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뾰족 튀어나온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문지르자, 최아란이 자신의 브래지어를 끌어내려 유방을 덮어 방해했다.
"그래, 와라. 집 주소 알려줄게."
최아란이 전화를 끊고서 셔츠도 내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얼굴을 정색한 채로 쳐다봤다.
"이런 건 정식으로 사귄 다음에 하자. 알았지?"
덮쳐오면 싫다고 거부할 생각이었는데... 그녀는 내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다.
나는 맞은편에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남아있는 회를 오물거렸다.
침묵이 깔린 상황에서 최아란이 한 마디 했다.
"기분 나빠하지 마, 준아."
"응? 내가 왜 기분 나빠해?"
"아니면 다행이고..."
최아란은 핸드폰을 조작했다. 신재연에게 집주소를 알려주는 듯했다.
회를 다 먹고, 상을 정리했다.
"준아, VR게임해볼래? 아니면 링 피트?"
"VR게임. 해본 적 없어서 궁금하네."
신재연이 올 때까지 놀기로 했다. VR헤드셋과 컨트롤러는 생각 외로 묵직했다. 헤어밴드와 핸드 스트랩을 꽉 조였다.
VR을 작동시키자 가상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격이 100에서 200은 할 VR기기였는데, 그 값을 하긴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무슨 게임 해볼래?"
"비트세이버?"
"오, 이거 어려운데. 무슨 게임인 줄 알아?"
"한창 유행했을 때, 유튜브로 몇 번 봤어."
솔로 모드에 들어가 여러 곡들 중에 언더테일의 샌즈 테마곡을 선택했다. 난이도는 노말.
8비트의 음에 맞춰서 노트가 나에게 들이닥쳤다. 빨간색 노트를 빨간 광선검으로 부수고, 파란색 노트를 파란 광선검으로 부쉈다.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자꾸 미스가 났다.
그러다 거리감이나 파지법, 손과 팔의 움직임, 동체시력이 익숙해지니 콤보가 오르기 시작했다.
"오, 잘하는데?"
"흐... 커, 컨트롤러... 겁나 무겁네. 하아..."
남녀역전세계의 남자인데다가 운동도 하지 않아서, 내 힘이 약했고 체력도 달렸다.
그런 와중에 VR컨트롤러는 묵직했고, 그걸 양손으로 잡아 격렬하게 흔들다보니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하아... 하아... 재, 재밌긴 재밌네."
"그, 그래? 다행이네."
다른 곡으로도 연달하 해보니 숨이 차올랐다. 땀도 났다. 와인을 연달아 마셨다 보니, 숨을 내뱉고 들이쉴 때마다 입안에 남은 와인향을 맡게 됐다.
"준아. 네 핸드폰 진동하는데?"
"아, 누나 왔나 보네. 하아... 후우..."
20분 내리 VR게임을 했다.
운동을 한 기분이었다. 핸드스트랩을 풀고, 헤어밴드를 풀었다.
왜인지 얼굴 붉어져있는 최아란이 수건을 건넸다. 수건에서 맡기 좋은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컨트롤러를 붙잡고 있느라 땀으로 흥건한 손바닥부터 수건으로 닦고, 얼굴과 뒷목에 난 땀을 닦았다.
최아란이 진동하는 내 폰을 건네주었다. 바라보니 발신자가 신재연이 맞았다.
"응, 누나."
[내려와. 정문 앞에 있을게.]
"어, 바로 갈게."
핸폰을 주머니에 넣고, 수건을 배 속에 집어넣어 땀을 닦았다.
그 다음에는 등 깊숙이 집어넣으며 등 아래쪽 땀을 훔친 뒤, 목뒤로 수건을 넣어 날개뼈 부위의 땀을 훔쳤다.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최아란이 내가 땀을 닦느라 들춰진 셔츠 속 맨살을 훔쳐보고 있었다.
"응큼하네."
"아! 미, 미안."
"볼래?"
셔츠를 살짝 들춰서 아랫배와 배꼽 보여주자, 최아란이 정색하며 내 셔츠를 아래로 돌아내려버렸다.
"그런 장난하지 말라니까."
장난으로 정색으로 받아치니 무안함이 느껴졌다.
"이 수건은 어디다가 둬?"
"그냥 책상에 올려놔. 치울 테니까. 재연이가 어디래?"
"아파트 정문 앞."
"같이 내려가자."
"괜찮아. 배웅 안 나와도 돼."
최아란은 내 외투를 가져다주고, 자신도 바람막이를 걸친 채 따라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땀 흘렸는데 안 추워?"
"괜찮아. 수건으로 다 닦았잖아. 바로 택시 탈 거기도 하고. VR게임, 운동으로 딱인데?"
"흐흫... VR게임보다 링 피트 어드벤처가 더 운동 돼. 운동하랍시고 나온 거라."
"다음에 놀러올 땐 그거 해봐야겠다."
"또 놀러오려고?"
