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겨울방학
신재연이 돌아올 때까지 신재희와 끌어안고 키스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젠 귀에 익숙한 자동차 엔진음이 집 앞에 멈췄다. 신재연은 최아란과 함께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
나와 신재희는 떨어졌다.
각자 입가에 묻은 침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냈다. 신재희는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의자에 앉았다.
나는 이불을 덮고서 핸드폰을 했다. 키스하느라 풀발기한 자지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신재연과 최아란이 큰방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어?"
"안녕하세요."
나는 폰에서 잠깐 눈을 떼고 인사하고, 신재희는 막 부팅이 끝나서 바탕화면만 떠있는 모니터에 눈을 떼 인사했다.
신재연과 최아란은 우리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신재연은 이불을 다리 위에 덮고서 일어나지 않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옷을 갈아입는다면서 부엌 옆 방에 들어갔다.
"준아, 어디 아파?"
"응? 아니."
"그래? 맨날 마중 나와주다가 안 그러니까 이상하다. 흐흫..."
"올 거면 온다고 말해주지."
"흐흫... 보고 싶어서. 그냥 와버렸네. 오, 재희야. 롤하게?"
"아, 네."
"오... 골1이네?"
최아란은 신재희한테 점수를 따고 싶은건지 친근하게 굴기 시작했다.
최아란이 뭔가 멘토처럼 롤 코칭을 옆에서 하기 시작했다.
"예? 그거 별로일 것 같은데요..."
"잠깐만. 전적 사이트 좀 들어가볼래?"
최아란은 자신의 롤 티어를 보여줬다. 그러자 신재희는 아바타처럼 최아란이 하라는대로 하기 시작했다.
정장을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 신재연이 그 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내가 앉아있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보일러와 전기장판 콤보로 이불 속은 따끈따끈했다.
일반 사람이라면 기분 좋을 정도로 따듯한 것일 테지만, 몸이 뜨거운 신재연에게 더워서 괴로울 정도의 따끈따끈함이었다.
'굳이 들어온 이유가 있겠지.'
역시나 신재연의 손이 이불 속에서 장난을 쳤다.
그녀의 뜨거운 손이 내 자지 위에 올라온 것이었다.
때마침 내 발기가 다 빠져 있을 때였다.
신재연의 손길에 다시금 피가 쏠려 자지가 세워졌다.
남동생의 여친이 바로 앞에 있는데 이러다니. 진짜 못된 친누나였다.
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다가 옆으로 치워내려고 해도, 신재연의 손은 굳건히 버텨냈다. 계속 내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지금 쟤 때려. 싸움 걸면 네가 이겨."
"네? 여기서요?"
"해봐. 킬각이야."
"넵... 오!"
"나이스 킬."
신재연의 셔츠 속으로 손을 넣었다. 바지 허리춤을 뚫고 올라온 생자지를 더듬었다.
그랬다가 내 귀두를 만지고 흠칫했다. 귀두는 앞서서 신재희와 키스하던 중에 흘린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자기가 만져줘서 흘린 쿠퍼액이라고 생각하겠지...'
신재연은 최아란의 눈치를 살피며, 내 자지를 조용히 위아래로 쓸었다.
'아씨,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나는 신재연의 손목을 붙잡아 밀어내려고 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신재연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신재연은 그런 나를 보고도 계속해서 자지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재연이 누나."
"왜."
혹시 그냥 '누나'라고 불렀다간 최아란까지 뒤돌아볼까봐, 신재연의 이름도 붙여서 불렀다.
"오늘 엄마 만났어."
"뭐?"
신재연이 큰 소리로 되묻자 최아란이 뒤를 돌아봤다.
아슬아슬하게 신재연이 내 자지에서 손을 떼었다.
이불이라는 가림막이 있어서, 계속 내 자지를 잡고 있어도 들키지 않았을 테지만... 의심을 살 염려가 있으니 신재연이 손을 뗀 건 잘한 일이었다.
'아란이한테 말했었는데. 아란이가 재연이한테 말 안 했나보네.'
"언제?"
"재희랑 만났어. 재희 퇴근하고."
"무슨 얘기했어?"
"그냥 누나랑 같아.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어."
"그래...?"
최아란은 우리 가족의 예민한 얘기라고 생각했는지, 나와 신재연의 대화를 주목하지 않고 다시 신재희가 롤 하는 걸 지켜봤다.
그러자 신재연의 손이 내 허벅지를 타고 올라왔다.
내 자지로 향하려던 것 같던 그 손은, 갑자기 멈춰서 떨어져나갔다.
신재연은 내 쿠퍼액이 묻은 손을 이불에 문질러 닦은 뒤, 전자담배를 작동시켜 피기 시작했다.
'재연이도 죄책감 느끼나... 그럴 필요없는데.'
큰방에 퍼지는 찐내. 흘낏 뒤돌아본 최아란도 신재연을 따라서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전자담배를 작동시켰다.
