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누군데?"
"아란이 누나야. 잠깐 조용히 있어 봐."
전화를 받았다.
"왜?"
[준아. 늦어서 전화 해봤어.]
"아, 금방 돌아갈게."
[아냐. 빨리 돌아오라고 전화한 거 아니었어. 근데 어디까지 간 거야?]
"그냥 산책로."
전화를 하는데 등 뒤에서 신재희의 팔이 내 허리를 휘감았다. 폭발적인 볼륨의 젖가슴이 내 등에 짓눌리고, 소녀의 얼굴이 내 등에 부벼졌다.
[혹시 산장까지 갈 생각이라면 그러지 말고. 어두우니까 위험할 것 같더라.]
"응, 안 갈게. 우리 누나는?"
[재연이? 내 옆에 있어. 바꿔줄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어쨌든 나랑 재희도 이제 돌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곧 돌아갈게."
[그랭. 어두우니까 걸을 때, 돌 같은 거 조심하고.]
"알았어."
전화를 끊었다. 신재희의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맞다. 우리 아직 키스 안 했잖아."
신재희가 내 자지를 조금 빨긴 했다. 그래도 정액까지 마신 건 아니니까 괜찮겠다 싶었다.
내가 뒤돌아보고 눈을 감자, 신재희가 입술을 겹쳐왔다. 소녀가 혀를 낼름 내밀었다. 입을 벌려서 입성을 환영하였고, 소녀의 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내 입 안을 휩쓸었다.
소녀의 손이 내 엉덩이를 더듬었고, 내 손은 소녀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렸다. 한 장의 셔츠 밑이 노브라였기에 만지는 재미가 제법 있었다.
입술을 떼었을 때 타액의 실이 길게 늘어졌다.
* * *
최아란이 난로의 연료통에 펠렛을 붓기 시작했다. 신재희가 그걸 옆에서 구경했다.
최아란이 웃으면서 스쿱를 내밀었다.
"네가 해볼래?"
"예? 네."
나는 침실 텐트에 앉아있었다.
신재연은 내 옆에서 나른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재희가 좋아하네."
"그러게. 여행 가는 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자주 해야겠다."
"그러자. 아."
난 흠칫했다. 내 등 뒤, 바지의 엉덩이 골이 있는 그곳을 신재연의 손가락이 침입해들어온 것이었다.
"'누나'..."
"..."
신재연은 내 '꿈' 깨는 신호에 손을 뺐다.
최아란과 신재희가 난로에 연료를 주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약 둘이 뒤를 돌아본다고 해도 내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그녀의 손장난이 들키진 않았으리라.
그래도 남들이 있을 때는 하지 말란 뜻에서 노려봤다.
신재연은 눈을 감아 내 항의에서 눈을 감았다.
'에휴.'
신재연은 어른스러웠는데 날 따먹은 이후 아이 같아졌다.
그런 모습을 나한테만 보여준다는 게 좀 흐뭇하긴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위험한 짓을 해버리면 좀 짜증났다.
"언니, 이거 연료통 꽉 채우면 얼마나 가는 거예요?"
"12시간."
연료통을 다 채웠는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토치로 펠렛을 태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한 지점을 집중해서 태웠다.
난로의 유리를 통해 거꾸로 쏟아지는 화염이 보였다.
"언니, 근데 이 유리는 안 깨져요?"
"1200도인가? 거기까지 버틴대."
"오..."
신재희가 강화 유리 앞에서 두 손을 대어 열기를 쬐었다.
내가 물었다.
"재희야. 따듯해?"
"엄청 뜨거워."
최아란은 타프팬을 작동시켰다. 자연적으로 떠오른 뜨거운 공기를 아래로 보내기 위함이었다.
나와 신재연도 난로의 열기가 궁금해 거실 텐트로 나왔다.
난로 근처의 공기가 벌써부터 후끈거렸다.
"난로도 때웠으니 씻으러 가볼까?"
최아란 자신의 워시백을 들며 말했다.
나는 갈아입을 옷과 속옷, 수건을 꺼내 신재연과 신재희한테 넘겼다.
내가 두 누이의 속옷까지 챙겨주니 최아란이 묘한 눈으로 우릴 바라봤다.
내가 숄더백에서 내 팬티를 꺼냈을 땐, 세 여자 모두가 아닌 척 힐끔거렸다.
