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8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108/201)



〈 108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나) [오늘 누나 집에서 놀아도 됨?]
최아란 [되지. 당연히 ㅎㅎ]

'오늘 말해야지. 헤어지자고.'


최아란 [그런데 재연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싫어하긴 하겠네.'

겨울은 저녁 6시면 캄캄한 밤이 됐다. 그 시각에 최아란의 집에 놀러간다?


신재연이 질투할 게 뻔했다.


(나) [갠춘.  친구네 집에 놀러간다고 할 거임]
최아란 [(만두가 뻘쭘한 땀흘리는 이모티콘)]
최아란 [그럼 재연이 데려다주고, 딴곳에서 만나야겠네?]

정수린의 향수가 가까워졌다. 뒤돌아보니 톡 내용을 엿보던 정수린이었다.


"보지 마. 내 옆에 앉아."
"넵."

정수린은 얼른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 [내가 지도에다가 만날 곳 찍어줄게]
(나) [거기로 데리러와줘]

나예성과 허현주 커플이 떠올랐다. 교제하는 것을 부모님과 이웃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멀리까지 나가서 만나는 커플.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장소를 지도로 지정해 최아란에게 전송했다.

곧장 핸드폰이 진동했다.

최아란의 답톡이 이렇게 빨리 오나 싶었는데, 김하늘이었다.

김하늘 [과외 끝?]
김하늘 [울집 오쉴?]
김하늘 [캠핑 어땠는지 썰 좀 풀어봥 ㅎㅎ]
(나) [안 돼]
(나) [아란이 누나랑 놀 거라]
김하늘 [여친 생겼다고 ㅡㅡ 친구 버리는 거 보소]

김하늘이 톡으로 농담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빠."
"응?"
"하늘이 언니가 보재요?"

쳐다보자, 정수린이 안경 너머로 자신의 말이 맞냐는 눈을 보내왔다.

과외 시간이 끝날 즈음, 내가 김하늘과 톡을 주고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 해내기 쉬운 추측이었다.


"어."
"하늘이 언니, 성욕 풀어줘요. 아니면 저처럼 약속을 하던가. 그러는  나을 것 같은데요."
"야. 닥쳐."
"전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정수린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정수린이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했다.

금요일에 김하늘의 성욕을 해소시켜줬지만, 토일월 3일 내리 성욕이 쌓여있을 것이었다. 갑자기 이상행동을 할지도 몰랐다.

'이래서 깊은 관계를 가지면  된단 말이야.'

의무감어린 섹스를 해야하는 여자들이 많으면 정력에 부담이 갔다. 강간 당하는  아니라서 재미도 별로고.


원나잇하듯 내가 한 번 따먹히고 버려지는  좋은데...

'최아란까지만 의무적인 성관계를 주고 받는 걸로 하고 끝내야지.'


최아란은 신재연의 직분 상승에 도움이  거라 기대되는 여자였다.


나는 일단 김하늘에게 톡을 보냈다.

(나) [내일 우리집에 아침 10시에 와]
김하늘 [헉]
김하늘 [ㅇㅋㅇㅋ ㅋㅋㅋㅋ]


"그래, 네 말대로 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오빠..."
"왜?"
"저랑 하는 거 내일 말고, 모레로 미룰까요? 오빠가 힘들면 저 참을 수 있어요."

정수린은 나를 배려한다는  말했다.


황당한 배려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배려도 아니었다. 목요일에도 정수린을 봐야 하는 수고가 생기게 됐다. 정수린만 좋았다.

'어딜 꼼수를...'

"목요일에는 그냥 쉬고 싶으니까 너도 그냥 내일 해. 아님 3일 뒤, 금요일에 하던가."
"앗. 그, 그럼 내일로... 부탁드릴게요, 오빠."




* * *


정수린의 과외수업을 마치고 일단 집에 돌아왔다.

6시에 딱 맞춰서 나예성과  거라고 말하면 신재연이 의심할 지도 모르니 2시간 일찍 톡을 보냈다.


(나) [오늘 예성이네서 자고 올게]
신재연 [그래]

혹시 몰라 나예성에게도 입맞춤을 해달라고 톡을 보내뒀다.

신재연이 의심이 생겨서 나예성에게 확인 문의를 할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까.


(나) [나 오늘 너희집에서 자는 걸로 치자]
나예성 [?]
나예성 [아 ㅋㅋㅋㅋ]
나예성 [너 여친 집에서 외박하려고?]
(나) [아마 그럴지도]
나예성 [피임 주의해라]
(나) [ㅇㅋㅇㅋ]


속도위반을 해버린 나예성의 조언이다 보니까 더 와닿았다.


'근데 따먹히러 가는 주제에 콘돔 들고 가는 것도 웃기고... 피임은 못하겠네.'

