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누나 친구한테 따먹힘 *
정수린의 과외가 오기 전까지 재료로 생각하고, 오늘 장봐둬야 하는 음료와 식재료들을 생각해 정리했다.
'아. 조리도구도 중요하지.'
(나) [아란이 누나. 일하다가 쉴 때, 공지 다시 확인 좀]
(나) [조리할 때 필요할 것 같은 조리도구랑, 식사할 때 필요할 것 같은 식기들 적어둠]
(나) [거기서 없는 것들 있으면 말해줘. 아마 사야하거나 대체할 만한 거 있나 찾아야할 듯?]
최아란 [그래! 바로 확인할게!]
(나) [아니 일하라고. 지금 한창 일할 시간 아님?]
(나) [아, 점심시간인가?]
최아란 [점심시간까지 아직 좀 남았는데 ㅎㅎ 준이가 시킨 게 먼저지]
신재연 [월급루팡쉑]
최아란 [지는 ㅋㅋㅋㅋ]
나는 점심을 먹고 정수린네 과외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도 여유가 있어서 믹스 커피를 타먹고 대기했다.
'아, 집주인 딸 만나봐야하는데.'
엿보기범에 조심하기 위해, 그리고 집주인 딸의 '안전점검'을 잡아두기 위해 볼 일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현관문을 열어봤다.
'만나고 싶어지니까 안 보이네.'
집 앞 나무의자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어제 새벽에 내린 눈이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달력을 확인했다.
'슬슬 개학이 다가오네.'
겨울방학은 3주차가 다 지나가고 있었고, 앞으로 2주 정도 더 쉬면 개학이었다.
고2가 시작되는 신학기는 아니고, '겨울 개학'이었다.
겨울 개학하면 2주일 간 보충 수업을 듣고서, 종업식을 갖게 되고 다시 '봄 방학'이었다. 그러고 삼일절까지 쉰 다음, 3월 2일에 신학기 개학을 하게 됐다. 성연중이나 성연고는 그랬다.
'다음주가 설날인데. 우리 가족한테는 별 의미 없는 날이네.'
'신재준'은 부모님 모두에게 버림 받았기에 찾아갈 친가도 없고, 외가도 없었다. '오석준'과 마찬가지였다.
'설나에 떡만두국이나 끓여먹어야지. 전 같은 거 붙이는 건 귀찮고.'
'신재준'도 설날 음식을 떡만두국으로만 보냈다.
나는 슬슬 정수린네 집으로 출발했다.
'어? 뭐야, 있네. 설마 내가 나올 시간에 맞춰서 기다린 건가?'
집 앞 나무의자에 집주인 딸이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잘 됐다 싶었다.
혹시 정해진 정수린의 과외 시간에 늦을까봐, 10분 정도 여유롭게 나온 것도 있어서 얘기할 여유는 있었다.
"아, 재준아."
내가 다가가자 집주인 딸이 담배불을 껐다.
그녀는 뭔가 기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기에 일단 내가 하려던 말을 삼켰다.
"왜요."
"진짜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요."
'설마 얘도 엿보기범을 봤나?'
집주인 딸은 금방 말할 것 같더니만 약간 망설였다.
"힘들면 누나가 도와줄까?"
진짜 엿보기범을 봤나?
"어제 너 신재연한테 혼났잖아. 딴 여자랑 만나고 온 거 들켜서."
"예?"
내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모양이었다.
"그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너 외제차에서 내리는 거, 내가 보려던 게 아니라 차 소리 들려서 봤던 거거든?"
"아..."
"넌 외제차에서 내리고, 신재연은 얼마 안 가서 너희 집 들어가고. 너랑 신재연이 싸우는 소리 들리다가 섹스하는 소리 들려오고... 재준아, 힘들면 나한테 말해. 누나가 도와줄게."
어이없었다.
"8살 어린 애한테 섹파해달라고 비는 사람보고 도와달라고 하겠어요?"
