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91/201)



〈 91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신재연의 생리대를 숄더백에 챙겼다.

"누나, 옷 챙겨줘? 아님 누나가 알아서 챙길 거?"
"챙겨주면 고맙고."


화장실 안에 있는 신재연이 대답해왔다.


'재희는... 쟤도 나보고 챙겨달라고 하겠지. 내가 챙기자.'


커다란 숄더백에 신재희와 신재연의 옷과 속옷을 집어넣었다. 내 옷과 속옷은 따로 챙겨놨다.

아침을 먹고 오전 10시 즈음 되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문을 열어보니 최아란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겨울을 대비해 옷을 두툼하게 입고 있었다.

"왔어?"
"응, 재연이랑 동생은?"
"갈 준비 다 했어."

나는 큰방에 대고 그녀들을 불렀다. 신재희는 옷이 든 숄더백 2개를 양쪽 걸고 나왔고, 신재연은 아무 짐도 없었다.

신재희가 쏘아보듯 최아란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재희라고 했지?"
"네."
"나는 최아란이라고 해."
"넵, 아란 언니."
"재희야. 그거  줘. 내  든 거라."
"어."

신재희에게 숄더백 하나를 넘겨받았다. 나는 방의 전등이 꺼졌는지 확인하고, 수도가 잠겨있는지 확인과 가스 밸브 확인을 마쳤다.

열쇠로 현관문을 잠그고 보일러실에 두었다.

"가자."


 기다리고 있던 세 여자에게 말했다.


신재연과 신재희는  앞에 세워둔 렌트카에 올라탔고, 나는 최아란을 따라서  떨어진 곳에 주차돼있던 그녀의 차에 탔다.


나는 최아란의 SUV는 고급외제차라 그런지 탑승감부터가 달랐다.

어제 탔던 신재연의 SUV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준아. 짐은 뒤에 두고. 벨트 매."
"응."

나는 옷이 든 숄더백을 뒤에 놓으며, 뒷칸을 구경했다.

"짐 되게 많네."
"준이는 걱정할 필요없어. 여자들이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대신에 밥이랑 설거지는 내가할게. 누나는 도와주지 마."
"도와줄게."
"됐어."
"뭐든지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사실은 설거지도 내가 다 하고 싶어."

'순애, 순애하네.'

"그럼 내가 도와달라고  때, 해줘."
"오케이."

시동을 걸고, 네이비게이션을 조작해 캠핑장을 찍었다.

"화장실 가고 싶으면 창피해하지 말고 말해."
"그럴게."

차가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을 보니 도착할 때까지 2시간 10분 정도 걸릴 예정이랬다.


"노래 틀까?"
"어."

히터와 시트를 따듯하게 데우는 열선으로 몸이 누그러졌다. 겨울 주제에 햇볕은 쨍쨍해서 눈이 부셨다.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잠이 솔솔 왔다.

"누나, 미안한데 자도 돼?"

조수석에 앉았으니 운전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그녀에게 '관심없는 척' 할 거다 보니 말을 걸면 안 됐다.

"어? 자, 자. 도착하면 알려줄게."
"미안."
"미안할 거 없어. 미안해하지 마."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했다.

도중에 차가 멈추는 것에 깼다.


"도착했어...?"
"아니. 점심으로 먹을 닭강정 사가려고. 준이는 자."
"응..."


* * *






"준아. 거의  왔어. 일어나."
"아."


차가 개울을 따라서 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가드레일 대신 시멘트 벽이 레고 성벽처럼 솟아있었다.


개울의 변두리는 얼려있었지만, 가운데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개울가의  위로는 눈이 쌓여있었다.

"흐흫... 침 흘렸다, 너."
"아..."

난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네비게이션을 보니 목적지 도착까지 5분 남아있었다.

나는 앞쪽에 신재연의 차가 없자 뒤쪽을 쳐다봤다.

뒤에서 하얀 SUV 차량이 뒤쫓아오고 있었다.

신재연이 운전하고 있었고, 신재희는 조수석에서 자고 있었다.


캠핑장에 도착했다.

장박지라서 그런지 텐트가 쳐진 게 많이 보였다.  눈에 봤을 때, 현재 캠핑장을 이용중인 팀은 세  정도 보였다.


 공간이 많은 넓은 주차장. 주차장의 눈은 치워져있었다. 그곳에 차를 세웠다.


"준아, 내리자."

뒤따라오던 신재연의 차량이 옆칸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린 신재연은 팔을 앞뒤로 흔들며 굳은 몸을 풀었고, 신재희는 깍지 낀 손을 높게 올리며 기지개를 피었다.

"둘 다 장난아니네..."


최아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신재연과 신재희의 스트레칭에 폭유가 출렁거렸다. 신재연은 몸이 뜨거워서 외투를 입지 않고 있었고, 신재희는 폭유 때문에 외투를 잠그는  답답해 열어둔 상태였기에 출렁거림이 다 보였다.

최아란은 그걸 보고 저러는 듯했다.


