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6화 〉겨울방학 (116/201)



〈 116화 〉겨울방학

"흐흫... 나도  생각 없었어. 준이,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눈 감아."

'뭐야. 섹스는 안 하고 키스만인가?'

끓어올랐던 성적 긴장감이  식어버렸다.

눈을 감자 최아란의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내 입속으로 침입해들어왔다. 오늘의 키스 맛은 통닭맛이었다. 서비스로 같이 들어온 치킨 양념의 맛도 났다.

최아란의 못된 손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자지를 더듬었다.


안 그래도 미녀와 키스하느라 흥분해 커져가던 자지가, 그 발기 속도를 가속했다.

나는 싫은 척, 그녀의 손목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최아란은 미동도 않고 버텨냈다.

'어쩌면 따먹힐 지도...?'


학교에서 따먹히는 건 나와 같은 학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최아란이  학교에서의 첫경험을 가져갈지도 모르겠다.

내 가슴 속에서 성적 긴장감이 다시금 들끓었다. 쿠퍼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최아란은 내 자지에서 손을 떼며, 동시에 입도 떼었다.

"하기 싫어?"
"응..."
"그럼 가자."

'아, 뭐야.'

학교에서의 첫 경험임과 동시에 야외에서의 첫경험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최아란은 선선히  거부를 받아들였다.


강당 뒷쪽에서 벗어나 이미 지나왔던 교정을 되돌아갈 때까지. 나는 갑자기 최아란이 '아, 안 되겠다. 그냥 하자.'라고 말하며  따먹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부서져버렸다.


최아란이 먼저 교문 너머로 나갔다.


'에휴... 아니지. 나도 좋아해야지. 지금 섹스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들킬 위험이 너무 커.'

내가 교문 위로 올라가자 최아란이 또 두 팔을 벌렸다. 그녀의 품으로 뛰어내렸다.

덕분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나는  손은 다시 최아란의 손에 붙잡혔고, 그녀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게 됐다.

"맞다, 준아. 너 저번에 '오석준 '얘기했었잖아."
"어? 어..."

난 남녀역전세계의 '오석준'에 대해서 신경을 끌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아란이 나처럼 태연고등학교를 나왔다니까, 호기심에 '오석준'을 아냐고 물었다. 최아란은 '오석준'을 모른다고 했고, 난 그녀한테 신경끄라고 얘기했으나... 그녀가 '오석준'에 대해 알아본 모양이었다.


"동창이었던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몇몇이 '오석준'에 대해 알고 있더라."
"그래?"
"소문이 나쁘더라고."
"응? 무슨 소문?"


난 정말로 물어서 물었다.


'고아'라는 점 때문에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운동을 하고 다녔던 나였다. 그래도 먼저 시비를 걸어오지 않으면 싸우지 않았고, 일진회에 들어오라는 권유도  무시했었다. 그리고 좋은 대학교에 가서 인생 성공을 하고 싶었기에 공부를 열심히했다.


그래서 '오석준'에 대한 나쁜 소문은 퍼질 거리가 없었다.


'고작 '오석준은 고아다'라는 것을 '나쁜 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테고... 뭐지?'

그것은 원래 세계의 '오석준'의 경우였다.


'아, 설마...'


내가, '오석준'이 여자한테 따먹히는 성벽을 갖게 된 것은 아마 고등학생 무렵이었다.

쉽게 이루기 힘들고, 남에게 밝히거나 드러내기 힘든 성벽.


원래 세계의 '오석준'은 그 성벽을 숨겼다.


각별한 사이가 된 애인한테나 그 성벽을 드러내며, '역강간' 역할극을 요청해봤던 것은 직장인이 되었을 때였다.

학창시절이나 캠퍼스 생활 때, 내 성벽 때문에 '나쁜 소문'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오석준'은 남자... 여자한테 강간 당하는 성벽이 생겼다면, 막 강간당하고 다녔을지도...'

나도  점을 예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점을 간과하고 '내가 '오석준'과 안면이 있다'고 최아란에게 말해버렸다.


'괜찮겠지... 처음부터 그저 안면만 있다고 했으니까.'


"석준이 형한테 나쁜 소문? 어떤 소문인데?"
"주위에 나쁜 여자와 문란하게 놀았나 봐. 임신시킨 여학생 숫자도 몇몇 있었고."

'시발. 이 세계의 석준이는 행복했구나...'


난 원래 세계에서 불행했는데. 성벽을 감춰야만 했고, 성벽을 이루기도 힘들어서 괴로워했는데.

아마도 이 세계의 '오석준'은 자신의 성벽을 추구해 '나쁜 여자'들에게 강간을 유발했을  같았다.