"왜? 내가 누나 집에 놀러오는 게 싫어? 싫음 말고."
"아, 아니. 난 좋은데. 무조건 좋지. 어, 또 놀러와."
'가드가 세서 걱정되네.'
헤어지자고 말 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따먹히게 만드는 비장의 수가 되기도 할 테지만, 따먹히는 게 실패할 경우 앞으로 최아란을 볼 수 없게 될 여지도 있었다.
'그래도 최아란이 나한테 더 '진심'이 되기 전에 빨리 따먹게 해야 돼.'
어차피 빨리 저질러야 하니 슬슬 저지를 생각이었다.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니 갓길에 주차된 택시 한 대가 보였다. 인도 위에서는 신재연이 택시 기사로 보이는 아줌마와 담배타임을 갖고 있었다.
나를 데려다준 최아란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고 했다.
신재연에게 왕복 택시비를 주려는 모양이었다.
"됐어."
"그러냐."
최아란은 억지로 돈을 주려고 하지 않고 바로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재준아. 누나하고 기사님, 담배 필 동안 들어가있어."
"어."
혼자 뒷좌석에 타고 있는 동안 핸드폰을 켰다.
뜻밖에 사람이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재준아, 잘 지내니?]
'이제 곧 설날이라고 내가 생각난 건가.'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답장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무슨 낯짝으로 연락한 거지.'
'신재준'이었다면 아마 반가워서 바로 답장을 했을 것이었다.
신재연과 신재희에게 티를 내진 않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던 신재준이었다.
나는 신재준이 이해가 안 갔다. 그렇게 세 남매를 버리고, 야반도주한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정수린 [오빠, 내일 과외하실 거죠?]
(나) [그래, 내일 ㄱㄱ]
밀려있는 톡에 답장을 주었다.
김하늘 [캠핑에서 복귀험?]
김하늘 [놀자 ㅎㅎ]
(나) [피곤함]
오늘도 나예성에게 날아온 톡은 없었다. 원래 나예성과 '신재준'은 서로 톡을 안 하는 편이긴 했다.
신재희 [오늘도 시험 볼 거지?]
(나) [시간 되면 ㅇㅇ]
시험 매니아가 되어버린 신재희가 집에서 톡을 보내온 게 있었다.
담배를 다 폈는지 택시 기사와 신재연이 올라탔다.
택시 기사의 몸에 붙은 담배냄새가 내 코에 닿았다.
난 차창을 내렸다.
최아란이 손을 흔들었다. 나도 마주 흔들어주었다.
"성연시로 돌아가면 되죠?"
"네."
택시에서 잠을 잤다.
도착하니 집 앞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리는 신재연을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들어갔다.
신재희가 있는 집 안은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다.
롤을 하던 신재희가 날 돌아보더니 물었다.
"데이트 잘 했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세탁기부터 돌렸다. 캠핑장에서 갈아입었던 나와 누이들의 옷가지들.
신재연은 팬티바람이 되어서 이불을 깔고 누웠다. 제천에서 성연시로 돌아오는 2시간 동안 운전과 태연시에 있는 나를 데려오기 위해 1시간 동안 택시를 탄 것 때문에 피곤했던 걸까. 두 눈을 감았다.
'신재연... 나한테 따로 할 말은 없나.'
택시에는 택시 기사가 있어써, 집에 신재희가 있어서 말을 아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네.'
남동생한테 여친 생겼다고 눈 돌아가서 남동생을 따먹은 누나.
언니가 오빠를 강간했다는 것에 눈 돌아가서 오빠를 따먹은 여동생.
난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갑자기 연락을 걸어온 엄마... 과거에 지 아들에게 변태적인 행각을 벌인 전적이 있음.'
아무리 생각해도 '신재준'은 나한테 감사해야했다.
'신재준'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신재준'은 털털한 성격의 남성이긴 했지만 순결을 소중히 하려는 마음을 보유한 남성이었다. 남녀역전세계의 남성답게 '여성에 의한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을 보면 두려워했고, 성범죄자들을 증오하는 남자애였다.
'신재준이 이 상황 겪었으면 자살했을 거라니까.'
"오빠, 공부하자."
"그래."
마지막 롤 게임에서 승리를 거둔 신재희가 앞장서서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신재연이 눈을 떠서 누운 채로 신재희와 나를 유심히 살폈다.
'뭐야. 설마 이상하다는 의심을 사기 시작한 건가?'
걱정이 들었다.
가슴이 타들어가듯 아파왔다.
'아, 십... 역류성 식도염각인데, 이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액이 거꾸로 역류하는 질환. '오석준'일 때, 아무리 약을 처방받고 해도 자꾸만 재발해서 고치는 걸 포기했던 질환이었다.
'신재준'은 갖고 있지 않아서 좋아했는데. 신재연과 신재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로 역류성 식도염이 발발해버린 듯했다.
이동식 난로를 작동시키고, 공부방에서 신재희를 공부시켰다.