우리는 샤워할 준비를 하고 텐트 밖으로 나섰다.
잠깐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난로가 잘못 되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렇게 따지면 난로가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었다.
개수대 건물에서 여자쪽은 여자화장실로 향하고, 나 혼자 남자화장실로 향해야 했다.
"오빠, 혼자 괜찮아? 안 무섭겠어?"
신재희가 '어둠 공포증'을 가진 날 걱정해왔다.
신재연과 최아란도 걱정하는 낯을 해서 날 쳐다봤다.
"여긴 가로등도 있고 해서 괜찮아."
"준아, 누나가 앞에서 기다려줄게."
"됐어. 텐트까지 가까우니까 괜찮아. 그리고 누나들이랑 재희가 씻는 게 나보다 더 늦을 걸? 머리 감는 거 때문에. 나 먼저 텐트로 돌아가있을게."
혼자 남는 건 무섭지 않았다. 샤워실의 불이 꺼져있을 땐 조금 흠칫했지만, 내가 서있는 남자화장실이 환했기에 '어둠 공포증'은 발동하지 않았다. 문제없었다.
샤워실 불을 켠 뒤, 3명까지 함께 쓸만한 넓은 샤워실을 전세 내고 샤워했다.
신재희의 보지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한 발도 뽑지 못한 자지였다. 이렇게 혼자 있게 된 순간에 자위를 한 번 해버릴까 했지만, 공용샤워실이라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 포기했다.
재수없으면 다른 캠핑팀의 남자가 씻으려고 샤워실을 찾을지 몰랐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날 기다리고 있는 여자는 없었다.
여자화장실 내부에서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아직도 다들 씻고 있는 모양이었다.
수건으로 닦아냈지만 몸에 남아있는 습기 때문에 추웠다.
머리는 온수로 감았기에 아직 견딜만 했지만, 금방 식어서 추워질 게 분명했다.
텐트로 돌아오니 훈훈한 공기가 거실 텐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헤어드라이기를 멀티탭에 꽂아 머리를 말렸다.
다 말릴 때까지 여자들은 씻고 있는지 돌아오지 않았다.
난 해먹 위로 올라가 누웠다. 해먹과 같이 세트로 보이는 전용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매트리스가 없을 때보다 푹신푹신하고, 바닥이 더 탄탄하게 느껴져서 자기 편할 것 같았다.
난로와 타프팬 조합으로 훈훈한 공기가 내 뺨을 간질거렸다.
오히려 더울 지경이어서 외투를 벗어다가, 해먹 거치대에 걸어두었다.
솔솔 잠이 왔다. 눈이 감겼다.
캠프까지 왔는데 그냥 자기 아까워서 핸드폰으로 톡을 확인했다.
김하늘 [잘 놀고 있는가]
시간을 보니 저녁식사 도중, 그러니까 내가 한창 삼겹살을 굽고 있을 때 날라온 톡이었다.
(나) [치즈 닭강정 먹고]
(나) [삼겹살 먹고]
(나) [강 구경하고]
(나) [산책하고 그랬음]
나예성이 보내온 톡이 없었다. 주말이라 그 아줌마랑 데이트하느라 바쁠 거였다.
'그러고 보니 허현주. 신연주... 이름이 비슷하네.'
나예성의 여친과 '신재준'의 어머니 이름이 비슷했다. 새삼 깨달았다. 흔한 이름이니까 그다지 신기하진 않았다.
'정수린도 보내온 게 없네.'
매번 확인할 때마다 정수린의 톡이 있었는데, 갑자기 없으니 허전했다.
김하늘 [내 생각은?]
김하늘이 내 톡을 읽고 답톡을 보내왔다.
(나) [1도 안 들던데]
실제로도 그랬다. 신재희 생각하랴. 최아란 생각하랴. 신재연 생각하랴. 당장 눈앞에 없는 김하늘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김하늘이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전화를 받아주자 나시티를 입은 단발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목에는 컴퓨터 헤드셋을 걸고 있었고, 얇은 나시로 검은색 브래지어가 비쳤다.
[하이. 뭐야. 너 지금 침낭 속에 누워있는 거?]
상단에 조그맣게 보이는 내 셀카 상태를 보니, 해먹 매트릭스에 둘러싸인 얼굴만 보였다. 침낭이라고 착각할만 비쥬얼이었다.