"그래?"
"준아. 오석준은 어떻게 알게  거야?"

난 머리를 굴렸다가 대답했다.

"나와  형 이름에 '준'이 들어가."
"응?"
"생일도 같은 2월 29일."
"아... 그래?"
"나는 성연시,  형은 태연시에 살고. 그걸 SNS 파도타다가 보게 됐어. 신기해가지고 메신저로 한   걸어봤고. 전에 '안면 있다'고 했지만, 사실 메신저로만 얘기해본 게 다야."
"아, 그렇구나."
"..."

'오석준'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난 불쾌감을 느꼈다.


'이 감정이 뭐지? 아...'

난 우습게도 '질투'를 느꼈다.


최아란이 '오석준'에 관심을 갖고,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왜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언급하는가, 짜증이 느껴졌다.

'오늘 나 따먹지도 않고.'

정력이 걱정되면서도 내심 기대했는데.




* * *


최아란은 집에 도착하고 신재연과 담배 타임을 가진 다음 돌아갔다.


"오빠, 나 시험문제 다 풀었는데."


신재희가 내가 만든 시험지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대충 훑었다.


"오, 함정 문제도  속고 여유롭게 정답을 맞췄네."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칭찬해줬다.


신재희가 히죽 웃었다.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신재희가 나날이 똑똑해지는 모습에 가슴이 푸근해졌다.


'그래, 몸 대주는 게 뭐 대수인가? 게다가 난 실제로 '신재준'도 아니잖아.'


신재희는 내 어린 애인인 거다. 철이 없어서 잔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지만, 몸을 대줄 때마다 철이 들어가는 애인.

"아, 맞다. 오빠, 토요일에 엄지혜 와도 돼?"
"응? 상관없는데."
"오빠, 토요일에 어디 안 나가지?"
"나는 왜?"
"잊었어? 오빠가 걔 리세계 사이트 만들어주기로 했잖아."
"아."

캠핑 가기 전에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잊지 않을 겸 쓰려고.


그때 신재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세계'가 뭔데? 그리고 재준이가 사이트를 만든다고?"


신재희가 나 대신 설명했다.

"리세계는 보통 모바일 게임 계정인데, 좋은 뽑기 유닛이 나온 계정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오빠, 프로그래밍 할 줄 안다는데?"
"재준아, 그건  언제 배웠어?"
"그냥 방학이라 심심해서... 컴퓨터에 깔려있으니까 흥미를 느꼈어."


우리집 컴퓨터에는 파이선과 자바 등이 설치돼있었다. 신재연이 CY전자에 들어가려고 프로그래밍을 한창 파고 들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프로그래머 되려고?"
"그걸로 CY전자 들어가보려고."
"힘내."
"응."
"꼭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


신재연이 그윽한 눈으로  쳐다봤다. 잘 자란 남동생을 쳐다보는 소녀가장의 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눈 어딘가에서 비틀린 성욕이 발견한 듯했다. 기분 탓일까...

'만약 나도 CY전자에 들어가면... 직장에서 재연이랑 섹스하게 되려나...'

그렇게 따지면 최아란한테도 회사에서 따먹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먼 미래네.'


"그럼 토요일에 웜한테 오라고 한다?"
"그래."

나는 마른 듯한 입술을 핥았다. '신재준'의 기억에 따르면 엄지혜도 꽤나 미인에다가 최아란보다 좀 더 큰 거유를 지닌 여학생이었다.


 애의 실물을 보게  것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그리고 엄지혜에게 따먹히는 경험도...

'아, 근데 엄지혜는 괜찮으려나?.'

앞으로는 날 한 번 따먹고, 나한테 신경 끌 여자를 노려야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구는 여자를  이상 늘리면  정력이 위험했다.

'한 번 살펴보고, 내가 따먹히고 버려질 각 나오면 따먹혀야지.'


나는 신재희가 푼 시험지를 다 채점하고, 몇몇 틀린 문제에 대한 오답풀이를 해준 뒤, 그 틀렸던 문제들 가지고 재시험을 보았다.

재시험 끝에 100점을 채워낸 신재희는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엄지혜 집에나 갈까~."


신재희는 공부방 옆 큰방에 있을 제 언니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를 냈다.


자신의 언니를 위한 배려를 하려는 신재희였다.


"재준아, 재희야.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런데 큰방에서 신재연이 우릴 호출했다.


신재연의 목소리는 화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얘기를 하고자 부른 것 같지도 않았다.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나와 신재희는 서로를 바라보고 시선과 고개짓으로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섹스한 거 들킨 건가?'
'아닌 것 같은데.'
'뭐지?'
'나도 몰라.'