신재연이 최아란에게 물었다.


"아란아. 바로  옮기면 되냐?"
"아, 우선 관리사무소에 예약증 보여주고. 그리고 카트도 빌려오는  나을 걸. 같이 가자."

신재연과 최아란이 떠나자, 신재희가 잠깐 고민하다가 둘을 따라갔다.


혼자 남게  나는 주차장 변두리로 밀려 쌓여있던 눈을 밟으며 시간을 떼웠다.

세 여자가 핸드카트를 한 개씩 끌고 왔다.

"일단 짐부터  옮기고 텐트 치자."
"아란아, 담배 좀 피고 하자."
"오케이. 준아, 재희야. 잠깐 기다려줘."
"눈치보지 말고 펴."

흡연장은 주차장과 관리수무소 사이에 있었다.

신재희가 흡연장으로 떠나는 두 여자를 부러운 듯 쳐다봤다.

"너도 담배 피고 싶어?"
"어."
"누나 몰래 담배 피다가 걸리면 어떻게 돼?"
"언니한테 맞을걸."

신재희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 근데 너 나한테 맞을 때는 하나도 안 무서워하면서, 누나가 때리는 건 무서워한다?"
"네가 때리는 건 애교지. 언니가 때리는 건 호러고."
"아하. 내가 여태까지 때린 걸 '애교'라고 생각해온 거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신재희가 '신재준'을 좋아해왔음을 상기하고 말했다.


"설마...  내 '애교' 당하면서 즐겼냐?"
"크음..."

'얘도 변태였네...'

정수린은 나한테 지배당하는  좋아하는 변태, 김하늘은 내가 의존해오는  좋아하는 변태였다.


신재희는 나한테 맞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였던 것이었다.


이왕  대주게 된 거, 신재희에게 공부할 동기를 더 크게 부여하기로 했다.


"시험 100점 맞아라... 그럼 내가 때려줄게."
"진짜?!"

신재희는 저도 모르게 엄청 좋아했다가, 표정관리를 하며 딴말을 했다.

"아, 맞다.  내가 언니한테 맞을 거라는 둥, 얘기한  언니한테 말하지 마. 언니는 네 앞에서 만큼은 착한 척하려는 건지, 네 앞에선 안 때린단 말이야. 더 이상 네 앞에서 착하게 굴 필요없게  걸 알게 되면, 네 앞에서도 나 때릴 지도 몰라."
"그래? 알았어."

나는 신재연의 폭력성을 알아갈수록 걱정이 들었다.


'그럴 일은 일어나선 안 되지만... 만약  외도를 신재연이 알게 되면, 나도 얻어맞는 거 아니야?'

신재연과 최아란이 노동 시작 전 담배 타임을 끝내고 돌아왔다.


세 여자는  SUV의 트렁크를 열어서 핸드카트에 내려 실었다.


난 가만히 있기 뭐해서 가벼운 식재료를 밀크박스에 담아들었다.


그러자 최아란이 그 밀크박스를 자신의 핸드카드 위쪽에 실었다.


"준이는 힘든  하지 마."


카트로 짐을 끌어오는 건 아주 잠깐이었다. 캠핑장 구역에 들어서고 얼마 안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파쇄석이 깔린 바닥이 나왔다.

카트로 끌지 못하고 손으로 들고 짐을 날라야했다.

"따라오시오."

못이 박혀 팽팽한 로프로 사이트가 나뉘어져있었다. 최아란은 자신이 예약한 사이트를 향해 짐을 들고 앞장섰다. 신재연과 신재희가 짐을 하나씩 들고 갔다.


"일단 이곳에 쌓아둡시다."
"네."
"그래."


최아란이 예약한 자리는 강변에 자리였다.

 변두리만 얼려있었다.

강 건너편에는 낚시를 위해 마련해둔 듯한 산장과 나루터가 있었다.

걸어서 10분 쯤 걸릴 것 같은 곳에 강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가 있었다.


난간조차 없는 돌다리로 만든지 상당히 오래 되어보였다.


'저 산장. '으슥한 곳'으로 삼기 괜찮아 보이네.'

한 번 살펴보고, 사람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장소라면, 가능한 저곳에서 신재연과 신재희의 성욕을 풀어주기로 했다.

짐을 다 옮기 여자들이 이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일단 바닥에 비닐을 깔았다. 발포매트를 깔고, 방수포를 깔았다.  위에 텐트를 세우기 시작했다.

신재연과 신재희는 최아란의 지시에 따랐는데, 최아란도 아직 어색했는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다가 세우는 걸 성공했다.


큼지막한 텐트를 친 뒤, 바닥작업을 하지 않은 옆에다가 텐트를 하나  쳤다.

커넥터를 이용해 독립되어있던 텐트를 연결시켰다.

바닥작업이 된 텐트가  안쪽이었다.  바닥작업이  안쪽 텐트에 자충매트를 또 깔았다. 그 위를 전기장판을 깔고 카페트를 깔았다.

'오, 바닥에서 냉기는 확실히 안 올라올  같은데.'

