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강한 척하는 오빠.
하지만 속이 상해 마음이 위태로울 게 분명했다.
그걸 아는데도... 언니도 해줬으면 자신도 해달라고, 징징거리듯 섹스를 요구했다.
<"그럼 성의를 보이던가.">
<"성의라니...">
<"나랑 공부해.">
오빠는 거의 포기한 듯 그렇게 조건을 걸었다.
'시험의 상품... 문제 더럽게 쉽게 내주던데. 날 위해서... 시발. 봊 같다. 나 지금 뭐하는 거냐...'
외부로는 난로에 데워져 후덥지근한 공기와 밑에서 올라오는 전기장판의 온도에 답답해졌다.
내부로는 죄책감에 몸이 달아올라 답답했다.
당장 텐트 밖으로 뛰쳐나가서 얼음이 낀 강물에 입수하고 싶었다. 그래야 답답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런 짓했다간 저 언니가 잠에서 깰 거 아니야.'
신재희는 최아란을 보았다.
최아란은 적어도 신재연과 신재준이 외도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 깨어나선 안 됐다.
'저 언니가 김하늘보단 백 배는 나은 것 같네.'
최아란은 착한 것 같았다. 예쁘기도 하고, 돈도 많아 보였고.
'무엇보다 오빠 말대로 언니가 인정한 친구니까...'
오빠를 맡길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언니한테는 미안하네.'
신재희는 상상해보았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친누이들한테 강간 당한다고.
'개 봊같은 상황이네, 레알. 그래도 오빠랑 정식으로 사귀는 거니까 부럽다...'
신재희는 억지로 잠을 청해보려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오빠에 대한 미안함과 최아란에 대한 복잡한 심정, 신재연에 대한 복잡한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았다.
특히 아랫배가 두근거리는 걸 멈추지 않아 수면을 방해 받았다.
신재희는 자신의 허벅지끼리 비볐다.
'언니는 지금 오빠랑 섹스하겠지... 시발, 나도 하고 싶다...'
오빠한테 미안하면서도, 오빠한테 욕정을 품게 되었다.
또한 불만도 품게 되었다.
'사람 차별 하나? 왜 나는 '시험'이라는 걸 겪어야 하고, 언니는 그냥 하고 싶으면 떡쳐주게 하는 건데?'
큰 불만은 아니었다.
사실 신재희도 알고 있었다.
신재연은 그동안 두 동생을 위해 희생해온 게 많았다. 이루어낸 것도 많았고.
일진 짓이나 하고, 공부도 멀리했던 자신과는 달랐다.
신재희는 불현듯 추악한 우월감을 느꼈다.
언니는 그토록 노력해서 겨우 오빠를 얻었지만, 자신은 아주 간단한 노력만으로 오빠를 얻었다고 말이다.
'시발... 개 같은...'
신재희는 자신이 느낀 잘못된 우월감을 얼른 치워냈다.
그녀는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멀리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왔다.
'언니... 오빠를 어디 태우고 나가서 따먹은 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쇄석을 밟고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텐트 지퍼를 천천히 열었고, 신재연과 신재준이 들어왔다.
눈을 감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거실 텐트에 잠시 있다가 서로에게 속삭였다.
"잘 자."
"누나도..."
오빠가 해먹에 올라가는 기척, 언니가 침실 텐트로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겨울 밤 공기 냄새를 품은 언니가 옆에서 누웠다.
"하아..."
언니는 한숨을 내뱉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몇 분, 몇 십 분, 몇 시간.
신재희는 불면증에 걸린 것처럼 잠을 청하지 못하다가 답답해서 텐트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소변도 좀 마려운 것 같고.
'이제 두 사람이 돌아와서 아란이 언니가 깨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침실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기어가는데, 최아란이 상체를 일으켜서 화들짝 놀랐다.
'아, 씹!'
"음... 화장실 가려고?"
"네..."
"같이 가자."
"넵."
신재희와 최아란은 함께 텐트를 나섰다.
울퉁불퉁한 파쇄석 바닥을 걸으며, 어색함을 느꼈다.
"언니 덕분에 재밌네요."
먼저 입을 연 것은 신재희였다.
신재희는 선배 일진이 심심하지 말라고 계속 재밌는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그러지 않으면 지랄을 듣거나 맞으니까.
그러다 보니 대화가 없는 어색한 시간을 본인 스스로도 불편하게 되어버렸다.
"흐흫... 그래? 다행이네? 2월까지 방학이지? 2월에도 또 올래?"
"좋죠. 아, 근데 2월 하순이 봄 방학이에요. 2월 초에 겨울 개학이 있어서."
"그런 게 있어?"
"네."