일반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콘돔은 내 대물 자지에 맞지 않았다.

'또 사후피임약 먹여야겠네.'

이번에 최아란이 날 따먹고, 질내사정을 받아낸다면 말이다.


'그런데 나예성, 얘는 참 쿨하네.'


나예성은 내가 최아란과의 연애를 내켜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거였다. 그랬던 내가 캠핑을 다녀온 다음날 여친 집에서 외박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둥 묻지 않았다.

'그냥 내 일에 관심이 없는 것뿐인가? 그게 더 낫긴 하지만.'


남자의 관심을 받으면 뭐하나. 기분만 이상할 뿐이었다.


공부방에 들어갔다. 책상 위에 최아란이 나한테 고백하면서 줬던 보라색 수국이 든 하바리움이 있었다.

어제 이곳에서 공부받은 신재희가 이 하바리움을 보고 뭐냐고 물어봤었다.

'최아란이 줬다니까 썩은 표정됐었지.'

그 뒤로 신재희는  하바리움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하바리움을 쓰다듬다가 주머니에 챙겨서 공부방에서 나왔다. 작은 병이라 주머니에  들어왔다.

신재연과 최아란이 퇴근할 시간인 6시에 집을 나섰다. 최아란이 내가 지정한 장소에  때까지, 근처 피시방에 들려서 시간을 떼울 생각이었다.

피시방에 도착한 나는 사람이 없는 중간지점의 자리에 구석탱이에 앉았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유튜브나 보고 있는데 내 옆자리에 한 여자가 다가와앉았다. 다른 빈자리가 많은데도.


나이는 20대 중반 같았다. 못 생긴 여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예쁜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오토체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라운드가 자동으로 진행될 동안 자꾸 나를 힐끔거렸다.


 시선이 신경쓰여서 자리이동을 할까 했지만 그냥 나 구경하라고 내버려뒀다.


6시 30분을 조금 넘기고 최아란으로부터 톡이 왔다.


최아란 [나 도착 ㅎㅎ]
(나) [벌써?]
(나) [도착할 것 같으면 말해두지]
(나) [미리 나가서 기다렸을 텐데]
최아란 [ㅎㅎ 아니야]
(나) [울누나한테는 안 들켰지?]
최아란 [응 ㅎㅎ]

켜고 있던 인터넷 창을 닫고 피시방 이용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저, 저기요."
"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혹시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오석준'이었을 때라면 이 정도 흔녀한테 전화번호를 따인 것을 좋아했을 테지만, '신재준'이 된 이후엔 눈이 높아져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여친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 옙..."

여자는 뻘쭘해하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피시방 건물에서 나가자 주차된 최아란의 차가 보였다.

그 차에 다가가니 최아란도  봤는지 가볍게 클락션을 울렸다.

조수석에 올라타니 일반 담배 냄새와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내가 떠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아, 담배 냄새나지? 환기 좀 시킬게."


최아란은 양쪽 차창을 반쯤 내렸다.


"전담 말고, 그냥 담배 아직도 펴?"
"회사랑 출퇴근 때만. 너 태어야 한다는  깜빡하고 재연이랑 펴댔네. 미안."
"미안할 건 없고... 생각해 보니 어제 누나 집에 재떨이가 없었네."
"흐흫... 눈치가 느리군."
"아, 예."

최아란이 엑셀을 밟았다.

그녀가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 교통방송에서 교통체증 안내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신재연과 이 교통체증 안내 방송을 들으며 퇴근길을 지나쳤던 걸까.

최아란은 주파수를 바꾸더니 음악채널을 틀었다.

눈꽃과 관련된 사랑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별 선고의 선행 작업으로써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

"준아?"
"응?"

최아란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말이다.


"혹시 기분 상했어?"
"내가? 왜?"
"아니면 다행이고..."

태연시로 향하는 도로의 풍경을 내다봤다.

그러다 핸드폰이 진동해서 꺼내서 확인해봤다. 끊기지 않은 진동인 걸 보니 전화였다.


발신자를 확인한 나는 찌푸렸다.


"준아? 누군데?"
"'엄마'."
"아..."
"뭐지? 이번주 주말이 설날이라고 이러나?"

최아란은 예민한 가정사라고 생각하는 건지 말을 아꼈다.

그대신 조용히 통화하라는 건지 라디오를 꺼버렸다.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하나 궁금해 결국 받았다.

"여보세요?"
[재준아. 엄마야.]

나이를 먹었을 텐데도 목소리가 꽤나 젊게 들렸다.


"그런데?"
[잘 지내?]
"누구 덕분에 엄청 힘들게 지냈는데?"
[...미안하다.]
"미안하면 전화하지 말았어야지. 문자도 하지 말고."


