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엘리베이터 앞.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순간 뒷골이 오싹해졌다.
저번 토요일, 정수린한테 새벽 내내 따먹혔던 손님방.
정수린이 체력 방전됐다고 방에서 떠나갔을 때, 나는 혼자 손님방을 청소했다.
침대 위에 흩어진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다가 내 가방에 넣어둔 뒤, 나중에 김하늘네 집 밖에서 버렸다.
하지만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머리카락이 남아있을지 몰랐다. 그것을 김하늘이 발견해버린 게 아닐까.
'거의 일주일이나 지나서 안 지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들켰으면 뭐라고 해야 하지...'
보험을 들어놔야겠다.
나는 로비에서 서성이며 계획을 짰다가, 정수린한테 전화를 걸었다.
내 '보험'을 설명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오빠.]
"땡큐."
[아니에요. 이렇게 밖에 못해줘서 미안해요.]
엘레베이터를 타고 42층에서 내렸다. 짧은 복도 끝에 위치한 현관문을 보며 긴장의 침을 삼켰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김하늘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집을 나갈 때만해도 해가 떠있있어서 거실의 불을 꺼놔도 환했는데, 밑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동안 해가 쑥 꺼졌는지 어두워져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원형의 통이 검은 비닐봉투에 들어가있었다.
"우리 아빠가 너 새우젓갈 가져가라고 했는데, 내가 말하는 걸 깜빡했네."
"아... 내가 놓고 갔다는 게 이거였어?"
"응."
저번주 김하늘네 부모님은 강화도로 여행갔다. 거기서 사가지고 온 새우젓갈을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긴 했었다.
'수린이하고 섹스한 걸 들킨 건 아닌가 보네. 내 예상대로 '선물'을 주려던 것이기도 하고. 하늘이가 준 게 아니라 하늘이네 아버님이 주신 거지만.'
"잘 먹겠다고 전해드려."
"재준아. 집에는 몇 시까지 돌아가야 돼?"
"지금."
"왜 바로 집에 일 있어?"
"아니, 쉬려고 했는데. 6시까지면 너희 집에 있어도 되긴 하는데... 왜? 또 섹스하고 싶어? 그런데 나 지금 힘들어서 못 해."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정력을 아껴두고 싶었다.
"재준아, 나는 네가 나한테 의존하는 게 좋아."
"그래?"
뜬금없는 고백에 나는 김하늘이 왜 저러나 싶었다.
"6시까지 내 취향대로 놀아줄래?"
"뭐? 설마 또 '장님 놀이'하자고? 답답해서 싫은데."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 먹는 것, 음식 먹는 것, 핸드폰을 조작하는 것까지. 전부 다 나한테 의존해. 넌 손가락 까딱하지 말고."
'이게 김하늘의 성벽? 매니악하네...'
아까 장님 놀이랑 장님 체험을 왜 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나보고 인형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좀 다른데... 하면서 알아보자."
"어려운 부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일단 네 방으로 가자. 너희 아저씨 올지 모르잖아."
내가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김하늘이 내 손을 잡았다.
"나한테 의존하라고."
"아, 지금부터? 그래라, 그래."
내가 가만히 있는데, 김하늘도 가만히 있었다.
"내 쪽이 먼저 너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냐?"
"어."
"하늘아, 네 방으로 좀 옮겨줘."
"오키..."
김하늘이 내 다리와 등을 받쳐 안아들었다.
"안 무겁냐?"
"좀 무거운 듯?"
"그럼 내려. 걸어가게."
"킥킥... 무겁다고 해서 삐졌냐?"
"지랄한다... 지금 하는 것도 뭐하는 지랄인가 싶고."
김하늘의 방에 도착했다.
"어디 내려줄까?"
"책상 의자에."
"침대는 어때?"
"책상 의자에, 새끼야."
"킥킥... 침대에 앉아 있는다고 안 잡아먹을 건데. 알았어."
그녀가 나를 의자에 조심스레 앉혔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6시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그렇겠지."
