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봄개학
"...그 얘긴 하지 말지?"
"왜? 친구니까, 친구의 연애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녀는 비죽여 웃었다.
어제 '데이트'를 핑계를 댔던 게 실수였을까.
"하아..."
난 여태껏 가만히 있던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가느다란 허리였다. 손을 올려 그녀의 블레이저 안쪽에 넣었다. 교복 조끼 위로 거유를 주물렀다.
탄력감 넘치는, 제법 볼륨감 있는 유방이 옷 밑에서 내 손맛대로 모양을 바꿔나갔다.
"그런 거 묻지 마..."
"흐음, 알았어... 근데 그 언니한테도 이렇게 애교부리면서, 달래주고 그러냐?"
"야..."
나는 가슴이 타들어갔다.
비유가 아니라 위액이 역류해서였다.
오늘의 김하늘은 가만히 있어도 지랄, 애무해주며 타일러도 지랄이다.
나는 억울했다.
여태껏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서 행동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내 일상에 대한 위협이었다.
'최아란가의 '데이트'에 대해 캐묻는 걸 보면... 어제 많이 빡쳤었나보네. 시발, 그런데 자기 말 믿고 노콘으로 섹스해줬으면 기분 풀렸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도 이 모양인 걸 보면... 이번에 노콘 섹스 안 해줬다간, 나랑 자기가 떡치는 사이라는 거, 최아란한테 털어놓았으려나.'
김하늘이 최아란에게 우리 사이를 털어놓는다? 결과가 끔찍할 게 뻔했다.
'신재연하고 신재희 말고도... 최아란도 위험하다고...'
자신의 재력과 가문의 힘으로 날 따먹고 있는 최아란이었다. 그녀가 폭주하면?
원래 세계의 신재연과 신재희 자매가 '신재준'에게 하는 감금과 구속보다 심한 짓을 하면 더 심한 짓을 하지, 덜한 짓을 하진 않을 거였다.
"하늘아, 제발... 이러지 마."
"..."
김하늘은 말없이 내게 기대던 몸을 세우고,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음부에서 들리는 질척이는 소리와 골반끼리 부딪쳐서 나는 살 소리, 나와 김하늘의 신음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김하늘은 다리와 허리 힘만으로 허리 흔드는 게 버거워졌는지, 양쪽 변기칸 벽에 손을 대고 허리를 흔들었다.
변기칸에 벽은 고정이 헐거운 건지, 삐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김하늘의 교복 치마가 펄럭이면서, 그녀의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냈다가 감추길 반복했다.
팬티와 팬티스타킹의 밴드 자국이 살에 남은 그 엉덩이가 야했다.
섹스는 운동이 되었다. 쾌락을 갈구하다가 근육을 혹사시키게 됐다.
김하늘은 거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윽...! 하윽...!"
"하늘아... 밖에 들리겠다."
"하읍... 으응... 하으읏...!"
그녀는 내 말에 동의했는지 소리를 상당히 줄였다.
이 화장실에도 라디에이터가 작동하고 있어, 많이 춥진 않았다. 그렇다고 더운 것은 아니었는데. 김하늘의 목덜미가 땀으로 흥건했다.
여고생이 배면좌위 하기 위해 흘린 목덜미의 땀이라니. 괜히 핥아 먹고 싶어졌다...
나는 그런 흑심을 털어냈다.
'아니, 그 흑심을 털어내지 말고... 지금은 김하늘을 달래줘야할 때인가...'
나는 혹여나 방금 전과 같은 '장면'이 떠오를까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안 떴다.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힘인 건가... 아쉬웠다.
나는 그녀의 양허리를 잡고, 혀를 내밀며 고개를 내밀었다. 짜디짠 김하늘의 땀을 맛보았다.
김하늘이 간지러웠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놀란 얼굴로 뒤돌아봤다.
"자꾸 아란이 누나 언급하지 마. 알았지?"
"..."
김하늘이 대답이 없어서 나는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아, 알았으니까... 갑자기 안 하던 짓 하지 마..."
"그래?"
이젠 한시름 놓아도 되려나...
김하늘이 내 자지를 뿌리까지 뱃속에 품은채로, 허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녀의 질주름이 내 자지에 여러 각도로 긁혔다.
난 슬슬 올라온 사정감에 그녀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쌀 것 같아..."
"...후..."
"쌀 것 같다니까."
김하늘은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걸까. 허리를 들려고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까 나 안전한 날이야. 안에 싸도 돼."
"약속했잖아... 질외사정하기로."
"안전한 날이라니까?"
피임과 관련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너 정말 이럴래? 다신 섹스 안 해준다?"
"후우... 알았어."
그제야 김하늘이 엉덩이를 들었다.
내 자지는 애액으로 흥건했고, 그녀의 보지에선 애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반쯤 벗겨진 팬티와 팬티스타킹이 무릎에 걸려있었기에, 그녀는 약간 뒤뚱뒤뚱 몸을 돌아서,날 쳐다봤다. 무릎을 굽혔다.
