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봄개학
"안 했어."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내 눈을 통해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건지, 김하늘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김하늘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이 더 크게 망가지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지금도 나 때문에 망가졌는데.
나 때문에 싸웠다가 부어오른 왼쪽 관자놀이를 보니까 마음이 아파왔다.
손을 뻗어서 멍든 부위를 매만지자, 김하늘은 아픈지 찡그리며 고개를 얼른 떼었다.
"안 했다고. 네가 처음이고, 너랑 밖에 안 했어."
"나중에는...?"
"하게 되겠지?"
"시발..."
김하늘이 골반을 아플 정도로 세게 부딪쳐왔다.
안 그래도 그녀의 철철 흐르던 애액 때문에 철퍽거리는 물소리가 크게 났었는데 더욱 심해졌다.
나는 이참에 '예방접종'을 놓아보기로 했다.
지금 유지되는 균형이 언젠간 결국 깨질 것이었다.
내가 실수하든, 누군가가 실수하든, 제3자가 개입하든.
예방접종 해두면... 그나마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의 여파가 최소화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나 아란이 누나랑 섹스하면 어떨 것 같아?"
"...몰라."
"상상해봐. 나 20살 되는 1월 1일에 아란이 누나랑 하려고."
"아, 시발!"
김하늘이 주먹을 쥐고서 허공을 때렸다. 나를 때리고 싶은데 차마 그러진 못하겠다는 듯.
"왜 욕을 해? 지금 욕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닐까?"
"야..."
김하늘은 온몸에 힘이 빠진 듯 팔과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래... 욕하고 싶은 건 너겠지."
"자꾸 물어보지마, 그런 거. 아니다. 아예 아란이 누나 얘기는 꺼내지 마. 그게 서로한테 좋을 것 같은데?"
"응..."
김하늘은 허리 운동을 반복했다.
이따금 신음을 흘리고, 두 눈을 감은채 자신의 아랫배를 더듬으며 내 자지 윤곽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걸 느꼈다.
그러다가 두 눈을 뜬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억울해서 우는 것이었다.
이글거리는 두 눈이 분노로 가득 차있었다.
'오늘 기미정한테 기절 당한 게 그토록 충격이었나...'
내가 교복을 입은 것, 내가 캠핑장에서 최아란과 찍은 사진을 보았던 것. 그것까지 시너지가 겹치면서 김하늘의 참고 있던 정신적인 장벽이 깨진 듯 보였다.
'아직 기미정 건이 잘 해결된 지도 모르겠는데... 김하늘은 하필 이때 터져서는...'
"내가..."
"..."
"내가 먼저였는데. 그랬을 텐데."
"..."
내가 빙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신재준'은 김하늘과 사귀었을 것 같다.
그리고 신재연한테 따먹히고, 신재희한테 덩달아 따먹혔겠지.
김하늘하고 결혼생활 잘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김하늘이 신혼집에 없을 때마다 신재연과 신재희가 겹치지 않게 찾아와 신재준과 몸을 섞을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나 지금에나 개판이구만.'
물론, 김하늘은 행복했을 거다. 신재준이 자신만의 남자라고만 알 테니까.
"너한테만 의지할게."
"뭐...?"
"힘든 일 생기면 의지할게. 재연이 누나나 재희가 아니라 너를."
"..."
나는 또 달콤한 말을 해줬다. 상황에 따라서 김하늘말고 다른 여자에게 의지하게 될 테지만.
이건 하얀 거짓말이었다. 김하늘에게 악의가 없고, 김하늘이 손해를 입지도 않을 거짓말. 김하늘을 위한 거짓말.
찔꺽찔꺽.
"하아... 하늘아, 나 쌀 것 같아."
내 말에 김하늘은 허리를 흔드는 속도를 최고 속도로 올렸다.
그녀의 질주름이 빠르게 내 자지를 위로했고, 나와 그녀의 골반 사이에 애액 크림이 점차 많아졌다.
"윽...!"
오르가즘과 함께 쏟자, 김하늘은 아랫배에 힘을 꽉 주며 내 자지를 꽉 조였다.
처음 김하늘은 이런 기술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 여러번 섹스하면서 스스로 깨우치게 된 기술이었다.
"재연이 언니 오기 전까지 안 뺄 거야."
김하늘이 으르렁거리며 경고했다.
신재연의 퇴근시간이 보통 오후 6시고, 최아란과 함께 차를 타고 오니 30분이면 집에 도착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4시간 동안 뽑히는 거였다.
최아란이 찾아오면 '옆집'에서 2, 3번은 뽑혀질 거고, 오늘 신재희가 안 온댔으니까, 신재연한테는 또 밤새도록 뽑힐 것이었다.
앞으로 착정될 스케쥴을 생각하니 김하늘에게 더 이상 뽑히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싫어."
"왜."
김하늘이 거부당할 줄 몰랐는지 이를 갈았다.
"하늘아, 너도 싸워서 다쳤잖아. 피곤하지 않아? 그냥 내 옆에서 자."
"왜? 최아란, 그 썅년한테 뿌려줄 정액 아껴야 되냐?"
