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겨울방학
'12시가 지났네. 일일로그인 해야지... 아, '사료'도 뿌리네? 개꿀.'
'사료'란 이벤트나 정검 사과 보상 등으로 무상으로 뿌려진 '유료재화'의 속어였다.
엄지혜는 매크로를 새로 짜며, 리세계들이 게임에 자동으로 접속해 그 '사료'를 타먹게 만들었다.
'아... 귀찮아...'
수천 개의 리세계를 매크로를 사용해 관리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반복적인 일이기에 지켜보기가 지루했다.
하지만 빼먹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사료를 먹이면 먹일수록, 리세계의 가치는 높아질 여지가 있었다. 리세계의 가치를 높이려면 좋은 유닛을 많이 뽑아야 하는데, 그 뽑기를 '유료재화'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매일 일일로그인도 빼먹을 수 없었다. 로그인보너스를 통해서도 '유료재화'를 무료로 주곤하기 때문이었다.
엄지혜는 대음순이 간지러워 바지 속에 손을 넣어 긁적였다.
손이 무의식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소음순을 툭 건드렸다.
표피 속에 숨어있던 클리토리스의 감각이 깨어났다.
기분이 좋아서 그 클리토리스가 숨은 부위를 어루만지자 표피 속에 숨어있던 클리토리스가 발기하며 튀어나왔다.
"아씨."
자위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성욕을 한 번 풀어줘야했다.
혈기왕성한 시기였기에.
'자위 한 판 해야 겠네. 근데 신재희는 오늘도 안 오나?'
매일 같이 자신의 원룸에 놀러오는 신재희가 짜증났다. 놀러와 놓고선 어지럽히고 청소도 안 하고, 컴퓨터로 롤을 하겠다며 자신이 리세계를 만들거나 관리하는 걸 방해했다.
특히 신재희가 있으니 마음껏 자위를 할 수 없어서 짜증났다.
그러던 차에 신재희가 어제오늘 안 와서 좋았다.
'오늘은... 그걸 써볼까.'
침대 매트리스를 세웠다.
그러자 침대틀 속에 숨겨져있던 상자가 나왔다.
"후..."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오래된 택배 상자였다. 너덜너덜해진 상자는 금방이라도 모서리가 찢겨져 제 구실을 못하게 될 것 같은 꼴이었다.
뚜껑을 여니 연필과 볼펜, 샤프, 자, 지우개 따위의 필기구가 한가득이었다.
모두 신재준의 것이었다.
신재희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하나씩 슬쩍했던 '친구 오빠'의 물건...
"하아..."
샤프 하나를 들고서 뺨에 대고 비볐다. 분명 신재준의 손에서 떨어진지 몇 년 지났을 텐데도, 신재준의 사용품이라 그런지 야릇한 기분이 올라왔다.
샤프와 연필, 볼펜, 색역필, 네임펜, 형광펜 등을 움켜잡았다.
뾰족한 심이 전부 한쪽으로 모이도록 뒤집어주었다. 필기구를 한꺼번에 거꾸로 쥐고서, 책상에 두들겼다. 들쑥날쑥하던 필기구 뭉치의 밑부분이 반듯해졌다.
샤프의 뒷부분, 샤프심 마개가 빠져있었다. 이제 곧 보지 속에 밀어넣을 것인데, 보지 속에서 샤프심 마개가 쏙 빠져버리면 대형참사인지라 미리 빼둔 것이었다.
엄지혜는 일회용 헤어밴드를 세 개 정도 꺼냈다. 필기구를 꽉 묶어둬서 딜도로서의 역할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보조도구였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노란 고무줄을 사용했는데, 그 고무줄은 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지름도 컸다. 노란 고무줄 하나로 몇 겹이나 묶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귀찮았다.
반면에 헤어밴드는 지름이 작고, 탄력이 강했다. 몇 겹 묶을 필요없이 그냥 세 개 정도를 동시에 사용해, 딱 한 겹 묶기만 하면 끝이었다.
단단하게 뭉쳐져 어느 정도 굵기를 자랑하게 된 신재준의 필기구 뭉치.
보기만 해도 보지에서 애액이 질질 새어나왔다.
'재준이 오빠... 하아...'
필기구 뭉치의 뾰족한 심있는 부위가 아닌 그 반대편, 뭉툭한 부분을 앞세워 삽입했다. 가끔 마찰력이 느껴지면 슬금슬금 앞뒤로 움직이면 해결됐다.
그렇게 애액으로 윤활시키며 필기구 딜도의 중간까지만 집어넣었다.
필기구 딜도의 중간에는 헤어밴드가 묶여있었는데, 혹시 헤어밴드가 보지 안쪽에서 터질까봐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아응... 하아...! 재준이, 오빠... 박아줘...! 하윽...!"
필기구 딜도를 깔짝깔짝 움직이며 G스팟을 찾았다. 유난히 기분 좋게 달아오르게 만들어주는 질구 내부 부위.
