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겨울방학 (114/201)



〈 114화 〉겨울방학

김하늘이 뭐냐고 물어볼까봐 꺼내지 않았던 하바리움을 공부방 책상 위에 다시 올려뒀다.


과외시간에 맞춰서 정수린이 집에 도착했다.

"오빠, 안녕하세요."
"어서와."

큰방 전기장판 위에 테이블을 펼쳐서 과외 수업을 할 준비를 했다.


공부방은 보일러가 들어가지 않게 잠가뒀다. 돈 받고 하는 과외 수업을 진행하기는 좀 그랬다.


"오빠, 이거 숙제한 거요."
"어디 보자."

숙제를 채점하고 있자니, 정수린이 연습장에다가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내게 슥 내밀었다.


[오면서 봤는데요. 집 근처에 하늘이 언니 안 보이던데요?]

나는 그 아래에 대답을 적었다.

[어디 멀리 갔다가 적당한 시간에 돌아올지도. 하늘이는 우리가 언제 과외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 아니까]
[그런데 오빠, 하늘이 언니가 우리 말을  엿들어요? 뭔가 수상한 짓이라도 했어요?]
[아니. 별로 수상한 짓은 안 했는데]


김하늘한테 의부증 비슷한 게 생긴 듯했다.


정수린의 머리카락이 내가 잤던 손님방에서 나왔던 적이 있기도 했고.

아니면 김하늘이 의심이 많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조심성이 너무 강해진 걸까.

[오빠. 저 발로 밟아주세요]

"하아..."

난 정수린의 변태적인 요구에 한숨부터 나왔다.

[소리  낼 테니까... 네?]

정수린이  옆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는 한 쪽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그 발을 뻗어서 그녀의 배를 발로 뭉갰다.

그녀의 뱃살이 꽤 통통했다. 어지간히 많이 먹고 있는 듯했다.


우린 겉으론 담백하게 과외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야릇한 짓을 끊이지 않고 했다.


[제 젖꼭지 꼬집어주세요]

오늘 그녀는 노브라였다.


손을 뻗었다. 옷을 입으니 가슴이 많이 납작해보였지만, 물컹하게 눌리는 지방이 있긴 했다.


셔츠 위로 가슴을 더듬다보니 콩알처럼 튀어나온 젖꼭지가 만져졌다. 그 젖꼭지를 꼬집었다.

"읏..."


그녀가 신음을 내자 얼른 뗐다.


[조심할게요... 죄송해요. 다시 꼬집어주세요]

다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젖꼭지를 셔츠 위에서 꼬집었다.  손이 주는 자극에 정수린의 젖꼭지가 발기했다.


정수린의 변태적인 요구를 수행해주랴, 과외 수업을 진행하랴 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역시 여자의 몸을 가지고 노는 것은 재밌었다.


[내일 데이트해주셔야 돼요?]
[ㅇㅇ]

"다음 과외 때는 어디서 할까?"
"저희 집에서 하죠."
"그래, 알았다."


과외를 마치고, 정수린은 자신의 필기구와 공책 등을 가방에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문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아, 뭐예요. 놔요!"
"야. 너 꼼짝말고 있어. 재준아!"
"아, 시발."
"뭐? 시발? 마빡에 피도  마른 새끼가."


나와 정수린은 눈 마주쳤다.


"하늘이 언니... 목소리죠?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요."

나는 알았다. 한쪽은 김하늘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집주인 딸이었다.


"하아..."

'엿보기범을 쫓아낼 파수견을 만들어놨더니... 그 파수견한테 김하늘이 잡혔네. 그리고 쫓아내라고 했지, 붙잡아서 대령하란 소리는  했는데.'

그리고 얼척이 없었다. 김하늘이 정말 나랑 정수린의 사이까지 의심해서 엿들으려고 하더니.

현관문을 열자 집주인 딸에게 붙잡힌 김하늘이 보였다.


"재준아! 내가 잡았어! 애가 아까부터 너희 집 얼쩡거리더라고."
"하아... 저기요. 저 애랑 친구거든요?"
"스토커겠지. 그렇지 않으면 10분 전부터 계속  근처를 얼쩡거리겠냐?"
"재준아, 뭐라고  좀 해줘 봐."

언제나처럼 노란색 깔깔이를 입고 있는 집주인 딸. 그녀는 내게 칭찬을 바라듯 쳐다봤다.

"누나...   친구 맞으니까 놔줘요."
"뭐? 저, 정말?"
"네..."
"재준이가 저 친구 맞대잖아요. 좀 놔요."

김하늘이 팔을 거칠게 털자, 집주인 딸은 손을 놓았다.

"누나, 어쨌든 고마워요."
"어, 어... 야, 인마. 이웃이 걱정하게 그렇게 남자애가 있는 집을 기웃거리면 어쩌냐."


집주인 딸은 김하늘에게 면박을 줬다.


김하늘은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늘아, 얘기 좀 할까."
"어, 어..."
"오빠, 저는요?"
"너는 그만 집에 가봐."
"넵. 그럼 하늘이 언니. 전 가볼게요."
"어, 어... 그래..."


