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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109/201)



〈 109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그, 그래?"

최아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하반신을 쳐다봤다.

내 몸의 이상한 부분을 본  아니었다.

내 바지주머니가 볼록한 것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녀가 '하바리움'을 인식했다.

"새 프로필 만들어볼까? 지금 저장된 건  정보에 맞춰진 거라 새로 만들어야 돼."
"응."

링 피트 어드벤처의 프로필을 새로 생성하기로 했다.

성별은 남자.


나이는 18세.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하는가? '전혀 하지 않는 편'으로 할까 하다가 '그다지 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섹스도 운동이긴 하니까.'

그 다음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피트니스를 원하는지 선택지가 떴다.

"이건 난이도 선택인가?"
"응. 중간에 바꿀  있으니까 맘대로 선택해."

나는 가장 강도가 높은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몸무게를 입력하고 운동강도를 설정했다.


"빡셀 텐데..."
"힘들면 줄이면 되지, 뭐."

다음 단계에서 최대 운동강도를 테스트한다고 했다. 링콘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고, 조이고, 최대한 빠르게 조깅하고.


"하아...! 하아...! 누나, 아랫집은 아무도 안 살아?"


최선을 다해 달렸다. 그러다 보니 숨이 헉헉거려졌다. 한참 동안 요가 매트 위에서 한바탕 우다다 달린 다음에야 층간소음이 걱정됐다.


최아란은 한참 내 바지주머니를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누나?"
"어? 뭐라고?"
"아랫집에 사람 안 사냐고. 층간소음 걱정돼서."
"아. 아무도 안 살아. 층간소음 걱정 안 해도 돼."
"그래?"

튜토리얼 스트레칭을 했다. 오프닝 무비를 보자는데 그냥 스킵했다.

스토리 스테이지 게임을 시작.

공기포를 쏘아대며 조깅했다.

만나게 된 몬스터와 싸움이 걸렸다.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해 스쿼트를 하고 했다.

허리를 올리고 내리는 내 모습이 여자인 그녀의 눈에는 꼴리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그래서 그런가. 최아란은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는지 모니터에만 집중했다.

"아, 힘들어! 못 해! 운동강도 바꿔줘."
"흐흫... 그렇지? 빡세지?"


30분 여 정도 링피트어드벤처로 땀을 뺀 나는 최아란에게 말했다.


"누나, 나 씻어도 돼?"
"뭐? 아..."

날 돌아본 최아란은 부정하려는 표정이었다가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안 돼?"
"되지. 응. 갈아입을 옷 빌려줄까? 빨고 건조기로 말리면 될 것 같은데."
"괜찮아. 입던 거 또 입어도. 아, 부엌에서 물 좀 마실게."
"응... 아, 새 수건 준비해줄게."

부엌에 있던 정수기에서 냉수를 따라 마신 뒤, 최아란에게 수건을 받았다. 그녀에게 사용할 욕실을 안내받았다.

욕실문 바로 앞에 거울수납장이 있었다.  수납장 위에는 헤어드라이기와 빗, 스킨로션 따위가 올려져있었다.

 욕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엿보지 마."
"아, 안 그래..."


나는 욕실의 문을 닫고, 옷을 변기 커버 위에 올려뒀다.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특히 자지를 열심히 닦았다.

샤워 이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자 개운했다. 하지만 땀으로 젖은 속옷과 옷을 다시 입자 찝찝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로 찝찝할 줄이야. 그냥 옷 빌려달라고 할  그랬나.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쪽이 더 유혹하는데 유리하겠네.'


"누나."
"응?"

욕실문을 열고 크게 부르자, 침실에서 그녀가 나왔다.

그녀는 화장실 문 밖으로 고개만 빼곰 내민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고개만 내밀고 있으니, 옷을 벗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나  입고 있어."
"아, 그래?"
"나 옷 좀 빌려줘. 찝찝하네."
"아, 잠깐만..."

다시 침실로 들어간 그녀가 잠시 뒤, 옷가지를 들고 다가왔다.


"진짜 옷 입고 있는 거지?"
"그렇다니까."

화장실 문밖으로 나갔다. 최아란이 화들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몸을 쳐다봤다.


"하아... 고개만 빼고 있으니까, 벗고 있는 줄 알았잖아."
"흐흫... 그런 장난은 나라도  쳐."

최아란이 준 옷을 받아들고 욕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는 욕실 옆에 붙은 드레스룸에서 갈아입으라고 했다.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선반 위에는 여러 명품백이 올려져 있고, 옷걸이에는 갖가지 옷들이 걸려있었다. 정장이나 간편복, 예쁜 원피스 등. 그리고 내 외투도 걸려있었다.

값비싼 최아란의 옷들 사이에, 시장표 싸구려 외투가 걸려있는 꼴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

난 옷을 갈아입었다.

