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봄개학
"오, 하늘이 아니냐. 미정이 아직 안 왔는데."
정비소에 도착했다. 차량을 리프트로 올려서, 차체의 밑 부분을 정비 중이던 기미정의 어머니였다.
기미정의 어머니는 기미정이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외모였다.
나이가 들어보였다. 젊었을 적에 미녀일 거란 생각은 들지만 아줌마는 아줌마였다. 매력적이지 못했다.
신연주가 신재연의 언니 같이 보일 정도로 동안이라는 게 새삼 떠올랐다.
물론, 신연주한테 따먹히고 싶느냐면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근친인 것은 둘째 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였다.
평생 보고 싶지 않은 여자로 꼽을 만했다.
"어, 재준이 아니냐? 크, 아직도 쪼그맣네."
"하하... 안녕하세요."
'신재준'도 초등학생 때 김하늘의 절친인 기미정과 몇 번 논 적 있었다. 그때 2, 3번 정도 기미정의 어머니를 만난 적 있는데, 기미정의 어머니는 '신재준'을 기억했다.
하긴 신재준이 어렸을 때부터 귀여운 외모였으니 인상 깊었으리라.
"너희들도 미정이 친구들이냐? 근데 하늘아, 너 얼굴 왜 그래? 싸웠냐?"
"예... 미정이랑요."
"크큭, 알겠다. 재준이 때문이구나?"
뭔가 단순한 사랑 싸움 때문에 싸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굳이 날 언급한 까닭은 내가 정비소에 들려서일까.
하여튼 우리를 잘 받아줘서 다행이었다. 기미정의 어머니가 기미정을 막아주면 잘 해결되지 않을까.
"아주머니, 미정이 좀 막아주세요."
"응? 아... 설마 미정이가 아직도 일진 놀이가 하고 다니냐?"
우릴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우리의 침묵을 긍정을 받아들인 듯한 그녀는 다른 질문을 했다.
"막아달라는 건 또 무슨 소리냐?"
우리는 기미정이 신재희를 린치할 작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알았다. 내가 그년을 잘못 키웠다... 미안하구나."
그녀가 기미정을 대신해서 우리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곳에 더 있기도 뭐하고 금방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냥 나 혼자 집에 가도 돼."
내 말에 나예성이 소희정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럼 김하늘하고 가라."
"하하... 잘 가, 재준아."
소희정과 나예성이 떨어져나가자 조용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김하늘에게 물었다.
"날계란이라도 줄까?"
멍든데 날계란을 문지르곤 했다.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마사지 효과가 있고, 믿을만한 정보인가 싶지만 계란 껍질이 뭉쳐있는 피를 흡수한다고 했다.
"라면 끓여줘. 계란은 반숙."
"그래, 라면 먹고 가라."
"킥킥."
"왜 쪼개냐."
"그냥 영화 대사 생각나서. 라면 먹고 갈거냐는."
"얼굴이 그 모양이 됐는데도 하고 싶냐?"
"널 위해 싸웠으니까 그 정도는 받고 싶은데."
"아, 그래? 근데 재희 있을걸? 지금은 없어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고."
"마음 같아선 집에 가고 싶은데... 요즘 통 아빠가 집 밖에 안 나가네."
"도대체 무슨 플레이를 하고 싶으신 거야."
"기대해."
"전혀 기대 안 되는데."
집에 도착했다.
"재희가 없네."
중학교 수업이라 고등학교 수업보다 빨리 끝났을 거였다. 우리집에서 성연중까지 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우리가 기미정네 정비소에서 다녀왔는데도 신재희가 없었다.
'어디 놀러갔나?'
"라면, 라면."
"몇 개? 3개?"
"오키."
나도 배고프긴 했다. 점심시간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에너지 소모가 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미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식하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거식하는 타입이었다.
부엌에서 물을 올려놓고 기다렸다.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누르자 여러 어플 아이콘 밑으로 캠핑장에서 찍은 사진이 보였다.
다른 캠핑팀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었다. 신재연, '신재준', 신재희, 최아란. 이 순서대로 서있었으며 강을 배경으로 해서 찍었다.
강 건너 산장도 '신재준'과 신재희 사이로 보였다. 신재희와 첫섹스를 하고, 최아란과 첫키스를 했던 곳.
이렇게 사진을 통해서 '신재준'을 보니까, 타인을 보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25년 동안 살았던 '오석준'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고작 1달 정도 지냈던 '신재준'의 몸보다는.
''신재준'의 영혼은 지금 만족하고 있으려나. 아마 그렇진 않겠지. 가족을 잃었으니까.'
녀석이 '오석준'이 됐으면 고아가 되었을 것이란 건데... 신재연과 신재희를 못 본다는 생각에 우울증에라도 걸렸을지 않을까 싶었다.
'되도록이면 재연이하고 재희한테 강간 미수 좀 당하고 정신적 충격 좀 받고 가지. 그래야 '오석준'이 된 것에 기쁨을 느꼈을 텐데.'
"캠핑장에서 찍은 거야?"