텐트  동은 여자들이 자고, 또  동은 내가 자기로 했는데. 텐트 중 하나는 바닥작업이 안 되어있었다.

신재연이 최아란에게 물었다.


"재준이는 어떻게 자라고?"
"아, 내가 거실로 쓸 텐트에서 해먹 피고 자려고. 재연이네 가족끼리 여행온 거잖아. 남매끼리 자. 아. 준아, 가족이니까 여자랑 같이 자도 괜찮지?"


자던 도중에 이 여자, 저 여자한테 불려질 것 같은데... 차라리 원래 계획대로 내가 밖에서 따로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해먹에서 잘래. 재밌을  같은데."
"그래?  불편할지도 모르는데?"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러면 불편하면 언제든지 말해."
"응."


텐트만 설치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거실 텐트로 난로를 들여와 설치해야 했다. 펠렛 연료를 태워서 사용하는 난로였다.


'텐트에 왜 구멍이 나있나 했더니 난로 연통 빠져나가는 구멍이구나.'

구멍을 통해 텐트 밖으로 빠져나간 연통은 지지대에 도움을 받아, 높게 세워졌다.

아직 조립되지 않은 화로와 장작 등은 텐트 밖에 두웠다.


"이건 밖에서 불멍하면서 고기 구워먹을 때 쓸 거니까."


텐트 안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들을 텐트 안에 모조리 들여놨다. 테이블, 의자, 식기, 아이스 쿨러, 랜턴, 타프팬, 그릴, 스토브, 난로에 주입할 펠렛 포대 등.

테이블과 의자를 펼치고, 물건들을 구분해 수납상자나 아이스쿨러, 밀크박스에 나눠담았다.

"식기는 밀크박스에. 설거지할 때 물이 알아서 구멍으로 빠져나가니까 좋아."

최아란이 텐트 위에 타프팬을 달기 시작했다.

"언니, 그건  달아요?"

신재희가 진짜 궁금했는지, 아니면 최아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건지 물어봤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겨울인데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를 왜?


"난로를 때면 뜨거운 공기가 위로 가거든. 밑은 차가운 공기가 남고."
"아하, 뜨거운 바람을 아래로 밀려고요?"
"어. 똑똑하네."

'아하, 그런 거구나.'

텐트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내가 자게 될 해먹을 설치했다. 최아란이 해먹 거치대를 조립하고,  위에 해먹을 거는 것으로 끝이 났다.

"준아, 누워볼래?"
"어."


나는 해먹 위에 누워본 적이 없었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긴 했다.


바닥에 깔린 파쇄석을 밟으며 해먹에 다가갔다가 최아란에게 물었다.


"신발 벗어야 되나?"
"흐흫... 네 맘대로 해."

나는 남의 물건이니까 신발을 벗어다가 다리부터 해먹에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리부터 올리자니 영 아닌 것 같았다.

흔들거리는 해먹을 밟으면서 오르려고 했다간 밑으로 자빠질  같았다.


"준아, 다리 말고. 엉덩이부터. 앉는다는 느낌으로 해먹에 올라탄 다음에 다리를 해먹에 올리면 돼."
"아."


엉덩이를 앉히기 전까진 공중에 떠있는 해먹이 불안불안했다. 해먹이 내 몸무게에 아래로 내려갔을 때 깜짝 놀랐으나, 곧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끈질기게 내 몸무게를 버티자 안도감이 들었다.

 다리를 올렸다. 몸이 저절로 돌아가 상체도 해먹에 누울 수 있게 됐다.


내가 올라타 움직인 힘 때문에 해먹은 계속 흔들거렸다. 그러다 제자리에 멈췄다.

"공중에 떠있는 게 재밌고 기분 좋은데?"
"불편하진 않고?"
"응. 여기서 잘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여지는 느낌  것 같았는데 그것도 없네."
"다행이네. 해먹 불편한 사람도 많은데. 잘 때는 매트리스 하나 깔아줄게. 그 해먹 전용이야."
"오빠, 나도 누워볼래."


신재희가 해먹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해먹에서 내려오자 신재희가 나처럼 해먹에 엉덩이부터 앉고 누웠다.


"오..."
"재희야. 너도 해먹이 좋니?"
"재밌네요."


최아란의 물음에 신재희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타프팬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해먹도 좋아하는  보니 신재희는 뜻밖에도 캠핑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해외여행은 싫어하는  같던데, 캠핑은 좋은 건가?'


침실 텐트에 깔린 카페트에 앉아있던 신재연이 내게 물었다.


"재준아, 혹시 생리대 갔고 왔어?"
"가져왔지. 줄까? 소형?"
"응, 고마워."

나는 숄더백에 챙겨뒀던 생리대를 꺼내 내밀었다.


그녀는 생리대를 갈고 오려는지 텐트에서 나갔다.

최아란이 그런 신재연 뒷모습을 약간 놀란 낯으로 쳐다봤다. 누나의 생리대를 챙겨주는 남동생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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