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봄개학
'조폭...은 아니지만 위험해보이는 여자니까, 함부로 따먹히려고 굴면 안 되겠다.'
인생의 뒤가 없는 사람들이 무서운 법이었다.
지켜야할 것들이 있는 사람들은 정도란 게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정도란 게 없었다.
백호수는 심부름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여자이니, 후자일 가능성이 컸고.
"그럼 내일 보자, 애들아."
카페 앞에서 모임을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정수린이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랑 놀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는데, 신재희가 째릿 노려보자 바로 꼬리를 내리며 떠났다.
"시발... 저 여자 마음에 안 드는데."
신재희가 길가로 쓸려서 쌓여있던 눈을 괜히 짓밟으며 걸었다.
"그래도 세보이더라."
"조폭일 걸. 아니면 전직 조폭이거나."
"어떻게 알아?"
"작년에 조폭들이랑 시비 걸려서, 기미정이 박살낸 적 있었는데. 그때 조폭들이 딱 저 여자 같은 분위기였어."
"거들먹거리고 막 이러는 분위기?"
"엉."
"근데 기미정은 어떻게 하다가 조폭이랑 싸운 거야?"
'신재준'의 기억에 따르면 작년에 '기미정이 조폭 3명과 싸워서 이겼다더라' 같은 허세 가득한 소문이 성연고에 퍼졌었다. 그때 기미정은 고1이었다.
"성연중, 성연고 일진 애들끼리 모여서 공원에서 술 먹고 있었는데. 조폭년들이 시비 털었어. 생긴 거랑 말하는 뽐새가 딱 봐도 조폭이라... 일진애들 다 쫄았지. 킥킥... 나도 그 쫀 쪽이었지만."
일진의 진화루트 중에 조폭이 있었다.
일진이 일반인 성인을 개무시하고 폭력도 가하는 얘기가 쉽게 들려왔다.
그런 일진이지만 자신들의 상위호환인 조폭에게는 두려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기미정은 안 쫄고, 맞시비를 걸더라. 조폭들이 먼저 선빵 갈겼고, 기미정 그거 맞고 빡쳐서 1:3으로 싸웠는데... 조폭들이 처 발렸어. 기미정 바지가랑이 잡고 엉엉 울면서 빌더라. 잘못했다고. 시발, 그때 기미정한테 좀 존경심 들었는데."
"그 기미정한테 맞게 생겼네, 우리 재희."
"아휴..."
'기미정한테 대줄까?'
그럼 내 동생인 신재희 건들지 않을지도 몰랐다.
'아니지. 위험해.'
기미정은 신재희와 너무 가까웠다.
기미정이 날 따먹었다는 사실을 가지고 신재희를 괴롭게 만드려고 굴 확률도 있었고.
'흐음... 그렇게 따지면 일진회 애들은 전부 못 건들겠네.'
따지고 따지다 보니, 꼴리게 생긴 여자는 많은데 날 따먹을 만한 여자가 확 줄어들었다.
'그냥 인터넷으로 만날까.'
처음에는 '친목'을 목적으로 만났지만, 슬그머니 빈틈을 보여서 날 따먹게 하는 것이다.
내 이름도 안 밝히고, 내 거주지도 안 밝힌 상태에서 만남을 갖게 되면 내 성벽을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누릴 수 있을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위험하단 건데...'
반대로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은 위험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일 지도 몰랐다. 장기털이범일지도 몰랐고.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적겠지만... '강간'을 저질렀으니 자기 죄를 덮으려고 날 '살해'해서 입을 다물게 할 가능성이 좀... 있겠지?'
내 주변사람이라면 따먹히도 내 안위가 보장될 확률은 높았다. 날 함부로 죽일 수 없을 테니까.
'뭐야... 내 성벽. 이렇게 위험한 거였나?'
'신재준'의 몸에 빙의한지 어느덧 1달이 지났다.
내 성벽의 위험성을 이제야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야."
"어? 어."
"뭔 생각을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해. 나 걱정돼서 그래?"
처음에는 신재희의 걱정을 한 게 맞았다. 신재희가 걱정돼서 '기미정한테 따먹혀볼까?'라고 생각했었으니.
"당사자인 난 별로 걱정 안 하는데, 왜 네가 더 걱정하냐? 걱정하지 마. 잘 되겠지."
"그래... 그렇겠지."
* * *
다음날 아침에 맞춰둔 알람을 듣고 깼다.
방학 때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괜찮았지만, 이제부턴 그래선 안 됐다. 늦으면 체벌받을 테니까. 그 체벌 받기가 싫었다.
한쪽 몸이 무거웠다. 신재희가 내 몸 위로 팔과 다리, 폭유를 올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희야."
난 소녀의 가슴을 콕콕 찌르며 괴롭혔다.
"으으... 뭐야... 아침이야?"