정수린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며, 집주인 딸에게 까딱하고 인사했다.


집주인 딸은 마주 고개를 까딱하더니 정수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 다음에는 김하늘의 얼굴를 빤히 봤다.


집주인 딸은 내가 김하늘과 정수린과 섹스를 했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김하늘이 우리집을 기웃거리는 행위를  것을 보고, 김하늘이 나와 정수린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나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는 추리해냈을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여러 명의 여자와 섹스를 하면서, 여자들 각각에게 외도하는 사실을 숨기고 있노라고.

'설마 내 외도를 여자들한테 알리겠다고 협박하진 않겠지?'


괜찮을 거였다. 집주인 딸은 날 협박할 수 없다. 나는 집주인 딸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까.


"누나, 그럼 전 들어가볼게요."
"어, 어."
"하늘아, 잠깐 들어와."
"응..."

김하늘과 집에 들어왔다.

큰방 전기 장판 위에는 아직도 테이블이 있었다.

나와 김하늘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았다.

"하늘아.  얼쩡거린 이유가 뭐야?"
"얼쩡거린  아니라..."
"나랑 수린이가 과외하는 거 엿들으려고?"
"하아..."

김하늘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털었다.

"사실, 그래."
"그래?"

'다행이었네.'

위기감 없이 정수린과 섹스했다면, 염탐하러 집 근처로 돌아온 김하늘에게 걸릴 뻔했다.

"이젠 의심이 좀 풀렸냐?"
"어... 미안해. 의심해서."
"그럼 가 봐. 나 좀 쉬게."
"안마해줄게"
"너한테 안마 받는 거, 오히려 나한테 피곤한 일이 될 것 같은데?"
"아니야. 진짜 어깨 안마만 해줄게. 미안해서 해주고 싶어."
"그래... 그럼 어깨 안마 만이야?"


내가 전기장판 위에 앉자, 김하늘이 내 뒤에서 무릎을 대고 앉았다.

그리고 내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신재연에게 받지 않은지 며칠 됐다고 뭉쳐있었나 보다.


"악... 으윽..."
"우리 재준이... 어깨가 뭉쳐있네."
"사, 살살해."

내 어깨를 주무르던 김하늘의 손이 내 셔츠 앞섬으로 파고 들며, 내 젖꼭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깨 안마 만이랬잖아..."
"미안..."
"손 빼라."


아침에 섹스도 해줬으니 그녀의 성욕이 다 빠졌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고생의 성욕을 엿본 것이었다.


김하늘은 내 셔츠를 강제로 벗겨냈다. 바지를 붙잡고 있자 내 손목을 억세게 쥐어서 아프게 해, 바지를 놓게 만들었다.

곧 알몸이  내 위를 김하늘이 올라탔다.

"하아악...! 흐윽...!"
"하늘아, 쉿... 다 들리겠어."
"흐으... 아앙..."
"그리고 콘돔 끼자, 응?"
"읏... 읏..."
"아, 시발년아. 콘돔이라도 좀 끼고 하자고. 섹스   다신  해준다?"
"아, 알았어..."

으름장을 내놓아서야 내 자지에 콘돔을 끼우는 김하늘이었다.

김하늘의 허리놀림에 따라 내 몸이 흔들거렸다.


흔들리는 시야에서 누수된 흔적이 지도처럼 그려진 천장을 올려다봤다.

'더 이상 지속적인 섹스를 할 대상을 늘리면 요절하겠다.'

정수린, 김하늘, 신재연, 신재희, 최아란. 이 다섯 명과 하루에 2번씩 섹스한다고 쳐도 무려 10번을 사정해야했다.

만약 내가 요절한다면 사인은 복상사일 확률이 컸다.

'이젠 진짜 늘리지 말아야지.'


김하늘의 성욕을 풀어주고 떠나보낼 생각이었다.

"이젠 집에 가."
"너희 언니 올 때까지만 이러고 있자."
"곧 재희 올 거야. 오픈마감조라. 나 씻고, 너랑 섹스한 흔적도 지우고 해야돼. 좀 가. 나 좀 힘들게 하지 말고."
"아, 알았어. 내가 도와줄 건 없고?"
"그럼 이 쓰레기, 가다가 버려."


김하늘과 섹스하다가 나온 정액이 들어간 콘돔 묶음과 서로의 타액을 닦는데 쓴 휴지들. 그걸 검은 비닐봉투에 담아다가 건넸다.

"알았어. 내일 보자."
"그래."


나는 창문을 활짝 열어 집안 환기를 시켜두고, 샤워를 했다.


'아, 갈아입을  깜빡했네.'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나온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큰방으로 향했다.

환기를 시켜두려고 활짝 열어둔 큰방 창문을 통해 한 여자와 마주치게 됐다.


엿보기범은 아니고... 그냥 우연히 우리집 옆을 지나가던 여자였다.