딜도를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끝에 침을 묻혔다.
메말라있던 클리토리스의 위에 침이 묻자 매끄럽게 비벼졌다.
"오빠... 오빠아... 하악...!"
찔꺽거리는 소리가 아랫입에서 들려왔다. 딜도를 슬쩍 빼냈다.
필기구 사이사이로 흰색 애액 크림이 끼어있었다.
신재준의 것을 자신의 음란한 분비물로 더럽혔다는 것에서 배덕감을 느꼈다. 아랫배가 두근두근 거리며, 보지는 벌렁이고, 질구에선 군침처럼 애액이 흘러나왔다.
다시 필기구 딜도를 박아넣었다.
"오빠... 재준이... 시발놈... 하아..."
소녀의 원룸에 신음소리와 찔꺽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히이이익...! 하악...!"
소녀는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보지 속에서 일어나는 경련을 느꼈다. 그와중에 천천히 필기구 딜도를 흔들어 성적 자극을 얻어냈다.
자극주는 걸 까먹고 있던 유방을 주무르고, 유두를 억세게 비틀며 자극을 줬다.
"아놔..."
절정과 후희까지 지나자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자위하는 사이 팬티와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가 있었고, 셔츠는 목 위까지 끌어올려져있었다.
하얀 애액 크림이 듬뿍 묻은 필기구 딜도는 일단 책상 위에 올려뒀다. 셔츠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휴지로 보지를 닦았다.
팬티와 바지를 똑바로 입고 나서, 처참한 상태인 필기구 딜도를 쳐다봤다.
'치우기 귀찮네...'
그래도 치워야했다.
필기구 도구를 결합시키고 있던 헤어밴드를 풀기 위해 당겼다.
어차피 이 헤어밴드를 머리에 묶지는 않을 것이라 그냥 가위로 잘라버리면 편하지만, 헤어밴드가 애액을 사방으로 튕기며 어딘가로 튕겨져 버리는 상황이 싫었다.
헤어밴드는 휴지통에 버리고, 필기구는 화장실로 가져가 하나하나 닦았다.
나중에 또 보지 속에 넣을 것이라 깨끗하게 써야했다.
현자가 된 심정으로 필기구를 세척한 뒤, 세면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봤다.
'나 정도면 예쁘잖아?'
남자애들한테 고백 받은 경험도 적지 않았다. 번호를 따인 경험도 많았고.
'내 리세계 사이트를 만들어주겠다고? 하핳... 나한테 잘 보이려는 것이구만. 이 몸의 인기란.'
내일 신재준을 만나게 될 것이었다.
여태까지 신재준이 자신을 불렀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웬일로 신재준이 자신을 불렀다. 그것도 자신이 필요로 했던 사이트를 만들어겠다면서.
'에휴... 오빠가 날 좋아할 리는 없겠지...'
신재희에게 들었다. 신재준에게는 25살의 직장인인 여친이 생겼다고 말이다.
만약 그 얘기를 진즉에 듣지 못했더라면, 괜한 희망회로를 돌리고 혼자 자폭할 뻔했다.
"아! 시발년, 볼라 부럽다..."
신재희에게 신재준 여친 이름은 못 들었다. 어쨌든 그 여자는 성인이니 만큼 신재준과 키스도 하고, 더 나아가 섹스도 했을 것 같았다.
'아... 부러워. 시발...'
엄지혜는 울적해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신재준을 좋아했다.
신재준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기억났다.
엄지혜는 초등학생 때, 친해진 신재희의 집에 놀러가고 싶었다. 그런데 신재희는 끝까지 자신의 집에 놀러오지 못하게 했다.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신재희를 미행했다.
신재희가 다 무너져가는 집에 들어갈 때, 엄지혜는 어린데도 이해가 갔다. 친구한테 집 보여주기가 쪽 팔려서 신재희가 그랬던 거라고.
엄지혜는 이해하면서, 신재희의 가난함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신재희가 쪽팔려하지 않고, 그냥 자기를 초대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니까.
그래도 갑자기 집에 들이닥치면, 신재희가 싫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참 집앞에서 낑낑거렸다.
<"야. 너 뭐야?">
뒤에서 들려오는 앳된 음성에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고 안도했다. 자신을 부른 이가 키가 작은 남자애였기에.
초등학교 저학생일 때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때 말 건 남자애는 워낙에 키가 작아서, 엄지혜는 무조건 자신보다 동생인 줄만 알았다.
<"너 누나한테 반말하냐?">
<"너 재희 친구 아니야? 너 몇학년인데?">
그 남자애가 너무나 당당해 어린 엄지혜는 소년이 자신보다 오빠일 것이란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2학년인데요...">
<"나 3학년이야. 너보다 오빠라고.">
<"앗... 죄송합니다, 오빠.">
<"재희랑 놀려고?">
<"네.">
<"들어와, 그럼.">
<"근데 재희의 친오빠세요?">
<"어.">
신재준과 함께 집에 들어가니 신재희가 펄쩍 뛰었다.