포도향이 나는 전자담배 연기도 퍼져서 내 코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재연이 이불 밖으로 나가서 최아란의 어깨를 건드렸다.
"재준이랑 산책이라도 하고 오지 그러냐."
생선을 고양이한테 맡기는 격이었다.
신재연은 나름대로 날 생각해서 저러는 것 같았다. 신연주를 만나고 온 내 심정이 좋지 않을 것이고, 그 심정을 위로하기 위해 최아란과의 시간을 주는 게 낫겠다고 여긴 게 아닐까 싶었다.
'재연아, 나 발기 뺄 시간은 주고 그러지...'
"준아. 산책갈래?"
"아, 잠깐만. 나 친구랑 얘기 좀 하고. 누나는 그거 담배 마저 펴."
"응? 그래. 후웁... 하아..."
나는 톡 어플을 괜히 돌아다니며 시간을 뻐겼다.
빠르게 발기를 풀려고 하니까 오히려 자지에 피가 쏠려 발기 유지력이 좋아져버렸다.
난 여유를 가지면서 자지를 진정시켰다. 몇 분 지나서야 발기가 겨우 빠졌다.
나는 이불 밖으로 벗어나 외투를 걸쳤다.
"준이랑 산책 좀 하고 올게."
"그래..."
최아란에게 손을 잡힌채 현관문으로 향하게 됐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전자담배를 내뿜는 신재연이나 고개를 모니터에서 살짝 옆으로 돌린채 한쪽 눈으로 날 쳐다보는 신재희나...
뭔가 내게 화난 듯한 눈이었다.
'어우... 무서워라.'
따끈따끈했던 이불 속에서 현관문 밖으로 나가니 추웠다.
"준아, 추워? 누나 외투 입을래?"
"아니, 그 정도로 춥진 않아."
그녀는 내 손을 잡고서 엊그제 갔던 성연고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머님이랑 잘 얘기했어?"
"욕 쏟아내고 싶었는데. 그냥 그러기도 조차 싫더라고. 내가 엄마 보러 간다는 거, 우리 누나한테 말 안 했네?"
"가족 일이니까. 재연이도 나를 통해 그 사실을 듣는 것보다, 너한테 듣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최아란은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알았다.
'이런 좋은 여자라고 해도, 강간마라면 좋아할 수 없겠지. 무서워하겠고.'
나는 최아란과 같이 다니는 게 무서운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준아, 선물 줄게."
"뭔데...?"
"흐흫... 기대해."
엊그제 그녀와 밤 산책할 때 지나쳤던 신축빌라가 떠올랐다.
나한테 쓰라고 준다고 했던 그 빌라.
최아란의 발걸음은 계속 그 빌라로 향해갔다.
내 마음 속에 기대감 같은 게 피어올랐다.
최아란은 기대감을 충족시킬 줄 아는 여자였다.
신축빌라의 잠긴 로비문 앞에서 그녀가 비밀번호를 눌렀다.
"로비 비밀번호는 7989."
최아란에게 호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선물이란 게..."
"응, 집 샀어. 여기 5층은 다 네 꺼야."
흥분됐다.
나는 속물적인 사람이었다. 성공을 위해서 공부를 했고, 좋은 대학에 갔다. 그 '성공'이란 돈을 크게 버는 것이었다.
한국은 돈만 있으면 천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 최고였다.
내가 성공한다면 날 고아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아란 말고, '신재준'에게 순애보를 해주던 김하늘을 생각해, 김하늘에게 장가나 갈까 하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집'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에 그 마음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돈이 최고긴 하지...'
"이 빌라 재밌더라?"
"뭐가?"
"좀 웃겨. 5층이 펜트하우스야. 그리고 5층은 엘리베이터으로만 올라갈 수 있고, 또 5층 오르려면 비밀번호 입력해야 하고."
엘리베이터에 타니까, 층 버튼 옆으로 2열로 된 텐키가 있었다.
"5층 눌러봐."
눌리지 않았다.
"0229. 이걸 입력한 다음에 누르면 돼."
[비밀번호가 입력되었습니다.]
비밀번호가 입력된 뒤에, 최아란이 5층 버튼을 누르자 불이 들어왔다. 층수가 지정되니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누나 집, 현관도... 0229였지?"
"응, 네 생일로 바꿨어. 그럼 우리 둘 다 절대 안 까먹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일반적인 빌라처럼 1층에 2가구로 나뉘어져 있었다. 현관문이 두 개 였는데, 어거지로 1가구가 5층을 다 쓰게 하도록 두 현관문 사이에 장판이 깔려있었다.
그 장판 앞에 신발을 벗을 수 있도록 신발장이 마련되어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복도가 전부 5층 거주자의 사적인 공간인 셈이었다.
닫혀있던 계단문을 열어보니 4층에서 5층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철조망 문이 존재했다.
"이거 불법 건축 아닌가...? 소방쪽으로"
밑에서 불났다고 옥상으로 도망치려는 주민이 있다면, 이 철조망문에 막혀 질식사할 위험이 있지 않나 싶었다. 법을 모르는 나지만 그런 꺼림칙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글쎄... 난 건축법이나 소방법은 잘 모르겠네. 알아볼까?"