"나 참..."
"맞다. 너 정수린하고 잤어?"
난 깜짝 놀랐다.
'염병... 진짜 머리카락이 남아있었나?'
"뭔 개소리야."
요즘 따라 되는 일이 없었다. 집주인 딸한테 내가 여러 여자들과 잔다는 걸 들키고, 신재희한테도 신재연한테 따먹힌 거 들키고.
'얘는 그거 알아채고도 별로 화 안 났나?'
오히려 김하늘의 얼굴은 평온해보였다.
지금은 해탈한 듯한 느낌의 미소까지 지었다.
"네가 잤던 손님방에 정수린의 머리카락이 있더라."
김하늘이 엄청나게 긴 머리카락을 들어보였다.
'역시 그거였나...'
"안 잤는데."
"아니라고?"
"응."
"시발... 그럼 이게 왜 네가 자던 손님방에서 나와."
"잠깐 내가 있던 방으로 수린이 불렀어. 그때 떨어졌나 보지."
"뭐? 시발..."
해탈한 듯한 미소가 깨지며, 예쁜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나 욕한 거?"
"너 말고, 정수린... 내 집에서 널 따먹어? 시발, 날 얼마나 우습게 본 거야. 그리고 네 동정도 가져가버려? 이, 시발새끼가 진짜."
"야. 안 따먹혔다고. 그냥 걔가 수업 내용 중에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고, 물어봐서 방으로 복도에서 알려주기 뭐하니 내가 묵던 방에 불러와서 알려준 거야. 그거 알려주고 나갔어."
김하늘이 비릿하게 웃었다.
"공부? 시발. 성교육이라도 시켜줬냐?"
"개소리 하지 마라 좀. 나 걔랑 맨날 같은 방에서 과외해. 같은 방으로 부르는 게 이상하냐?"
"야... 내가 병신으로 보여?"
"하늘아, 닥치고. 내 자지 빨아."
"아니... 시발."
김하늘은 무릎을 꿇어 내 다리 사이에 들어왔다.
내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벗겨내리고, 내 자지를 입으로 물었다. 그녀의 혀와 볼 안쪽의 감촉에 내 자지는 크기를 키워갔다.
김하늘은 내 자지를 물고 빨면서, 눈을 치켜떠 날 올려다봤다.
분노가 타고 있는 듯한 눈동자였다. 나는 그녀의 단발머리를 부드럽게 쓸며 달래었다.
"화내지 마. 진짜라니까? 안 잤어. 공부 얘기만 했어. 그리고 바로 수린이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고."
내 부탁에 그녀가 눈을 감았다.
나는 그녀가 내게 자주 물어보던 질문을 떠올렸다.
<나 밖에 없지?>
김하늘이 왜 그렇게 물어왔는지 이제는 알게 됐다.
내가 의존해오는 게, 그녀는 꼴렸던 것이었다.
"나한테는 하늘이 밖에 없어..."
김하늘이 한 번 멈칫했다. 그러다가 펠라를 다시 재개했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대사가 또 있었다.
"사랑해, 하늘아."
"쯉... 츄릅..."
"아, 하늘이가 빨아주니까 좋다..."
2, 3시간 사이에 정수린에게, 그리고 김하늘에게 너무 많이 착정당했다. 휴식 시간은 짧았다. 아파트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잠깐 사이에 생성된 정액은 소량 밖에 안 될 것이었다.
소량의 정액을 긁어모으고 있는지, 아랫도리에서 뻐근함이 느껴졌다.
김하늘의 입봉사를 받기를 10여 분.
"하아... 곧 쌀 것 같애, 하늘아..."
"츕... 후우... 그래?"
사정감이 차올라 사정을 예고하니 그녀가 입을 떼었다.
"하늘아?"
"응? 왜?"
"안 빨아줄거야?"
"빨아줄까?"
"응... 부탁해."
"그래? 네가 또 사정하는 거 힘들어할 줄 알았지."