최아란이 전해준 옷은 남자와 여자 모두가 입어도 무난한 검은색 반바지와 흰색 반팔셔츠였다. 옷 안쪽에 상표가 붙어있는데 무슨 브랜드인지 모르겠지만, 이 옷도 고가일 것이었다.


셔츠가 얇아서 내 유두의 색이 다 비쳤다.


'아란이 변태라서 비치는 셔츠를 준  아닐 테고... 의도하지 않은 사고일 것 같은데. 마침 잘 됐네.'

 유두가 비치는 것을 모르는 척 굴기로 했다.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그녀가 일어섰다.

"옷 잘 맞아?"
"응."

최아란은 내가 입은 자신의 옷을 살펴보다가, 내 가슴께에서 흠칫했다.

비치는 유두를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여닫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응큼한 면이 아예 없지는 않네.'

"세탁기는 어딨어?"
"알려줄게."

부엌 옆에 있는 다목적실로 안내했다. 드럼세탁기 위로 건조기가 올려져있었다.


땀에 젖은 내 옷과 세제를 집어넣고 세탁기를 작동시켰다.


"맞다, 준아. 저녁 먹어야지?"
"내가 해줄까?"
"흐흫... 그럼 좋지. 그래도 같이 할래?"


최아란의  뜨는 솜씨를 떠올려보면 요리도 잘할 듯했다.

그걸 떠오르자 저녁식사를 최아란에게 부탁해볼까도 했다.


하지만 꼬시기 위해서 가까이 붙어있는 게 나을 듯했다.

"그래, 같이 하자. 뭐 해먹을까?"
"새우크림파스타, 어때?"
"응."
"누가 새우 손질하고, 누가 파스타 할까?"
"내가 번거로운  할게."
"손님으로 왔는데 힘든 거 시킬 수는 없지. 내가 파스타할게."
"응?"

새우 손질이 더 번거롭지 않나?


"흐흫... 사실 새우는 물기 제거만 하면 돼."
"그래?"

그녀는 붙박이 냉장고에서 양파와 마늘, 새송이버섯, 체다치즈와 새우, 우유와 생크림을 꺼냈다. 그리고 싱크대 찬장에서 파스타 면과 소금, 올리브유, 치킨스톡을 꺼냈다.

칵테일 새우가 박스 안에 보기 좋게 정렬되어있었다.


최아란은 손을 씻고 도마를 싱크대 위에 올리며 말했다.


"준아, 거기 키친타올로 새우의 물기 빼줄래?"
"알았어."


나는 싱크대 위에 있던 키친타올을 뜯었다.

"새우는  개?"
"1명당 5개?"
"그럼 10개네."


나는 키친타올로 새우들의 물기를 뺐다.


그러면서 최아란이 하는 칼놀림을 지켜봤다. 반으로 자른 양파를 작게 썰고, 마늘을 다졌다. 새송이버섯을 슬라이스했다.

"누나, 물 올릴까?"
"응, 그래 줄래?"


물이 끓자 최아란이 소금과 올리브유를 물에 뿌렸다. 파스타 면의 봉지에서  묶음을 꺼냈다. 묶은 끈을 풀고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

국수처럼 일자로 건조돼있던 파스타 면은 아래쪽부터 익으면서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최아란은 면이 서로 붙지 않고 휘적거리며 말했다.

"어떤 선택을 했어?"

우리 관계에 대한 선택을 말하는 것일 터였다.


"아... 있다가 말해줄게."

베스트 타이밍에 말할 생각이었다.


"응... 아, 준아. 생크림하고 우유하고 300미리, 300미리 준비해줄래? 저기 찬장에 비커있어."

심심했던 나는 최아란의 말에 곧 따랐다. 싱크대 찬장에 있던 비커 2개로 300미리씩 생크림과 우유를 준비했다.

5분 정도 끓이고, 면수를 버렸다.


최아란은 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었다.


나는 그녀의 뒤로 가서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허리와 단단한 복부가 팔과 손을 통해 느껴졌다.

그러고 고개를 옆으로 내빼 그녀가 하는 요리를 구경했다.


"준아, 이거 '대답' 맞지?"
"아니. 아직."
"그래...?"

그녀는 마늘이 갈색을 띠자, 작게 썬 양파와 슬라이스한 새송이버섯을 쏟아 볶았다. 칵테일 새우도 투하했다. 새우가 빨개질 때, 내가 비커에 따라둔 우유와 생크림을 투하했다.

시간이 흘러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크림파스타의 향이 고소했다. 그녀는 체다치즈도 2장 집어넣었다. 치즈가 녹자 파스타 면을 투하했다. 소금과 치킨스톡을 살짝 넣어 간을 줬다.


"준아, 한 번 간 볼래?"
"응."

 백허그하던 것을 풀고 그녀 옆에 섰다. 그녀가 한 젓가락 들어올려서 후후 불며 열기를 식혀주었다.

입을 벌려 그녀의 입김이 닿은 면을 먹어봤다. 간이  돼서 고소하고 짭짤하고 맛있었다.