자신의 가난한 집을 친구한테 들킨 것이 창피한 얼굴이었다.
<"아니, 왜 쟤를 데려와!">
<"내가 데려온 거 아닌데. 집앞에 있던데.">
<"아씨...">
<"아씨? 오바한테 '아씨?' 맞을래?">
신재준이 신재희에게 꿀밤을 때렸다.
신재희는 자신의 머리만 문지를 뿐, 복수하지 못했다.
엄지혜는 자기 오빠한테 꼼짝 못하는 신재희의 모습이 신선했다.
신재희는 학교에서 남자애들을 때리진 않아도, 자신에게 시비 거는 여자애들과 무조건 싸우고 보는 싸움닭이었다.
오빠한테 꼼짝 못하는 그 꼴이 괜히 우스워서 웃는데, 엄지혜도 신재준한테 꿀밤을 맞았다.
뜻밖에 매운 꿀밤이라서 손바닥으로 막 비벼야했다.
<"저는 왜 때려요?">
<"너 나한테 반말하고 그랬잖아. 다음부턴 그러지 마. 알았어?">
'오빠, 초딩 때도 엄청 귀여웠지...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더 귀여워졌고. 게다가 초딩 때부터 바지로 감출 수 없는 그 대물 자지... 오우씹... 나도 그거 먹고 싶었는데.'
그때부터였다. 신재준을 따먹고 싶었던 게. 그때는 막 성에 눈을 떠서 자위를 매일하는 시기였다.
그때부터 친구네 오빠는 훌륭한 딸감이 되어주었다.
엄지혜는 신재준의 외모에 반했다.
사실 그와 친하게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성격인지도 아직 잘 몰랐다. 그래도 외모가 그러면 아무리 성격이 인격파탄자여도 받아줄 수 있을 거였다.
'으... 부럽다. 어떻게 안 되려나. 이번 기회에.'
신재준에게 여친이 생겼다고 들었지만, 엄지혜는 그 여자로부터 신재준을 빼앗고 싶었다.
'안 되겠지... CY전자 다니는 직장인하고, 한 살 어린 이제 갓 고1되는 일진년하고... 상대가 되겠냐고... 아니, 근데... 역시 날 위해서 사이트 만들어준다는 거,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 아닐까? ...지랄한다. 없겠지... 에휴.'
엄지혜는 그날 밤, 설렘 반과 우울함 반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여야 했다.
* * *
신연주는 파란색 실크잠옷을 입고, 거실에 소파에 앉아있었다. 위스키를 한 모금 머금었다. 코로 숨을 들이켜 위스키의 향을 즐겼다. 가죽냄새와 약간의 탄 향이 느껴졌다.
꿀꺽 삼키자 몸의 내부에 불이 붙은 기분이었다. 식도의 모양과 위장의 모양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복층의 집이고, 거실은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기에 천장이 높았다.
'이젠 절대로 못 만나려나?'
기대했다. 다 자란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될 것을.
지금처럼 자신이 거실에서 혼자 있을 때, 저 2층 난간에서 자식들이 내려다보는 거다.
큰 딸 신재연과는 위스키를 나눠마시고, 아들 신재준은 자신의 어깨를 안마해주고...
작은 딸 신재희는 자신도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가 신재연이 막으면, 엄마인 자신이 나서서 신재희에게 한 모금 정도 맛보게 해주는 거다. 그럼 신재희는 43도의 맛에 놀라서 켁켁거리고...
신재희를 제외한 가족이 그 모습에 깔깔 웃는 거다.
신연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쉽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엄청 미움을 사고 있었지. 그리고 애들이 그런 반응인 게 당연하고.'
젊었을 적에는 자신이 철이 없었다. 몸만 어른이고, 정신은 애였다.
나이를 먹는다고, 결혼을 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무조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와... 그때의 나는 얼마나 대책이 없었던 거냐.'
신연주는 과거의 자신이 저질렀던 짓에, 어처구니가 없었고 분노가 끓어올랐다.
젊었을 당시, 군 전역만 하면 자신의 꿈이 무조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똑딱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피사체를 찾아나섰다. 그러다가 며칠 안 돼 제주도 해변에서 애들 아빠를 만났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
만난 첫 날에 그녀가 묶고 있던 호텔에 초대 받았고, 그날 첫째 아이 '신재연'을 임신하게 됐다.
그는 한국 음식을 연구하고자 한국에 체류 중이었다. 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자 당연하다는 듯 결혼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남편의 집안에서 혼수로 둘체도 아파트를 마련해줬다.
귀엽게 생긴 남편, 남편의 집안에서 나오는 부유한 자본, 남편은 자신의 생활을 터치하지 않고, 사진작가의 꿈을 응원해줬다.
모든 일들이 잘 풀리니,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게 분명한 듯했다. 앞으로도 평생토록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일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