"넌 수린이네 가야지. 빨리 씻고 준비하고 가."
"아... 잠깐만..."
"뭐하냐... 여기 화장실 아니야."
신재희가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수줍게 자라난 음모를 드러냈다.
"아닌 거 아는데..."
신재희는 졸린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내 바지와 팬티를 벗겨내렸다.
아침발기해서 스프링처럼 튕겨져 서는 자지.
신재희가 곧장 펠라치오했다.
"얌... 츄웁... 쮸릅... 하아..."
"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섹스하게 생겼다. 물론, 상대가 신재희인지라 뽑히진 않겠지만.
'하아... 오늘 하루 종일 정액 마려운 상태로 보충수업 듣겠네.'
봄개학 중에 받는 수업은 4교시까지만 받았다. 정규수업이 아니라 보충수업비도 따로 내야하고, 보충수업 교재도 사용하는 수업.
'4교시라 다행이다.'
정규수업보다 빨리 끝나는 4교시 수업 이후. 마려웠던 정액은 김하늘이나 정수린한테 뽑으면 될 것 같았다.
'아란이가 내 교복차림 보고 싶어했는데... 저녁 즈음에는 '옆집'에서 교복 플레이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만.'
집에서 성연고로 향해 가는 길에 위치한 신축 빌라의 5층.
나는 그곳을 편의상 '옆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앙...! 하악...! 오, 오빠아... 흐으읏...!"
몇 번 허리를 들썩이지도 않았는데 복부와 허벅지를 부르르 떨며 가버린 신재희였다. 가버릴 때 눈알을 뒤집어 흰자를 비추었다.
매번 이러기에 나는 신재희한테 콘돔을 끼자고 한 적이 없었다.
"하아..."
소녀는 현자타임과 조루라는 자괴감을 함께 맞이했다. 내 허리에서 일어나 입으로 펠라 청소를 해주고, 휴지로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나 먼저 씻어?"
"응. 넌 수린이네 가야 되잖아."
"알았어..."
신재희가 씻고 나왔다.
섹스도 하는 마당이니 내 앞에서 그냥 알몸으로 돌아다녔다.
"아, 시발. 더 커졌나?"
신재희는 노브라 상태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위에부터 채웠는데 답답해보였다. 단추가 터져서 튀어나갈 것 같았다.
폭유였던 신재연에게 물려받은 성연중 교복이었는데, 그 신재연보다도 큰 가슴사이즈였기에 신재희한테는 작은 모양이었다.
"수선 맡겨줄까?"
"아니, 됐어. 이 정도는 조여 입어야지."
나도 학창시절 때는 교복을 조여 입었다. 왠지 그게 있어보여서. 성인이 되고서는 멋지지도 않고, 사실 보기 이상하고 불편하기만 한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팬티와 검은색 팬티스타킹으로 하반신을 덮었다.
"아, 여긴 또 작냐..."
가슴은 조였지만, 골반은 한 치수 남았다. 신재희는 신재연보다 가슴은 큰데, 골반은 작았다.
그래서 신재희는 허리춤을 한 번 뒤집어서 올렸다. 안 그래도 짧았던 스커트가 더 짧아졌다. 계단을 오르면 분명 아래에서 팬티가 다 보일 정도였다.
신재연이나 신재희가 치마를 줄인 게 아니라... 요새 교복 치마가 다 저리 짧게 나와서 그랬다. 스커트가 길면 여학생들이 싫어했다.
그건 원래 세계나 이쪽 세계나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재희가 엄청 미녀이긴 하네.'
교복에는 본연의 매력을 120% 끌어올려주는 기능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상태의 신재희와 섹스해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근데 이 세계는 남녀역전세계니까...'
안 그래도 '신재준'은 온갖 여자들이 따먹고 싶은 대상이었는데, 교복까지 입으면 그 매력이 더 올라 여자들을 발정시킬 게 뻔했다.
'따먹히기에 최적의 상태인데... 함부로 따먹히질 못하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
그 능력으로 여자를 조종해 날 따먹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날 따먹은 여자가 곧바로 날 버리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 간다."
"응, 공부 열심히 해."
"아, 뭔가 공부 재밌더라. 너한테 배우니까 그런가."
"오, 정말? 다행이네."
신재희에게 몸을 대준 보람이 느껴졌다.
"재준아. 학교 가자~"
'신재준'과 김하늘은 등하교를 같이 하는 편이었다.
"왔냐?"
"킥킥. 오, 네 교복 차림 오랜만에 본다."
역시 교복은 매력적이었다. 김하늘이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평소의 김하늘 보다 꼴릿해보였다.
학교에 가면 이 매력적인 복장을 한 미녀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였다.
'학교, 다니는 거...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왜? 꼴리냐?"
"아니... 야... 볼라 꼴리긴 하는데..."
그것은 성인의 영혼이 깃든 나뿐만 아니라, 현역 학생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넌 남자애가 그런 소릴 하냐."