"그, 그렇겠지... 이, 있잖아. 난 정말 네가 걱정돼서 도와주려고 그랬어. 믿어줘."
나한테 점수를 따고 싶긴 한 것 같았다.
"저기요."
"으, 응?"
"혹시 저희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여자... 여기 왼쪽 눈 아래 눈물점 있는 여자 본 적 있어요?"
"못 봤는데?"
'도움이 안 되는구만.'
"왜? 그 여자가 널 스토킹이라도 했어?"
"그 여자가 자꾸 제가 샤워하는 걸 훔쳐보는데요."
"뭐?! 시발년이. 경찰에 신고했어?"
집주인 딸이 분개했는데, 그 분개하는 이유가 자기는 못 본 내 알몸을 다른 년이 엿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누나하고 재희한테 걱정끼치기 싫어서 그런데, 보이면 좀 쫓아내주세요. 우리 가족한테는 말하지 말고."
"그냥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아?"
"말했잖아요. 그런 일로 누나랑 재희한테 걱정 끼치기 싫다고."
"그, 그래. 알았다. 그런 여자 보게 되면 쫓아낼게."
"그래주시면 지나번 일은 없는 걸로 하고 그냥 친하게 지낼게요. 인사도 하고요."
"영상도 지워주는 거야?!"
"그건 아니고요."
"아... 그, 근데 어디 가니?"
"과외요."
"자, 잘 하고 와."
"예, 누나도 공무원 시험 준비 잘 하시고요."
이런 걸 이이제이 라고 해야하나.
엿보기범을 물리적으로 쫓아낼 수 있는 파수꾼도 마련했고, 집주인 딸이 나에게 약점 잡힌 것 때문에 두려워하다가 이상한 발작이라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화해'를 통해 방지했다.
'일단 잘 매듭지어진 것 같아서 기분 좋네.'
* * *
"수린아, 이젠 슬슬 공부하자? 오빠 벌써 2번 쌌잖아."
"하악...! 저, 저도 하, 한 번만이라도 가, 가고요... 하으윽...! 스, 슬슬... 하아악...!"
섹스해주지 않으면 김하늘에게 '자신이 강간했음'을 알리며 자폭하겠다는 정수린이었다.
정말로 자폭할까 싶었지만 안전한 게 제일이라서, 정수린의 뜻대로 자지를 세워주었다.
오늘도 집에 정수린네 아저씨가 없었다. 단둘이었다. 정수린은 누워있는 내 허리 위에서 방아를 찧었다.
"끄으읏...! 히이익...!!!"
신음소리를 참지 않고 쏟아내며 경련을 일으켰다.
자지를 조여오는 질에 나도 오르가즘을 느끼며 사정했다. 세번째였다.
'하늘이하고 신재연한테 쓸 정액 남겨둬야하는데...'
정수린한테 정력을 쓸데없이 많이 낭비한 느낌이었다.
김하늘에게 과외 끝나고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호출을 받았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지만, 어제오늘 신재연과 신재희의 폭유와 지금 정수린의 빈유를 보자니... 딱 적당한 볼륨의 김하늘의 알가슴이 보고 싶어졌다.
가버린 정수린이 내 몸 위로 쓰러졌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등살을 더듬었다. 앙상했던 몸에 은근 살집이 붙어 주무르는 맛이 있었다.
"오빠, 사랑해요. 진짜."
"그러냐."
"김하늘하고 사귀든, 말든 신경 안 쓸 거예요. 이렇게 섹스를 허락해주시면... 오빠 말씀도 다 따를게요..."
"한 번 갔지? 그럼 이젠 공부하자."
"오, 오빠. 저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뭔데?"
"오빠 자지 삽입한 채로 과외하면 안 될까요...? 오늘 저희 아빠도 없는데..."
"하아... 그래, 그럼."
"히힣..."
