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봄개학
안유리는 자신의 오른손등을 매만졌다.
'신재준과 김하늘... 맨날 둘이 떡치고 있겠지... 시발.'
안유리는 어금니를 악물며, 자신의 손등을 쥐었다.
신재준과 김하늘이 붙어지낸 게, 자신이 아는 것만해도 벌써 몇 년째였다. 둘 다 혈기왕성한 나이인데 눈 맞아서 섹스를 하고, 한 번 맛본 쾌락에 중독돼 매일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발...'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고, 시기가 생겨났다.
'그년은 운이 좋아서... 시발...'
김하늘이 아니라 자신이 신재준의 '소꿉친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반대로 손가락을 빨고 있을 자가 김하늘이었을 텐데.
유방을 비롯한 몸의 몇 군데가 욱씬거렸다. 박슬기가 때린 자리가 싸운 뒤에도 아프자 짜증이 치밀었다.
'박슬기, 개같은 년... 고추놈도 아니고 여자 유방을 갈기냐.'
지금 당장은 김하늘보다 박슬기가 더 이가 갈렸다. 싸움은 자기 보다 못하는 주제에 '학원장' 완장을 차고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꼬라지가,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었다.
'차라리 기미정이 학원장했으면 이런 불만은 안 들텐데.'
기미정은 급이 다른 년이었다.
뒷세계든, 스포츠계든. 주먹 하나로 대성할 년이었다.
기미정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데 듣기론 지금 잠수탄 게, 자기 엄마한테 맞아서 라는데... 시바... 걔네 엄마는 얼마나 센 거야?'
안유리는 수업을 듣지 않고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신재준과 섹스하는 꿈을 꿨다.
그 대물자지가 자신의 질 속을 후벼팠고, 안유리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안유리는 자신이 거친 여자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는 상냥하게 구는 여자가 될 것이란 결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게임에 돌입하면 지금처럼 신재준을 마구 학대하듯 따먹겠지...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안유리는 내리찍던 허리를 멈추고 사방을 둘러봤다.
세상이 지평선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안유리는 잠에서 깼다.
'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잠에서 깬 그녀는 오랜만에 야한꿈, 그것도 신재준과 떡치는 꿈을 꾸는데 잠을 깨운 학교 종소리에 열받았다.
'쓰읍... 젖었네.'
팬티가 축축한 게 느껴졌다.
'하아... 지금 자위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근데 10분 지나면 수업이 다시 시작... 아, 큭큭. 내가 언제부터 수업을 신경 썼다고.'
안유리는 꿈속에서 겪은 신재준과의 섹스가 선명하게 기억되는 이때 자위를 하고 싶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강당 화장실로 갈까 했지만,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가 났었던 것이 떠올라 교직원 화장실로 향했다.
선생님들이 이용한다고 해서 가장 청결한 화장실이 그 화장실이었다.
교직원 화장실은 1층 교무실 옆에 있었다.
1층에 도착한 안유리는 흠칫했다.
계단에 내려와 화장실쪽을 쳐다보니, 막 머리가 긴 한 여자가 들어간 것을 보게 되었다.
'씁...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냐...'
하라는 수업은 안 듣고 자위하기 위해 수업을 땡땡이 치려는 안유리였지만, 그녀는 선생님을 힐책했다.
목적지를 바꾸기로 했다. 식당 겸 기숙사 건물로 가기로 했다.
그 건물은 이 학교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중에서 가장 깨끗한 편이었다.
기숙사 건물의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뭐에 홀린 듯 2번째 변기칸을 열었다.
'뭔가 야릇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안유리는 팬티를 벗고 그 자리에 앉아 다리를 양옆으로 벌렸다.
질척질척하게 젖은 보지를 네 손가락으로 빠르고 강하게 문질렀다.
물소리가 화장실에 울려퍼졌다.
꿈속에서 했던 신재준과의 섹스를 기억떠올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질 속에 삽입해 넣었다.
자신의 질이 손가락을 압박해 들어왔고, 안유리는 이를 악물다가 터져나오는 뜨거운 한숨을 바깥으로 내뱉었다.
"하아앙...!"
찔꺽찔꺽.
손장난 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안유리는 안그래도 반쯤 벗고 있던 가슴에 손을 대었다. 브래지어를 들춰올리고 맨유방을 주물럭거리다가,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볐다.
네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가 빼면서, 엄지로는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단단하게 발기한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자극하며 질까지 자극하니 안유리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손에 마찰된 애액은 흰색 크림이 되어서 그녀의 보지와 손에 묻어났다.
이윽고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오르가즘이 찾아왔다.
"흐아아앗...! 크흣...!"