자신의 애액으로 흥건했던 내 자지를 입으로 물고, 손으론 내 자지 기둥을 위로해주었다.
질내사정을 면한 나는 안심하고 그녀의 입에 사정했다.
"큭...!"
내가 가버리는 순간의 표정을 김하늘은 내 자지를 빨면서 지그시 지켜봤다.
그녀는 정액을 목 넘겨 삼키고 청소펠라까지 마쳤다.
김하늘은 블레이저를 벗어다가 변기칸 옷걸이에 걸었다.
"뭐야? 왜 벗어?"
"난 못 갔잖아."
"하늘아... 이미 늦었잖아. 돌아가자."
"..."
난 원하던 학교에서의 플레이도 했고, 이 이상은 정력을 아껴두고 싶었다.
"...그럼 나하고 약속해. 다음에 또 이런 시간 갖자고."
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약속하지 않아도 김하늘이 이번처럼 날 끌고 갈 것 같으니.
"...알았어."
그녀는 내 대답에 변기칸에 배치된 휴지를 잔뜩 뜯어서 일부는 나에게 주고, 일부는 자신이 가졌다.
우린 각자의 성기를 휴지로 대충이나마 닦았다.
"교실엔 어떻게 돌아가지... 따로 들어가야겠지?"
우리 둘이 함께 없어졌다가, 함께 교실에 돌아가면 눈에 띌 것이었다. 이상한 생각을 하는 애들도 나올지 몰랐다.
"너 먼저 들어가. 난 10분 있다가 들어갈게."
"응."
난 비좁은 변기칸에서 나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김하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뭐?"
"최아란, 그 여자가 그렇게 좋아?"
내가 김하늘을 신재연과 신재희과 같은 '가족'과 동급으로 아끼는 것은, 김하늘이 '신재준'과 평생을 같이 해온 친구여서 그랬다. 이란성 쌍둥이 남매 같은 친구.
심지어 김하늘의 부모님은 '신재준'의 세 남매를 많이 챙겨준 은인이기도 했고.
최아란과 김하늘을 비교하자면... 김하늘이 더 좋았다. 마음에도 들고.
하지만 여기선 최아란이 좋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최아란보다 네가 좋다고 바른대로 한다? 그러면 바로 파국이었다.
김하늘은 최아란과 헤어지라고 할 테고, 나한테 작별 선을을 들은 최아란은 폭주할 게 분명하고...
"어, 좋아해."
"알았다... 먼저 들어가."
교실 뒷문으로 조심히 들어가자 수업을 진행 중이던 여자 선생님이 물었다.
"어디 갔다와?"
"화장실요."
"그래, 앉아라."
나는 질책 받은 게 없었다.
10분 뒤에 나타난 김하늘도 나처럼 똑같이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수업 시작한지 몇 십분이나 지났는데."
"킥킥, 죄송합니다. 변비가 심해서."
"하아, 앉아라."
나보다도 늦은 김하늘은 질책을 받았다.
어쩌면 나도 질책 받았어야 했는데, 지금 수업 중인 선생님이 여자였기에, '화장실' 다녀왔다는 남학생을 질책주기 뭐해서 그냥 봐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업을 일부 땡땡이쳤으니, 수업이 엄청 짧았다고 느껴졌다.
나예성이 내 팔을 툭 치더니 교실 밖으로 턱짓했다. 맨날 쉬는 시간만 되면 엎드려서 자더니 별일이었다. 나와 김하늘이 뭘하고 왔는지 궁금해서 이러는 것일 게 분명하겠지.
나예성은 복도로 나가고도,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건물 현관을 나섰다. 2월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교정에는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는 날 벤치 하나에 앉히더니 물었다.
"김하늘한테 고백이라도 받았냐?"
"뭐? 아니."
"근데 둘이 뭘 하느라 바빴냐?"
내가 여기서 김하늘하고 따로 시간 갖고 있던 게 아니라고 하면, 나예성이 믿어줄리 없었다.
그렇다고 섹스했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얘기했어."
"그래? 흐음... 넌 고민 같은 거 없냐?"
고민이야 많았다. 너무 커서 탈이었다.
"없는데?"
그런데 그 고민들은 전부 누군가한테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오석준'의 성벽을 알고 있는 오석준에게도 내 고민을 말할 수 없었다.
'아, 딱 한 명 있긴 있네.'
이순례 장군님...
내 성벽과 고민을 전부 꿰뚫어보시는 그분...
다만 아직 대화조차 나눠본 적 없었다.
"속 편한 녀석."
"아니, 나도 하늘이가 나 좋아하는 거 알긴 하는데. 그렇지만 하늘이가 불쌍하다고 사겨줄 수는 없는 거잖아. 게다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종류의 일도 아니고. 괜히 고민하면 위액만 위로 넘어온다니까? 안 그러냐?"
"위액이 역류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렇긴 하겠지..."
"네가 나 여기로 따로 부른 건, 하늘이한테 내가 고백 받고 고민할까봐 그런 거냐?"