자지에서 정액이 가득찬 콘돔을 빼고 묶어다가 검은 비닐봉지에 넣었다. 그리고 내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집에 가는 길에 쓰레기 모인 곳에 버릴 생각이었다. 정수린의 집에 버렸다가 정수린네 아저씨가 정액 든 콘돔이라도 보면 대참사가 벌어질지 모르니까.
내가 의자에 앉자, 정수린이 내 다리 사이에 앉더니 능숙하게 입으로 콘돔을 씌어주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등을 보이더니 내 자지를 아랫입으로 집어삼키며 앉았다.
"하으윽... 매, 맨날 이 자세로 과외해보고 싶었어요..."
"공부에 집중해. 너 섹스하려고 굴면 이 자세 바로 풀 거야."
"넵, 오빠. 빡집중할게요."
어제는 과외가 없던 날이었다. 그때 정수린이 과외하자는 걸 거절했다. 그러자 정수린이 뭐랬더라. 두고 보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렇게 경고한 거 치고, 오늘은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소곳했다.
'내가 반항을 안 해서 그런가? 아마 그렇겠지.'
오늘은 나는 벗으라고 하면 벗었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었다.
내 자지에 과외학생을 꽂아둔채 과외 수업을 마쳤다.
욕실에 들어가 내 자지를 대충 물로만 닦았다. 바디샴푸까지 쓰면 방금 샤워한 게 김하늘한테 들킬까봐 쓰지 않았다.
가방을 챙기며 나갈 채비를 하는데 정수린이 물었다.
"오빠, 내일 캠핑 가신다면서요?"
"어? 어떻게 알았어?"
나는 정수린한테 '가족 여행'간다며 월요일 과외 수업을 옮겨야한다고 했었다. '캠핑' 얘기는 하지 않았다.
"재희한테 들었어요."
"아하."
"잘 다녀오세요. '애인분'이 낀 가족여행."
"뭐...?"
'아, 시발.'
신재희의 입단속하는 걸 깜빡했다.
'지금' 정수린과 신재희가 같이 일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개학 후' 정수린과 신재희가 같이 붙어다닐 것에만 대비했던 걸까.
'지금'은 정수린과 신재희의 사이가 그렇게 깊지 않아서, 신재희가 정수린에게 내게 애인이 사귄 사실을 전달하지 않을 거라 무의식적으로 확신해서 그런 듯했다.
어제 나한테 충고를 했던 김하늘도...
<"그럼 큰일 아니야? 수린이랑 재희가 개학할 때부터 붙어다닐 거잖아. 수린이는 너와 내가 사귀는 줄 알고 있고, 재희는 너와 그분하고 사귀는 줄 알고 있으면... 그걸 서로한테 말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라고 말했었다. '지금'은 같이 안 붙어다니는데, '개학 후'부터 붙어다닐 것처럼.
김하늘도 나처럼 신재희와 정수린이 많이 친해졌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나 협박할 거야?"
"아, 아뇨! 그럴 생각 전혀 없어요. 말했잖아요. 전 오빠가 섹스만 해주면 된다고..."
그러면 다행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찝찝하지.'
정수린이 너무 고분고분해져서 오히려 불안해졌다.
"왜요? 제가 아무런 협박도 안 해서 불안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
"원래 오빠랑 사귀지 못하는 것 때문에 불만족스러웠는데요. 엊그제 오빠한테 혼나고, 김하늘이랑 섹스하는 걸 알게 되고... 저, 좀 변했어요."
"뭐?"
"오빠... 오빠, 불안하지 말라고, 협박 하나 할까요, 그럼?"
정수린이 방바닥에 앉았다.
"제 얼굴, 발로 뭉개주세요."
"지금 뭐하는 거야...?"
"하아... 하아... 오, 오빠한테 명령 받고, 혼나는 거 너무 황홀해요. 그리고 오빠가 다른 여자 만나는 거, 마음이 찢어지는데... 그렇게 아픔을 느끼게 한 게 오빠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흥분되고 그랬어요..."