'신재준'이었다면, 거짓으로라도  지낸다고 거짓말했을 거였다. 그리고 만나자고 했겠지.


하지만 나는 달랐다.


'섹스하게 될 '가족'을 더 늘리는 것도 싫고.'

왠지 이 여자는 자신의 친아들을 따먹으려고 굴 것 같았다.


강간 당하는 것이 내 성벽이지만, 근친이라는 점과 그녀의 나이가 많을 것이란 점이 신연주에게 강간 당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지 않게 만들었다.

[...]
"할 말 더 없나? 그럼 끊는다."
[재준아. 엄마 성공했어.]
"허... 얼마나 성공하셨어?"
[스튜디오도 차리고, 사진전시회도 열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
[힘들다며?]
"누나는 CY전자 들어갔고, 나랑 재희는 공부  하고 있고 이제 부족할  없어. 힘든 건, 당신이  남매를 버리고 떠났을 당시 얘기지. 지금은 아니야."
[다 컸구나...]
"전화하지 마."
[재준아. 한 번 보면 안 되겠니? 설날이기도 한데.]
"왜?  스튜디오에서 나 찍게?"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구나. 어렸을 때 너의 사진을 찍은 건, 너의 성장 과정을 간직하고 싶어서...]
"아, 지랄 마."

나는 전화를 끊었다. '엄마'라고 저장된 번호에 차단을 걸었다.

"준아? 어머님께서 스튜디오에서 널 찍었다는 게 무슨 의미야?"

'신재준'의 어머니는 신재준을 버렸다. '오석준'의 어머니도 오석준을 버렸다. 난 어머니라는 존재를 증오했다. 이런 증오는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증오심이 끓어올라, 옆에 최아란이 있는 것도 잊고서 쓸데없는 얘기를 해버렸다.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마."
"준이, 네 일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가정사니까 신경 꺼줘."
"...알았다."


날 걱정하는 최아란에게 모질게 구니까 미안함이 들었다.


그런데 어차피 앞으로 더 미안할 짓을 할 생각이었다. 최아란에게 드는 미안함을 없앴다.

그녀는 다시 라디오를 틀었다.

최아란은 내 심기가 어지러울까봐 그러는지 말을  걸었다.

"다 왔네. 내리자."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에 주차하고서야 첫 마디를 꺼냈다.


초고속으로 49층에 올라갔다. 먹먹해오는 고막을 침을 삼켜 풀어줬다.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피트 할래? 아님 어제에 이어서 VR게임?"
"링 피트해볼까?"
"그래, 흐흫... 누나, 옷 좀 갈아입고. 세팅해줄게. 아, 외투는  줘."
"아, 누나."
"응?"
"누나는 화장한 것도 예쁜데, 노메이크업이 더 예쁜 것 같아."


어제 최아란의 집에 놀러왔을 때는 캠핑하던 중이어서 노메이크업이었다.

오늘은 최아란이 화사하게 꾸며진 화장이 된 얼굴이었다.

사실, 예쁘게 꾸민 화장한 얼굴이 미관상 더 예뻤다.

어쩌면 나 때문에 저 얼굴로 울지도 모르겠다. 그럼 눈화장이 번져서 흉해지겠지. 미리 지우게 시켰다.

"그래? 그럼 화장도 지우고 올게. 흐흫..."

어제처럼 브래지어가 비치는 얇은 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그녀는 헤어밴드를 한채 세면을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후우..."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강간당할  있을  같음에, 나는 마치  경험을 앞둔 동정이 된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세면을 마치고 욕실에서 쌩얼된 최아란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 링 피트하러 갈까?"
"응."

링 피트를 하기 위해서 게임기 컨트롤러 하나는 스트랩에 꽂아 허벅지에 고정해야했다.


"이걸 이렇게 해서 고정하면 돼."
"모르겠는데. 누나가 착용시켜줘."
"아... 그럴까?"

최아란이 무릎을 꿇어 내 허벅지에 스트랩을 감았다. 그녀는 최대한 손이 내 허벅지에 닿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매너 좋은 최아란은 내가 관계를 깨뜨릴 때, 어떤 모습이 될까?  바람대로 날 강간할까?


그리고 그 깨진 관계를 내가 어거지를 어떻게든 붙여서, 섹스프렌드의 관계로 만들어낼  있을까?

그리고 못 봤을까? 내 바지 주머니가 볼록한 것을. 그녀가 선물로 줬던 하바리움이 주머니에 있었다.


"후우..."
"흐흫... 뭐야? 긴장 돼? 링 피트는 겨우 게임이야. 긴장할 거 없어."
"사실 그게, 오늘 말해주려고."
"응?"

최아란이 눈을 크게 뜨며,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와 누나의 관계에 대해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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