최아란의 머리는 제멋대로 눌려있고 뻗치고 그랬다. 얼굴도 메이크업 상태가 아닌 쌩얼. 그래서인지 신재희는 전보다 최아란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함께 식사도 했고, 같은 텐트 안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도 친근감을 느끼게 만든 큰 요인이기도 했다.
"그럼 그때로 잡아야겠네. 아, 맞다. 너도 하늘이랑 친하니?"
"하늘이 언니요? 어렸을 때는 친했는데 요즘은 별로."
'뭐지? 김하늘을 '하늘이'라고 부르네. 서로 만난 적 있나.'
신재희는 최아란이 저녁식사를 하러 집에 찾아왔음을 떠올렸다.
'그때 김하늘도 오빠 집에 왔나 보네. 오빠라면 김하늘 보러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래도 온 걸 보면 김하늘이 아란이 언니 경계하려고 찾아온 건가?"
신재희는 닭 쫓는 개가 지붕 쳐다보듯, 신재준과 사귀지 못하게 된 김하늘이 고소했다.
'그러게. 가난해진 우리 오빠를 구제하는 것처럼 굴래? 벌 받은 거야.'
김하늘은 너무 여유를 부렸다. 일찍이 고백했으면 오빠와 사귈 수 있었을 텐데.
먼저 고백하기가 싫었던 건지, 아니면 다 잡은 물고기라도 생각했던 건지 고백을 하지 않았던 건지. 어쨌든 최아란에게 오빠를 빼앗겼다.
신재준을 김하늘이 갖지 못하게 만든 최아란에게 호감이 갔다.
화장실 칸에 각자 들어가서 볼 일을 보았다.
'아란이 언니, 복근 장난 아니던데. 그 등에 난 상처는 허리디스크 수술이었을까? 군면제도 허리디스크 때문이고?'
신재희는 함께 샤워실에서 씻었을 때를 떠올렸다.
다른 여자의 알몸에 관심이 있던 것은 절대 아니었고, 우연히 운동으로 잘 단련된 복근을 보자 저절로 시선이 가버린 것이었다.
'나도 운동해야지.'
신재희의 언니인 신재연도 주말에는 등산을 가고, 평일에는 쉴 때 회사 헬스을 이용해 운동을 했다. 그래서 탄탄한 허벅지와 군살 없는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운동하면 정력이 높아지겠지? 아오, 시발, 내가 그렇게 심한 조루일 줄이야.'
그리고 그 조루인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빠한테 들켜버렸다.
자괴감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신재희는 소변을 다 보고, 휴지로 보지를 닦았다. 그리고 대음순을 벌려서 자신의 보지를 빤히 쳐다봤다.
'와... 이 작은 구멍에 오빠 자지가 다 들어갔다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크기의 대물 자지를 떠올렸고, 그 대물 자지를 모두 품은 자신의 보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해버렸다.
'하긴. 아기도 나오는 구멍이니까...'
옆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화장실 칸에서 나간 최아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큰 거니?"
"아, 금방 나갈 거예요."
"흐흫... 천천히 볼 일 보고 나와. 언니는 먼저 간다."
"넵."
최아란이 손을 씻고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재희는 마침 혼자가 됐다는 생각이 들자 자위를 한 번 하고 가기로 했다.
중지 끝에 침을 묻혀서 메말라있던 보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 오빠...'
* * *
최아란은 텐트에 도착했다. 해먹 위에 자고 있는 신재준을 보자, 몰래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고, 다리에 힘이 풀릴 뻔한 아찔한 충동이었다.
'매너가 없는 짓이잖아. 그나저나 왜 이렇게 귀여워?'
키스는 못해도 이 정도 스킨십은 괜찮겠다 싶어, 이마에 붙은 앞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주었다.
은은한 무드등을 받은 신재준의 이마가 주황빛을 빛냈다.
"뭐하냐?"
최아란은 뒤에서 들려온 신재연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돌아보니 신재연이 고개를 들고 감시하듯 노려보고 있었다.
최아란은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냥 얼굴만 봤어."
"몰래 키스하려던 건 아니고?"
"노노. 절대 아님. 네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데."
"아니, 진짜라니까."
"쉿. 시끄러워서 재준이 깨겠다."
신재연의 말에 아차 싶어 신재준을 살폈다. 여전히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신재연은 전자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최아란은 친구의 옆으로 가서 앉아, 포도향이 나는 전자담배를 피었다.
신재연이 뿜는 연기에서 니코틴을 간접흡연했다. 최아란은 니코틴이 마려워졌다.
신재준이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들었기에, 과감하게 무(無) 니코틴 액상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자꾸 니코틴이 맡아지니 조급증이 났다.
"너 담배 안 마렵냐?"