난 핸드폰을 움직여 해먹을 비추게 한 뒤, 다시 내 얼굴을 찍게 했다.
[해먹?]
"딩동댕."
[잠깐 바닥 찍힌 거 보니 그냥 맨바닥 같던데. 안 춥냐?]
난 말대신 난로를 보여주었다.
[뭔 화염이 거꾸로 나오고 있다냐. 저걸로 따듯해?]
난 또 말 대신 외투를 입지 않고 있는 내 상의를 찍어서 보여줬다.
[씁... 갑자기 그렇게 몸 보여주니까 꼴리잖아.]
나도 김하늘의 예쁜 얼굴과 융기한 알가슴을 보니까 꼴릿했다.
"야. 말조심해.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럼 네가 먼저 경고를 했겠지. 말조심하라고. 아님 아예 내 영상 통화를 안 받았거나.]
그렇긴 했다.
[재준아. 정말 오늘 내 생각 1도 안 했어?]
"어."
[윽. 좌절감에 오장육부가 비틀리는데.]
"그대신 자면서 네 꿈 꿀게."
[킥킥... 귀여운 소리 하는 거 봐. 약속했다? 아. 꿈속에서 내가 너 먹고, 자고, 싸는 거 다 처리해줄게.]
"변태."
[부정을 못하겠구먼.]
멀리서 파쇄석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 여자의 대화소리가 웅얼거리듯 들렸다.
"끊어. 사람들 옴."
[아씨... 보여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주어가 빠졌지만 김하늘이 보고 싶어한 게 뭔지 짐작이 갔다.
내가 먼저 끊었다.
김하늘 [자지 사진 좀 보내주면 안 될까]
김하늘 [혼자라 너무 외롭다]
김하늘 [너는 내 생각도 안 해준다카고]
(나) [꿈에서 보자니까]
김하늘 [꿈은 가짜자너...]
김하늘 [모바일 배그나 같이 할래?]
(나) [ㄴㄴ 노잼]
김하늘 [할만한디...]
텐트 지퍼를 열고 세 여자가 들어왔다.
셋은 맞춘 것처럼 머리를 수건으로 동여매고 있었다. 막 씻고 나와서 그런지 얼굴이 뽀얬다.
'최아란은 쌩얼도 예쁘네.'
신재연과 신재희는 평소 화장을 옅게 하거나 비비크림만 바르는 수준으로 끝마쳤다.
그에 반해 최아란은 화장에 힘주는 편이라, 그 미모가 화장빨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쌩얼도 예뻤다.
최아란이 스킨로션을 텐트 일행들의 손등이 발라주었다.
나는 해먹에 누운 채로 얼굴에 스킨로션을 발랐다.
"준아. 피곤해?"
"약간? 그런데 자기는 또 아깝네."
"흐흫... 누나, 머리 좀 말리고 산책하러 갈래?"
또 키스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키스를 거부할 때 핑계삼았던 립스틱도 지금은 쌩얼이라 지워져 있었고.
"그래."
내 동의에 최아란은 신재희와 신재연에게 양보를 구하고 드라이기를 먼저 쓰기로 했다. 드라이기가 본인 것인데도 저러는 걸 보면 인성이 참 좋았다.
'인성 좋은 걸 보면 걱정된단 말이지.'
설마 내가 강간을 유발해도 날 따먹지 않을까봐.
한참 있다가 핸드폰이 진동했다.
김하늘 [그분하고는 어때?]
키스까지 했다.
그런 사실을 숨기고 얼버무렸다.
(나) [글쎄]
김하늘 [아직도 맘 못 정했나보네]
김하늘 [어쨌든 단 둘이 있는 상황은 피해]
김하늘 [여자는 다 변태거든]
'그건 나도 잘 알지.'
(나) [ㅇㅇ]
내 대답이 시원치 않아서 그런지, 김하늘이 마무리 톡을 날려왔다.
김하늘 [캠핑 재밌게 즐겨]
김하늘 [힘든 거 너 혼자만 하려고 하지 말고]
김하늘 [언니들이랑 재희한테도 좀 시키고]
(나) [ㅇㅇ]
마침 최아란이 머리를 다 말리고 해먹 옆에 섰다.
"친구랑 톡했어?"
드라이기를 하면서 날 힐끔힐끔 쳐다보던 그녀였다.