몸이 경련하는 가운데서도 안유리는 손을 멈추지 않고 피스톤 운동을 강행했고, 그 빠른 자극에 두 번째 오르가즘, 멀티오르가즘이 선사됐다.
"하아아앗...! 후악...!"
안유리는 허리를 벌쩍 뛰었다. 변기 커버가 변기 도자기에 부딪치며 놀람의 비명을 질렀다.
벌렁이던 보지에서 애액 크림이 묻은 손을 뽑아내고, 손끝으로 작은 콩알 만한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오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회음부에 힘을 넣어 참을 수만큼 참다가... 참지 못할 것 같자 한꺼번에 터뜨렸다.
"히이익...!"
조수가 쏟아졌다. 변기물에 조수액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렸다.
"하아...! 하아...!"
안유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휘핑되어 크림이 된 애액과 그렇지 않은 투명한 애액으로 더럽혀져있었다.
휴지를 잔뜩 뜯어다가 손과 보지를 대충 닦았다.
변기에서 일어나 팬티를 입으니, 애액으로 젖었던 팬티가 찝찝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서 거울을 바라봤다. 박슬기한테 터진 입술에 딱지가 얹어져있었다.
입술을 한쪽으로 당겨보니 딱지진 상처 부위가 그러지 말라고 따끔함을 호소했다.
괜히 혀로 입술 상처를 건드려봤다가 또 느껴지는 따끔함에 미간을 찡그렸다.
'시발, 박슬기.'
수도꼭지의 잠그고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생각하게 됐다.
'신재준한테 반한 거... 식당 건물 계단에서였지.'
이곳 성연고의 식당 건물이 아니라 성연중의 식당 건물에서.
친구들과 장난 놀고 뛰어놀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크게 다칠 뻔한 자신을 받아준 게 바로 신재준이었다.
<"고, 고마...">
<"야. 조심 안 할래? 그리고 비켜.">
그는 시크하게 그렇게 말했다. 신재준의 기세에 밀려버린 안유리는 얼른 몸을 일으켜 비켰다.
'그때 처음 알았지. 남자의 몸은 물렁하구나, 하고...'
일어난 신재준은 몸을 털었다.
그때도 그는 김하늘과 함께였다.
김하늘은 신재준을 위험에 빠뜨린 안유리를 노려봤다. 마치 부모님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안유리는 처음엔 자신이 잘못했기에, 화난 김하늘의 시선에 아무 감정 없었다.
그런데 김하늘이 신재준을 쳐다볼 때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지으며,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해. 위험하게.">라고 말했다.
안유리는 그때부터 김하늘이 재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신재준에게 도움을 받은 자신이 뭐가 되는 건데.
신재준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부딪쳐 사지 중 하나가 골절됐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자신한테는 무서운 표정이었다가, 신재준 앞에서 표정이 180도 바뀌는 그 이중인격적인 자태가 께름칙하기도 했다.
'그년, 확실히 이상해. 차라리 일진인 내가 정상일 정도로 생각될 정도로.'
안유리는 김하늘을 떠올리다보니, 마치 PTSD처럼 김하늘에게 두들겨 맞고 오른손이 짓밟힌 과거가 떠올려버렸다.
"시발..."
안유리는 교실로 돌아가려다가 그냥 월담했다.
편의점에 들려서 검은색 팬티를 하나 샀다. 젖은 팬티 입고 다니기 찝찝했기에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일진들의 아지트로 쓰이는 한 일진의 원룸방에 찾아갔다.
자연스럽게 빌라 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원룸방 비밀번호도 입력해 문을 열었다.
집주인이나 다른 일진들이나 모두 없었다.
원룸방은 청소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난장판이었다. 언제 먹었는지 모를 컵라면 용기와 배달음식의 일회용용기가 바닥 한구석에 모아져있었고, 생리대의 패키지 봉지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생리대만 하면 기미정이 떠오르네. 그 미친년...'
자기 성질 더러워졌다고, 다 쓴 생리대를 벽에 붙이는 년이었다. 그것도 원룸방 벽에.
다행히 아지트가 이 원룸방으로 바뀌어서, 벽에 피칠이 되어있진 않았다.
'이대로 영원히 잠수탔으면 좋겠네.'
생리대 말고도 기미정은 아지트를 더럽게 썼다. 기미정이 없어서 지금 원룸방 상태는 깨끗한 것이었다.
근데 방에서 뭔가 꾸숩한 냄새가 났다.
'시발. 또 누가 섹스 처 했나 보네. 송정호, 또 그놈이겠지?'