필요없는 배려였다. 사정감이 치밀었는데 끝을 맺어주지 않는다면 성욕 때문에 괴로웠다.
"츄룹... 쯉... 쯉..."
"윽...!"
나는 김하늘의 작은 머리통을 붙잡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열어보고 싶은 머리통. 그 머리통에 벌려진 입 안에다가 정액을 쏟아냈다.
"하아... 하아..."
정액이 조금 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김하늘은 소량의 정액이 성에 차지 않은 것인지, 요도에 남은 찌꺼기까지 빨아마셨다.
"츄릅... 쭙..."
"하, 하늘아? 나 이제 아파. 그만해..."
"츕...! 츄룹...!"
"크윽...!"
내가 그만하란 소리에 그녀는 오히려 강하게 빨았다.
김하늘이 또 다시 강제적 쿠퍼액 사정을 시키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윽! 아프다고!"
"쩝... 쮸웁..."
김하늘의 머리통을 밀어내고, 그녀의 유방을 때려도 그녀는 입은 내 자지를 놓아주지 않았다.
"내, 내가 의존하는 게 좋다며. 큭..."
"츄릅..."
"하, 하늘아. 제발... 아, 아파... 으윽...!"
난 의자 팔걸이를 꽉 붙잡았다. 발가락으로 방바닥을 꾹 눌렀다.
사정 직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자지는 그녀의 혓바닥을 마치 사포처럼 느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금 흘러나왔다.
"야. 내 말 다 들어주는 거 아니었어?"
"쮸룹..."
"으으윽!"
여자한테 펠라치오를 당하는 게 이토록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성고문, 말로만 들었을 때는 오히려 남자가 당하면 좋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끔찍하게 아파 괴로울 따름이었다.
'빨리 가야 돼...'
김하늘이 바라는 것은 내가 강제적 쿠퍼액 사정을 하는 것일 터였다.
나는 김하늘의 아프디 아픈 펠라의 촉감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아픔 속에서 쾌락에 이를 수 있는 길에 도달했다.
"하윽...!"
오르가즘을 느끼며, 쿠퍼액을 오줌처럼 찌익찌익 싸기 시작했다.
김하늘은 펠라를 멈춘 채로, 자신의 목구멍으로 쏟아져나오는 쿠퍼액을 삼켜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구멍이 조여오는 게 귀두를 통해 느껴졌다.
'이젠 끝이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츄룹..."
"아, 그만하라고!"
쿠퍼액 사정이 이후에는 그녀의 혓바닥이 사포가 아니라 면도날처럼 느껴졌다. 쓰려왔다.
나는 그녀의 브래지어 속에 손을 넣어, 유두를 찾아내 힘껏 꼬집었다.
그제야 김하늘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타액으로 더러워진 자신의 입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화가 누그러졌을 거라고 생각했던 김하늘의 눈은 여전히 분노로 흉흉했다.
<화내지 마. 부탁할게.>
내가 그리 말했을 때, 김하늘은 눈을 감기만 했던 것이지 화가 누그러진 게 아니었다.
"야... 너 지금 나한테 화난 거야?"
김하늘은 억지 미소를 지었는데, 그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럼. 화나지 않았겠냐?"
나는 김하늘의 마음을 생각해서, 그녀 몰래 다른 여자들과 성관계를 맺을 생각이었다. 정수린과의 관계도 숨길 작정이었고.
그런데 의심쩍은 증거를 들켜버렸다.
나는 끝까지 부정하고 있지만, 그녀는 내 부정을 믿지 않았다.
의미심장한 증거가 나왔으니 그녀가 화난 게 당연했다.
당연했지만... 성고문 비슷한 걸 당해서 그런지 내 표정과 말투가 그리 좋지 만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억울한 표정'과 '억울한 말투'를 사용해야 마땅했다. 끝까지 잡아떼기 위해서.
"나한테 미안하다는 소리라도 듣고 싶어?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어, 사과해. 그리고 인정해."
"뭐?"