우리끼리 눈짓, 턱짓으로 대화를 해봤자 답이 안 나왔다. 할 수 없이 일단 나갔다.

신재연은 팬티바람을 한채 바닥에 앉아있었다.

화난 표정은 아닌데,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표정이었다.

'중요한 얘기를 할 거면  좀 걸치지...'

나와 신재희는 신재연 앞에 앉았다.


"혹시 엄마한테 전화 받은 사람?"


'아, '엄마' 때문이었구나.'

나는 안도했다. 아마 신재희도 나와 같은 심정일 테지.


"나 오늘 일하는데 부재중 전화왔어. 나중에 할까 하다가 까먹고 있었어."

신재희의 말이었다.

"나는 어제 전화왔어. 보자는데 싫다고 하고 끊었어."


내가 말하자 신재연과 신재희가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날 쳐다봤다.


'신재준'이 어렸을 때 부모한테 버려진 걸 슬퍼했다고 두 누이는 알고 있었다.


그랬으니 내 판단이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오빠라면... 만났을  같았는데."
"뭐하러."
"그냥..."

신재희가 말을 줄이자, 신재연이 입을 열었다.


"나도 오늘 일하는 도중에 엄마한테 전화받았어.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는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나한테는  번 보자고 했다. 그에 나는 싫다고 하며 끊었다.

 다음날인 오늘에는 신재연에게 가족끼리 같이 살자고 제안한 모양이었다.

"뭐? 이제 와서?"

신재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아직 어렸는데도 그날 기억나. 그딴 식으로 야반도주한  엄마냐?"


신재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신재연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누수로 인한 흔적이 남은 천장. 그리고 어딘가에서 주워온 가구들을 둘러보았다.


"난 엄마랑 지내는  나을  같은데."
"언니."
"누나."
"엄마가 했던 말이 전부 진짜라는 가정하에서 말이지. 일단 엄마가 정말 성공을 했는지, 우리 보고 같이 살자는 집이 정말 자기 명의인지, 지속적으로 돈은 버는지 알아볼 생각이야. 그런데 너희가 엄마랑 같이 살기 싫다면... 굳이 내가 기분 더럽게 엄마하고 마주할 필요는 없겠지."


신재연도 역시 신연주와 사는 것이 불쾌한 듯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나 주거사정으로나. 신연주의 살림이 나아졌다면 가족이 합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을  모양이었다.


신연주가 제대로 가장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한다면. 신재연이 소녀가장의 짐을 내릴 수 있는 기회였다.


여태까지 힘들게  동생을 키워온 신재연의 선택이 그렇노라면... 그렇기에  신재연의 선택에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아씨..."


내가 신재연의 선택에 지지를 보내자 신재희가 질색했다.

"난 반대."


신재희는 반대표를 던졌다.


나는 신재희가 철 없이 군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재희의 선택이 마음에 드는 모순을 느꼈다.


나와 신재희는 신재연을 쳐다봤다.

그녀가 이 집의 가장이기에.

그녀의 선택을 기다렸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엄마 집에 들어가는 거 안 할 생각이었어. 재준아, 괜찮지?"
"나도 사실 반대인데... 누나는 괜찮아?"
"괜찮아. 이제 직장도 익숙해졌고. 적금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고. 곧 있으면 여기보다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을 거야."
"대출 끼고?"
"대출은 껴야지. 어쨌든 너희들 생각은 잘 알겠어. 엄마한테 말할게.  들어갈 거라고."

갑자기 시작된 가족회의는 그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신재희는 나와 신재연의 눈치를 보다가 엄지혜네서 자겠다며 나갔다.

신재연이 현관문을 잠그고, 불을 부엌부터 끄면서 큰방에 들어왔다.

"가자마자 하게? 재희가 뭐 두고 와서 돌아오면 어쩌려고?"
"네가 최아란하고 같이 데이트가는 거 보면 화가 나."


신재연이 불 꺼진 큰방에서 딱 하나 걸치고 있던 팬티를 벗었다.

 바로 앞에 서있는 가로등. 닫힌 불투명한 창문에 상당히 막혔다.  불빛으로 보이는 알몸의 윤곽.


"너 어제 자고  거, 예성이네서 잔 게 아니라 사실 아란이네서 자고 온 거 아니야?"

신재연이 내 옷을 벗기면서 물었다.


내 옷을 벗기는 손길이 조심스러웠지만, 그 질문은 살이 베일 정도로 날카로웠다.

"예성이한테 확인 전화해봐..."
"...오늘은 네가 위에서 해줘."
"응, 알았어."


신재연이 이불 위에 누웠고, 두 다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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