'애 진짜 맛 갔네...'
찐따에서 탈출해, 이제 좀 자기관리를 할 줄 알게 되고.
야동과 망가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한 명령도 안 해서 중2병이 나은 줄 알았더니만... 특수한 성벽에 눈이 뜬 것일 줄이야.
'엎드려뻗쳐 시키고 내가 그 위에 앉았을 때, 부들부들 떨더니...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흥분했던 거였어? 그리고 어제 '내일 두고 봐요'라고 하더니. 이렇게 성벽 커밍아웃을 하려던 거였어?'
정수린은 '지배 당하는 성벽'이 생겨난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왜 밟아요? 네? 안 그러면 김하늘한테, 오빠 바람핀다고 다 말해버릴 거예요?"
"아, 짜증나네."
양말로 감싸인 발을 들어서 예쁘게 연한 화장을 한 정수린의 얼굴을 짓뭉갰다.
정수린의 안경이 내 발에 밀려 떨어져버렸고, 그녀는 눈알이 다칠까봐 눈을 꾹 감았다.
오뚝한 코가 눌리고, 볼이 눌리고, 내 엄지는 심지어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
"시발년."
"히힣..."
아무리 정수린을 짓밟아도, 내 발짓에 히죽 웃고 있는 정수린을 보고 있노라면 잔뜩 공들였던 작품 하나를 완전히 망친 기분이 들었다.
정수린, 제법 살 올라서 따먹힐만 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 *
"안녕하세요."
"흐흫, 재준아. 이게 얼마 만이냐."
김하늘의 집에 김하늘 혼자 있을 줄 알았다. 집에 혼자 있으니 날 따먹으려고 호출한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님도 집에 있었다.
오히려 엊그제처럼 김하늘의 집에 그가 없는 게 드문 일이긴 했다.
'아, 또 지레짐작했다가 당했네.'
김하늘의 아버님이 있었으면 밖에서 보자고 했을 거였다.
"윽... 아저씨..."
"재준이, 이제 다 컸네. 우리 하늘이한테 장가 와도 되겠다."
그는 나예성처럼 키가 180은 넘었다. 날 보자마자 끌어안아버려서, 내 발이 공중에 떠올랐다.
'신재준'도 종종 당했던 위로 들리는 포옹. 난 이게 싫어서 그를 만나기 싫었다.
"아. 아빠, 그만 해. 재준이가 싫어하잖아."
"재준아, 저녁 먹고 가라. 알았지?"
"아뇨, 집에서 먹으려고요. 좀 내려주세요."
"재준이가 우리집에서 저녁 먹고 간다고 말하면 내려줄게."
"누나랑 먹기로 해서 죄송해요."
"재연이도 우리집에 불러 그럼. 아, 재희도 불러서 오랜만에 다 같이 고기나 먹을까? 재희, 걔 아직도 고기하면 환장하지?"
"네..."
"아빠... 좀 그만해."
김하늘이 우는 소리를 냈다.
"가족여행으로 캠핑 가는데, 그 식재료 사러가야해서 죄송합니다."
"그래? 어쩔 수 없네. 나중에 꼭 놀러와. 알았지?"
"네."
예의상 수긍을 해주었다. 그제야 난 발을 바닥에 딛을 수 있었다.
나는 김하늘과 함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자마자, 김하늘이 내 목덜미에 키스부터 했다. 난 바로 아래에 다가와 있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미쳤냐?"
집에 자기 아버지가 있는데 뭐하는 거지?
"캠핑 가면 2박 3일 동안 너 못 따먹잖아."
"아니, 미친... 그럼 룸카페라도 가자고."
"아빠, 있을 때 하는 게 더 스릴 있을 것 같아서."
"야..."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할게."
김하늘이 내 고환과 자지를 동시에 꽉 쥐었다.