"내가 널 강간했으니까, 너한테 사과 받을 자격은 없지. 그건 알아, 아는데... 그래도 나 너한테 사과 받지 않으면, 정수린 그년, 뚝배기 깨버릴 것만 같거든?"
나 때문에 여자들끼리 서로 치고 박고 하는 꼴은 보기 싫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아니... 하아... 수린이를 내가 묵은 방으로 불러서 공부시켜서 미안해."
사실 김하늘도 머리카락 하나로 내 외도를 확정지을 수는 없을 거다.
거짓말을 계속하면 그게 진실이 될 거였다.
'그리고 '보험'도 들어놓았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 '보험'을 들어놔서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다.
"하늘아, 생각해봐. 내가 그 찐따 같은 정수린이랑 잤을 것 같아?"
"아... 그건..."
김하늘이 생각하기에도 내가 정수린한테 따먹힐 이유가 없을 거였다.
'신재준'은 평소 여자를 보기 돌 같이 해왔다. 김하늘이나 신재연처럼 잘난 여자들 사이에서 커왔는데, 그 자기관리도 안 하는 삐쩍 마른 찐따와 사귈 이유가 없었다.
'사귀어도 잘난 최아란과 사귀겠지.'
"말해 봐. 정수린하고 내가 떡을 쳤을 이유를."
"정수린이... 징징거려서?"
'오우... 정답을 맞추네...'
"야... 내가 징징거린다고 찐따한테 동정을 주겠냐, 아니면 평생 친구해온 네가 자살하겠다고 징징거려야 동정을 줬겠냐."
"정수린한테 전화한다? 그때 걔가 물어본 궁금한 게 뭐였는데?"
"지수 법칙. 지수에 음수가 있는가."
김하늘은 정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스피커 모드로 전환시켰다.
[네, 언니.]
"야. 너 저번주 토요일에 잤잖아. 그때 재준이 방에 들어갔었어?"
[네? 네... 그날 과외 받은 것중에 궁금한 게 있어서... 아! 저는 안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빠가 들어가도 된댔어요!]
평소의 정수린이었다. 찐따 같은.
'연기인데 진짜 같네. 연기의 소질이 있나 보네...'
나는 로비층에서 정수린에게 연락해 김하늘이 우리 관계를 의심해서 전화해올지 모르니, 이러이렇게 해달라고 언질을 해뒀다.
지금 정수린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기'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 그래?"
[그런데 그게 왜요?]
"아니야... 주말 잘 쉬어라."
[넵.]
전화를 끊었다.
김하늘은 정수린에게 '그때 무엇을 물어봤는가'하고 물어보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오해했고, 나한테 큰 잘못을 했다고 자책하는 듯했다. 그거까지 물어봐서 확인하려고 굴면, 나한테 더 큰 미움을 살까봐 그만두려는 것 같았다.
김하늘은 마른 세수를 하다가 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오해해서 미안."
"내 말이 맞지?"
"응..."
"하늘아, 내 자지 씻겨줘."
"그래..."
내가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녀의 성벽에 어울려준다는 제스처.
"고마워..."
그녀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에게 안아들려서 거실 욕실에 들어가게 됐다.
김하늘은 온수가 나오는 샤워기로 내 자지를 씻겨주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의지해주는 게 꼴려?"
"응..."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기는 것도 김하늘에게 맡겼다.
"안아줘."
그녀가 날 안아들었다.
"바지 입혀줘."
"그래."
그녀는 날 자신의 방으로 날랐다. 김하늘의 방에 서있자 그녀가 팬티를 내 두 발목에 걸어두고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눈높이에 내 자지가 있게 되자, 귀두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이어서 바지까지 입혀줬다.
"땡큐. 역시 하늘이 밖에 없어."
"너무 자주하진 마, 그 말..."
"왜? 너무 자주 들으면 의미없어지는 것 같아?"
"꼴려서 덮치고 싶어져."
"..."
욕정으로 가득한 김하늘의 눈을 보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