"아니, 됐어."
'어차피 진짜 이 집의 주인은 아란이고. 진짜 내 집도 아니고.'
"근데 이 모양이면 옥상도 5층 거주자만 쓰나?"
"아마 그렇겠지?
계단문을 닫았다.
신발을 벗고 장판 위로 올라왔다.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양쪽 현관문 비밀번호도 0229. 준아, 어느 쪽집부터 구경할래?"
"2개 다 똑같지 않아?"
"한쪽은 침실 겸 아기방. 또 한쪽은 게임방 겸 손님 맞이하는 용으로 꾸며봤어."
"아기방...? 누나... 사후피임약 안 먹었어?"
"흐흫... 걱정마. 먹었어. 네가 성인이 되고, 결혼할 때까지는 낳지 않을 거니까."
최아란이 내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포갰다. 그녀의 손 사이에서 내 손이 따듯함이 데워졌다.
"결혼하면 한 5명 낳을까?"
"아니..."
"그럼 10명?"
요즘 시대에 출산을 많이 하고 싶어하다니. 신기했다.
내가 노려보자 최아란은 흐흫, 하고 웃어넘기고 왼쪽 현관 501호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보인 거실에는 가구로 가득차 있었다.
"샀어도 어제 샀을 거 아니었어?"
엊그제 밤에 산책하다가 이 집을 사겠다고 했었다.
그러면 어제 낮에나 이 집을 구매했을 것이고, 가구도 주문했을 텐데. 하루만에 이게 가능한가?
"돈이면 다 돼."
"아..."
맞는 소리였다.
현관문 밖에 신발장이 있어서 그런지, 현관문을 열었다고 다시 신발장이 나오지 않았다. 현관문 안쪽도 장판이 깔려있었다. 슬라이딩 도어도 없었고.
따로 인테리어할 시간은 없어서, 집안은 그냥 완공되었을 당시의 인테리어 상태 그대로인 듯했다.
지금 들어온 왼쪽 501호가 침실 겸 아기방 같았다.
아직 애를 낳을 생각은 없긴 한 건지 아기방으로 쓰일 법한 작은 방들은 모두 비어있었다.
가장 큰방만 가구가 채워져있었다. 퀸사이즈의 침대와 장농, 화장대, 벽걸이 TV 등.
그럼 오른쪽 502호가 게임방 겸 손님방이라는 것일 텐데. 뭘 넣어뒀을지 궁금해졌다. VR 그거 재밌던데. 이 집에 놀러와서 해보고 싶었다.
"흐흫... 기쁜가 보네?"
"아..."
"아, 나는 준이, 네가 이 집을 보고서 기뻐해줘서 좋아. 막 비아냥거려거나 그럴 의도는 전혀 없어."
"이런 식으로 집 지은 게 신기해서..."
"그래? 준아..."
"왜...?"
"새 집에 익숙해져볼까?"
오른쪽 502호로 가는 건 훨씬 나중이 될 것 같았다.
최아란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 그냥 우리집으로 돌아가자."
난 하기 싫은 것처럼 무게 중심을 뒤로 빼며 버텼다.
문턱이 없고, 바닥은 미끄러웠다. 나는 양말을 신고 있었기에 그녀의 완력에 그대로 질질 끌려갔다.
내가 침대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날 안아올리고 침대 위로 던졌다.
최아란이 사는 원래 집의 그 침대와 같은 종류인지 엄청 푹신했다. 몸이 내던졌는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내 위로 최아란이 올라탔다.
그녀가 외투부터 벗기려고 하자, 난 외투를 붙잡고 버텼다.
"하아... 준아. 누나, 귀찮게 할래?"
최아란이 '착한 누나'에서 '무서운 누나'로 가면을 갈아꼈다.
날 때릴 것처럼 손을 올렸다.
난 그게 무서운 척 외투를 스스로 벗었다.
"준아, 네가 벗을 필요없어."
그녀가 내가 벗은 외투를 가져갔다. 내 외투를 반듯하게 개더니 침대 한 쪽에 올려뒀다.
"그럼 누나가 너 벗기는 재미를 못 보잖아."
'으악... 아란아...'
그 착한 아란이가 이렇게 변했다. 이게 다 내 탓은 아니겠지? 아닐 거다, 분명... 원래 최아란의 본성이 이런 건데 내 자극에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내 셔츠를 천천히 잡아 끌어올렸다.
나는 셔츠가 등에 닿지 않도록 상체를 조금 들어올려, 그녀가 '재미보는 것'을 도왔다.
최아란이 올라타 보지로 비비는 통에, 내 자지는 풀발기된 상태였다. 그녀는 내 바지 허리춤을 뚫고 나온 생자지를 내려다보았다가, 내 두 볼부터 잡았다.
고개를 숙여와 입술부터 탐했다.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스타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