"맛있다."
"오케이. 그럼 먹자."


찬장에서 접시  개를 꺼내 파스타를 부었다. 그리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 완성시켰다.

"맛있게 먹어, 준아."
"응, 잘 먹을게. 근데 이거 누나 술안주였다며."


나는 하얀 크림에 덮어진 새우를 들고 말했다.

"어? 어."
"파스타면 화이트와인하고 어울리지?"
"흐흫... 왜? 화이트와인 마셔보고 싶어?"
"응."
"안 돼. 오늘 재연이랑 약속했어."
"응?"
"너한테 술 안 먹이겠다고."

'재연아...'

나는 신재연의 방해를 분쇄하기로 했다.


맨정신일 때보다, 술이 들어갔을 때가 따먹힐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었다.


"누나. 우리 누나한테 말  하면 되잖아."
"음..."
"한 잔씩만 먹자. 응?"
"그럼 딱 한 잔 씩이다?"
"그래. 흐흫..."

그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될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일단 한 잔부터 마시게 해야 했다.

최아란이 화이트와인과 와인잔 2개 가져왔다.

레드와인과 다르게 투명했다.


"짠."
"짠."


우린 건배를 했다. 상큼한 꽃향과 과일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새우와 크림파스타를 동시에 집어 입안에 넣었다. 고소하지만 느끼했다. 새우는 쫄깃하게 씹히고 맛있었지만 약간 비린내가 있었다.

화이트와인을 다시 머금으니 상큼함이 느끼한 것과 비린내를 날려주었다.


"진짜 좋은 조합이네."
"흐흫... 준아, 그  잔이 끝이니까 아껴먹어."
"응."

맛있는 음료인  같은 주제에 알코올이 있긴 한지, 조금씩 몸속이 뜨거워졌다.

난 빠르게 한 잔을 처리했다.


"누나, 나 한 잔만 더."
"안 돼. 한 잔만 마신다고 했잖아."
"한 잔만 더. 응?"
"하아... 진짜 마지막이다?"
"응."


그녀가 화이트와인을 따라주었다. 나는 와인잔의 받침대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매너를 지켰다.

최아란도 한 잔만으론 부족했는지 연달아 마셨다.

그녀가 네 잔째 따를 때, 나는 조용히 빈 잔을 내밀었다.

"준아. 아까가 마지막이랬잖아."
"막잔은 내가 먹을래."

와인병이 많이 비워져있었다. 1잔만 더 따르면 끝일 터.


"하아... 알았다."

최아란은 내 보챔에 지고 말았다.


 잔이 채워지면서, 와인병이 바닥났다.


"오늘은 택시 타고 가. 나도 같이 택시 타고 갈게. 그런데 지금 너한테 술냄새  테니까, 잠깐 진짜로 네 친구 집에 가있어야겠다."
"어? 벌써 가라고?"
"슬슬 가야지 어두운데. 우리가 사귀는 사이더래도 넌 어리니까. 그런데... 가기 전에 말해줄래? 우리  관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나는 와인잔을 흔들었다. 투명한 와인이 흔들거리며, 꽃향을 퍼뜨렸다.

흔들수록 와인의 향미가 올라온다고 했다.

그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흔들어야  사람의 진가가 드러났다.

최아란은 좋은 여자였다. '오석준'으로서든, '신재준'으로서든 그동안 만났던 어떤 여자들보다 가장.


"사실 아직 확정은 아니야. 누나랑 섹스하고 결정해도 돼?"

최아란은 자신의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잔뜩 찡그린 이마가 못 생겼다.

"하아..."

그녀는 자신의 와인을 쭉 들이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가벼운 잡아당김이지만 난 순순히 따라갔다.


그녀는 날 침대에 걸터앉혀두더니, 내게 시선이 맞도록 몸을 굽혔다. 내 뺨을 보듬다가 입술을 가까이 대었다.

난 내 입술을 손으로 막으면서 말했다.


"장난이었어."
"..."


최아란의 표정이 굳으며  노려봤다.

'화났겠지?'

최아란은 참을 성이 많은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유두가 비치는 그녀의 얇은 셔츠를 입었고, 서로 술까지 먹었다. 그녀는 내가 '하바리움'을 소지하고 왔음을 짐작하고 있을 테고, 그에 내가 '이별 선언'을  것이라고 절망적인 상상을 하고 있으리라. 아마도.

그런 와중에 그녀에게 '속궁합 보고 마음을 결정하겠다'고 '희망고문'을 준 뒤, '장난'이라고 말하다니...

'내가 이걸 당했으면 개빡칠 거야. 때리면서 강간했을지도.'


가드가 강한 그녀니까 이 정도로 흔들어야했다.


나는 최아란에게 두들겨 맞을 것도 감안해서  일을 벌였다.

"이럴 줄 알았다. 하아... 준아. 이런 장난치지 마, 진짜. 위험해."


하지만 최아란은   공격을 가드해냈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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