"...아란이 누나 얘기 하지 말자니까?"
"뭐야? 사실이야? 왜 부정 안 해."
"하아.. 사실 아니야. 그냥 너 다쳤으니까, 네가 걱정돼서."
"내 걱정할 필요없어. 나 팔팔하니까. 오히려 성욕 풀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뒈질 것 같거든?"
"그럼... 너 한 번 갈 때까지만 하자. 응? 나도 기미정 때문에 정신 없어... 힘들다고..."
내가 우는 소리를 해서일까. 김하늘의 눈에 힘이 상당히 풀렸다.
"미안... 그럼 나 한 번 갈 때까지만 해줘. 부탁해."
"응."
"아악...! 흐으으읏...!"
"사랑해, 하늘아."
"씹... 하악...!"
"너 밖에 없어. 진짜."
"입 좀 다물어..."
"..."
"아, 화난 게 아니야... 너무 꼴려서, 금방 가버릴 것 같아서 그래..."
"빨리 풀어."
"한 번 밖에 못하잖아. 더 길게 하고 싶어."
"그래...?"
"아응...! 하앙...!"
"..."
"하아아...! 크읏...! 재, 재준아, 자리 체인지."
김하늘이 눕고, 내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앉았다.
애액크림 범벅이 된 대물자지를 다시 애액으로 가득찬 김하늘의 질 속에 밀어넣었다.
"아앙...! 흐으읏...!"
김하늘이 이불을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쥐었다. 성적 쾌감에 이지를 잃어가는 모습에 나도 입술이 말라져서 입술을 혀로 핥게 됐다.
그녀의 두 다리가 내 허리를 단단히 감았다. 좁아진 허리의 활동 범위 속에서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익숙해졌네...?"
"뭐가?"
"허리놀림... 처음에는 어색함 그 자체였는데."
'오석준'일 때, 섹스했던 경험이 많았다. 그때 익혀뒀던 허리 놀림을 '신재준'의 몸으로 다시 배워야했다.
근육 기억이었던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섹스할 때의 허리 놀림도 숙련이 필요했다.
동정이었던 '신재준'의 몸이 수십 차례의 섹스 끝에, 섹스 기술을 익히게 된 것이었다.
"너 때문에 이상한 거 배웠어."
"킥킥... 시발, 최아란... 너랑 떡칠 때, 분하겠지? 네 허리놀림 보고, 그 허리 놀림 할 수 있게 해준 파트너가 있을 걸 예상할 거 아니야."
"어색한 척 할 거야."
"왜? 최아란한테 동정인 척하게?"
"널 보니까 알겠던데... 여자들 동정 좋아하잖아."
"맞아. 여자들은 동정충 투성이지. 유니콘 새끼들.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앙...! 다, 다시 체위 바꾸자. 아, 가만히 있어."
김하늘이 상체를 일으켜 나와 마주 앉았다.
대면좌위 자세.
이제 허리를 흔드는 것은 내가 아니라 김하늘이었다.
김하늘이 내게 키스를 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내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김하늘의 혀.
현란한 혓놀림과 내 가슴에 눌리는 거유와 내 자지를 압착하는 보지에 나도 모르게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입술을 떼자 타액의 실선이 치즈처럼 늘었다.
"누가 낫냐?"
"뭐가..."
"최아란하고 키스하는 게 나아? 아니면 나랑 하는 게 나아."
"아... 그딴 비교질 좀 하지 말라고."
"어서, 말해."
"...너랑 하는 게 좋아."
경험의 차이였다. 김하늘이나 최아란이나 둘 다 내가 첫 키스 상대였다. 그리고 김하늘이 최아란보다 키스를 많이 했다.
그래서 김하늘이 좀 더 능숙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간절함의 차이랄까. 최아란에게 있어서 나는 이미 다 잡은 물고기나 다름없었고, 김하늘에게 있어서 나는 너무나 잡고 싶은 모비딕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더욱 애절하게 키스해왔다.
"킥킥... 그 말, 최아란한테 전달해주고 싶다."
"하지 마..."
"부탁해 봐."
"뭐?"
"내 입술에 뽀뽀하고 부탁하면 안 말할게."
아, 위액이 역류해온다.
"야, 시발... 장난이라도 그렇게 협박하지 말라고..."
지금은 장난이겠지만, 이러다가 '진심'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김하늘이 '내가 재준이와 이런 관계인 거 말하면, 나는 재준이 곁에 남겠지만 최아란은 재준이를 버리겠지?'하고 생각해 그걸 행동으로 옮길 결심을 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컸다.
최아란도 나한테 빠져있는 걸 보면, 김하늘이 내 섹스파트너라는 사실에 날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최아란은 더욱 흉폭해질 게 뻔했다.
그리고 그 흉폭함은 신재연, 신재희한테도 영향을 끼칠 테고.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오던 균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염려가 컸다.
'울까.'
오랜만에 '신재준'이 부모님한테 버려졌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 기억에 첨부되었던 '감정'이 내 감정이 입혀졌다.