"아, 깜짝아."
김하늘이 뒤에서 내 핸드폰을 훔쳐보고 있었다.
난 얼른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딱히 숨길 만한 문자나 톡 내역 같은 게 띄워져있진 않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김하늘이 보고 있을 때 내 외도가 드러나거나, 들통날만한 메시지가 날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 팝업창으로 그 메시지가 뜰 것이었고, 김하늘에게 들킬지 몰랐다.
"왜 숨겨? 좀 보자."
"사진 이상하게 나와서 보여주기 싫은데..."
"흐음... 그래?"
김하늘의 손이 뻗어와 내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하지 마. 이러다가 재희 온다고."
"싫은 것치고 금방 커지는데?"
"남자 몸은 원래 이래."
"네가 야한 몸인 건 아니고?"
"야. 장난 아니다. 손 떼."
내가 정색하며 말하자 김하늘이 손을 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생자지를 붙잡았다.
"야..."
그녀는 금방 손을 빼내긴 했다. 내 자지를 만졌던 손을 코에 가져다대더니 냄새를 맡았다.
"흐음, 스멜."
"아니, 이 미친년이."
"킥킥... 아니, 오늘 아침부터 참았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도 안 된다니까... 더 미칠 것 같다. 그리고 이 냄새 맡으니까 더더욱..."
김하늘이 날 가스렌지를 보게끔 돌리더니, 백허그를 했다. 나름 거유인 그녀의 가슴이 등에 눌려왔다.
"그리고 기미정, 시발년한테 기절까지 하니까, 막 성욕이 올라온다?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죽을 뻔하니까 번식 욕구가 막 올라오는 느낌이야."
"도저히 못 참겠어...?"
"어..."
"집은 안 돼."
"알았어, 그럼 룸카페나 가자."
"룸카페나 그 주위에 성연중이나 성연고 애들 많지 않을까. 우리 둘이 룸카페 들어간 거 들키면 안 돼."
"아씨... 어쩌자고."
"'아씨'?너 지금 나한테 짜증내는 거야?"
"아, 아니야... 짜증 안 났어."
"태연시 갈래?"
"거기로 가는 경전철도 없고. 버스 타고 1시간은 걸리지 않나?"
"그럴 걸."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하늘아, 나도 태연시까지 가는 건 귀찮거든? 그런데 어쩌겠어."
"원동기 면허라도 따야겠다."
"그래, 그래."
"라면만 먹고 출발하는 거다?"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계란 좀 꺼내와. 3개."
"2개 정도만 넣지?"
"2개는 라면에 넣고, 1개는 너 멍든데 굴리라고."
"알았으..."
라면을 다 끓이고 큰방에 테이블을 가지고 갔다.
김하늘은 전기장판에 누워서 한 손으론 멍든 부위를 계란 마사지하고 있었고, 또 한 손으론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짧은 치마 밑으로 예쁜 다리를 쭉 뻗어있는 걸 보니 나도 성욕이 돌았다.
내가 상을 들고 오는 걸 보자, 얼른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벌어진 치마속으로 팬티가 보였다.
"킥킥, 이것도 넣을까?"
그녀는 자신이 계란마사지하는데 쓰던 날계란을 흔들며 말했다.
"다 끓인 거에 날계란 붓는 건 별로. 국물 맛 이상해져."
"그럼 여기 놔둔다?"
"어."
김하늘이 테이블 위에 두었다.
후우. 후우. 후르릅.
"후하..."
김하늘은 입김으로 면을 식힌 다음 입에 넣었다. 그러고도 뜨거운지 입을 벌려 뜨거운 수증기를 바깥으로 내뿜었다.
아직 보일러를 튼지 얼마 안 된 까닭에, 이 집은 야외의 온도처럼 추웠다. 그녀가 뱉은 입김이 더 진하게 보였다.
나는 라면을 먹다가 불안감을 느꼈다.
"재희가 왜 안 오지? 어디 갔을까?"
"그냥 정수린네 간 거 아니야? 그 심부른센터 여자랑. 그리고 거기서 같이 노나 보지."
"재희랑 수린이가?"
"나름 친해진 것 같던데?"
"아, 그런가. 그래도 전화해봐야겠다."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계속되니 내 불안감이 심화되어갔다. 그러다가 연결됐다.
[어, 왜.]
"재희야. 지금 어디야?"
[엄지혜네 집.]
"아, 그래?"
무사한 것 같아 안도했다.
김하늘이 내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언제 올 건지 물어봐'. 난 대충 고개를 끄덕여줬다.
"수린이는 잘 들어갔고?"
[잘 모르겠는데. 하교는 따로 해서.]
"같이 하지..."
[등교만 같이 하면 될 것 같던데. 그 백호수란 여자랑 같이 등교하니까, 학교에 바로 소문 쫙 퍼지더라고. 나한테 접근하는 일진년들도 없었고.]
"그래?"
[아, 엄지혜도 일진회 나왔다.]
"잘 됐네."
[그러게. 아, 맞다. 이 새끼도 빡대가린데 네가 공부 좀 알려줄래?]