우리집을 둘러싼 담은 허리 높이까지 밖에 안 오기에, 그녀는 담 너머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내 알몸을 볼 수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20대 후반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알몸을 빤히 바라보며 내 집 옆을 지나쳤다.


무슨 짐벌도 아니고, 고개와 시선은 내 알몸에 집중돼 있는데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꼴이 웃겼다.

'눈요기를 시켜줘버렸구만.'

나는 서랍을 열어 속옷과 옷을 걸쳐입었다. 그리고 집주인 딸에게  일이 있어 나갔다.

'쫓아내라니까. 잡지 말고.'

집주인 딸이 엿보기범을 잡아버리고, 그 사실을 내가 아니라 신재연이나 신해희에게 알려버리면  누이가 걱정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수견 노릇을 잘 해줬으니 상을 줘야지.'

야한 스킨십은 말고, 말동무 정도나 해줄 생각이었다.


집주인 딸은 나한테 관심있어 보였으니 대화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이  것이었다.

현관문을 여니까 집주인 딸이 안보였다.

'마침 내가 용무가 있을 때는 없단 말이지.'

일단 밖으로 나갔다.

방범창 사이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고시생이 보였다.


나는 길가로 밀려진 눈을 일부러 밟으면서 다가갔다. 뿌드득. 뿌드득.


집주인 딸이 그런  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나오라고 손가락을 까딱했다.

집주인 딸은 얼른 집 밖으로 나왔다.

"왜, 왜?"
"잘 했다고요. 칭찬해주려고. 결과적으론 엉뚱한 사람을 잡은 거지만, 그래도 칭찬해줄게요."

나는 정수린에게 그러는 것처럼, 집주인 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나보다 키가 컸기에 까치발을 세워야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저희 집 얼쩡거리는 여자 경계해주세요."
"상은...?"
"지금 줬잖아요."
"아..."
"근데 쫓아만 내요. 잡지는 말고."
"잡아다가 경찰에 신고해서 다신 그러지 않게 하는  낫지 않나?"
"엿보기범이나 스토커 관련해서 찾아봤는데, 현행범으로 잡아도 구속하기도 어려워보이더라고요. 그냥 쫓아내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그래... 근데 그, 아까 그 여자애 둘은... 어떤 사이인 거야? 너랑."
"제가 좋아하는 애들. 걔들도  좋아하고요."
"재연이 직장 친구는?"
"그 누나하고도 서로 좋아하는 사이."
"재연이는...?"
"우리 누나가 뭐요."
"재연이랑도 하잖아, 너."
"저기요, 지금 저 성희롱하시는 거예요?"
"아, 아니..."

집주인 딸은 우물쭈물거리더니 숨을 들이키고 말했다.

"나도 너 좋아하면 안 될까?"
"저 좋아하는 건 자유인데요. 저는 누나 안 좋아하는데요."
"아..."
"아무튼 오늘처럼 저희 집에 이상한 사람 오면 쫓아내주세요. 그럼  쓰다듬어줄게요."
"세, 섹스는...?"
"아놔.  누나,  성희롱한다."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녀가 알몸으로 우리집 큰방에서 자위하던 모습을 녹화한 그 핸드폰.


 핸드폰에선 해당 녹화영상을 삭제해놨다. 혹시 내가 이 핸드폰을 분실했을 때, 누군가가 엿볼까봐. 그대신 복사본을 클라우드 사이트에 올려놨다.

"공무원 안  거예요?"


난 집주인 딸을 협박했다.

"잘... 지켜볼게."
"네, 그럼 부탁드려요."

멍하니 땅바닥을 바라보는 집주인 딸을 내버려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후 5시 20분 즈음, 신재희가 도착했다.


"오빠, 상품 미리 땡겨줘. 언니오면 못 하잖아."
"재희야..."


소녀는 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져 알몸이 되었다.

"미리 받는  가능하지? 공부랑 시험은 받을거야."

매점에서 일했는지 소녀의 몸에선 팝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신재희와의 섹스에는 콘돔이 필요없었다. 조루 소녀였기에. 내가 사정감이 절반도 올라오지 못했을 때, 혼자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치워야할 정사의 흔적이 적었다. 환기 정도?


혼자 음울한 표정에 빠진 신재희는 롤 영상을 멍하니 감상했다.


화장실에서 아랫도리만 씻고 나온 나는 핸드폰에 올라온 톡을 확인했다.

최아란 [준아 ㅎㅎ]
최아란 [오늘 저녁에 놀러가도 돼?]
신재연 [아 ㅡㅡ 재준이 힘들게 하지 말라고]


'아... 재희가 조루라서 다행이다...'

캠핑 단톡방에 올라온 새로운 톡 메시지.

최아란은 분명 내 집에 와서 어떻게든  꼬시고 밖으로 나가 따먹을 것이었다.


신재희는 제 나름대로 언니를 배려한다고 엄지혜의 집에 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신재희의 배려는 내게 독이 될 것이었다. 결국 신재연한테 따먹힐 테니까.

'뽑힌다, 뽑혀...'


(나) [뭐 먹고 싶은데?]
최아란 [너희 집에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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