그러한 최아란의 마음을 꿰뚫어본 듯 신재연이 물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샀지만, 이걸 피는 것은 신재준의 앞에서만이었다.
회사에서 담배 타임을 가질 때는 일반 담배를 폈다.
"준이가 싫어한다며."
"노력이 가상하다."
"흐흫... 이 정도는 당연히 참아줘야지."
진심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마음을 품게 만든 남자는 신재준이 처음이었다. 언제 또 신재준과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될지 몰랐다. 소년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두기 전까진 긴장을 풀지 않고 잘해주기로 결심했다.
몇 시간 전에 본 멜로 영화의 주인공 커플과는 다르게, 별 큰 위기도 없이 사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몇 시간 전에 본 멜로 영화의 주인공 커플처럼 아직은 불완전한 연인 관계였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 같은 관계였다.
'그래도 난 그 영화 속 여주보단 나은 상황이지. 준이가 시한부인 것도 아니고. 친구한테는 허락을, 친구 동생한테도 인정을 받은 느낌이니까.'
신재준의 누나인 신재연은 성인이 될 때까지 섹스하지 말라는 것만 지키라고 했다. 허락 받은 것 같았다.
신재준의 여동생인 신재희는 다음에도 또 캠핑에 놀러오자는 말에 그러고 싶다고 했다. 인정 받은 것 같았다.
'느낌 좋아... 이젠 준이가 나와 '정식'으로 사귀고 싶단 마음을 품게만 하면 돼.'
최아란은 니코틴이 당겨오는 것처럼 조급증이 들었다. 얼른 신재준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조급해선 안 되는 걸 알기에, 애써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었다.
'하아... 키스도 마려운데... 키스... 참아야지. '정식'으로 사귀기 전까진. 준이가 그걸 원했으니까.'
"그런데 재희는? 같이 나갔던 거 아니었어?"
"흐흫... 큰 거 마려운 가봐."
/ / /
툭툭. 면에 가벼운 것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세상이 파랬다. 아직 새벽인 듯했다.
텐트 위로 눈이 쌓인 그림자가 보였다.
고개를 들어 비닐창 밖을 보니 함박눈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파쇄석과 강가의 돌, 모래 위는 눈으로 덮이기 시작했고, 강물에 떨어진 눈은 순식간에 녹아 물살에 휩쓸려내려갔다.
"잘 잤어, 준아?"
최아란이 물음이 들려왔다. 그녀는 밀폐 용기에 넣어둔 원두 커피를 꺼내고 있었다.
"아직 6시인데. 더 잘래? 아니면 커피 마실래?"
"커피."
"오케이."
그녀는 생수를 커피메이커의 물 탱크에 부었다. 원두 커피를 거름망에 채운 뒤, 작동시켰다.
최아란이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다가 침실 텐트를 돌아봤다.
신재희와 신재연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최아란이 내린 커피를 티타늄 컵에 따라서 내밀었다.
해먹에서 내려가 마실 생각이었는데, 그냥 해먹 위에서 마셔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그냥 받았다.
눈이나 비를 이런 텐트 같은 곳에서 피한채, 자연을 지켜보는 것.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제 밤에 떼운 난로는 아직도 불을 거꾸로 분사하고 있어서 따듯했고, 거기에 커피가 목구멍으로 들어가니 몸 내부도 데워졌다.
"좋네."
"내가?"
"캠핑."
"윽... 너무해."
"누나도 좋고."
"흐흫..."
구경하는데 관리사무소 쪽에서 빗자루를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군대에 있거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 아름다운 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똥으로만 생각될 것이었다.
"새벽부터 부지런하시군."
최아란이 그렇게 말하곤 커피를 마셨다.
"그러게."
나도 말하고 커피 한 모금.
최아란이 비밀 얘기를 하듯 내게 속삭였다.
"이거 다 마시고 산책 갈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말 없이 눈내리는 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눈 쌓인 산책로를 향했다.
영하의 공기가 폐부에 스며들며 커피로 데워진 속을 금방 차갑게 만들었다.
눈 내리는 풍경은 보기엔 좋았지만, 사람이 지내기에 불리한 환경이었다.
"어제는 미안."
"아니야. 미안할 거 없어."
나는 어젯밤에 '강예진'이란 가상의 인물 집에 놀러갔다고 구라쳤다. 최아란은 인터넷으로 만난 여자의 집에 놀러가는 건 위험하다고 잔소리를 했고, 나는 삐친 척했다.
"누나가 그런 게 다 날 걱정한 거고, 누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일 거니까."
"흐흫... 그럼 우리 화해한 거네?"
"그러네."
'화해의 키스'라도 하자고 들러붙지 않으려나 상상했는데, 최아란은 담백하게 내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을 뿐이었다.
'음... 좀 더 자극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