송정호는 걸레놈이었다. 담배 한 갑, 아니면 그보다 더 저렴한 2000원짜리 과자 한 봉지에도 자지를 대주는 놈. 섹스에 중독된 남자였다.
'신재준이 그런 놈이 아니라 다행이야... 아닌가? 차라리 걸레였으면 나도 신재준과 실컷 섹스할 수 있었으려나...'
딴년이 걸레놈과 섹스한 냄새를 즐기는 취향은 없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들이닥쳤다.
일단 팬티를 벗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것으로 갈아입었다.
'이건... 버리기 아깝지...'
이 검은색 레이스 팬티는 남한테 보이기 위한 고오급 속옷이어서 비싼 거였다. 평소 마음에 들던 것이기도 하고.
핫딜 판매 예고가 올 때까지 존버하다가 알림문자를 받자마자 30% 세일된 가격으로 구매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팬티를 손빨래하고 물기를 쥐어짰다. 그리고 말리기 위해 건조대에 걸어뒀다.
어차피 팬티 한 장만 널어놓을 것이라 건조대의 팔다리를 벌리진 않았다.
원룸 구석에 비닐봉투가 한무더기로 뭉쳐져 보관돼있었다. 안유리는 그중 비교적 깨끗한 검은 비닐봉지를 꺼냈다. 나중에 마른 팬티를 챙길 때, 여기에 담아갈 생각이었다.
'단추 좀 달까...'
학교에서는 그다지 눈치가 안 보였지만, 역시 길거리에서까지 브래지어를 드러내는 패션은 좀... 창피했다.
남의 원룸방이지만 서랍이란 서랍을 다 뒤져보았다. 실바늘과 여분의 단추가 없다면 그냥 수선 맡길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있었다.
안유리는 재킷과 블라우스를 벗고, 상체에 브래지어만 착용한 상태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어린 두 동생의 뒷바라지를 했던 경력이 있었던 터라, 기본적인 바느질도 할 줄 알았다.
갈라진 실끝에 침을 묻혀 뭉치게 하고, 바늘구멍을 노려보며 여러 시도 끝에 바늘에 실을 꿰었다.
블라우스의 단추를 달기 시작했다. 실밥 뜯어진 흔적이 있던 자리에 달면 되니까 단추를 다는 것은 쉬웠다.
달고 나서 다시 블라우스를 걸쳐입었다.
"하암~"
'자위했더니 피곤하네...'
학교 보충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시발, 여기서 꼬숩한 냄새가 나는 거겠지.'
그녀는 책상 위에 두어진 섬유탈취 스프레이를 잡았다. 침대 위에 뿌려댔다.
베개와 시트, 이불에다가 전부. 은은한 향기가 올라왔다. 그 침대에 누웠다. 나름 푹신한 침대라 편했다.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고, 하기 싫어도 수업을 받고 있는데, 자신 만큼은 땡땡친다. 자유를 누린다... 탈선의 쾌락과 우월감 비슷한 게 느껴졌다.
잠에 빠지려는데 갑자기 의문이 불쑥 들었다.
'흐음... 그런데 박슬기, 그년은 누굴 좋아하는 거지?'
안유리는 언제부터인가 박슬기의 시선을 쫓기 시작했다.
박슬기가 바라보는 그곳에 '신재준'이 있던 적이 간간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귀엽게 생겨서 본 거겠거니 싶었지만, 요새는 자신처럼 신재준에게 반했기에 그런 듯했다.
신재준의 여동생인 신재희가 일진회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해 그냥 봐주고 넘어간 것, 오늘 쉬는 시간에 신재준에 대한 음담패설을 하자 박슬기가 빡친 것에. 박슬기가 신재준을 좋아하는 거라고 확신했었다.
'근데 아니라고? 신재준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그랬던 건데? 신재희를 건들지 말라 한 건, 얼굴도 모르는 선배가 지시해서라고 쳐도.'
안유리는 곰곰이 생각했다가 깨달은 사실에 침대를 두 손바닥으로 쳤다.
"아하! 나예성 좋아하는 거네, 박슬기 이 시발년."
박슬기가 사실 시선으로 쫓던 게 신재준이 아니라, 그의 곁에 있던 나예성이었던 듯했다.
오늘 쉬는 시간에 박슬기가 빡친 건, 자신이 한 신재준에 대한 음담패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여자애가 한 나예성에 대한 음담패설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뭐야. 괜히 날세웠네.'
연적이라고 생각돼 거슬렸던 인물이 사실 연적이 아님을 알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다가 박슬기한테 얻어맞았던 부위가 고통스럽게 욱씬거리자 이가 갈렸다.
'역시 한 번 밟아줘야겠어. 서열정리해야지,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