확신한 다음에는, 절대로 신재준의 알몸은 봐선  된다고 생각해 그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아, 이러지 좀 마시라고요...'

"왜? 재준이는 알아채지 못해. 그냥 실컷 봐."

'이러시면 안 돼요...'

소희정은 그렇게 의지를 표현하면서도, 자꾸만 신재준의 핑크색 유두를 시야 사이드로 훔쳐보려고 했다.

이성적으로는 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정신줄이 슬쩍슬쩍 끊어지며 정신을 차려보면 신재준의 상체를 시야 사이드로 살피려고 있었다.

물론, 시야 사이드는 시야 중앙보다 흐릿했다. 그래서 제대로 신재준의 유두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감칫맛만 돋게 만들었다.


게다가 책상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자지를 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지우개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슬쩍 책상 밑으로 고개를 숙여볼까, 하는 음침한 생각이 자꾸만 들끓었다.


"재준이와 섹스하는 꿈을 꾸게 해줄 때도 안 받아먹더니. 이번에도 안 받아먹을 거야?"


'이런 건 나쁘다고요...'

"너랑 재준이가 이어질 것 같아? 재준이는 다른 여자랑 사귀고, 결혼하고, 자식도 기르겠지. 나중에 그런 재준이를 보면서, '아. 그때 장군님이 보여주시려고 했던 재준이의 알몸  걸' 이러면서 후회할래?"


'차라리... 그게 나아요.'

소희정은 이런 비겁한 방법으로 신재준의 상체 나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소희정은 최대한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재준이 책상 가운데에 공책을 두고서, 신재준이 필담을 시작했다...


[아침조회 시작되기 전에, 나보고 너희집에 오라고 했잖아? 왜?]

소희정은 공책을 향해 고개를 틀 때마다, 제법 뚜렷한 상으로 신재준의 상체 나신을 보게 됐다.

"그냥 대놓고 보지, 에휴. 재준이한테는 오지 않으면 큰일 날 거라고 그래."


[오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들었어]
[내가???]
[ㅇㅇ]
[언제까지 가야 돼?]

"가능한 빨리."


소희정은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적었다.


[가능한 빨리?]

'그런데 장군님... 재준이한테 이상한 장난 안 치시죠...? 재준이는 일반인이라 귀신 무서워할 거란 말이에요.'

"오히려 도와주고 있는데? 재준이가 나한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데."

'도와주시다뇨?  도와주시는...'

"있어, 그런 게."


[오래 걸려? 가서 뭐하는데?]

"별로 오래 안 걸려."

[글쎄... 나도 잘... 근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 하시네]
[그래? 근데 너, 왜 처음에 안 말하려고 했어?]

'그야... 오늘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좋겠네, 우리 희정이. 부모님 없을  남자애를 집에 부르고."


'하아...'


소희정은 신재준에게 감히 집에 오라고 할 수 없었던 첫번째 이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유도 제대로 대답 못하는데, 너한테  오라고 하기 뭐해서... 네가 우리집에서 이상한 현상을 겪기도 했고]

그래서 두번째 이유를 둘러댔다.


[나 너희 집 안 가면 나한테 큰일 난다며]
[그렇긴 한데...]
[나한테 큰일 났으면 좋겠어?]
[아니;;]
[ㅎㅎ 농담이고. ㅇㅋ 갈게]

"킥킥, 재준이가 우리 희정이 가지고 노네."


소희정은 속으로 다시   한숨을 내쉬고 손을 움직였다.


[ㅇㅋ]


신재준이 책상과 책상 사이에 걸쳐두었던 공책을 도로 가져가더니, 필담한 것을 지우개로 지웠다. 더 이상 필담은 없을 거란 걸 깨닫게 됐다.

'필담하는 거... 재밌던데.'


"희정아, 아까 꿈에서처럼 재준이가 네 책상 위에 앉게 해줄까?"

꿈에서처럼...? 꿈에서처럼 이라면, 의자에 앉아있는 소희정 앞에, 신재준이 다리를 벌린 채 책상 위에 앉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작은 키의 신체에 달려있는 미친 듯한 크기의 자지가 생으로 보이게 될 것이었다.


신재준의 생자지를 본 적은 없지만, 몇  동안 친구로 지내오며 바지 겉으로 드러나는 자지 크기를 엿보게  적이 많았다.

꿀꺽.


'하, 하지 마요.'

"흐즈 므으~ 어? 재준이가 너한테 반했나보다. 계속  옆얼굴 쳐다보는데?"

 그래도 아까부터 볼이 따가웠다. 어째서 신재준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까?


생긴 게 신기해서 그런가...

'혹시 내 눈썹?'


눈썹이 짙긴 했다.


"헐. 큰일났어. 재준이 좀 봐봐!"


'예???'

갑작스러운 장군님의 오버스러움에 소희정은 결국 고개를 돌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의 신재준은 평범하게 교복을 입은 상태로 보였다.