"어."
"걱정할 거 없어. 하늘이도 나한테 고백 안 할 테니까. 지금 나 여자친구 있잖아."
"너한테 애인있다고 해서 고백 안 하진 않을 걸? 지 마음을 도저히 못 참겠으면 고백하겠지. 세컨드로라도 받아달라고 할 지도."
"으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김하늘은 이미 세컨드 같은 존재이긴 했다.
근데 퍼스트가 되는 걸 넘보는 세컨드가 돼서 문제였다.
"하아..."
"뭔가 험담하는 것 같은데. 되도록이면 하늘이랑 단둘이 되지 말고, 둘이 술먹지도 말고. 잡아먹힐라."
"흐흫... 설마 그러려고..."
이미 따먹혔다.
"설마가 사람잡는다잖아. 남자인 네가 조심해야 돼. 여자들은 좀만 잘 해주고, 좀만 허락해주고 그러면 혼자 엄청 큰 걸 기대하니까."
나에성 딴에는 내가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소용없는 걱정이었지만.
"고맙다."
그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데 다음부터는 수업 중에 단둘이 떠나지 말고. 차라리 나랑 희정이 껴. 이상한 소문 돌라."
"그럼 너희한테 피해주잖아."
"피해? 뭔 피해? 너희들 땡땡이쳤을 때 내가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소희정도 마찬가지일걸?"
"흐흫... 그렇겠네. 그래, 다음에는 다 같이 땡땡이 치자고."
김하늘이 들으면 좋아할 소식이었다.
나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반반이었다.
김하늘하고 학교에서 플레이하는 건 좋은데, 정력 뽑힐 걸 생각하면 두려웠다.
'여난이구나, 여난...'
/ / /
안유리는 싸움의 결착이 지어지지 않자 이를 갈았다.
'내가 다 이겼는데...'
종이 울렸고, 곧 선생님이 올 것이었다. 괜히 서로 피곤하게 깜지 같은 것을 쓰지 않으려면 싸움을 멈춰야 했다.
박슬기는 태연하게 자신의 교복에 묻은 먼지를 털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질로 정돈했다.
'누가 보면 자기가 이긴 줄 알겠네. 시발년...'
볼 안쪽이 터졌다. 피가 흘러나와 쇠맛이 느껴져 침을 뱉었다.
"유리야, 너 가슴..."
친구 중 하나가 가슴께를 가리키자, 안유리는 고개를 숙여 확인했다.
단추가 뜯겨져 브래지어와 윗가슴이 드러나있었다.
"아놔, 시팔."
치마를 짧게 입어 팬티를 쉽게 드러내는 건 그녀 스스로가 원해서 하던 것이었지만.
블라우스의 단추를 열어둬 브래지어를 드러내는 건, 박슬기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안 들었다.
안유리는 뜯겨지지 않았던 가슴 윗쪽 단추도 아예 뜯어내버렸다.
활짝 열고 브래지어와 윗가슴을 드러냈다. 상당한 거유였다. 왼쪽 유방에는 점이 붙어있었다.
이번 수업 때 수업할 여자 선생님이 들어왔다.
"안유리, 뭐하냐. 자리 앉아. 근데 너 교복꼴이 왜 그래? 얼굴은 왜 그러고? 싸웠냐?"
"아, 선생님, 이것봐요. 쉬는 시간에 장난 치다가 단추 다 뜯어졌어요."
안유리는 단추가 뜯긴 실밥이 남은 블라우스를 내밀어보였다.
"에휴... 그럼 조끼라도 걸쳐라."
"넵. 아... 근데 저 조끼 안 가져와서..."
"자랑이다. 보충수업만 아니었으면 혼내는 건데. 그냥 앉아."
"넵."
선생님도 학생끼리 싸웠다고 알 텐데, 그냥 못 본 척 넘어갔다. 싸운 현장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신경쓰기 귀찮을 테니.
자리에 앉은 안유리는 주위의 남자애들이 자신의 젖가슴을 힐끔거리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큰 가슴은 여자들의 자존심이었다.
'내가 박슬기보다 더 크지. 빈유년... 근데 재준이 안 좋아한다고? 그럼 굳이 쟤랑 날세울 거 있나?'
안유리는 정작 자신이 경계하며, 날세워야할 인물이 있음을 깨달았다.
'김하늘, 그 시발년...'
일진도 아니었던데다가, 공부만 잘하는 샌님 같길래 위협을 준 적 있었다. 몇 년 된 일이었다. 중학생 때 일이니까.
안유리는 김하늘에게 신재준의 주위에서 얼쩡거리지 말라는 위협을 줬었다.
'그때 생각만하면 욱씬거리네... 시발...'
안유리는 자신의 오른손 손등을 어루만졌다.
김하늘을 위협했다가 오히려 싸움에서 패배하고, 신재준에게 다가가면 이 손등을 부러뜨리겠다는 협박을 받았었다.
오른손 손등은 아직도 김하늘의 신발이 짓누르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