"조선 왕들 이름은 앞글자만 따서 '태정태세문단세...'."
국사를 알려주는 도중이었다. 신재희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길래, 그걸 밀어서 떨쳐냈다.
텐트에서는 신재연과 최아란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참았던 모양인데, 지금은 단둘이 밀실된 공부방에 있으니 신재희가 신재희를 손장난을 거는 듯했다.
"공부나 하자? 또 이러면 공부 안 알려줄 거야."
"응..."
그리고 이 공부방이 밀실이라고 방심해선 안 됐다. 방음이 안 되기도 하고, 신재연이 조용히 다가와 갑자기 방문을 열면 들키게 됐다.
공부를 마치고 시험 문제를 만들었다. 손으로 만드는 게 귀찮아서 큰방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해 시험문제를 만든 뒤, 프린터로 뽑았다.
신재연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너무 건강해서 겨울날에 팬티바람으로 이불 안 덮고 자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순간 멍하니 신재연의 자태를 살피게 됐다. 베개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긴 손눈썹과 탐스러운 입술. 옆으로 퍼져있는 폭유와 가느다란 허리. 검은색 팬티. 탄탄한 허벅지에 작은 발.
이런 몸을 가진 미녀가 내게 빠져있었다. 친누나란 것만 빼면 다 좋았다. 코가 아파왔다. 신재연의 반라를 훔쳐보다가 흥분하고 말았다.
공부방으로 가서 신재희가 시험문제를 풀도록 했다.
"아씨, 이게 뭐였지?"
"공부에 집중 안 했지?"
"아..."
단둘이서 공부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오늘 따라 공부에 영 집중하지 못하고 내 입술이나 목선 따위를 엿보던 신재희였다.
"다시 공부하면 안 되냐?"
"안 돼. 대신, 재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줄게."
"재시험?"
"틀린 문제를 다시 알려주고, 같은 문제로 재시험."
하루에 문제를 두 번이나 짜는 건 귀찮았다. 오답노트 공부는 공부법에서 제법 효과가 있었다. 신재희를 공부시키려는 시험이다 보니, 이런 후한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대신 다음부턴 기본 문제 말고 심화 문제도 섞어내야지.'
신재희는 내가 알려주는 걸 스펀지처럼 쑥쑥 흡수하는 편이었다. 역시 신재준과 신재연의 동생다웠다.
그래서 알려주는 재미가 있었다.
재시험까지 치뤄서 100점을 맞았다.
"야. 나가자."
'상품'을 받을 생각으로 몸이 달아올랐는지, 신재희가 보챘다.
신재연이 집에서 자고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룸카페라도 가야 하나.'
외투를 걸쳐입고 집을 나서려니까 신재연이 깨어나서 물었다.
"어디 가냐?"
"하늘이랑 놀러."
"그래? 재희 너도?"
"어."
"밤인데?"
지금 시각은 10시였다.
"내가 같이 가니까 걱정마, 언니."
"빨리 돌아와."
"응."
어제 제천 캠핑장에 내렸던 함박눈은, 성연시에도 내렸는지 길가 옆으로 밀린 눈이 제법 높아져있었다.
"11시까지하네. 빨리 가면 되겠다. 좀 빨리 걸어."
"천천히 가, 그냥."
신재희가 자신보다 걸음이 느린 나를 보챘다.
'잠깐. 김하늘하고 갔었던 룸카페에 가려나? 재수없으면 그날과 같은 알바생이 일하고 하는 거 아니야?'
나와 김하늘이 첫 경험을 가진 곳이 CGV 근처 룸카페였다. 그리고 알바생한테 떡친 걸 걸렸다.
그 알바생이 오지랖을 떨어서, 신재희에게 내가 김하늘이 룸카페에서 떡쳤음을 말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모른다는 말이 있고, 세상은 좁다는 말이 있었다.
난 조심하고 싶었다.
"재희야. 어디 갈 거야?"
"CGV 근처에 있는 룸카페."
'거긴 안 되지.'
"룸카페 가서 하려고?"
"어."
"안 돼. 그랬다가 알바생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학생들은 어차피 거기서 다 하는데, 뭐."
"그냥 인적 드문 곳에서 하자."
"캠핑장에서 그러더니. 바깥에서 하는 게 좋냐?"
'좋겠냐...'
나는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 좋았다. 섹스를 가진 이후 곧 바로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이 있었으면 했다. 야외에서 하는 건 별로였다.
"어..."
하지만 그 룸카페를 가지 않기 위한 거짓말을 했다.
"그래? 그럼 따라와. 인적 드문 곳 알고 있으니까."
신재희가 향한 곳은 번화한 시내에서 좀 벗어난 곳이었다. 어느 폐빌딩. 신재희는 그곳의 지하주차장으로 날 데려갔다.
가로등조차 멀리 있어서 지하주차장 입구는 어두컴컴했다.
난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에 스스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