근데 책상 위에 엎드린 신재준이 빤히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고 있었다. 신재준의 두 눈과 마주치자 소희정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낯선 남자의 얼굴... 도대체 뭐야?'


지금의 신재준 얼굴은 다른 남자의 얼굴과 겹쳐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신재준에게 발생한 건지, 아버지나 장군님은 알려주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고집스러운 눈매를 지닌 준수한 외모의 남자.


소희정은 그 얼굴을 좋아하고 있었다...

신재준이 누워서 잠깐 낮잠을 잤던 자신의 침대 위. 소희정은 그 침대에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위를 하려고 한 적 있었다.


근데 자기혐오가 들어서 자위를 멈추게 됐다.

'나는... 신재준을 좋아하는  아니야... 이 얼굴을 좋아하는 거지. 난 쓰레기야.'

사람의 얼굴만 보고 사랑에 빠지고, 발정하고.

소희정은 마음이 없는데도 나누는 사랑은, 추잡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얼굴만 보고 사귀는 애들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그러고 있었다.

신재준이 아까 필담을 나눴던 공책에 뭔가를 적어서 내밀었다.

소희정은 눈으로 읽었다.

[이제야 여길 보네]

그리고 다시 신재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배시시, 하고 다른 남자의 얼굴을 한 신재준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순간, 그의 미소를 자신 혼자만 보고 싶다는 독점욕이 생겨났다.


4교시가 끝나고, 종례도 끝났다. 나예성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하더니 먼저 교실을 박차고 떠나갔다.

'장군님이 한 거예요?'

"모르겠는데~?"

장난스럽게 부정하는 걸 보니 분명 장군님 짓이었다. 저번에 신재준을 집에 데려가려고 할 때도, 김하늘과 소희정을 떨어뜨려버리더니...

'어? 설마 김하늘, 손 다치게 한 것도...'

"야. 날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냐. 네 친구를 다치게 할까봐?"

정색한 목소리로 말하는  보니, 정말 장군님 탓이 아닌 모양이었다.

'사고였나보네요, 네.'

"하늘이는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 받나? 톡 메시지를 안 보네. 희정아, 우리도 가볼까?"
"아, 응."


각자 가방을 챙기고 교실에서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재준이랑 단둘...'


평소 때와 다르게 신재준과 단둘이 하교하는 건,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희정아, 날 까먹은 거야?"

신재준의 옆에서  원피스를 입은 장군님이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

"아? 내가 있어서 싫냐? 자, 그럼 이제 벗겨진다.  이제 재준이가 벗은 걸로 보인다..."


'으악... 장군님, 좀 봐주세요...'

순식간이었다. 다시금 신재준이 알몸인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의 대물 자지와 고환이 출렁거렸다.


너무 커서 흉물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지로 품어보고 싶은 충동을 만들어냈다. 아찔한 충동에 머릿속이 새하얘져 계단에서 자빠질 뻔했다.

'보, 보면  돼.'

볼 거 다 봤으면서. 소희정은 뒤늦게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또 장군님이 장난치신 거야?"
"그, 글쎄."


공교로운 타이밍에, 공교로운 질문이 날아들었다.

'재, 재준이가 알아챈  아니죠?'


"어, 아니야~ 예성이가 갑자기 먼저 떠난 것이 내 장난이냐고 물어본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알몸이 보이고 있음을 신재준에게 들킨다면, 신재준이 얼마나 수치스러워하겠냐 말이다.


또한 그런 비겁한 수단으로 알몸을 훔쳐본 자신을, 신재준이 원망하기 시작할까봐 두려웠다.


계단에서 내려와 평평한 바닥에 서게 되자, 신재준은 소희정의 눈에 들어오려고 몸을 계속 기웃거렸다.


그때마다 소희정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보긴 봤다. 신재준의 귀여운 좌우 흔들림에, 대물 자지가 현란하게 흔들림을.


"저기, 희정아? 내   똑바로 보고 말해줄래??"
"어? 어..."
"너 왜 그래 갑자기?"


'계속 시선 피하는 거... 재준이가 이상하게 여길 거야. 그냥 보는 게... 낫겠다...'


소희정은 결국 알몸의 신재준과 마주했다.


'아...'

이 신성한 학교에서 전교에서 알아주는 미남인 신재준이 알몸으로 삼선슬리퍼만 신은 채 서있었다.  얼마나 파렴치한 광경인가.

보지가 벌렁거렸다. 코가 아파왔다. 금방이라도 코피가 날 것 같아, 소희정은 콧등을 찡그렸다.

"오늘 너 이상하네?"
"으음... 나 오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감기야 혹시?"

신재준이 까치발을 들더니, 자신과 소희정의 이마에 내려온 앞머리카락을 위로 들었다.

그리고 이마끼리 맞부딪치게 만들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알몸의 신재준은 둘째치고, 너무 자극적이었다.

몇cm 고개를 움직이면 키스도 할 수 있는 거리.


소희정은 코가 너무나도 아팠다.

"와. 너 이마 좀 뜨겁네. 열 있나봐. 어? 너 코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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