"너 은근히 꼰대기질 있다?"
"앗..."
김하늘이 듣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는 것이다 보니, 현관문을 잠그고 열쇠를 보일러실에 뒀다.
"가자. 슬슬 지각하겠다."
"재희는?"
"수린이네."
"길이 엇갈렸나? 못 만났는데. 근데 재희랑 수린이가 그렇게 친해졌나? 성연중은 바로 너희집 옆이잖아. 그런데 굳이 수린이네 간다고?"
"못 들었냐? 일진 위협용으로 심부름센터 직원 고용했는데."
"아~ 그런 얘기가 있었지."
정수린, 김하늘과 함께 데이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수린이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하겠다는 얘기와 고용하려는 이유에 대해 다 말했었거늘.
"너 내 동생 일에 관심없지?"
"너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 머리가 꽉 차서."
"으... 안 오글거리냐."
"킥킥, 왜! 난 진심이라고. 그리고 재희는 여자애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김하늘은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해두고 생각하는 타입 같았다.
집에서 성연고로 가는 길.
최아란과 밤산책을 할 때 쓰는 그 길을 아침에 걸으니 기분이 묘했다.
최아란과 나뒹굴던 신축 빌라에 가까워졌다.
"이 집."
"어?!"
뜻밖에도 김하늘이 그 신축 빌라를 지목하자 난 심장이 철렁거렸다.
'하늘이가 왜 저 집에 관심을 갖지?'
"킥킥, 갑자기 왜 그렇게 깜짝 놀라?"
"아... 딴 생각하고 있다가 네가 말 거니까."
"뭔 생각을 했는데?"
"재희 걱정."
사실 신재희 걱정을 안 했지만, 그럴 듯한 변명이니 팔아버렸다.
"에고. 재준아, 걱정 마. 돈 들여서 전문가까지 고용했다며."
"그렇겠지... 근데 저 집이 왜?"
"그냥. 1년 동안 우리 등하교할 때 짓던 집이잖아. 저렇게 지어진 게 좀 신기하네."
"그러게..."
괜히 놀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경우였다.
"아이씨."
"왜?"
김하늘이 갑자기 짜증을 냈다.
"너희 집 안에 잠깐 들렸다 갈 걸."
"...왜인지는 안 물을게."
"응. 네가 생각하는 거, 그거 맞음. 에잉... 사람들이 계속 보이네."
김하늘은 나와 키스하고 싶거나 내 몸을 더듬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발정난 모양이었다.
난 이해했다. 나도 '오석준'일 때, 아침마다 성욕이 들끓었으니. 25살까지는 혈기왕성한 나이였다. 그보다 나이를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여자들은 다 그래?"
나는 다 알면서도 물어봤다.
"어. 아주 미치지."
김하늘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약간 잠겨있었다.
"맞다. 너 나한테 뭐 보여줄 거 있다며?"
"아... 우리 단둘이 있을 때 써야하는데. 좀처럼 그런 기회가 안 생기네."
"변태같은 거구만."
"킥킥, 정답임."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머리가 많아졌다. 앞뒤좌우를 둘러보면 같은 곳에 소속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십 명이었다.
이제야 슬슬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재준아, 2학년 반배정 봤어?"
"아니, 안 봤는데."
'신재준'의 기억에 이런 게 있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김하늘이 신나서 '신재준'과 자신이 2학년 때 똑같은 반이 됐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이 같은 애들끼리 묶이니까... 하늘이는 '신재준'이 선택한 과목할 물어보고 똑같이 신청했겠지.'
그러니 같은 반이 된 게 당연했다.
"하아, 골 때리겠더라."
"왜?"
"기미정하고 박슬기도 같은 반이야."
"그러네... 좀 거슬리긴 하겠다."
기미정은 일진 중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고, 성질이 불 같은 걸로 유명했다. 조폭 3명과 싸워서 이긴 전설도 갖고 있고. 그리고 신재희의 안위를 위협하는 시발년이었다.
박슬기는 일진 중에서 공부를 가장 잘했다. 일진이면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교사들한테 사랑 받고, 학생들한테는 두려움을 받는 존재. '신재준'은 박슬기 때문에 매번 1등을 못했다.
'신재준'은 1등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운 척을 보이진 않았으나, 내심 속에서 부글부글했다.
'몸 대줘서 공부 못하게 해볼까. 흐흫... 지랄...'
역시 일진은 건드리기 뭐했다. '신재준'에게 막 빙의한 당시가 학기 도중이었다면 위기감 없이 막 일진들 성질 건드려서 일진들한테 갱뱅도 당하려고 굴고 그랬을 텐데.
'지켜야할 게 많아졌어.'
김하늘, 신재희, 신재연...
지켜야할 것들이 있는 사람들은 정도란 게 있었다. 그 정도를 지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