"어."
"하늘이?"
"응."
"하늘이는 뭐하고 있대?"
"모르겠는데. 물어볼까?"
"아니, 아니야. 준아, 산책 갈까?"
난 해먹에서 내려와, 해먹 거치대에 걸어두었던 외투를 걸쳤다.
우릴 빤히 쳐다보는 신재연과 신재희였다.
두 누이의 시선은 질투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최아란은 두 누이가 그런 질투심을 못 느꼈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맞다. 재희야. 게임하고 싶어? 노트북 빌려줄까?"
"어? 노트북도 있어요? 롤 돼요?"
"배그도 됨."
"그럼 빌려주세요."
"근데 뭐야, 재희 너도 롤 하니? 등급이 뭐야?"
"골드요."
"오... 잘 하네."
"언니는요?
최아란은 수납상자 하나를 뒤적거리더니 노트북가방을 꺼냈다.
"다이아."
"헐..."
"언니가 나중에 버스태워줄까?"
"아, 아뇨. 전 제 실력으로 올라가고 싶어서요."
"좋은 정신이네."
건네받은 신재희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세련된 디자인, 딱 봐도 게이밍 노트북처럼 생긴 외양에 신재희가 히죽 웃었다.
노트북 가방에선 키보드와 마우스, 이어폰까지 튀어나왔다.
'재희는 왠지 아란이하고 나하고 잘 되는 걸 반길 것 같단 말이지.'
최아란처럼 캠핑도 좋아하는 것 같고, 같은 게임도 즐기고.
"그럼 우리 산책 좀 다녀올게."
"잘 다녀오세요, 언니. 오빠."
"갔다 와."
노트북이란 장난감을 받자 희희낙락해진 신재희와 다르게, 신재연은 뚱한 얼굴로 전자담배를 필 준비를 했다.
'신재연, 몸 좀 달아올랐겠는데...'
나와 단둘이 있고 싶어할 듯했다. '꿈'을 꾸기 위해서 말이다.
'새벽에 날 부르려나.'
최아란과 산책 다녀온 나를 또 따로 부르는 모양이 이상할 테니, 한창 시간이 지나고서야 날 불러내지 않을까 싶었다.
가로등과도 멀어져 달빛 뿐이 없는 캄캄한 어둠에 들어와버렸다.
난 최아란의 외투를 꾹 잡고 따라갔다.
"왜? 무서워?"
"'어둠 공포증'이라..."
"어? 정말? 그럼 밝은 곳으로 갈까? 그럼 괜찮아?"
"응."
최아란도 몸이 달아오르긴 했는지, 내가 무섭다고 했음에도 밤 중 산책을 이어나가려고 했다.
그녀가 날 이끈 방향은 주차장 쪽이었다. 가로등 여러 개가 주차장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가로등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나름 그림자가 진 벤치였다.
최아란이 내 손 하나를 자신의 외투주머니 속으로 가져가 꼼지락거렸다.
"준이랑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
"..."
"준아?"
"응?"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좋다 싫다 말을 안 하니,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중인 걸로 짐작한 모양이었다. 말에 힘이 없었따.
"오늘 내가 키스해서 싫었니?"
"솔직히 약간 후회되기도 해..."
"미, 미안... 내가 너무 서둘렀지?"
"첫 키스였는데..."
"미, 미안. 흐흫..."
"웃어?"
"우, 웃은 거 아닌데. 크흠."
내가 자신하고 한 게 '첫 키스'였다고 하니 좋아했다.
이 세계는 동정남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태반이었다.
"근데 이거 물어보면 실례일까? 지병이 뭐야?"
"아, 허리디스크 수술 받았거든."
그렇게 말한 최아란이 등을 보였다. 자신의 외투와 안쪽에 입고 있던 셔츠를 끌어올렸다.
본의 아니게 최아란의 속살을 보여주게끔 만들었다.
군살 없이 곡선을 그리는 얇은 허리보다도, 아랫쪽 척추 부분에 나있는 일직선의 흉터에 눈이 갔다. 500원 동전 지름 길이 정도의 허리디스크 수술자국이었다.
"지금은 괜찮아?"
"운동으로 극복 중. 볼래?"
최아란은 외투와 셔츠를 들춘 그대로, 몸을 돌려 내게 복근을 보여주었다. 뚜렷한 11자 복근이 새겨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