내가 눈물을 흘리자 김하늘이 깜짝 놀랐다.
"미, 미안... 안 그럴게..."
"흐흑... 다신 그러지 마."
"아, 알았어..."
"후우..."
난 김하늘 때문에 화났다는 듯 한숨을 대놓고 쉬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기 뭐했는지 날 바짝 끌어안으며, 내 어깨에 턱을 올렸다.
그리고 골반은 빠르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김하늘이 가버릴 것 같은 징조를 보이자 나의 사정감도 빠르게 치솟았다.
"흐읏...! 하아아악! 히이잇...!"
"큭!"
부들부들 경련하는 질 속에서 사정했다.
김하늘은 후희 속에서 내 두 볼을 잡아 입맞춤을 했다.
그녀가 내 어깨를 짚은 채 일어났다.
"크읏...!"
김하늘은 신음하며 보지를 뽑아냈다. 내 눈앞으로는 애액을 후두둑 떨어뜨리는 보지가 보였다.
그녀는 바로 바짝 엎드렸다.
두 번 사정한 정액이 담긴 콘돔을 뽑아다가, 자신의 입에 정액을 흘려보냈다.
신재연이나 김하늘이나 최아란 모두 콘돔에 담긴 정액을 맛보는 걸 즐겼다.
호기심에 콘돔을 핥아본 적 있었다. 고무맛과 기름향이 장난아니던데, 그게 섞인 정액을 맛있게 먹는 여자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정수린은 콘돔에 담긴 것까진 먹지 않았고 청소 펠라는 꼭 했다.
신재희는... 걔랑 할 때는 콘돔을 써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콘돔에 담겼던 정액을 다 마신 김하늘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내 자지를 청소 펠라하기 시작했다.
/ / /
기미정은 자신의 어머니를 때렸다. 후레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아, 뒈질 뻔했네."
그런데 기미정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서였다.
캄캄한 밤. 어둠 속에선 잘 안 보였지만, 그녀가 가로등 아래를 걸을 때면 그녀의 교복이 온통 먼지투성이임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어머니한테 얻어맞았고, 마지막까지 어머니의 말에 반항을 하자 끝내 그녀의 어머니는 연장을 들었다.
몽키스패너. 그것으로 자신의 두개골을 깨부술 것 같은 모습에 기미정은 어머니를 때리고 정비소에서 도망쳐나왔다.
'시이발... 그걸 다 일러바쳐?'
기미정의 어머니는 일진회를 관뒀다고 알고 있었다.
중학생 때, 기미정이 폭행했던 피해자들에게 어머니가 무릎 꿇고 빌었고, 그 모습이 기미정은 '수치스러워서' 일진회를 관뒀다. 죄송한 마음이 든 게 아니라.
그러나 그녀는 일진회에 소속돼 학생들을 괴롭히고 싶은 충동 참지 못하고, 어머니 몰래 활동했다.
그런데 들켰다.
자신이 조폭 3명을 이긴 다음에는 '성인'인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들이 여태껏 없었다.
자신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었고. 경찰에 신고할 만큼의 심각한 짓까지는 안 저질렀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었다.
'씹... 초딩도 아니고 부모님한테 일러? 아놔...'
뚝. 뚝.
기미정은 어깨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느꼈다.
'쓰바. 안 멈추네.'
그녀의 양쪽 귀에 평소 있어야할 것이 없었다. 지름이 긴 귀고리.
그녀의 귓불이 두 갈래로 찢겨져있었다. 어머니가 남긴 상처였다.
'지 자식인데도 인정사정 안 봐주네, 시발년.'
지름이 긴 귀고리는 기미정의 자신감이었다. 싸움을 할 때 쉽게 노려질 만한 귀고리였는데, 기미정은 싸우면서 그 귀고리 때문에 상처 입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상처입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누구와 싸울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싸움에서 졌다. 도망쳤다. 바로 어머니한테서.
'그딴 싸움 실력 가졌으면 조폭이나 운동선수하지 궁상 맞게 정비소나 하고 앉았대.'
기미정은 자신의 어머니가 그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정비소에서 알바를 하다가 그 정비소 사장의 아들이었던, 기미정의 아버지에게 반해서 그런 거란 걸.
'나 같으면 정비소 팔고, 주먹으로 돈 벌었을 텐데.'
기미정은 난생 처음으로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마음에 들었다.
약자들한테 쉽사리 고개 숙여서 한심했던 어머니가 사실 자신보단 강한 여자란 사실을 깨달아서였다.
'다음에 꼭 이겨지. 개 같은 년.'
"카악, 퉤!"
피가 섞인 침이 뱉어졌다.
어금니 하나가 혀를 건들 때마다 덜렁덜렁 거렸다. 손으로 한 번 뽑아보니 쏙 빠졌다.
'빌어먹을. 하아씨, 볼라 열 받네... 신재준... 이런 초딩 같은 짓을 하고, 아주 깜찍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미정은 응급실부터 찾아갔다. 피가 안 멈추는 귀도 꿰매야 하고, 어금니도 다시 심어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