신재희가 나한테 여자를 붙이다니 의외였다.
신재희에게 있어 엄지혜가 정말 가까운 친구인 모양이었다.
옆에서 '아, 하지 말라고.'라는 엄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신재희가 입을 마이크 뗀 뒤 '아 흐즈믈르그~'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지혜도 공부 알려줄게."
[오, 그냥 해본 소린데.]
[아, 아니에요. 전 공부 됐어요!]
신재희 옆에서 큰 목소리로 말하는 엄지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하늘이 내옆으로 다가왔다. 내 자지 위에 손을 대고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언제 오냐고 물어봐.'
"재희야, 언제 와...?"
[아, 오늘은 엄지혜네서 자고 오려고.]
"그래...?"
[왜 내가 보고 싶냐?]
"웃긴다. 내가 널 왜 보고 싶겠냐."
나도 모르게 본심과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본심을 들키기 창피해서였다.
[어, 그럴 줄 알았다~ 끊어.]
설마 방금 했던 말로 신재희가 상처받았을까? 그게 걱정이 됐다.
통화를 끊자 김하늘이 내 교복 조끼부터 위로 끌어올렸다.
내가 만세를 하면 쉽게 벗기겠지만, 겨드랑이를 딱 붙이고 있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뭐하냐."
"너 더워보여서."
"하늘아... 밥은 다 먹고 하자?"
"이거 다 먹고 바로 하는 거다?"
"양치도 하고, 샤워도 하고. 그런 뒤에."
"샤워하지 않아도 돼."
"아, 좀 씻자고."
"알았어, 알았어."
김하늘은 빨리 섹스를 하고 싶은지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내가 먹을 몫까지도 전부 먹을 듯한 모습을 구경했다.
내가 그렇게 따먹고 싶은 건가, 참 여자는 성욕 때문에 힘든 생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원래 세계에서 '남자'였기에 그 성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나는 요즘 성욕이 바닥난 느낌이었다. 하도 뽑히니.
식사를 마치고 씻은 뒤였다.
이불을 깔고 눕자, 김하늘이 알몸으로 내 위에 올라탔다.
"아, 현관문 좀 잠그자. 혹시 모르니까."
"아무도 안 와. 누가 오겠어."
"잠깐. 삽입하지 마. 콘돔부터 껴."
"아..."
김하늘은 애가 타는 얼굴로 내 자지를 쳐다보았다가, 얼른 자신의 블레이저 안주머니를 뒤졌다. 거기서 나온 콘돔.
그녀는 손으로 잘 안 뜯겨지는 콘돔 비닐포장을 입으로 찢었다.
떨리는 손을 내 자지에 콘돔을 씌우더니 얼른 자신의 아랫입으로 내 것을 물었다.
"하앙...! 그래, 이거지... 하아아! 쓰으읍...!"
"물 양 좀 봐... 너 진짜 많이 참았구나?"
"학교에서... 너 화장실이나 어디 끌고 가서 덮치고 싶었어. 그거 참았다고."
"그래, 잘 했다."
"아앙...! 하아악...!"
김하늘의 질이 압력을 가해왔다. 김하늘의 그 은밀한 부위는 나만의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내 위에서 단발머리와 거유를 흔드는 여자애가 사랑스러웠다.
"사랑해."
"윽...!"
김하늘의 보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단어를 내뱉자, 그녀의 보지가 꽉 조여왔다.
"재밌네."
"아놔... 내 보지 놀리면 재밌어?"
"어. 사랑해, 사랑해."
꾸욱. 꾸욱.
"흐흫... 뭔가 귀엽잖아."
"아씨... 내가 좋아, 내 보지가 좋아?"
"음..."
"야... 그게 망설일 건수야?"
"둘 다 좋아."
"그래, 그렇게 바로 대답했어야지."
"답정너 새끼."
"킥킥, 그래. 나 답정너다. '사랑해' 말고 내가 듣고 싶어할 말, 빨리 말해봐."
"응? 어..."
"알잖아. 어서."
김하늘이 허리를 흔들며, 내 젖꼭지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비틀었다.
난 속이 타는 듯, 간지러운 느낌에 이를 물었다가 대답했다.
"너 밖에 없어."
꽉...
자지가 아플 정도로 조여지는 질.
"진짜...?"
"어."
"그럼 최아란, 그 여자랑 헤어져."
김하늘은 여태껏 나와 최아란의 사이에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최아란'을 의식하기 싫은지, 언급하는 횟수도 적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그런 요구를 해왔다.
"...그럴 순 없는데."
"거짓말쟁이네..."
"왜 그러는데 갑자기. 안 그러다가."
"역시 너 독점하고 싶어."
김하늘이 몸을 숙였다.
내 두 볼에 손을 대고 독점욕이 가득한 눈을 내려다봤다.
"네 핸드폰에 그 사진 없애버리고 싶어."
"하아... 너 자꾸 그러면 섹스 안 해준다?"
"솔직히 말해봐. 그 여자랑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